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롤타 해협. 데일리잇의 지도에는 지랄한다(…) 해협이라고 낙서로 써 놨다 지운 흔적이 보인다
…그나저나 폼나게 문을 박차고 나온 것 까지는 좋은데, 이 황당한 사건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한 실마리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 지 문제다. 하지만 모든 모험가의 모험의 시작은 언제나 서고,서고,서고!
권당 500두캇의 저렴한(하지만 초보에게는 거금) 대여료로 서적 대여를 해주는 모험가의 고향, 모험가의 요람, 모험가의 산실!
“저, 선장?”
“……”
제길, 혼자 중얼거리니 선원들이 슬금슬금 물러난다. 나는 이 상황을 무마시키기 위해 최대한 태연한 척 쿨한 모습을 유지하며 지시를 내렸다.
“아, 일단 서고로 간다. 그러면~ 우선 세비야로 기항!”
“…그럴 거면 왜 출항한 겁니까? 리스본에도 서고는 있잖습니까?”
“그렇기야 하지만….”
으음, 그러고 보니 내가 왜 배까지 끌고 나가서 세비야까지 딸랑 서고에 책 뒤지러 가는지 선원들이 상당히 이상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저어기 리스본 서고의 학자인 모 씨는 내가 영국으로 망명한 이후 상당히 태도가 냉랭한걸. 어쩔 수 없잖나, 그나마 세비야라도 가야지 내가 좀 마음 편하게 조사를 하지.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세비야로 기항을 명령했다.
“자, 그럼 40권 분량인 2만 두캇 되겠습니다.”
“이봐, 찾는 건 하나도 없는데 꼭 그걸 받아야겠어?”
“어허, 서적은 비싼 물건입니다!”
거 교역품으로 쳐서 한 상자에 600두캇 하던데 그거 몇 상자 사서 뜯어서 채워 놓으면 되는 분량의 서고이면서 되게 비싸게 받는군. 하지만 어디까지나 고서적은 희귀성 때문에 그런 것이니 별 수 없이 나는 돈을 지불하고 서고에서 나왔다. 청량한 공기, 묵은 책의 케케묵은 냄새에 절은 내 몸을 상쾌하게 씻어주지만… 단서로 찾을 것이 없는데 상쾌는 무슨 상쾌, 짜증나기만 한다. 이리 저리 발걸음을 옮기면서 중얼중얼거리면서 무언가 단서라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을 해 보지만, 날 리가 있나.
“어쩐다…”
이럴 때는 알비군의 전매특허인 주눅 든 표정을 지어보자. 상심 효과 만점이라서 금방 좌절할 수 있다! 여러분도 함께 해보시라, 알비군의 주눅 든 표정! 사랑하는 그대를 생각하며 아쉬워 하거나, 음… 내가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지?
“하아, 미치겠군….”
잠시 왠 개소리를 지껄이면서 시간을 낭비한 게 다 부끄럽다. 이러는 순간에도 세계 멸망은 다가올 터, 하지만 자세한 정보가… 없다. 모험가의 행동은 정보가 기본이 되고 정보로서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감도 일종의 정보다! 하지만 감이라는 정보는 다른 기초적인 정보가 있어야지 발휘되는 법, 어디 지중해 전체를 단서 없이 감으로 뒤져봐라, 뭐가 나오나.
“내가 예언가도 아니고 뭣도 아닌데 어떻게 하냔 말이야…”
“선장, 무능해.”
“시끄러 이놈아.”
일항사 아테스를 비롯하여 조타수 일리어드, 갑판장 바벨은 내 곁에 쭈그려 앉아 한숨을 쉬고 있었다. 나 역시 그들과 다를 바 없었다.
