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배웅하던 날.
Amethy가 티아마트를 데려온 이후 첫 항해를 떠났다. 늘 그렇듯 런던의 날씨는 썩 좋지 않았지만 Amethy는 한껏 들떠 있었다. 5년 만에 타는 자정향 호 위에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은색 머리칼의 아이를 향해 힘껏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티아마트, 내가 돌아 올 때까지 잘 지내야 해!”
“네, 알았어요!”
웃으며 손수건을 흔드는 아이, 티아마트의 왼쪽 얼굴에는 이마에서부터 시작해서 눈을 지나 뺨에 이르는 직선의 긴 흉터가 나있었다. 이 시대의 여자아이, 더군다나 겨우 열 살 쯤 되어 보이는 아이에게서는 흔히 보기 어려운 상처였다. 하지만 티아마트는 그 것을 전혀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이윽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 배가 런던 항구의 자욱한 안개 너머로 희미한 모습마저 남기지 않고 사라져갔다. 티아마트는 다른 사람들이 그렇듯 배가 완전히 사라지고 난 다음에도 바다를 향해 계속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누군가 눈을 감은 그녀의 어깨에 누군가의 손이 닿았다.
“비가 올 것 같아. 그만 돌아가자.”
“레드! 같이 가는 거 아니었어? 언제 온 거야?”
“응. 아니었어. 그리고 난 네가 기도 시작했을 때부터 뒤에 서있었어.”
손의 주인공은 Amethy의 집에서 티아마트와 함께 지내고 있는 열 여덟 살의 선원지망생, 레드였다. Amethy가 항해를 떠난 지금은 어린 티아마트의 유일한 보호자이기도 했다.
“레드는 기도 안 해?”
“했어. 바다도 신도 오늘은 다른 기도 소리 때문에 바쁠 테니 짧게.”
“우웅.”
“농담이야. 확실히 너보단 짧긴 했지만.”
애처로운 티아마트의 눈빛 공격에 레드는 그만 미소를 머금은 채 티아마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리광을 부리는 그녀는 레드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였다. 기분이 풀린 티아마트는 레드의 손을 꼭 붙들고 그의 뒤를 졸래졸래 따라갔다. 귀여운 풍경이었다. 편안한 바지와 셔츠를 입고 납작한 모자를 쓴 둘은 마치 남매처럼 보였다.
“너……티아마트?”
술에 절은 듯 혀 꼬부라진 목소리가 두 사람을 잡아 세웠다. 얼굴이 벌겋게 물든, 선원으로 보이는 그 사람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성큼성큼 두 사람의 곁으로 다가와 레드를 밀치고 손을 잡고 있는 티아마트를 억지로 떼어놓았다.
“술을 드셨으면 집으로 가실 일이지 어린애한테 무슨 짓입니까!”
“넌 알 거 없어!”
“에……에…….”
그는 티아마트를 데려가려는 레드를 있는 힘껏 걷어차 던졌다. 티아마트가 억센 손에 잡힌 팔이 아프고 무서워 훌쩍거리기 시작하자 그는 티아마트를 부두 쪽으로 질질 끌고가며 소리를 질러댔다.
“울어? 울어? 사이렌의 노래에도 홀리지 않고, 민물에 머리색이 변한 바다의 아이가 인간인 것처럼 울어? 저주받을 X, 니가 인간인 줄 알아?! 내가 당장 널 바다에 처넣어 증명해 보일 테다!”
“티아!”
“레드, 레드! 우아아앙!”
레드는 아픔도 잊은 채 황급히 일어나 티아마트를 끌고 가던 선원을 붙잡았다.
“이것 놔!”
“그건 내가 할 소리야!”
싸움으로 변할 듯한 분위기에 세 사람을 둘러싸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티아마트는 험악한 분위기에 겁을 잔뜩 집어먹어서인지 우는 것마저도 못하고 입을 꼭 틀어막고 있었다. 선원은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자 당황한 눈치였다. 레드는 그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사이 그의 손에서 티아마트를 잡아챘다.
“빨리 집으로 가자, 티아!”
“이……이……육지에 산다고 바다의 아이가 인간이 될 것 같아?! 그런 건 당장 바다에다 처집어 넣어야 한다고!”
“당신이나 바닷물에 가서 처박히시지!”
“레드…….”
“신경 쓰지 마.”
레드는 그 술주정뱅이가 내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아주 빠른 속도로 걸었다. 티아마트는 거의 질질 끌려가다시피 하고 있었다. 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한 곳까지 와서야, 레드는 자신이 티아마트의 손을 지나치게 꽉 쥐고 너무 빨리 걸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안해, 티아! 손목 괜찮아?”
“아퍼.”
티아마트는 그제서야 무서워서 참고 있었던 울음을 터트렸다. 그대로 서서 목놓아 우는 티아마트를 보고 어쩔 줄 몰라하던 레드는, Amethy가 우는 티아마트를 달랠 때를 떠올리며 그녀를 안아 올렸다. 티아마트는 그제야 겨우 마음이 가라앉은 듯 레드의 목을 부둥켜안고서 훌쩍거렸다.
