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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북해 - 프롤로그

호드의운명
댓글: 3 개
조회: 398
추천: 2
2005-12-09 02:57:22
prologue. 결전 전야

붉은 석양이 도버 항구 구석구석을 비추고 있었지만 평소처럼 돛에 붉은 빛을 가득 담글 배는 보이지 않았다. 상선이나 군함은 물론이고 그 흔한 어선 하나 보이지 않은 항구에는 사람만 가득했다. 수없이 몰린 사람들의 옆에는 포탄과 자재, 식량을 넣은 통들이 가득했고, 그들은 굳은 얼굴로 무엇인가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석양이 질 무렵에야 수평선 저 멀리서 무엇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적막하던 도버 항구에는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석양은 자기를 향한 환호성이라고 생각한 듯 마지막 붉은 빛을 쏟아냈고, 그 빛을 잔뜩 머금은 함선들은 도도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킬링류의 악몽이다!”
“바다의 붉은 꽃!”

배가 가까워질수록 환호성은 구호에 가까워져갔다. 거대한 갤리온과 그에 뒤떨어지지 않는 거대한 카락, 그리고 그 뒤를 이어 거대한 카락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얼추 보이는 돛만 30개를 훌쩍 넘겼다. 10척이 넘는 함대였다.
함대는 순풍을 받아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마침내 그 거대한 선체를 눈으로 실감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배 옆에 각인된 글자가 다가왔다. ‘흐링그호른’ ‘포세이돈’. 잠시 수그러들던 환호성은 다시 커졌다.
“배신자 킬링류를 처단하라!”
“네덜란드는 네덜란드인의 것이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환호는 두 개의 언어로 나뉘어 있다는 점이었다. 하나는 영어로, 다른 하나는 네덜란드어로. 그걸 깨닫고 자세히 관찰하면 한데 뭉쳐 있는 사람들도 사실 두 집단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구호는 서로 경쟁하듯이 높아졌다.

상단 ‘발할라’ 기함 갤리온 흐링그호른 갑판
흐링그호른이라는 이름을 가진 갤리온의 갑판은 엉망이었다. 갑판 곳곳에 탄흔이 검게 얼룩져 있었고 돛대 밑에는 찢어진 돛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선원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그 중엔 팔이나 다리에 붕대를 감은 자들도 있었지만 그들도 웃기는 마찬가지였다. 성급하게 벌써 술통을 건드리는 사람도 있었다.
‘콰앙!’
항구에서 거대한 포성이 들렸다. 탄환이 없는 공포탄이었다. 잠시 움찔했던 선원들은 거기에 응답하듯 환호성을 질러댔다. 선원들 중 하나가 함장을 바라보았고, 함장은 살짝 웃으며 손을 들었다. 얼마 안 있어 배에서도 축포가 발사됐다. 이어 함대 전체에 축포소리가 울려퍼졌다.
선원 중 하나가 함장에게 말했다.
“함장님. 곧 도버에 접안합니다.”
“그래. 부탁한다.”
“옙.”

어차피 형식적인 보고였다. 도버는 질리도록 간 곳이었고 대형함선이 들어가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완전히 개선식 분위긴데?”
함장이 뒤를 쳐다보았다. 두 남녀가 함장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함장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일단은 승리하고 온 거니까.”
말을 건 사람은 함장보다 머리 두 개는 더 큰 건장한 사내였고, 옆에 있는 여자는 꼬마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작은 여자였다. 남들이 다 웃고 있는 가운데서 그녀만은 굳은 표정으로 하늘을 볼 뿐이었다. 그걸 본 함장의 표정 역시 굳어졌다.
“그리고 우리가 맡은 역할이 어떤 건지도 말해주고.”
그 말을 들은 남자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암스테르담 앞바다는 아직도 붉었다. 잉글랜드 해군과 바다 여단이 합류하기 전에 저지하려던 스페인군은 포위되어 전멸했다. 암스테르담에서 출진한 바다 여단 별동대는 큰 피해를 입긴 했지만 마침내 암스테르담 봉쇄를 풀었고, 뒤늦게 도착한 바다 여단 주력은 덕분에 별 피해 없이 스페인 함선을 모두 격침시켰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스페인으로 도망간 지옥의 사자 알바 공은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스페인 함대를 한 곳에 모으기 시작했다. 식민지들이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어서 더디긴 했지만, 이미 잉글랜드와 바다 여단이 보유한 함선의 두 배가 넘는 함대가 모여 있었다.
잉글랜드는 이미 총동원령을 내려서 상선까지 모두 긁어모아 전쟁에 대비했고, 바다 여단도 노르웨이에 숨어있던 함선을 모두 끌어냈다. 배에 쓰기 위한 자재는 그들을 위해 돌려졌고, 피해를 거의 입지 않은 함선들의 수리는 런던과 도버에 일임되었다.
런던에는 이제 잉글랜드가 모을 수 있는 모든 배와 바다 여단의 함대가 집결했고, 이 곳 도버에는 지난 몇 년간 북해에서 가장 이름을 알린 두 개의 상단의 함대가 들어오고 있었다.

잉글랜드의 상단 ‘발할라’. 그리고 네덜란드의 상단 ‘올림포스’. 이 두 상단의 규모는 일개 함대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고 이들이 단독으로 도버항에 기항하는 것은 자국의 신뢰를 말해주었다. 지난 몇 년간의 역사는 이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아니, 정확히 이 세 명의 남녀가 맡고 있었다. 남자 둘은 발할라의 주인이었고 여자는 올림포스의 주인이었다. 스페인의 압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의 산증인들이었다.
아무 말이 없던 여자의 입이 열렸다.
“이제 그들도 알게 되겠지. 네덜란드인의 피를. 그들의 용기를.”
대답은 없었다. 아니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대신 그들은 올림포스 함대 후미에 있는 작은 갤리선을 바라보았다. 순풍이라서 그런지 노도 젓고 있지 않는 갤리.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그 말의 의미를 너무도 잘 알 수 있었다.
푸른 바다에는 얕은 파도가 넘실거렸다. 이제 검푸른 빛을 띄고 있는 바다, 하지만 이 곳도 얼마 안 있어 피로 물들 것이다.

“그래도 조금만 더 있으면.”
서 있던 남자가 말을 조금씩 뱉어내기 시작했다.
“끝나게 되겠지. 그 길던 여정이. 잘 되든 못 되든...”
그의 눈은 옛날을 찾아 가고 있었다. 길지 않은 옛날이 마치 어제라도 되는 것처럼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선원들도 함성을 멈추고 도버에 기항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짙푸른 어둠이 그들을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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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올림포스는 다들 아실테고 발할라는 북유럽 신화에서 신들의 궁전입니다. 제가 신화를 원체 좋아해서;;;

2. 대강 영국+네덜란드 시나리오입니다. 제목 정할려고 꽤나 고심했는데 결국 짧게 북해라고 할려구요. 네덜란드 이벤트가 빨리 공개되야 될 텐데 걱정이네요 ㅡ_ㅡ

3. 그럼 즐감하시길 바랍니다.

Lv21 호드의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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