하늘은 참 맑고 푸르다. 이 평화로운 하늘 아래에 멸망이라는 무시무시한 단어는 그다지 어울리지는 않다만… 어찌된 일인지 소문이 그렇다. 세계 멸망! 이게 무슨 캐러밸로 갤리온 턴다는 망발인가?! 하지만 폭풍 맞고 조난당한 갤리온이라면 캐러밸로도 충분히 털어갈 수 있는 법이니 꼭 100% 허구맹랑한 소리는 아닌 것이다. 캐러밸로 갤리온 잡기라는 것이 꼭 불가능한 것이 아니듯이 조건과 상황에 따라 세계 멸망도 진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악, 하지만 증거를 내놔란 말이다. 난 증거가 있어야지 믿는 현실주의적 모험가란 말이다.
“…선장, 중얼거리는 것 보니까 무슨 점쟁이 같아.”
“아, 그래. 점쟁이… 으히힛! 선장 혹시 요술 같은 거 부려?”
“…….”
하아, 생각을 좀 하고 있자니 저 무식한 놈들은 그저 주술사니 뭐니 그런 미신과 연관 지어버린다. 제길, 이놈의 바다사나이들은 더럽게 터프한데 주술이나 그런 미신 같은 것에 취약하다. 하긴, 그들의 생활 터전은 그야말로 그들의 목숨을 언제나 위협하는 것이니 주술적인 무언가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 그러고 보니, 다른 선장에게서 들은 바가 있는데, 베네치아에 사는 노스트라다무스라는 사람이 예언을 한다는 소문이 퍼졌다고 한다. 향간에는 예언록을 썼다는 소문도 들리고. 음? 잠깐, 예언?
무언가 이 난관을 해결할 수 있는 희망이 보이려고 한다. 나는 금방까지 알비군의 전유물이었던 우울한 표정을 싹 걷어버리고 노틸러스 길드 마스터만의 상큼하고 발랄한 표정… 이 있을 리 없다. 그냥 원래 내 얼굴 표정으로 돌아왔다.
“이봐, 아테스. 출항 준비 해라.”
“도착지는 어디로?”
“그런 거 언제 정해뒀냐? 물자 꽉꽉 채워! 나중에 다 알려줄 테니 말이야. 아, 조타수랑 갑판장. 지중해 항해니까 그렇게 묘한 표정 짓지 마. 누가 카리브해나 홍해라도 가는 줄 알아? 나는 뭐 좀 찾을 게 있으니까 나중에 배로 돌아가겠다.”
“알겠습니다, 선장.”
나는 선원들에게 명령을 내린 뒤 다시 서고로 갔다. 이번에는 뭐냐고? 노스트라다무스라는 사람에 관해 한번 알아봐야 할 것 아닌가? 단서를 얻었으면 그걸 이용해야지!
어떻게 도착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순탄한 항해로 무사히 베네치아에 도착한 나는 일단 노스트라다무스의 저택으로 찾아갔다. 다행스럽게도 그 동안의 활동 덕분에 불청객 취급은 받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은 더 나쁘게 흘러가는 것 같은데.
“유감스럽게도, 저는 예언과도 같은 능력은 없습니다.”
“예? 그럴 수가… 그 소문만 믿고 여기까지 왔는데…”
“향간의 소문에는 제가 예언가라고 알려져 있지만, 저는 예언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입니다. 그저 저는 의사일 뿐이지요.”
“그렇다면… 당신이 쓰셨다던 예언서는….”
“그건 제가 쓴 것이 아닙니다.”
휴, 그나마 예언서가 있기는 있나 보군. 이 정도면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비록 그가 예언가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예언과 관련된, 이 사건과 관련된 단서를 얻는 것 만으로 충분하다.
“그렇다면 그 책은…”
“우연히 얻게 된 책입니다. 목숨이 다한 한 늙은이가 건네준 책이지요. 그는 꼭 이 책을 세상에 내놓기를 바랬습니다. 그의 전 재산과 함께 이 책을 남기면서 저에게 남긴 부탁이었기에 마지못해 들어주었을 뿐입니다. 예지자가 있다면, 필시 그 사람이겠지요.”
