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리오스의 갑판에서 길다란 조교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배의 높이가 너무 높아서 그런 것인지 조교의 길이도 무지막지하게 길었고, 그 조교의 난간 쪽에는 얼마간의 간격을 두고 밧줄이 연결되어 그 조교의 무기를 지탱하고 있었다.
타고 온 배의 갑판에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샤라인과 세리스는 조교가 내려오는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퀴리오스라는 것 자체를 처음 보는 세리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든 것은 물론이요, 가끔가다가 퀴리오스를 보았던 샤라인 역시 그 거대한 배와 조교의 크기에 놀랐지만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있었다.
“레이디 먼저.”
샤라인이 세리스와 함께 조교의 위에 올라서서는 양 팔로 우아하게 조교의 위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세리스는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난간을 붙잡고 갑판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조교의 경사는 아무것도 잡지 않고 올라가기엔 가파르기 때문이었다.
“공자님. 가신들과 얀 제독님, 백작부인께서 홀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수수한 드레스를 입은 그녀와 함께 샤라인이 갑판의 위로 올라오자 한 장교가 그의 앞으로 걸어와 거수경례 하며 말했다. 샤라인은 그의 말을 듣고는 한숨을 푸욱 내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오시지요.”
샤라인이 뒤에서 서 있는 세리스에게 말하고는 그 장교를 따라 선실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거대한 퀴리오스의 텅 비어있는 갑판에서는 바람소리와 그들의 발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그의 뒤에서 그를 따라 걸어가던 세리스는 바람이 기분 좋게 느껴졌다. 동방에서였다면 항상 느꼈었던 그저 그런 눅눅한 바닷바람이었지만 우사에 와서는 왠지 그 바닷바람조차도 향기롭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녀는 조금씩 휘날리는 머리를 가지런히 하고는 장교가 열어주는 문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확실히 형식상, 대외적으로 영주의 모든 권한을 대리하고 있는 백작부인이 타고 있어서 그런 것인지 선실은 전에 타고 있었던 산들바람호의 장식보다도 훨씬 더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이쪽입니다.”
장교는 고풍스럽게 장식되어있는 문의 앞으로 그들을 이끌고 가서는 손으로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척 보기에도 다른 방이나 홀의 문과는 그 재질부터가 다른 이 문의 너머는 고급스러운 무엇인가가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수고했어요. 돌아가도 좋습니다.”
장교가 샤라인의 말을 듣고는 경례를 붙이고 복도의 반대편으로 걸어 나갔다. 샤라인은 문을 보며 한숨을 푸욱 내쉬더니 세리스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왠지 안타깝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한 눈빛을 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왜, 왜 그래?”
“아니야. 들어가자.”
그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문을 열자 넓지는 않지만 화려하게 장식되어있는 홀이 나타났다. 홀에는 꽤나 큰 원형 테이블이 놓여져 있었고 그 테이블의 주위로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는데 그중에는 얀과 그의 어머니인 백작부인도 있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어머니.”
“오랜만이구나. 그동안 수고가 많았다. 네 옆에 계신 분은 전에 말했던 그 분이신 가보구나.”
“인사드리겠습니다. 동방 에브게니아 제국에서 온 세리스 드 시리우시아라고 합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만나서 반갑소. 일단은 거기에 앉으시게. 샤라인 너도 거기에 앉거라.”
그녀의 대조적인 모습에 세리스는 에우에서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곧 한숨을 내쉬며 그 기억들을 떠올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 기억들은 기억하면 할수록 그녀에게 해가 되는 것들뿐이었다.
“이 홀에 있는 이들은 모두가 알 것이오. 우리 가문은 오랜 세월동안 삼공작의 압력을 견뎌왔고 이제는 더 이상 그 압력에 대해 견딜 수 없을 것 같소. 그래서 나와 영주님은 고민을 하던 도중 그들의 요구사항에 굴복하기를 결정하였소.
예전부터 할 수만 있다면 영지를 통째로 에우의 서부 해안시역에 옮겨놓고 싶었다는 말을 주고받았었기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우리들이 동방으로 가기 위한 준비들이 거의 끝마쳐진 상황이오.
