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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바다의 아이 Child of Ocean. 0

티아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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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89
추천: 1
2006-02-25 03:19:52
0. 이야기 전에.

따뜻한 물결에 스며드는 포근한 햇빛은, 어둡고 깊은 바다색 머리칼을 가진 그녀를 비추고 있었다. 웅크린 그녀의 몸에서부터 시작된 탯줄은 한없이 깊은 바다 밑을 향해 뻗어있었다. 바다가 잉태한 아이였다. 고요하고 깊은 바다에서 태동하던 그녀는 탯줄이 끊기는 순간 눈을 반짝 떴다. 끊어진 탯줄은 마치 원래 없었던 것인 양 사라져 버렸지만, 그녀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몸을 부드럽게 움직이며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인간의 몸놀림과는 사뭇 다른 그 유영법은 악어나 뱀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유연하며 자유로운 그 유영은 이 거대한 어머니의 품에서 눈뜬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를 마음껏 표현하는 외침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놀던 그녀가 수면을 물끄러미 보더니 발을 움직여 수면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둡고 깊은 바다에 희미하게 빛을 뿌리는 새하얀 덩어리에 호기심을 가진 듯했다. 활발히 물 속을 떠도는 작은 고기 떼들은 그녀를 보자 양쪽으로 확 갈라서서 그녀의 곁을 스쳐간 뒤 하나로 합쳐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하나의 거대한 물고기처럼 보이는 고기 떼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이 신기해진 그녀는, 올라가려는 몸을 틀어 고기 떼들을 쫓아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위로 올라온 것인지 완전히 잊어버린 듯 했다.

그 때, 어디서 온 것인지 온순한 점박이 돌고래 한 무리가 다가와 고기 떼를 쫓는 그녀를 빙 둘러싸더니 대뜸 물 위로 밀어 올렸다. 부력에 돌고래가 미는 힘까지 더해진 그녀는 튕겨지듯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에엑……켁! 켁! 크헉!’
물보다 훨씬 더 가벼운 대기와 접촉한 그녀는 얼굴을 찌푸리며 물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녀가 자기 힘으로 물을 토해낸다기보다는 물이 자기 힘으로 그녀의 몸에서 빠져나와 바다로 돌아가는 듯한 모습이었다. 폐와 기관지를 가득 메우고 있던 물이 빠져나가면서, 강렬한 자극이 그녀의 입안을 뒤덮고, 처음 느껴보는 고통이 온 몸 속을 휘저었다. 그녀가 아픔에 몸부림을 치는 동안에도 돌고래들은 그녀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조류를 따라 흘러가고 있는 그녀의 주변을 마치 호위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한참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고통이 가라앉은 뒤, 그녀는 흐릿한 눈을 깜박였다. 순간 연약한 눈을 바닷물로부터 보호하던 얇은 막이 걷히면서, 강렬한 태양빛이 그녀의 눈을 파고들었다. 무심코 바닷물에 젖은 손으로 눈을 가린 그녀는 소금물이 눈에 들어가자, 이내 울기 시작했다. 눈물이 뺨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다.

겨우 눈물을 거둔 그녀는 돌아가려 잠수했지만, 이전과 달리 ‘공포’를 느끼면서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코와 입으로 물이 쏟아져 들어갔는데, 더 이상 이전처럼 익숙하지 않았다. 돌고래들은 황급히 가라앉는 그녀를 수면 위로 다시 밀어 올렸다. 돌고래가 잡을 수 있도록 내어준 등지느러미를 꼭 움켜쥔 채 물 위로 떠오른 그녀는, 이번에는 자기 힘으로 물을 토해냈다. 그녀의 표정은 마치 처음 엄마에게 매를 맞은 어린아이 같았다. 두려움과 슬픔, 그리고 충격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혼란에 빠져있던 그녀의 발에 고운 모래가 닿았다. 해변이었다. 얕은 해변에서 배밀기를 하듯 움직여 그녀를 밀어 올린 돌고래들은, 그녀가 누워서도 충분히 숨쉴 만한 위치까지 닿자 자기 할 일을 다했다는 듯 몸을 돌려 바다로 돌아가 버렸다. 걷는 법조차 모르는 그녀는 엄습하는 추위에 오돌오돌 떨다가, 자신의 다리께를 찰랑이는 파도를 보고 다시 한 번 바다로 돌아가려 했다. 그러나 해초 더미를 그녀의 몸 위로 던져 놓은 차가운 파도가 물러가는 모습을 본 순간 자신이 더 이상 바다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달았다.