제길, 사망한 무명 예언가라니… 생각보다 상황이 나쁘게 흘러간다. 원래 무명이라면 오랜 세월이 지난 후라면 그의 흔적은 찾아보기가 정말 힘들다. 재수가 없으면 이 베네치아 시내를 뒤지거나 하는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언제 죽은 것입니까? 그의 무덤은? 그의 유품이나 그런 것은 혹시 남아 있습니까?”
“그가 죽은 지 벌써 10여 년이 다 되어 가는군요. 그리고, 그의 무덤은 교외의 한 묘지에 있습니다. 유품이라면… 지금 그의 무덤에 함께 묻혀있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몇 가지는 그의 요청에 따라 제가 보관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그의 행적을 찾아보려는 자가 오게 되리라는 말을 남기곤 그에게 보여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무덤에도 단서가 있을 테니 꼭 한 번 와달라는 말도 남겼지요.”
“제가… 온다는 것을 알고 있으셨습니까?”
“글쎄요, 그 때 말했던 그 사람이 당신일 수도 있겠군요. 데일리잇 씨.”
“…….”
예언가가 나를 기다렸다라… 그렇다는 말은 예언가가 무언가 증거를 남겼다는 소리, 그리고 이 상황을 대비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다. 내가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노스트라다무스는 작은 상자를 꺼내 와 나에게 내밀었다.
“하인이 무덤의 위치를 안내해드릴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전부가 그의 유품입니다.”
“아,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 부디 이 세상을 구해주십시오.”
“….”
모험가에서 세계를 구원하는 자로 격이 높아진 것인가? 어찌 되었건 간에 지금은 단서를 곰곰히 조사하는 것이 급선무다.
베네치아의 한 교외에 도착한 나는 그 예언가의 무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고, 예언가의 비석에는 무언가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주위의 모든 비석에는 이탈리아 어가 새겨져 있었지만 그의 비석에 새겨진 것은 영어였다.
‘존 마르코’
?~?
넌 이미 죽어 있다(You are already dead)
11월 30일, 선택된 자만이 세상에 남으리라
화 내는 선장들은 바다를 떠나고 바다는 비어버리리
재고품(stock) 선택권(option)이 배후에 숨은 의도
반창고(patch)는 바다를 건너며 2 개월이 늦으나 일부는 늦고 일부는 이미 끝났다.
천지(world)에서(of) 일어난 불화(war)속에서 탄생한 공예(craft)와 비교를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
살다 살다 이렇게 허무맹랑한 헛소리로 가득 찬 비석은 처음 본다. 어찌 보면 예언과 비슷한 느낌이 들지만 진지하게 고민하면 영락없는 헛소리다. 아니, 잠깐만. 머리를 조금만 굴리면 이건 거대한 음모를 예언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라고 적혀있는 것은 이 일이 언제 벌어질 지 모를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꼭 일어날 일이라는 것을 예견하는 것.
‘넌 이미 죽어 있다(You are already dead)’ 라는 것은 인간은 언젠가는 죽고, 그렇기에 이 일도 언젠가는 일어난다는 뜻이다. 아니, 이미 멸망의 징후는 일어나고 있다는 뜻일지도…
‘11월 30일, 선택된 자만이 세상에 남으리라’ 는 아마도 몇 년도에 시작되었던 간에 이 모든 것이 11월 30일이 지나면 끝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년에 끝나는지 모르는 일이니 멸망의 징후가 보이기 시작하면, 11월 30일에 희망을 걸어라는 소리인 것 같다.
‘화 내는 선장들은 바다를 떠나고 바다는 비어버리리’, 이것은 선장들이 용납할 수 없는 국가적인 음모의 개입이라는 뜻일 것이다. 선장들은 제각각 자존심이 세다. 스스로 험한 바다를 개척하는 자이기에, 언제나 그들의 목숨을 담보로 걸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을 떠나게 할 수 있는 정도의 영향력으로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국가, 그렇기에 이 멸망은 국가적 개입이 들어간다는 소리다.