지금 우리들이 정해야 할 것은 우리들이 에우에 가서의 일이오. 모두들 의견을 내어주기 바라오.”
그녀의 말이 끝나자 홀에는 잠시간 정적이 돌았다. 샤라인은 팔짱을 끼고 앉아 있었고 세리스는 뭐라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기에 그저 눈만 말똥말똥 뜨고 있을 뿐이었다.
“전에도 공자님께 말씀드린 것이지만 세비노프 제독과 레이디 시리우시아의 조국인 에브게니아 제국에 몸을 의탁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에브게니아 제국은 동쪽으로는 오크들과, 남쪽으로는 아우토반 제국과 잦은 충돌을 하고 있다고 하니 우리들의 전력은 에브게니아에게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고 우리들의 기반을 잡는데 큰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또한 레이디 시리우시아의 본가는 에브게니아 제국의 비스케이 만 해안지역을 영지로 갖고 있는 공작 가문의 영양이시니 우리에게 도움을 주신다면 더욱 더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공작 가문의 영양이라는 말에 세리스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질 것이라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지만 의외로 사람들은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심지어는 샤라인마저도. 그녀는 자신이 엠펠 영지에 와서 공작 가문의 영양이라는 사실을 말한 적이 있는지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적은 없는 것 같았다.
심지어는 세비노프가 이들에게 자신의 구조를 부탁할 때에 말했을까 하고 생각을 했지만 역시 아니었다.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넓은 바다의 반대편에 위치한 곳에서 공작가문의 영양이니 꼭 구하라고 부탁을 해 봤자 강압적인 느낌만 들게 할 뿐 좋을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공녀님. 부탁드리겠습니다.”
한참동안이나 고민하던 그녀는 갑작스레 자신에게 부탁한다는 말에 정신을 차렸다. 다행히도 시선은 다른 사람들과 같은 곳에 있어서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은 들키지 않은 것 같았지만 무엇을 부탁한다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다.
“공녀께서 저희들의 일에 대해서 영향력을 행사해 주신다면 저희들도 공작 가문에 도움이 되어드리겠습니다.”
그녀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을 알아챈 샤라인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 세리스는 그의 말을 듣고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제 생명을 구해 주셨는데 부탁 정도는 들어 드려야겠죠.”
“감사합니다.”
이제는 자신에 대해서 다른 이들이 주목할 거리가 사라졌다는 것을 느끼며 그녀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하마터면 먼 대륙까지 와서 바보취급을 당할 수도 있던 위험한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좋소. 그럼 오늘의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도록 하지. 앞으로 15일 뒤면 지긋지긋한 이 나라를 떠날 수 있을 테니 다들 될 수 있으면 배에 머물도록 하시오. 그리고 그 작전을 시행하도록.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만 하오. 아시겠소?”
“알겠습니다, 백작부인.”
그녀의 말에 얀의 왼편에 앉아있던 검은 제복의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세리스는 그를 보며 궁금한 표정을 지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우루루 몰려나가는 사람들의 틈에 끼어 홀에서 나가야만 했다.
===============================
음모 챕터의 끝입니다= ㅂ=
에.. 오늘은 글을 못썻습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비축분이 떨어졌다는 뜻이지요.. 음훼훼= ㅂ=;
함vs장//저는 시도때도없이 이러는데.. 우짜죠? ㅠㅠ.... 미치겠어요 아주...ㅠㅠ;
후안블랑코//모의고사 성적 올리고 지른다니까= ㅂ=; 나 중간고서 망했어 완전 폭싹 - _-;;
나무리야//에.. 퀴리오스는 전투용이라기 보다는 보급, 지휘의 성격이 강해서 자체 무장은 별로 없습니다. 다만 퀴리오스와 같이 다니는 전함들의 전투능력이 다른 함들에 비해서 높아지는 오러[?]를 뿜는다고나 할까요? 아무래도 보급이 바로바로 이루어지니까요.
더블젤리//지금 저도 봤습니다..ㅠㅠ 근데 고칠 엄두가 안나요.. 우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