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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산들바람 후에 몰려오는 폭풍 - 음모 - 9

Apollo란돌
댓글: 2 개
조회: 213
추천: 1
2006-05-17 19:05:54
삼공작의 군대가 엠펠 영지의 목전에 다다른 뒤, 제국에서는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이 생겨났다. 그동안 제국의 귀족이나 부유한 평민 계층에게 비싼 값에 공급되던 동방의 당목향과 같은 사치품들의 가격이 절반 이하로 폭락했다가 다시 열배 이상 폭등하는 등 동방에서 수입해 오는 물건들의 가치가 상승한 것이었다.

이미 제국의 알만한 사람들은 엠펠 가문이 동방으로 이주하기 위해 소유하고 있던 동방의 교역품들을 싼 값에 팔아치우는 것이나 동방으로 건너갈 수 있는 중형급 이상의 배들을 마구잡이로 사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어째서 엠펠 가문이 삼공작에 맞서 싸우지 않는 것인지를 이해할 수는 없었다. 대부분의 귀족들이 알고 있기를, 엠펠 가문은 제국에서 뒤따라올 가문이 없는 강력한 군사력을 지니고 있었다.

큰 강이 흐르고 있는 영지의 외곽지역과 육지를 이어주는 좁은 길. 지리적인 이점을 잘만 이용한다면 육군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엠펠 영지에서도 삼공작의 침략을 버텨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엠펠 가문이 동방으로 이주를 하게 된 것은 꼭 군사력에서 밀렸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제국을 삼등분 하여 자기들의 세상을 만들려는 삼공작과 그들의 장단에 놀아나는 귀족들, 무능한 황제에 대한 실망감이야말로 그들을 이주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었다. 삼공작의 침략은 그저 도화선이었을 뿐.

그래서일까? 가문은 빠르고 정확한 움직임을 보이며 동방으로의 이주를 준비했다. 기한을 한달로 정했던 삼공작들도 빨라야 세달 정도로 보고 있던 이주 준비를 가문에서는 단 십오일 만에 해치운 것이었다. 물론 백성들은 그보다 오래 걸렸지만.

영지의 항구에 몰려든 그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군함들과 상선, 어선들은 배의 적재량을 늘리기 위해 포문을 줄이거나 항해에 필수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곳들을 없애 버리고 꼭 필요한 물자를 싣거나 선실을 늘렸다.

보급은 항해하는 동안 함대의 중앙에 자리를 잡고 있을 퀴리오스급 함선 9척이 맡을 예정이었다. 도무지 배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무식하게 크고 넓은 퀴리오스는 동방 대륙과의 전쟁에 대비해 만들어진 함선인 만큼 그 적재량이나 무장 또한 보통의 그것과는 달랐다.

해전에서 가장 큰 축을 담당하는 전열함이 60문의 선측포를 갖고 있는 것에 반해 퀴리오스는 70문의 선측포, 각각 20문의 선수 선미포를 달고 있었고 탑승 인원 또한 전열함의 두 배 이상인 360명.

게다가 1척이 1개 전투 함대의 보급을 맡아서 포탄이나 의료품, 물자를 보급하면서도 별다른 보급 없이 퀴리오스에 배정된 물자만으로도 3달 이상 항해를 할 수 있는 말 그대로 다른 나라들이나 영지에서 본다면 배라는 단어 보다는 섬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함선이었다.

“후우… 아직도 배가 부족해…….”

항구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요새의 포대에 서 있는 샤라인이 들고 있는 서류에 적혀있는 사항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엠펠 영지는 영지민이 100만을 훌쩍 넘어가는 영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영지에서는 동방으로 가기를 원하는 이들만을 뽑아서 가기로 했는데 이주를 원하는 이들은 절반이 약간 안 되는 45만 명이었고 동방으로 가는 함대는 영지의 해군 9만과 영지민 45만을 수용해야만 했다.

하지만 4만 5천도 아닌 45만을 수용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니, 엠펠 영지가 아니라면 45만 명을 배에 싣는다는 발상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동안 동방과의 교역으로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의 재화를 벌어들인 엠펠 영지의 등골이 휠 정도로 엄청난 일이었다.

바다에 대해서 관심 자체를 갖지 않는 대부분의 영지에서는 오만 명 정도를 한번에 싣고 가까운 바다를 건넜다고 해도 잘 했다며 칭찬해 줘야 하는 형편이었다.

“식량의 확보는 어떻게 됐죠?”

