엔리케 왕자 사후 많은 항해가 중단되었다. 최대의 후원자였던 왕자의 죽음은 포르투칼의 항해계획을 중단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디아스 역시 한동안 말없이 집에서 지낼뿐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 마리는 힘이 없어보이는 디아스에게 재밌었던 얘기도 해주고 하면서 기분을 풀게 하려 했지만 디아스의 우울증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어쩌면 그는 예감하고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의 죽음을..
"주인님! 왜그러십니까!"
어느 늦은 밤. 갑자기 집사의 외침이 들렸다. 집안에 있던 하인들과 디아스 모두 에르하르의 방으로 달려갔다. 에르하르는 얼굴이 빨개져서는 계속해서 심하게 기침을 하고 있었다. 중간중간 피까지 섞여 나오는것으로 보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아버님!"
디아스를 알아보았는지 에르하르가 디아스의 손을 꼭잡았다. 그리고는 애써 뭔가를 말하려는 듯 했다. 디아스가 귀를 에르하르의 입근처로 가져가자 에르하르가 간신히 말을 했다.
"유.. 유언장대로 꼭 해주어라.. 꼭.. 약속해라.."
"예 아버님. 알겠습니다. 무슨 일이든 따르겠습니다."
에르하르는 디아스의 거침업는 대답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편한 표정으로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는 눈을 감더니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죽음에 집사와 하인들은 큰 충격이었다. 비록 탐험가들에겐 야박했지만 많은 빈민들을 구제하는데 힘쓰고 많은 상품들을 저렴하게 서민들에게 제공했기에 큰 존경을 받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죽다니..
장례식날이었다. 왕실에도 많은 기부금을 바치던 에르하르였기에 장례식에는 왕족들도 몇명 와있었다. 장례식에 참여한 사람들은 배위로 올라달라는 하인들의 말에 의아해하는듯 했다. 무덤은 어딨는 거냐고 물어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보통 장례식은 무덤에 관을 묻은 후에 진행되기에 이상해할 수 밖에 없었다.
"아버님의 유언에 따라 장례식은 바다에서 행해질것입니다."
디아스가 간단하게 대답을 마치고는 더이상 말을 하지 않자 더욱 궁금해하는듯했다. 리스본에서 약 20분정도 배를타고 나왔을때였다. 갑자기 하인들이 관을 번쩍 들더니 바다속으로 던졌다. 왕족들은 당황했는지 뭐하는 것이냐고 외치기도 했다.
집사가 유언장을 꺼내더니 읽기시작했다.
"에르하르 로팔라의 유언입니다. 많은 일을 하였다. 그리고 많은 잘못도 저질렀다. 많은 기쁨도 누렸다. 그리고 많은 슬픔도 당했다. 그 모든일에는 내 오랜 친구 마르코가 있었다. 그가 해적들에게 당해서 시체로 돌아왔을 때 나는 내 모든것을 잃었다. 이제 죽어서라도 그와 다시 함께하고싶다. 마르코를 묻었던 그곳, 리스본 앞바다에 나의 시신을 넣어주기를. 내 재산에 관해서는 아들인 바르톨로뮤 디아스가 현명하게 처리해줄것이라 믿는다. 모든 인연은 떠나갈 때 다시 시작되는것을 믿으며 1460년 9월 10일 에르하르 로팔라가."
거물의 짧은 유언장에 많은 사람들은 할말을 잃었다. 특히 가장 관심거리가 됬던 거액의 재산에 관해서는 단 한줄에 모든것을 마쳤다. 마지막 가족인 아들이 알아서 하라. 오랫동안 그를 모셨던 하인들은 역시 그의 성격대로 쓴 글이라면서 그저 슬퍼할 뿐이었지만 거액의 기부를 할것이라 기대했던 왕족들은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 디아스를 힐끔 쳐다보며 어떻게 할지 묻는 표정을 지어도 디아스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배가 다시 리스본항구로 들어왔을 때 내리는 사람들의 표정은 다들 알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디아스는 돌아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에게서는 알 수 없는 슬픈 표정이 흐르고 있었다. 가족이 죽었을 때의 무언가가 끊어지는 듯한 표정도 아니었다. 그야말로 알수 없는 슬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