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성에게서 연락이 끊긴 지 한 달이 훌쩍 넘었다.
현정은 이제 매일같이 휴대폰을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준성의 이름이 있는 대화창을 열었다.
새로운 메시지는 없었다.
점심 무렵에도 한 번.
퇴근해서 집에 들어온 뒤에도 한 번.
잠들기 전에도 다시 한 번.
아무것도 없었다.
처음에는 화가 났다.
읽고도 답하지 않는 준성이 야속했다.
그다음에는 서운했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나자 결국 남은 건 걱정뿐이었다.
살아는 있는지.
밥은 먹는지.
어디에서 지내는지.
혹시 아픈 건 아닌지.
현정은 수십 번이나 먼저 전화를 걸까 고민했다.
하지만 결국 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저녁이었다.
현정은 혼자 거실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텔레비전에서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현정은 내용을 제대로 보고 있지 않았다.
숟가락으로 밥을 떠먹으면서 멍하니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앵커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 오후 경찰은 최근 발생한 살인 사건의 피의자를 긴급 체포했다고 밝혔습니다.”
현정은 아무 생각 없이 국을 한 숟가락 떴다.
화면이 바뀌었다.
경찰서 앞.
여러 기자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경찰에게 둘러싸인 한 남자가 고개를 숙인 채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현정의 숟가락이 멈췄다.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익숙했다.
걸음걸이가.
어깨 모양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까지.
현정은 천천히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설마…”
화면 아래 자막이 나타났다.
‘살인 혐의 피의자 김모 씨 체포’
현정은 몸을 앞으로 숙였다.
손에 들고 있던 숟가락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쨍.
하지만 현정은 그것조차 듣지 못했다.
화면 속 남자가 잠깐 고개를 들었다.
얼굴이 보였다.
현정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
입이 벌어졌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현정은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아니라고 생각했다.
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에는 비슷하게 생긴 사람도 많다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런데 화면에 얼굴이 다시 잡혔다.
현정은 그대로 굳었다.
“준성아…?”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앵커의 설명이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현정은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귀에서는 웅웅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화면 속 남자.
분명히 준성이었다.
한 달 넘게 연락이 없던 자신의 아들.
어디에서 지내는지조차 몰랐던 아들이 뉴스 속에서 경찰에게 붙잡혀 있었다.
현정은 리모컨을 찾으려고 손을 움직였다.
손이 떨렸다.
리모컨을 몇 번이나 놓쳤다.
볼륨을 높였다.
“…피의자는 사건 직후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은 오늘 오후…”
현정은 머리를 세차게 저었다.
“아니야.”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자신도 몰랐다.
“아니야…”
다시 말했다.
화면 속 준성의 얼굴을 바라봤다.
“우리 준성이 아니야.”
현정의 목소리가 떨렸다.
“저거 준성이 아니야.”
하지만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준성이 맞았다.
얼굴을 몰라볼 리가 없었다.
현정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런데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대로 식탁 의자에 다시 주저앉았다.
“살인…”
그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는 것조차 현실감이 없었다.
“준성이가…?”
현정은 입을 손으로 막았다.
숨이 갑자기 가빠졌다.
가슴이 너무 세게 뛰었다.
“아니야.”
눈물이 맺혔다.
“그럴 애 아니야.”
그러나 곧 머릿속에서 다른 기억이 떠올랐다.
자신을 무시했던 준성.
자신이 울면서 그만하라고 해도 멈추지 않았던 준성.
자신이 알던 아들과 너무 다른 얼굴을 보여줬던 그날 밤.
현정은 그 기억을 떠올리자 몸을 움츠렸다.
“아니야…”
이번에는 목소리가 더 작았다.
현정 자신도 무엇을 부정하고 있는지 몰랐다.
준성이 살인을 했다는 사실인지.
아니면 자신이 알고 있던 준성이 이미 오래전에 달라졌다는 사실인지.
현정은 휴대폰을 급하게 집었다.
준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가지 않았다.
전원이 꺼져 있다는 안내만 들렸다.
현정은 다시 걸었다.
또다시 같은 안내.
세 번째.
네 번째.
계속 전화를 걸었다.