항구거리를 벗어나자 목을 감고 있던 티아마트의 손이 툭 떨어졌다. 지쳐 잠든 모양이었다. 새근새근 잠든 그녀의 귀에 대고 레드가 가만히 속삭였다.
“미안해, 티아……제대로 지켜주지 못해서…….”
레드는 티아마트의 이마에 입을 맞춰준 뒤 집까지 계속, 그녀를 안고 걸었다. 집에 도착해서 문을 여는 소리를 듣고 티아마트가 눈을 번쩍 떴다.
“집……?”
“응.”
“나 안고 온 거야? ……팔 많이 아프지.”
“괜찮아. 선원 지망생인데 뭐. 너 정도는 하루종일 안고 다닐 수도 있어.”
티아마트가 내려가려고 몸을 꼼질댔지만 레드는 내려주지 않았다. 티아마트는 침실까지 와서 침대에 자신을 내려주는 레드를 보고, 뭔가 곰곰이 생각하는 듯 싶더니 쌕 웃으며 말했다.
“레드, 나도 에이미 엄마처럼 훌륭한 모험가가 되고 싶어.”
“그래?”
“응. 그러니까, 내가 훌륭한 모험가가 되려구, 에이미 엄마처럼 선장이 되서 배를 타게 되면, 레드는 내 배로 와서 일해줄 거지?”
“당연하지.”
레드는 티아마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답했다. 대답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것은, 레드의 대답이 그만큼 진실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티아마트는 안심이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자! 왜 일어나?”
“나 배고파.”
밥을 먹은 후 간단한 숙제(Amethy가 내준 것.)를 해둔 티아마트는, 레드에게 검사를 받은 후 잠자리에 들었다. 잘 때까지는 누군가 계속 옆에 있어야 하는 티아마트 때문에, 레드는 잠든 티아마트의 곁에 앉아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었다.
- - -
“6개월 이상?!”
“그래. 장기 항해라서 선원 지망생인 너한테는 굉장히 배울 게 많은 기회이기도 해. 어떻게 하고 싶니?”
레드는 잠시 망설이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티아는요?”
“티아는 안 가. 간다고 해도 데려가지 않을 거야.”
“왜요?! 나까지 가면 티아는 혼자잖아요!”
Amethy의 단호한 태도에 오히려 울컥한 것은 레드였다. Amethy는 담담히 입을 열었다.
“우리 선원들. 티아에 대한 소문은 아직도 선원들 사이에서 떠돌고 있어. 바다의 아이에게 상처를 입혔다고 자랑삼아 떠들어 댄 어떤 멍청이 때문에. 나도 데려갈 수 있다면 데려가고 싶어. 하지만 지금 티아를 배에 태운다는 건 또 하나의 상처를 남길 수 있는 위험한 일이야. 그리고 네가 간다고 해도 혼자 있게 하진 않을 거야. 다 생각해뒀어. 출항은 한달 뒤니까 천천히 생각하도록 해.”
“……난 안 갈래요.”
“레드.”
Amethy의 나무라는 듯한 표정에도 레드는 고개를 내저었다.
“혼자 있게 하지 않는다고 했죠? 티아의 곁에 있는 사람이 에이미와 내가 아니면, 티아는 혼자인 거나 마찬가지인걸요.”
“……생각은 언제든 바꿀 수 있으니까 일주일 전까지는 얘기해 줘.”
“네.”
문을 열고 나오자,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던 듯한 티아마트가 벽에 기대 잠든 것이 보였다. 몰래 듣다가 잠든 모양이었다.
- - -
레드는 창문으로 들어오는 어슴푸레한 빛에 비친 티아마트의 잠든 얼굴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평온한 표정이었다. 얼굴을 길게 덮은 흉터를 손가락으로 살며시 쓸어 내리자 간지러운 듯 살짝 얼굴을 찌푸리다가 고개를 바로 돌렸다. 레드는 미소를 머금은 채 티아마트의 작은 입술에 살며시 입을 맞췄다.
‘빨리 커야 돼, 티아……빨리 커서, 나의 선장이 되어 줘.’
- 계속 -
- 그냥 프롤로그만 올리기 그래서 올립니다. 이후 내용은 노트에 없네요. 처음하고 끝만 결정되어 있다는.
- 레드는 100% 창조인물입니다. 레드라는 닉 쓰시는 분들께서는 전혀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 지금 가장 큰 고민은 레드의 본명을 무엇으로 해야할까입니다. -ㅡ;
- 새벽에 글을 쓰다보니 슬그머니 변태의 감성이 고개를 들고 있군요;;
- 여기까지 읽은 당신, 사랑의 이름으로 절대로 사랑합니다~>ㅅ< ....졸리니 헛소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