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에 새길 때는, 망치와 정이 최고지."
르몽님이 중얼거리십니다. 르몽1호의 충실한 갑판장 보브는 이미 망치와 정을 양 손에 나눠들고 준비완료태세. 망루지기 존은 혹시나 모를 사태를 대비해 망루에 올라가 철통같은 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샤크."
르몽이 조용히 뇌까렸습니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이샤크는 언니! 하고 애처롭게 부르짖었습니다. 언니는 무슨 얼어죽을. 언제는 이제부턴 누님이라고 부르겠다고 했음시롱. 르몽은 싸늘하게 내뱉었습니다.
"너 오늘 한번 죽어봐라."
꺄악!
전투는 어려워! 르몽 괴롭히는 재미로 글쓰는 이샤크의 전투체험기. (응?)
아주 먼 옛날이지만 지난번 이야기보다는 꽤 멀리 떨어진, 시간 배열해보면 제멋대로 불쑥 튀어나온 어느 한 시절. (뭐래는 겨.) 르몽은 선장실에서 명상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빼먹지않고 즐기는 명상의 시간. 이 시간은 선장실에 절대로 들어가면 안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방해가 된다나요. 사실 그녀의 선원들이 좀 우락부락하고 거칠고 야성적인 건 사실입니다만. (...) 미소년과 미청년, 미중년의 얼굴과 화려한 보물들, 가슴 설레이는 유적들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있는데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자유분방한 얼굴"이 불쑥 튀어나 걸걸한 목소리로 선장님을 부르면, 지복의 기쁨만이 가득해야할 명상의 시간이 살기로 가득차버려 심기가 흐트러진다고 주장하는 그녀의 말은 알쏭달쏭할 뿐입니다.
어쨌거나 그런 중요한 명상의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보브는 선장실로 주춤주춤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가위바위보에서 졌거든요. 다른 선원들은 모조리 대피상태구요.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똑같이 죽는 거 차라리 깔끔하게 시체라도 보존하고 싶다며 바다에 뛰어들려는 보브를 선원들이 사랑으로 끌어안고 다스린 터라 그의 얼굴은 영광의 상처와 멍으로 가득했답니다. (사실, 르몽1호의 선원들만큼 동지애가 돈독한 이들도 드물지 않겠어요?) 보브는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며 선장실 문을 똑똑 두드렸습니다.
"선장님!"
쉐액-
파공성이 들리더니 선장실 유리가 박살이 나며 폭주하는 에바가 나타났습니다. 위이이잉. 보브는 산채로 뜯혀먹히기 일보직전.....이 아니고. (...) 르몽은 자신을 자꾸 이중인격화시키는 글쓴이에게 강력한 항의를 날린 후, 평범하게 등장해서 자랑스러운 선원에게 상냥하게 웃어주었습니다.
"무슨 일인가요, 보브?"
보브는 상냥하고 멋지고 아름답고 귀엽고, ....헉헉.. 하여간 밥도 잘주고 물도 잘주는 좋은 선장님이신 르몽님께 존경과 사랑을 담아 편지를 한 통 내밀었습니다. 그것은 방금 전에 망루로 도착한 르몽님의 친구분이신 이샤크 도령의 편지랍니다. 르몽은 어마, 하고 반가운 일성을 지르며 우아하게 편지를 받아들고는 고마워요, 하고 웃어보였답니다. 보브의 눈은 하트모양으로 변해서 비실비실... (글쓴이가 르몽한테 얻어터지는 소리 "좀 중간으로 갈 수 없어? 넌 왜 그렇게 극단적이야!")
르몽은 침대에 앉아 촛농으로 봉인된 편지를 뜯었습니다. 문 밖에서 글쓴이가 잘못했다고 한번만 봐달라고 애걸복걸하는 소리가 들리지만, 이미 솜을 귀에 끼워넣은 르몽은 콧방귀를 낄 뿐입니다. 간이 부어도 한참 부었어요. 편지를 읽고난 르몽은 조금 의아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분명히 자기가 끌어들이긴 했지만 어느 순간 전투에 재미를 붙였다며 티레니아 앞바다를 이리저리 누비며 해양조합에서의 의뢰를 처리하느라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며, 만나서 차라도 한 잔 같이 하자는 자신의 청을 코끝으로 무시하던 활발함이 온 데 간 데 없었기 때문이예요.
잠시 생각하던 르몽은 선장실의 문을 열었습니다. 한 구석에 쓸쓸히 처박혀 흙을 파먹고 있던, 아니 여긴 바다 위지. 새앙쥐와 가위바위보 게임을 벌이던 글쓴이가 반색을 하고 달려옵니다. 르몽은 이샤크가 있는 곳으로 이동시켜주면 너그럽게 용서를 해주겠다고 글쓴이에게 말해습니다. 글쓴이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습니다.