“받아…”
눈물이 흘렀다.
“준성아, 제발 받아.”
당연히 받을 수 없었다.
현정은 알고 있었다.
뉴스에서는 준성이 이미 경찰에게 체포됐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계속 전화했다.
전화를 걸면 갑자기 준성이 평소 목소리로 받을 것 같았다.
“엄마, 왜?”
그러면 자신이 화를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너 어디야?”
“뉴스에 나온 사람 너 아니지?”
그렇게 묻고 싶었다.
그리고 준성이 웃으면서 아니라고 말해주기를 바랐다.
현정은 끝내 휴대폰을 떨어뜨렸다.
바닥에 주저앉았다.
“준성아…”
그 이름을 부르는 순간 울음이 터졌다.
“흐으…”
현정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아니야…”
어깨가 크게 흔들렸다.
“우리 준성이 그럴 리 없어…”
현정은 울면서 고개를 저었다.
뉴스에서는 사건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었다.
현정은 결국 리모컨을 집어 텔레비전을 껐다.
검은 화면만 남았다.
하지만 이미 본 장면은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수갑을 찬 준성.
경찰들에게 둘러싸여 고개를 숙이고 걷는 준성.
그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현정은 더 크게 울었다.
“내가…”
현정은 숨을 몰아쉬었다.
“내가 연락했어야 했나…”
갑자기 죄책감이 밀려왔다.
“그때 찾아갔어야 했나…”
현정은 가슴을 움켜쥐었다.
머리로는 자신이 책임질 일이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엄마의 마음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조금만 일찍 연락했으면.’
‘내가 어디 있는지 찾았으면.’
‘내가 데려왔으면.’
수많은 가정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현정은 바닥에 엎드리듯 몸을 숙였다.
“준성아…”
목소리가 갈라졌다.
“너 대체 어디까지 간 거야…”
그러다 어린 준성의 얼굴이 떠올랐다.
현정 손을 잡고 길을 건너던 아이.
놀이터에서 넘어져 무릎이 까지자 울면서 달려오던 아이.
“엄마.”
그 작은 목소리.
현정은 결국 완전히 무너졌다.
“아아아…”
통곡이 집 안을 가득 채웠다.
“내 아들이…”
현정은 바닥을 짚은 손에 힘을 줬다.
“내 아들이 왜…”
말을 끝내지 못했다.
울음 때문에 숨이 막혔다.
사진장이 떠올랐다.
현정은 비틀거리며 서랍으로 갔다.
오래된 앨범을 꺼냈다.
손이 너무 떨려 앨범이 바닥에 떨어졌다.
몇 장의 사진이 흩어졌다.
그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어린 준성이 현정 품에 안겨 웃고 있었다.
현정은 그 사진을 집어 들었다.
“이게 너잖아…”
눈물이 사진 위로 떨어졌다.
“이게 우리 준성이잖아…”
현정은 사진을 가슴에 끌어안았다.
“그런데 뉴스에 나온 사람은 누구야…”
대답할 사람은 없었다.
“누구냐고…”
현정은 울부짖었다.
“내 아들 어디 갔어…”
한 달 전에도 했던 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의미가 달랐다.
그때는 자신이 알던 준성을 잃어버린 것 같다는 슬픔이었다.
지금은 정말로 되돌릴 수 없는 곳까지 아들이 가버렸다는 공포였다.
현정은 그대로 바닥에 앉아 오랫동안 울었다.
그러다 갑자기 다시 텔레비전을 켰다.
혹시 잘못 본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 싶었다.
뉴스 화면 아래에는 또다시 사건 속보가 지나가고 있었다.
준성의 얼굴이 다시 등장했다.
이번에는 더 선명했다.
현정은 화면을 바라보다가 결국 입을 손으로 막았다.
“준성아…”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
“엄마 여기 있는데…”
그 말이 나오자 울음이 다시 폭발했다.
“왜 엄마한테 안 왔어…”
현정은 화면을 향해 소리쳤다.
“왜 연락 안 했어!”
분노인지 슬픔인지 알 수 없는 목소리였다.
“왜 혼자 그렇게 됐어!”
