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여기에서만 먹어?”
세리스가 접시에 담겨져 있는 밀가루 옷을 입은 채로 갈색 빛의 소스를 입은 평평한 고깃덩어리를 포크로 자르며 말했다.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아주 생소한 음식이었지만 잘 익은데다가 튀겨지기까지 한 그 것은 요즈음 그녀가 즐겨먹는 음식들 중 하나였다.
“뭐… 여기에서만은 아니고. 전에는 성에서 먹기도 했었는데 요즘은 성에 갈 수가 없으니 여기에서만 숙식하고 있는 처지야.”
자그마한 고기조각들이 떠다니는 스프를 떠먹던 그가 돈가스를 조각내며 말했다. 성에 들어가지 못하는 처지라 약간은 신세한탄을 해볼 만도 하겠지만 그녀에겐 의외로 그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는 듯 했다.
“이것만 먹고 퀴리오스로 가자. 얘기할 것이 있어.”
“무슨 얘기?”
세리스가 작게 조각낸 돈가스를 포크로 찍어 다소곳이 입가로 넣다가 그의 말을 듣고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돈가스를 먹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무슨 일인데 그래? 안 말해주니까 답답하잖아.”
한참동안이나 스프를 떠먹는 그를 말똥말똥한 눈으로 바라보던 세리스가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듯 다시 말했다. 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곤 작게 웃으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식당에는 한동안 무거운 적막이 흘렀다. 식당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단지 포크와 숟가락을 움직이며 나는 것들 뿐. 그녀는 답답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리 부탁을 해도 퀴리오스에 가기 전 까지는 대답해주지 않을 기세였다.
“다 먹었어?”
그가 앞에 놓아두었던 그릇의 스프를 깨끗하게 비우고는 포크로 돈가스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하지만 그녀는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듯 아무런 대꾸도 없이 계속해서 포크를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일어나. 가자.”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아서인지, 멍하니 딴 생각을 하고 있던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인지 샤라인이 한숨을 푸욱 내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려 조심스럽게 그녀를 흔들며 말했다.
그가 하려고 하는 말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하던 그녀는 갑작스레 그가 어깨에 손을 올리자 몸을 움찔하며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할 말을 하고는 식당 밖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었다.
“어휴…….”
그녀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뒤를 따라 건물의 밖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다지 높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그토록 고민하던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게 되기 때문인지 1층으로 가는 길이 그녀에겐 무척이나 짧게 느껴졌다.
“자, 타. 이걸 타고 항구까지 갈 거야.”
어느새 마차까지 대기시켜 둔 것인지 평소에는 말을 타고도 잘만 다니던 샤라인이 마차의 문을 열고서는 그녀의 손을 붙잡고 그녀를 마차에 태워 주었다. 그의 손이 그녀의 손을 잡았을 때,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지만 그는 보지 못한 채 그녀의 뒤를 따라 마차에 올라탔다.
그들이 마차에 올라타자 마부는 두 마리 말의 고삐를 부여잡고 흔들었다. 그러자 눈을 가린 채 그대로 서 있던 두 마리의 말들은 마차를 끌고 앞으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후우…….”
마부가 한숨을 내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얼마 전부터 날씨가 우중충했다. 눈이 오기도 하고 비가 오기도 하면서 기온도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었고 바람도 새게 부는 것이 마치 바다에서는 폭풍이라도 온 것만 같았다.
동방 대륙에 건너가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하며 마차를 몰던 그의 오른쪽 볼가에 자그마한 물방울이 톡 하고 떨어졌다. 그가 무표정한 얼굴로 볼가를 매만지자 그는 방금 전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울렸다는 것을 기억해 내었다.
보통은 하늘에서 천둥이 치면 비가 오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오른쪽에 놓여진 우산을 피고는 바로 앞에 있는 우산꽂이에 걸었다. 그의 머리 바로 위쪽은 비를 막을 수 있을 정도로 길게 뻗어 있었지만 그의 몸 앞쪽은 마차가 움직이는 탓에 그대로 비를 맞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다 왔습니다, 공자님.”
한참을 달리던 마차는 바다냄새가 진하게 배어있는 항구의 앞에 도착해서야 멈췄다. 사실 이제는 샤라인의 아지트가 되어버린 항구관리소는 항구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3층 높이의 식당에서도 바다의 모습이 보일 정도로.
하지만 관리소에서 항구까지 가는 길에는 꽤나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혼잡한 길이었기에 마차는 빨리 달릴 수가 없어서 한참을 걸린 것이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샤라인은 오늘도 오래 걸렸다고 투덜대며 세리스와 함께 마차에서 내렸다.
“비가 오니 우산을 쓰고 가십시오.”
“아, 네. 고마워요.”
마부가 꽂아두었던 우산과 여분의 우산을 들고는 마차의 문을 열어 샤라인에게 우산을 건네주며 말했다. 사실 마부로서 당연한 행동을 하는 것이었지만 그의 옆에 서 있던 소녀는 방긋 웃으며 고맙다고 인사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마부는 그녀가 요즘 영지에서 갑작스럽게 유명세를 타고 있는 다음 대의 백작부인 후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항구관리소에서 근무하는 탓에 다른 사람들보다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샤라인을 바라보는 그였기에 그녀와 그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오늘의 그들은 왠지 모르게 다정해보였다.
“가자.”
샤라인이 마부에게서 건네받은 우산을 펴 세리스와 함께 쓰고는 부두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부두에는 이미 샤라인과 그녀가 타고 갈 자그마한 배가 서서 금방이라도 출발할 수 있도록 준비를 끝내고 있었다.
“파도가 심합니다. 기둥이나 난간을 꼭 잡아 주십시오.”
그들이 배에 올라타자 선장이 그들에게 다가와 말하며 선원들과 함께 닻을 들어올렸다. 배가 작아서인지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서인지 배는 조금씩 요동치고 있었다.
배가 퀴리오스를 향해 움직이는 동안 샤라인은 난간의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여유로운 모습으로 넘실대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동방에서 건너오는 상선대가 아니면 들어오는 배들이 거의 없던 항구였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배를 댈 곳이 부족해서 임시로 사용할 부두까지 짓고 있는 항구는 말 그대로 세일 때의 북적대는 시장보다도 더욱 더 복잡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저 곳이야.”
샤라인이 멀리 앞쪽에 서서 그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손으로 가리키며 그녀에게 말했다. 수십 수백 개의 깃발이 펄럭이고 갑판의 아래쪽에는 백문이 훨씬 넘을 듯한 포문은 보는 이에게 단지 그 것만으로도 엄청난 위압감을 느끼게 하고 있었다.
“멀리에서 본 것보다 훨씬 더 크다…….”
그녀가 퀴리오스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항구관리소에서 바라보았을 때에 퀴리오스의 근처를 지나가는 배들을 보며 그 크기가 월등히 거대하다는 것을 알기는 했지만 가까이에 와 보니 그 크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정도였다.
전함들 중 가장 크다는 전열함을 가로로 다섯 척 이상은 붙여 놓아야만 할 것 같은 길이와 중갤리온의 마스트 높이보다도 더 높은 퀴리오스의 갑판은 보기만 해도 질릴 정도였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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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 달성..
요즘 슬럼프입니다요 -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