‘재고품(stock) 선택권(option)이 배후에 숨은 의도’, 이것은 각 교역소에 비치된 물품에 관한 것으로, 곧 교역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이 모든 것은 어느 국가의 교역 독점을 위한 음모라는 뜻이다!
‘천 조각(patch)은 바다를 건너며 2 개월이 늦으나 일부는 늦고 일부는 이미 끝났다.’, 이것은 아마 전황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상처를 치료하는 천 조각이니 해전, 결국 해전에서 결정적으로 2개월의 시간 차이로 인한 전함의 대열 차이로 인해 각개격파를 당해 끝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곧, 전황 예고인 것이다.
‘천지(world)에서(of) 일어난 불화(war)속에서 탄생한 공예(craft)와 비교를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이것은… 아마도 현재의 문명이 아무리 찬란하다고 할지라도 몰락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지금 모험가들이 발굴하는 문명, 그것들도 한때는 찬란한 문명의 중심이었겠지만 지금은 흔적일 뿐이다. 그러니, 결국 이 문명이 몰락하는 길은 정해진 순리라는 것이다.
모든 것은 해석되었다. 국가간의 탐욕으로 인해 발생되는 거대한 해전, 그리고 그 곳에서 모두 공멸하게 된다. 그리고…
“에라, 먹고 마시자!”
그래, 그런 것이다. 어느 새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와 이 피할 수 없는 멸망을 즐기기 위해 술을 싸 들고 고기를 싸 들고 몰려온다. 부어, 마셔, 으음? 야, 거기 벗지마!! 남의 갑판 위에서 벗지 말고 선실 안에서 벗어!! 거기, 여자는 계속 벗어도 괜찮은… 악, 누가 날 때렸어!
“….터, 이봐요 마스터,”
“…으음?”
“테이블은 공동자산인데 왜 혼자서 독차지하고 자고 있어요?”
눈을 떠 흐릿하게 보이는 주위를 둘러보니 사방이 낯익은 풍경이다. 으음, 그러니까 우리 길드 사무소랑 많이 닮았군.
“일어나요, 낮에 자고 밤에 멀쩡히 깨어 있어서 남들 괴롭히려고 하지 말고.”
“으음, 굿 모닝.”
“지금 굿 모닝 할 시간 아니에요.”
해는 중천에 떠 있는 시간, 그리고 내 눈 앞에 있는 사람은 Hia씨다. 으음, 그러고 보니까 지금은 어디고 여기는 언제고 나는 무엇이더라?
“지금은 한낮이고 여기는 노틸러스 길드 사무소 안이고 나는 이 길드 마스터를 떠맡고 있는 데일리잇 이라고 합니다.”
“갑자기 그게 왠 말이에요?”
“그냥 자기소개지요.”
금방까지 전개되던 상황이 모두 꿈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순간 어느 새 안도감보다는 웃기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으음, 그 비석에 쓰인 말 해석하는 솜씨 한번 그럴 듯 해 보였다. 꿈이라지만 이건 너무 심하잖아?
“하긴… 세상이 멸망할 리가 없지.”
“멸망? 그게 무슨 소리에요?”
“그냥 꿈입니다아.”
나는 그렇게 대답한 뒤 다시 테이블에 늘어졌다. 아아, 그래. 세상이 망할 리가 없지. 단순히 그건 꿈이라고. 이걸 보라, 세상은 아직 잘만 굴러가지 않는가? 그리고 어쩐지 너무 띄엄띄엄 진행이 된다 싶었더니... 거기다가 너무 직행으로 쫙 풀렸어!
“이봐, 큰일났어!”
스카스메로가 황급히 들어오면서 하는 말을 들은 나는 무의식적으로 외치고 벌떡 일어났다.
“제길, 이것도 꿈이냐!!”
--------------------------------------------------------------------------------------
텅 비어버린 대항온의 화면을 보며 참으로 울적한 마음으로 쓰다 보니 글이 영 개판이로군요. 어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