그리고 곧바로 또 울었다.
“왜…”
현정은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엄마한테라도 말하지…”
몇 분 뒤 현정의 휴대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현정은 화면을 한참 바라봤다.
평소 같으면 받지 않았을 번호였다.
하지만 지금은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떨리는 손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목소리는 이미 엉망이었다.
상대방이 말했다.
“김준성 씨 보호자분 되십니까?”
현정의 숨이 멎었다.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겨우 대답했다.
“…엄마예요.”
그 말을 하는 순간 다시 눈물이 쏟아졌다.
상대방은 경찰이었다.
몇 가지 확인할 사항이 있다는 이야기.
가능하면 경찰서에 와줄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
현정은 내용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한 문장만 머리에 남았다.
‘김준성 씨 보호자.’
현정은 울면서 물었다.
“우리 준성이…”
목소리가 떨렸다.
“정말 사람을 죽였어요?”
전화기 너머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현정은 대답을 듣기가 두려웠다.
그런데도 물었다.
“정말이에요…?”
눈물이 턱 끝에서 떨어졌다.
“우리 아들이 정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현정은 휴대폰을 귀에 댄 채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 순간 그녀에게 가장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뉴스 속 ‘살인 피의자’라는 말이 아니었다.
그 사람이 아직도 자신의 머릿속에서는
비 오는 날 학교 앞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웃으며 달려오던 아이였다는 사실이었다.
현정은 결국 전화기를 붙잡은 채 크게 울었다.
“준성아…”
그리고 처음으로 깨달았다.
이번에는 단순히 둘 사이의 관계만 무너진 것이 아니었다.
준성의 인생 자체가,
자신이 평생 지켜보고 키워온 그 아이의 인생 전체가,
돌이키기 어려운 곳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현정은 경찰서 앞에 도착한 뒤에도 한동안 차에서 내리지 못했다.
두 손이 계속 떨렸다.
뉴스에서 준성의 얼굴을 본 뒤부터 현실감이 없었다.
정말 준성이 맞는지.
정말 자신의 아들이 살인 혐의로 잡힌 것이 맞는지.
경찰에게 직접 전화를 받고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계속 아니라고 부정하고 있었다.
현정은 운전대에 이마를 기댔다.
“아니야…”
아주 작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우리 준성이 아니야…”
하지만 결국 내려야 했다.
현정은 떨리는 손으로 안전벨트를 풀었다.
경찰서 안으로 들어가는 동안 다리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안내를 받아 이름을 확인하고, 몇 가지 질문에 대답했다.
“김준성 씨와 관계가 어떻게 되십니까?”
현정은 잠시 입을 열지 못했다.
그 질문이 이상하게 아팠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너무나 당연한 대답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말 하나를 꺼내는 것조차 힘들었다.
“…엄마예요.”
목소리가 갈라졌다.
경찰관은 잠시 현정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기다려주시겠습니까.”
현정은 의자에 앉았다.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지만 계속 떨렸다.
주변 사람들이 오가는 소리가 들렸고, 전화벨도 울렸다.
그런데 현정에게는 모든 소리가 멀게만 들렸다.
머릿속에는 준성의 어린 시절 모습만 떠올랐다.
유치원 운동회에서 넘어져 울던 준성.
초등학교 입학식 날 새 가방을 메고 웃던 준성.
중학생이 되어 현정보다 키가 커졌다고 자랑하던 준성.
군대 가기 전날 아무렇지 않은 척 웃던 준성.
현정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 애가 어떻게…’
눈물이 다시 맺혔다.
잠시 뒤 경찰관이 다가왔다.
“보호자분.”
현정이 고개를 들었다.
“잠깐 얼굴 확인은 가능하십니다.”
현정의 심장이 순간 내려앉았다.
몸이 굳었다.
보고 싶었다.
한 달 동안 그렇게 보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볼 수 있다고 하자 두려워졌다.
현정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경찰관을 따라 복도를 걸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발이 너무 무거웠다.
복도 끝으로 갈수록 가슴이 더 답답해졌다.
철문이 보였다.
현정은 순간 멈췄다.
경찰관이 돌아봤다.
“괜찮으십니까?”