그동안의 일이 힘들었는지 약간은 초췌해진 얼굴의 샤라인이 옆에 서 있던 여인에게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흑발인 엠펠 영지에서 금발의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고 다니는 그녀는 이제 유명인사나 다름이 없었다.

“45만 명이 하루에 2.5끼씩 정해진 양만 먹는다면 55일분의 식량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목적지인 에우 대륙까지는 70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식량은 아직 부족합니다.”

“다른 영지들에서 구매하고 있는 배들은?”

“중형 갤리온 34척, 대형 갤리온 50척과 중형 카락 31척, 소형 카락 38척의 인수가 완료되었습니다. 약 2만 명의 자리가 확보된 셈이니 앞으로 8만 명의 자리만 더 확보하면 됩니다.”

그녀의 말을 듣고는 샤라인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엠펠 영지에서 자체적으로 동원이 가능한 배들만을 생각한다면 45만은커녕 25만도 벅찬 상황에서 20만 명분의 함선들을 모으는 데에는 그녀의 힘이 컸다.

덕분에 그나 머츠, 얀 등 영지의 관리들이 서류더미에 쌓여 압사하는 것을 피할 수 있었고 삼공작이 제시한 1달이 훨씬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약간은 꺼림칙하지만 그럭저럭 준비를 해 나갈 수 있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세리스는 동방에 가게 된다면,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에요?”

그가 서류들을 뒤적이며 말하자 세리스가 약간은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처음 샤라인을 봤을 때, 그녀는 그가 전형적인 군인가문의 공자라며 차갑고 냉정한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연기를 맡고 쓰러져 있을 때 죽음의 위협을, 그것도 가장 고통스럽다는 불에 타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달려 들어와 그녀를 구해냈다는 것은 그녀가 그에게 호감을 갖게 하는 데에는 충분했다.

“글쎄요… 특별한 일이 없다면 돌아가야 딸의 도리겠죠?”

세리스가 수평선 근처에 서서 그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는 3척의 퀴리오스급 함선을 바라보며 말하고는 샤라인의 얼굴을 보았다. 항상 무표정하기만 한 그의 포커페이스가 깨진 약간은 슬픈 듯한 얼굴이었다.

“저기… 우리 말 놓을래요? 어차피 한살 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부끄러운 듯 그녀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샤라인이 작게 미소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피에 물들어 사납기까지 하던 그의 눈빛이 어느새 부드러워져 있었고 그의 미소도 평소의 접대용이 아닌 본심에서 우러러 나온 미소였다.

“그럼 그러지 뭐. 우리 같은 귀족 자제들은 평민들처럼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상대를 찾기란 아주 힘든 일이니, 이 기회에 한명 정도 생기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네.”

마치 선심 썼다는 듯한 퉁명스러운 그의 말투에서 세리스는 그가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던 것이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약간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가 자신에게 이성적인 매력을 느끼고 있지 않았다고 해도 그와 말을 편하게 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만족할 수 있었다. 그녀에게는 말도 안 되는 괴상한 논리들로 사람들의 행동을 제약하는 에우 대륙의 사상가들은 마치 무서운 이야기들에서나 나오는 프레디나 제이슨보다도 공포스러운 존재들이었다.

동방의 에우나 라우, 서방의 우사 모두 귀족이란 일반 백성들이 보기에는 단지 모든 것이 태어나서부터 익혔기 때문에 몸에 익은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뼈를 깎는 고통에서 나오는 고통의 몸부림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편하게 말할 상대가 생겼다는 것은 절친한 친구가 생겼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아니, 어쩌면 인생을 공유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할 지도 몰랐다.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귀족끼리거나 귀족과 평민이라면 서로 예법에 따라 행동하니까. 예법을 서로 무시하는 것은 엄청난 비밀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출출하지 않아? 밥이나 먹으러 가자. 요즘 너무 일하는 데에만 신경을 쓰다보니 먹는 것도 거르게 되고 정신이 없어.”

‘다행이다….’

세리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앞장서 걷기 시작하는 그의 뒤를 따라 걸어갔다. 그의 입이 열렸을 때, 그녀는 그가 또 다시 일에 대한 얘기를 하는 줄 알고 속으로 꽤나 실망하고 있었다. ‘일밖에 모르는 남자’ 라며.

그리고 잠시 후, 그의 말을 다 듣고 그가 앞장서 걸어가자 그녀는 그에게 들리지 않게 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단순히 끼니를 때우기 위한 제안이었을지 모르지만 그녀에게는 그와의 첫 데이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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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회수가 1개 차이납니다= ㅂ=

에헿 조회수가 전과 같지않네요.. 므흣= ㅂ=

Lv12 Apollo란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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