...잠시 뒤 르몽은 이샤크가 있는 곳으로 갈 수 있었답니다. 르몽호 통채로요.
르몽은 제노바의 술집 위에 아슬아슬하게 얹힌 르몽1호를 탄식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다가 인류 구원을 위해 글쓴이를 처리해버리기로 마음먹었지만, 그새 도망친 것을 깨닫고 복수를 다짐했죠.
이러니저러니 길어져버린 사설은 착착 접어두고, 하여간 선원들에게 르몽1호를 항구로 옮겨달라고 부탁을 하고 르몽은 걸음을 가볍게 옮겨 술집 안으로 들어갔답니다. 주점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베아트리스와 눈이 마주친 르몽은, 걱정스러운 듯 눈짓하는 그녀에게 까닥 고개를 끄덕여주고 이샤크를 찾았습니다. 아, 저기 있군요.
.....곤드레만드레 취해선.
르몽은 다다다다 뛰어 이샤크의 옆 자리에 올라앉았습니다. 훅- 풍겨오는 술냄새에 코를 막고 잠시 부채질을 해야만 했어요. 속이 많이 상했나봐요. 이렇게 술냄새가 잔뜩이라니...
"어양? 우이 누임이 아이싱가!"
완전히 맛이 갔군요. 혀가 꼬였나봐요.
"아이, 우이 누임 북한에 있다고 하지 않았심깡?"
"대항해시대에 언제부터 북한이 있었냐. -_-;"
"나가 언제 부칸이라고 했엉. 부캐부캐!"
...말이 안통합니다. 이럴 땐 숙취제거제라도 먹여야죠. 르몽은 어쩌다가 갖고 있던 녹색 풀즙을 (주먹으로) 얼르고 달래 간신히 먹였습니다. 피링-! 효과음과 함께 정신이 좀 드는 모양인 지 이샤크가 부시시 떴던 눈을 간신히 제대로 하네요.
"아. 속쓰려. -_ㅠ"
"그러게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뭘 그리 많이 마셨냐."
르몽은 혀를 쯧쯧 찼습니다.
"속상해서 그랴. 포 데미지는 제대로 안나오지. 그렇다고 의뢰가 자꾸 뜨는 것두 아니고. 안그래도 일하느라 대항해시대 할 시간도 부족한데. .......으흑."
편지에 씌여있던 말을 그대로 읊조리며 신세한탄을 하는 이샤크는, 이래선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여~ 하고 중얼중얼거리기 시작했답니다.
편지의 내용은 그런 내용이었거든요. 아무리 전투를 열심히 해도 포격 데미지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자신은 분명히 맞추었다고 생각했는데 저놈의 적선이 물기둥사이로 혀를 멜롱멜롱하고 있는 걸 보면 뒤통수에 혈압이 빡 몰린다. 그렇다고 백병을 하자니 자긴 마음이 너무 곱고 천사같고 비단결같아서 적선의 칼날에 희생될 선원들 생각을 하니 마음이 너무너무 안돼서 백병은 못하겠다- 고.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안되니 눈물이 앞을 가려 술로 시름을 달랠 수 밖에 없노라고.
언제 저기로 가서 숨었는 지 구석에 틀어박혀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 보이지도 않는 별을 세며 서글피 우는 이샤크를 안쓰럽게 바라보던 르몽은 마침내 결심하고 말았습니다.
이런 때 끌어들인 책임을 지지 않으면 누가 지겠어요? 못해도 이샤크보다 일찍 시작한 짬밥이 있으니, 비록 무장하지 않는 모험가로써 오로지 정전협정서를 물쓰듯 뿌려가며 "님아 나랑 친하져?" 하고 웃으며 넘어가거나 "오늘은 돈도 없으니 배째!" 하고 마음 편히 털린다던가 하는 일도양단(틀려!)의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요 놈 가르쳐줄 실력은 된다!
르몽은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선원을 불러모으고, 이샤크의 목덜미를 덥썩 잡아 질질 끌고 항구로 나왔습니다. 전투연습. -_ + 오너라, 내가 친절한 교관의 마음가짐으로 가르쳐주마.
"전투가 시작되면 생활스킬은 모조리 다 꺼! 퀵슬롯엔 전투스킬만 올려놓는 거다. 야 이 자식. 음식도 당연히 슬롯에 추가해야할 거 아냐!"
"........ㅠㅅ ㅠ"
"요이땅 하면 너 뭐야, 경호원이지? ....회피라도 켜라. ...안되면 전직이라도 해!"
".....으흑"
"T 자를 맞추라니까! 네 배가 내 꼬리를 보게 딱 맞추라고. 마- 포를 쏘고 바로 역방향으로 회전을 해야지!"
"....어려워어!"
"이 쪽으로 돌려, 이 쪽으로!!! 아니 그건 저 쪽으로 하고!!!!"
"...우에에엥!"