현정은 대답하지 못했다.
괜찮지 않았다.
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문이 열렸다.
현정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준성을 봤다.
벽 쪽에 앉아 있던 준성이 고개를 들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현정은 그대로 굳었다.
한 달 만이었다.
수염이 조금 자라 있었고, 얼굴은 눈에 띄게 야위어 있었다.
눈 밑은 어두웠다.
현정이 기억하던 준성과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분명 자신의 아들이었다.
준성 역시 현정을 보는 순간 얼굴이 굳었다.
“엄마…”
그 한마디가 들리는 순간 현정의 표정이 무너졌다.
“준성아…”
목소리가 떨렸다.
준성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현정은 한 걸음 앞으로 갔다.
그러다 멈췄다.
철창.
그 사이에 준성이 있었다.
현정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입을 손으로 막았다.
눈물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아니지…?”
준성의 얼굴이 굳었다.
현정은 고개를 계속 저었다.
“준성아, 아니지?”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뉴스에서 잘못 나온 거지?”
준성은 대답하지 못했다.
현정은 철창 가까이 다가갔다.
“말해봐.”
눈물이 뺨을 타고 계속 흘렀다.
“엄마한테 말해.”
준성은 고개를 숙였다.
그 행동 하나로 현정은 무언가를 느꼈다.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
“준성아.”
대답이 없었다.
“엄마 보고 말해.”
준성의 입술이 떨렸다.
현정은 거의 애원하듯 말했다.
“아니라고 해.”
준성은 결국 아주 작게 말했다.
“…엄마.”
현정은 그 순간 무너졌다.
“아아아…”
다리에 힘이 빠졌다.
현정은 바닥에 주저앉을 듯 몸을 숙였다.
경찰관이 급히 현정을 부축했다.
하지만 현정은 계속 철창 안의 준성을 바라봤다.
“왜…”
목소리가 찢어졌다.
“왜 이렇게 됐어…”
준성의 눈에서도 눈물이 떨어졌다.
현정은 크게 울기 시작했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울음 때문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준성아…”
현정은 철창을 붙잡았다.
손이 떨렸다.
“네가 어떻게 사람을…”
말을 끝내지 못했다.
고개를 숙이고 크게 흐느꼈다.
준성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현정은 울면서 고개를 들었다.
“엄마가 그렇게 보고 싶었는데…”
눈물이 계속 흘렀다.
“한 달 동안…”
숨을 삼켰다.
“네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다시 울음이 터졌다.
“밥은 먹는지, 살아는 있는지…”
현정은 가슴을 두드렸다.
“엄마가 매일 걱정했어.”
준성의 얼굴이 완전히 무너졌다.
“미안해…”
현정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더 크게 울었다.
“왜 맨날 미안하다고만 해!”
경찰서 안에 현정의 목소리가 울렸다.
“왜 엄마한테 미안할 일만 만들어!”
준성은 아무 말도 못 했다.
현정은 철창을 붙잡은 채 울부짖었다.
“엄마는 그냥…”
숨이 막혀 말을 잠시 잇지 못했다.
“그냥 네가 평범하게 살았으면 됐어…”
준성은 고개를 숙였다.
현정은 계속 울었다.
“돈 많이 벌라는 것도 아니었고…”
“엄마한테 잘하라는 것도 아니었어…”
“그냥…”
목소리가 갈라졌다.
“사람 안 다치게 하고, 너도 안 다치고…”
눈물이 쏟아졌다.
“그냥 그렇게 살았으면 됐는데…”
준성의 어깨가 떨렸다.
현정은 철창 너머로 손을 뻗으려다가 멈췄다.
예전 같으면 바로 얼굴을 만졌을 것이다.
하지만 손이 나아가지 않았다.
그 사실이 현정을 또 무너뜨렸다.
“엄마가…”
현정은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엄마가 너를 만지는 것도 이제 무서워.”
준성의 표정이 굳었다.
현정은 그 말을 하자마자 다시 울었다.
“근데 또…”
입술이 떨렸다.
“안아주고 싶어.”
준성은 눈을 감았다.
현정은 거의 통곡했다.
