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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엄마와 아들의 금지된 사람 [8편]

월가리
조회: 170
추천: 1
2026-10-18 19:33:47
준성이 집을 나간 지 정확히 한 달이 되었다.

현정은 달력을 보다가 그 사실을 깨달았다.

벌써 한 달.

처음 며칠 동안은 오히려 안도했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긴장하지 않아도 됐고, 밤마다 방문을 잠그고 손잡이를 몇 번씩 확인하지 않아도 됐다.

집 안에는 현정 혼자뿐이었다.

안전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안전함 속에 다른 감정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걱정이었다.

준성에게서는 한 번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문자도 없었다.

전화도 없었다.

현정이 분명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

“내가 먼저 연락할 때까지 연락하지 마.”

“집에도 들어오지 마.”

준성은 그 말을 그대로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정말 아무 연락도 없자 현정의 마음은 이상해졌다.

처음에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내가 그렇게 하라고 했잖아.’

‘잘하고 있는 거야.’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고,

보름이 지나고,

한 달이 되어가자 다른 생각들이 고개를 들었다.

밥은 제대로 먹고 있을까.

어디에서 지내고 있을까.

돈은 충분할까.

아픈 데는 없을까.

밤에는 어디에서 자고 있을까.

회사나 일상은 제대로 이어가고 있을까.

그리고 가장 무서운 생각.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현정은 그 생각이 들 때마다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준성의 이름을 찾았다.

통화 버튼 바로 위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하지만 결국 누르지 못했다.

전화를 걸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잘 지내니?’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물을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엄마가 보고 싶다.’

그런 말을 하는 것도 두려웠다.

자신이 다시 가까워져도 된다는 뜻으로 준성이 받아들일까 봐.

현정은 결국 휴대폰을 다시 내려놓았다.

그날 저녁이었다.

현정은 혼자 저녁을 먹으려고 냉장고를 열었다.

냉장고 한쪽에 준성이 좋아하던 반찬이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장을 볼 때 집어왔던 것이었다.

현정은 한동안 그것을 바라봤다.

그리고 혼잣말했다.

“얘도 없는데 왜 샀지…”

순간 목이 메었다.

냉장고 문을 닫지 못하고 그대로 서 있었다.

그러다 문득 아주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준성이 일곱 살쯤 되었을 때였다.

밥을 먹지 않겠다고 떼를 쓰던 준성에게 현정이 숟가락을 들고 집 안을 쫓아다녔다.

“한 입만.”

“싫어!”

“그러면 엄마 속상해.”

그러면 어린 준성은 결국 입을 벌렸다.

현정이 밥을 넣어주면 볼이 빵빵해진 채 씹다가 웃었다.

그 얼굴이 너무 선명하게 떠올랐다.

현정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준성아…”

냉장고 문을 닫았다.

이번에는 준성이 초등학생이던 때가 떠올랐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우산을 가져가지 않은 준성을 데리러 학교 앞으로 갔다.

친구들이 다 가고 혼자 처마 밑에 서 있던 준성은 현정을 발견하자 활짝 웃으며 뛰어왔다.

“엄마!”

그 작은 아이가 빗속에서 자신에게 달려왔다.

현정은 우산을 준성 쪽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천천히 와. 넘어져.”

준성은 현정의 손을 잡았다.

“엄마는 내가 우산 안 가져간 거 어떻게 알았어?”

현정은 웃으며 말했다.

“엄마니까 알지.”

그 기억이 떠오르는 순간 현정은 더 이상 서 있을 수 없었다.

천천히 주방 바닥에 주저앉았다.

“엄마니까…”

입술이 떨렸다.

눈물이 떨어졌다.

처음에는 조용했다.

하지만 기억은 멈추지 않았다.

준성이 중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현정보다 키가 커졌을 때.

현정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엄마 이제 나보다 작네.”

현정이 웃으며 준성의 등을 때렸다.

“그래도 엄마한테 까불면 혼난다.”

준성이 군대에 가던 날.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현정.

준성이 들어간 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혼자 얼마나 울었던지.

첫 휴가 때 현관문을 열자 준성이 웃으며 말했다.

“엄마, 나 왔어.”

현정은 그 말 한마디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그리고 어느 날 밤.

성인이 된 준성이 늦게 들어왔는데도 현정은 잠들지 않고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왜 안 자고 있었어?”

준성이 물었다.

현정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잠이 안 와서.”

준성은 웃었다.

“나 기다린 거잖아.”

“아니거든.”

그 평범했던 순간들이 쉴 새 없이 떠올랐다.

현정은 결국 얼굴을 감쌌다.

“흐윽…”

울음이 터졌다.

“준성아…”

한 번 이름을 부르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준성아…”

현정은 주방 바닥에 앉은 채 크게 울기 시작했다.

“흐어엉…”

한 달 동안 눌러두었던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두려움도 있었다.

분노도 있었다.

배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그날 현정을 가장 크게 무너뜨린 것은 그 모든 감정 아래 여전히 남아 있던 사랑이었다.

아무리 무서운 일을 겪어도,

준성이 자신의 아들이었다는 사실만큼은 사라지지 않았다.

“왜…”

현정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며 울었다.

“왜 그렇게 했어…”

바닥을 손으로 짚었다.

“엄마가 너 얼마나 사랑했는데…”

곧 스스로 말을 고쳤다.

“아니…”

눈물이 쏟아졌다.