"행동력 보충음식을 제 때 제 때 먹어야 스킬을 또 쓰지! 어휴, 증말!"
".....훌쩍훌쩍."
"야! 나 백병하고 있는 데 포를 쏘면 나한테도 데미지가 오잖아!!!!!!!!!!!!!!!!!"
...르몽은 패잔병마냥 (아니 실제로 패잔병이 되버린) 널브러진 이샥호의 선원들과 약에도 못쓸 선장을 냉랭한 눈으로 쳐다보았습니다.
"...군인의 길은 그냥 포기해라. 내가 모험가로 이끌어주마."
르몽은 딱 잘라 말했습니다. 이샤크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습니다.
"흑. 그치만 언니. 이샤크는 경호원이 되어 언니를 지켜주기로 했는걸요."
...지금 네가 내 혈압을 위협하고 있어!!!!!!!!! 하고 질러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어쩝니까. 그래. 지금까지 쌓아온 정이 뭔지. 아는 동생이라고 하나 있는 게 속은 있는대로 다 썩이고 맨날 뺀질뺀질거린다지만 못본 척 할 수가 없는걸요.
뭔가 방법이 없을까.
르몽은 곰곰히 생각하다가 인연을 맺은 좋은 분들께 편지를 보냈습니다. 편지를 발에 묶은 비둘기가 열심히 날아갑니다. 이샤크와 르몽은 나란히 서서 손을 흔들며 좋은 소식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몇일이 지났을까.
택배요!
...무려 택뱁니다. (...) 비둘기 이천사백오십육만육천육백마리 (과장하지마!) 가 엄청나게 무거워보이는 주머니를 발에 달고 미친듯이 날개짓을 하는 것을 발견하고, 르몽은 서둘러 달려가 주머니를 받아들었습니다. 대장 비둘기가 화물의 무게에 비해 받은 수고료가 너무 적다며 이대론 못 떠난다고 배 내미는 것을 웃기지 말라고 두들겨패주곤, 이샤크의 배로 달려가 꾸러미를 풀러보았습니다.
촤아아아아아아아악- 반짝반짝반짝반짝.
꾸러미를 풀자마자 쏟아져나오는 엄청난 양의 두캇. 르몽과 이샤크는 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르몽은 두캇사이에서 제발 좀 꺼내달라고 허우적대고 있는 종이쪽지를 영차영차 끌어내어 펼쳐보았습니다.
쪽지에는 딱 한 줄이 씌여있었습니다.
포를 바꾸삼. (배 권리서 첨부)
...
...
...
퍼펑- 펑- 펑!
이샤크는 신이나서 발포해대고 있습니다. 포탄을 정통으로 꼬리에 얻어맞은 도적단 A 는 억울한 심정으로 꼬르륵 바다에 잠겨가며 이샤크를 원망했습니다. 뒷길에서 손씻고 나온지가 언젠데. 흑. 지나가던 자기네들을 붙들고 뭐라뭐라 한바탕 훈계를 하는 것도 평화롭게 살고싶은 마음에서 참았건만, 쟤는 왜 맨날 나만 찾아다니며 시비야. 잉잉. 형님, 이래서야 먹고 살겠습니까! 그 옛날 어둠의 바다를 횡행할 때 함께 죽고 함께 살자고 맹세한 동생들 (도적단 B, 도적단 C) 보기가 민망합니다. 이샤크는 호기롭게 외쳤습니다!
"일루와! 다 듬벼!"
(아니, 당신네들은 무섭구요.)
르몽은 북해로 돌아가 브리튼 섬의 서고에서 고고학 책을 열심히 읽느라 바빴습니다. 평화로운 세월입니다. 캐논포와 칼로네이드포를 달고 열심히 돌아다니는 이샤크에게선 종종 편지가 오는 것만 빼면.
누님, 포 사게 돈 좀 꿔주세요.
...죽어라 땅파서 돈을 벌든가, 아무래도 조만간 인도라도 한 번 다녀와야하나봅니다.
+ + +
각색이 좀 많이 들어갔습니다.
처음 이샤크를 제노바로 데려가신 분이 르몽언니인 건 사실이지만;
그나마 죽지 않고 버틸만한 전투능력을 습득하는 데는 ... .... ...
인벤 팁란을 통채로 헤집었었지요.
명예를 위해 걸린 기간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저는 전투를 제일 좋아합니다.
지난달, 시간나서 들어갔다가 길드분들과 했던 모의전이 가장 즐거웠습니다.
("이샤크 때리면 반칙!" "이샤크랑 백병 금지!")
안맞고 때리기만 하는 건 무척 즐거운 일입니다. 아 재밌다.
불쌍하다, 하고 생각하시겠지만, 제가 제일 먼저 격침당했습니다. (...)
요즘은 대항해시대 ost 의 공격 attack 을 계속 들으며 마음을 달래고 있습니다. 전투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