그녀는 울었다. 외로움과 충격, 고통, 슬픔들이 뒤섞여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다. 가슴이 따끔따끔했던 감각은 마치 커다란 돌덩이처럼 변해 그녀의 전신을 짓누르고 있었다. 입에서는 쌕쌕하는, 거친 숨소리가 났다. 한참을 그렇게 울다가 지쳐 훌쩍이며 잠들었던 그녀는 뺨에 닿은 따뜻한 온기에 눈을 떴다.

“안녕, 꼬마야? 왜 그러고 있는 거니?”

낯선 소리에, 그녀는 재빨리 몸을 바짝 웅크려 해초 밑으로 몸을 숨긴 뒤 자신을 깨운 아가씨를 주시했다. 연한 분홍빛 머리카락에 동그란 테안경을 끼고 있는 아가씨는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몸을 숨긴 그녀를 마주 보고 있었다.

“왜 이런 곳에서 그러고 있는 거야? 어디서 왔니?”
“…….”
“괜찮은 거니?”
“…….”
“겁내지 않아도 되. 자, 이리 와.”
“!!!”

아가씨는 대답할 줄 모르는 그녀에게 자꾸 질문을 던지더니, 해초 더미 밑에 숨은 그녀의 팔을 살짝 잡아 당겼다. 그녀는 기겁을 해서는 바다 쪽으로 기기 시작했다. 필사적으로 기었지만, 기는 그녀보다야 걷는 아가씨 쪽이 훨씬 더 빨랐다.

“얘!”
“아……아……아악!!!”
“……괜찮아.”

아가씨는 소리를 지르며 반항하는 그녀를 일으켜 꽉 끌어 안았다. 아가씨의 눈에 그녀는 알몸으로 물에 흠뻑 젖어 있는 바다색 머리카락의 꼬마 여자아이일 뿐이었다. 자신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꼭 끌어안은 아가씨와 닿은 부분에서 번져오는 온기에서 바다를 떠올린 그녀는 다시 울기 시작했다. 아가씨는 흐느껴 우는 그녀를 토닥였다.

“나랑 같이 가자. 애써 생각하려 하지말고, 나쁜 기억은 빨리 잊는 거야. 내가 네 엄마Mama가 되어 줄게.”
“……엄……마.”
“그래.”

그녀는 ‘엄마’라는 아가씨의 말을 힘겹게 따라 중얼거렸다. 엄마, 엄마, 자신을 안고 있는 아가씨의 어깨 너머로 바다가보였다. 잔잔하고 깊은 푸른 물. 자신을 안고 있었던 곳. 자신을 밀어보낸 곳. 스르르 눈이 감기는 사이 그녀는 다시 한 번 더 조용히 중얼거렸다.

“엄마…….”

- 이전에 썼던 글 다 지우고 새 마음으로 도전입니다! 약속 어긴 게임상 트랜스 젠더 A모양(사실은 군)...미워!
- 판타지입니다. 티아마트는 제 게임상 닉이구요. 가상 캐릭터와 현존 캐릭터가 같이 등장할 거예요. 아마도.
- 공책에 써놓은 분량은 꽤 많은 것같았는데 치니까 짧네요. 거의 이정도 길이가 기준이 될 듯해요.
-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 정말 대단해요! 사랑해요!

Lv2 티아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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