“이게 뭐야…”
“엄마 마음이 왜 이래…”
철창을 붙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너 때문에 무섭고…”
“너 때문에 화나고…”
“너 때문에 너무 아픈데…”
현정은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네가 내 아들이잖아…”
그 한마디에 준성도 결국 울기 시작했다.
“엄마…”
현정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부르지 마.”
잠시 멈췄다.
그리고 다시 울면서 말했다.
“아니…”
“불러…”
현정 자신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엄마라고 불러…”
준성의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졌다.
“엄마.”
그 말을 들은 순간 현정은 철창에 이마를 기대고 오열했다.
“으아아…”
경찰관이 주변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현정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울었다.
준성 역시 안쪽에서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렸다.
몇 분이 지나고 현정이 겨우 입을 열었다.
“준성아.”
“응…”
“엄마가 하나만 물어볼게.”
준성이 고개를 들었다.
현정의 눈은 완전히 붉어져 있었다.
“왜 그랬어.”
짧은 질문이었다.
하지만 준성은 대답하지 못했다.
현정은 다시 물었다.
“왜 사람까지 죽였어.”
준성의 입술이 떨렸다.
현정은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하지만 준성은 끝내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현정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흘렀다.
“너도 모르겠지…”
준성은 고개를 숙였다.
현정은 한참 그 모습을 바라봤다.
그러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준성아.”
준성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엄마가 너 대신 벌 받을 수는 없어.”
준성의 눈이 흔들렸다.
“네가 한 일은 네가 책임져야 해.”
현정의 목소리는 울음으로 떨렸지만 분명했다.
“엄마라고 해서 그걸 없던 일로 만들 수도 없어.”
준성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현정은 눈물을 닦았다.
“근데…”
말을 잇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엄마는…”
다시 목이 메었다.
“네가 죽어버리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준성의 표정이 굳었다.
현정은 울면서 말했다.
“살아 있어.”
“벌 받을 거 있으면 받고.”
“네가 한 일 똑바로 봐.”
“도망가지 말고.”
현정은 준성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리고 살아 있어.”
준성의 눈물이 떨어졌다.
“…응.”
현정은 다시 입을 손으로 막았다.
그 대답 하나가 어린 시절 준성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응, 엄마.’
그 기억 때문에 현정은 또 울었다.
경찰관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제 시간이 됐습니다.”
현정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벌써요?”
현정 자신도 그렇게 말하고 놀랐다.
조금 전까지 준성을 보는 것조차 힘들었는데,
막상 헤어져야 한다고 하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현정은 철창 너머 준성을 바라봤다.
“준성아.”
“응.”
“밥은 먹어.”
준성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너무나 평범한 엄마의 말이었다.
현정은 그 말을 하고 또 울었다.
“아프지 말고…”
“응.”
“그리고…”
말을 멈췄다.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몰랐다.
사랑한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많은 상처가 있었고,
미워한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너무 사랑했다.
현정은 결국 말했다.
“엄마가…”
목소리가 갈라졌다.
“다시 올게.”
준성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정은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몇 걸음 가다가 다시 돌아봤다.
준성은 여전히 철창 안에서 현정을 보고 있었다.
현정은 그 얼굴을 오래 바라봤다.
어린 준성의 얼굴과 지금의 준성 얼굴이 겹쳐졌다.
현정은 결국 또다시 얼굴을 감싸며 크게 울었다.
경찰관의 부축을 받아 복도를 걸어나가는 동안에도 울음은 멈추지 않았다.
“내 아들…”
현정이 흐느꼈다.
“내 아들이 왜 저기 있어…”
누구도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경찰서를 나와 밖으로 나온 순간 현정은 결국 건물 앞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도 잊은 채 크게 오열했다.
“준성아—!”
아들의 이름이 밤공기 속으로 울려 퍼졌다.
현정은 가슴을 움켜쥐었다.
“엄마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엄마가 어떻게 해야 돼…”
그날 현정은 처음으로 완전히 이해했다.
자신은 동시에 두 사람을 잃고 있었다.
자신이 평생 알고 사랑했던 아들과,
그 아들을 아무 의심 없이 사랑할 수 있었던 과거의 자기 자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