“지금도 사랑하는데…”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낸 순간 현정은 완전히 무너졌다.

“그래서 더 미워…”

현정은 울부짖었다.

“그래서 더 아프잖아…”

아들이 아니었다면 차라리 쉬웠을지도 몰랐다.

미워하고 끝낼 수 있었을 것이다.

다시는 보지 않으면 됐을 것이다.

그런데 준성은 자신의 기억 속 모든 시절에 있었다.

현정의 젊은 시절에도.

힘들었던 시절에도.

행복했던 순간에도.

준성이 있었다.

“내 새끼였는데…”

현정은 가슴을 움켜쥐었다.

“내가 키웠는데…”

준성이 아주 어릴 때 잠든 모습을 바라보며 했던 생각도 떠올랐다.

‘엄마가 평생 지켜줄게.’

그때는 이 아이 때문에 자신이 두려워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현정은 숨을 헐떡였다.

“우리 준성이…”

그 표현이 나오자 다시 통곡이 터졌다.

“우리 준성이 어디 갔어…”

현정은 아이를 잃은 사람처럼 울었다.

실제로 준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어딘가에서 살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정에게는 자신이 알던 아들을 잃어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사진 속에서 자신에게 안기던 아이와,

자신에게 상처를 준 성인이,

아무리 생각해도 한 사람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네가 어떻게…”

현정은 울면서 중얼거렸다.

“네가 어떻게 엄마한테…”

그러다가 또다시 걱정이 밀려왔다.

한 달 동안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아들.

혹시 혼자서 무너지고 있는 건 아닐까.

혹시 밥도 제대로 먹지 않는 건 아닐까.

현정은 울면서 휴대폰을 찾았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화면이 눈물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준성의 연락처를 열었다.

사진이 있었다.

몇 년 전 둘이 여행을 갔을 때 찍은 사진이었다.

준성은 현정 어깨에 팔을 올리고 웃고 있었다.

현정도 웃고 있었다.

현정은 화면을 보는 순간 목이 찢어질 듯 울었다.

“아아….”

휴대폰을 가슴에 끌어안았다.

“준성아…”

“엄마가 어떻게 해야 돼…”

현정은 처음으로 그렇게 말했다.

답을 모르는 엄마의 목소리였다.

“보고 싶은데…”

눈물이 계속 흘렀다.

“무섭고…”

숨을 들이마셨다.

“걱정되는데…”

또다시 울음.

“너를 보면 그날 생각날 것 같고…”

현정은 휴대폰을 가슴에 누른 채 몸을 웅크렸다.

“그래도 네가 어디 있는지는 알고 싶고…”

감정들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현정을 잡아당겼다.

준성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가까이 오는 것은 무서웠다.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를 들으면 그날이 떠오를 것 같았다.

아들을 안아주고 싶다는 옛 습관과,

다시는 자신의 몸 가까이 오게 하고 싶지 않은 공포가 동시에 있었다.

현정은 그 모순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울었다.

계속 울었다.

해가 완전히 지고 거실이 어두워졌는데도 불을 켜지 않았다.

주방 바닥에서 시작된 울음은 결국 거실까지 이어졌다.

현정은 소파에 기대앉아 준성의 어린 시절 사진들을 하나씩 봤다.

첫돌 사진.

유치원 운동회.

초등학교 입학식.

졸업식.

군 입대 전날.

성인이 된 뒤 함께 먹었던 생일 저녁.

사진을 넘길 때마다 현정의 울음은 다시 커졌다.

그러다 아주 어린 준성이 현정의 목을 끌어안고 뺨에 입을 맞추고 있는 사진에서 손이 멈췄다.

현정은 화면을 손끝으로 쓰다듬었다.

“이때는…”

울음 때문에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이때는 엄마밖에 몰랐으면서…”

눈물이 화면 위로 떨어졌다.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 했잖아…”

현정의 얼굴이 무너졌다.

“준성아…”

이번에는 거의 비명처럼 이름을 불렀다.

“엄마가 너 너무 보고 싶어…”

곧이어 고개를 저었다.

“근데 무서워…”

그 두 문장이 현정의 마음 전부였다.

보고 싶다.

무섭다.

사랑한다.

용서할 수 없다.

걱정된다.

가까이하고 싶지 않다.

서로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감정들이 모두 진심이었다.

현정은 결국 소파 아래로 주저앉아 무릎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어린아이처럼 크게 울었다.

“엄마 어떻게 해야 돼…”

집 안에는 현정의 울음소리만 울렸다.

한참 뒤.

눈물로 얼굴이 엉망이 된 현정은 다시 휴대폰을 들었다.

준성의 번호가 화면에 떠 있었다.

통화 버튼에 손가락을 올렸다.

오랫동안 그대로 있었다.

누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연락처 화면을 닫지도 않았다.

현정은 준성의 이름을 바라보며 흐느꼈다.

한 달 동안 처음으로,

‘연락하지 말라’고 했던 자신의 말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서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없던 일로 만들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단지—

자신의 아들이 아직 살아 있고,

어디선가 밥을 먹고,

잠을 자고,

하루를 견디고 있다는 것만이라도 확인하고 싶었다.

그 마음까지 부정할 수는 없었다.

현정은 화면을 바라보며 한참을 울었다.

“준성아…”

그리고 아주 작게 속삭였다.

“어디 있니…”

대답은 없었다.

조용한 집 안에서 그 말만 허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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