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데이라를 발견한 뒤 돌아온 바르톨로뮤는 드디어 마리와의 탐험계획의 마지막을 진행하려고 탐사장소와 방법등을 의논하고 있었다. 일단 마리가 나폴리에 있었기에 나폴리로 배를타고 갔다. 나폴리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항구 그 자체였다. 한동안 나폴리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있던 바르톨로뮤는 강을 거슬러 올라가 로마를 구경했다. 웅장한 도시였다. 비록 옛 전성기만큼은 못했지만 교황이 있는 곳답게 여전히 번화하고 큰 도시였다. 그러나 이 도시는 후에 에스파냐의 왕 카를5세와 그의 잔인한 게르만용병대에 의해 약탈당하고 만다. 그 용병단의 이름은 지금도 남아 전해지고있다.
란츠크네이트(Landskneight)라고.
다음 탐사지점은 바로 튜튼기사단이 폴란드와 리투아니아연합군에 패했던 전장이었다.
"육로로 가는게 가깝겠지요?"
바르톨로뮤의 질문에 마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프랑스는 백년전쟁이 끝난지 얼마 안되서 민심이 흉흉해요. 좀 멀어도 배를 타고 가는게 나을거에요. 함부르크에서 육로로 걸어가는게 나을듯 해요."
"그래도 좋구요. 북해는 처음가보는거라서."
"북해에 기대해봐야 헛웃음만 나올걸요? 북해는 지중해처럼 아름다운 항구가 별로 없어요."
"들리는 말로는 얼마든지 많다고 하던데.. 예를 들면 도버항구라던가.."
"도버가 아름답다구요? 큭큭큭.. 지금까지 들어본 최고의 유머네요. 그 항구가 뭐가 아름다워요."
"아름다운거 아녔어요?"
"잉글랜드의 항구치고 아름다운 항구는 본적이 없어요. 그 딱딱하기 그지 없는 항구가 뭐가 아름답다는건지 원. 그거 잉글랜드인이 말해준거지요?"
바르톨로뮤는 그녀의 말에서 약간의 불쾌한 감정이 담겨있음을 눈치챘다.
"잉글랜드에 대해서 별로 감정이 안좋은가봐요?"
그러자 마리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난 프랑스인이에요. 얼마전까지 서로 전쟁을 한 상대에게 좋은말이 나올것 같아요? 게다가 잉글랜드인들은 섬사람 특유의 고집과 거만함까지 있어요. 게다가 인종이 노르만인들이다보니..."
"킥킥. 엄청 싫은가보군요. 뭐 잉글랜드인들을 만나러 가는게 아니니까 진정해요."
마리는 약간 흥분했던듯 볼이 빨개져있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껴안고 싶었지만 차마 마음처럼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그들의 탐사는 성공했다. 곳곳에는 아직도 그 전투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튜튼기사단의 검이나 리투아니아지방의 둥근 노르만식 방패, 폴란드의 문장이 새겨진 군기. 숲속이나 땅을 조금만 파봐도 유골이 나오곤 했다. 잠시 죽은 영혼을 위해 묵념한 그들은 모든 유물을 실고 돌아와서 후원자였던 에르하르에게 보고했다. 물론 에르하르는 뛸듯이 기뻐했고 많은 투자비용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어주었다.(그동안 튜튼기사단에대해서는 조사를 하지 않는다면서 투자비용이 아깝다고 몇번씩이나 바르톨로뮤에게 잔소리를 해댔었다.)
탐사가 끝난 뒤 엔리케왕자가 그를 불렀다. 그가 엔리케왕자를 찾아뵙자 왕자는 그를 정중히 맞아주었다. 차가 나온뒤 왕자가 바르톨로뮤에게 말했다.
"이번에 내가 라고스의 총독이 되었다네."
"아니 그런 경사스런 일이있으셨군요. 축하드립니다."
"하하. 고맙네. 진짜 하고싶은말은 말일세. 자네는 분명히 능력있는 항해자야. 그런데 아직 경험이 좀 부족한 것 때문에 곳곳에서 미숙함이 눈에 띄지."
"예. 신은 아직 부족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말이야. 자네처럼 유능한 사람들을 모아서 항해학교라는 것을 세우고 가르치고 싶네. 교수들은 그야말로 각 분야의 최고의 전문가들만 모을 생각이야. 졸업한 후에는 왕실의 각종 탐사계획에서 중요한 임무를 맡기겠지. 어떤가, 입학할텐가? 자네가 입학해준다면 내게는 영광일세."
"저하의 초대이신데 제가 영광일뿐입니다. 당연히 입학하겠습니다."
"하하하. 자네라면 그렇게 나올줄 알았지. 좋네. 자세한 내용은 서신으로 보내주겠네. 이만 물러가도 좋아."
"정말 영광입니다. 안녕히 계시오소서."
엔리케 왕자의 항해학교는 당시 탐험정신에 불이 붙어있던 포르투칼인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엔리케왕자를 항해왕이라고 부르기 시작한것도 이때부터였던것 같다. 바르톨로뮤는 각종 입학자격시험에서 우수점을 받음으로써 엔리케왕자의 총애에 보답했다. 자격시험을 우수하게 치뤘다는 소식을 듣고 에르하르와 마리가 축하의 말을 해주러 나왔을 때였다.
바르톨로뮤가 마리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다.
"마리 프랑소와. 예전부터 말하고 싶었소. 나와.. 나와 결혼해 주겠소?"
갑자기 진지한 표정인 그의 말에 마리는 당황했다. 그녀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있었다. 에르하르는 거의 기절할 표정이었다.
"가.. 갑자기 결혼하자고 물어오면.. 어떻게 말할지 모르겠잖아요..."
곧 정신을 차린 에르하르가 놀리듯 말했다.
"내 아들놈이지만 정말 괴팍하단 말이다. 입학자격시험을 마치자마자 청혼을 하다니말이야. 별 수 있나. 예전부터 징조가 보였지만 내가 막을 수 있는것도 아니지. 하하하. 벌써 네녀석이 결혼하는구나. 축하한다 아들."
에르하르까지 합세하자 마리도 별 수 없다는 듯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좋다고 말했고 결국 그들은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비록 바르톨로뮤가 원하던 프리깃함 위에서는 아니었지만 당시 포르투칼이 발명했던 가장 효율적이었던 배 캐러벨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