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성은 결국 사형 선고를 받았다.
사형 집행일이 정해졌다는 연락을 받은 날부터 현정은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며칠 동안 같은 문장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마지막입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무슨 뜻인지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마지막 면회.
마지막 대화.
마지막 얼굴.
그리고 그다음에는 정말 준성이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뜻이었다.
현정은 몇 번이나 가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준성을 보면 다시 무너질 것 같았다.
자신에게 했던 일도 여전히 잊지 못했다.
피해자였던 자신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고, 준성이 저지른 살인 역시 없던 일이 될 수 없었다.
그런데도 결국 현정은 면회를 신청했다.
가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아무리 많은 일이 있었어도,
준성은 자신이 낳은 아이였다.
마지막으로 얼굴만은 보고 싶었다.
그날 아침 현정은 옷장을 한참 들여다봤다.
무엇을 입어야 할지도 몰랐다.
마지막으로 아들을 만나는 날에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 세상 어느 누구도 가르쳐준 적이 없었다.
결국 준성이 어릴 때부터 자주 보던 단정한 옷을 골랐다.
거울 앞에서 머리를 정리하다가 현정은 손을 멈췄다.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이 너무 늙어 보였다.
한동안 울고 제대로 잠들지 못한 시간이 얼굴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현정은 거울을 보며 중얼거렸다.
“준성이가 보면 놀라겠다.”
그 말을 하고 곧바로 입술을 깨물었다.
앞으로는 준성이 자신의 얼굴을 볼 일이 없다는 사실이 다시 떠올랐기 때문이다.
현정은 결국 거울 앞에서 울었다.
하지만 약속 시간에는 늦지 않았다.
교도소에 도착하자 여러 절차가 이어졌다.
현정은 직원의 안내를 따라 걸었다.
복도의 형광등이 너무 밝았다.
발소리가 차갑게 울렸다.
몇 걸음을 옮길 때마다 숨이 막혔다.
문이 하나 열리고,
또 하나 열렸다.
마침내 면회실 앞에 도착했을 때 직원이 조용히 말했다.
“마음의 준비가 되시면 들어가시면 됩니다.”
현정은 그 말을 듣고 한참 문손잡이를 바라봤다.
마음의 준비.
그런 것이 가능할 리 없었다.
현정은 결국 문을 열었다.
준성은 이미 안쪽에 앉아 있었다.
유리 너머였다.
현정은 그대로 멈췄다.
준성도 현정을 봤다.
한동안 두 사람 모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준성은 이전보다 훨씬 야위어 있었다.
머리는 짧았고 얼굴에는 피곤함이 깊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현정에게는 그 얼굴 위로 계속 다른 얼굴들이 겹쳐 보였다.
다섯 살 준성.
열 살 준성.
교복을 입었던 준성.
군복을 입었던 준성.
그리고 지금,
사형 집행을 기다리고 있는 준성.
현정의 눈에서 바로 눈물이 흘렀다.
준성이 먼저 수화기를 들었다.
현정도 떨리는 손으로 수화기를 집었다.
“엄마.”
그 한마디에 현정의 얼굴이 무너졌다.
“준성아…”
현정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준성도 울고 있었다.
“엄마 많이 늙었네.”
준성이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현정의 눈물이 더 많이 흘렀다.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화를 내려던 말이었지만 목소리가 너무 떨렸다.
준성은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
현정은 눈을 감았다.
예전 같으면 그 말을 듣는 것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현정은 유리 너머 준성을 바라봤다.
“집행 언제야.”
준성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아주 조용히 말했다.
“내일 새벽.”
현정의 손에서 수화기가 떨어질 뻔했다.
“내일…?”
준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현정은 입을 손으로 막았다.
눈물이 쉴 새 없이 떨어졌다.
“그럼…”
현정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오늘이 정말 마지막이야?”
준성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응.”
현정은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어깨가 심하게 떨렸다.
“아니야…”
준성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현정은 고개를 계속 저었다.
“아니야.”
“엄마.”
“아니야, 준성아.”
현정은 수화기를 붙잡은 채 울었다.
“엄마가 너를 낳았는데…”
숨이 막혔다.
“엄마가 너를 낳았는데 어떻게 엄마보다 먼저 죽어…”
준성은 얼굴을 찡그렸다.
“엄마…”
현정은 거의 울부짖었다.
“너 어릴 때 아프기만 해도 엄마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
“응.”
“열 조금만 나도 밤새 안 자고 있었어.”
준성은 고개를 숙였다.
“네가 군대 갔을 때도 혹시 사고 날까 봐 매일 걱정했어.”
눈물이 계속 흘렀다.
“근데 이제…”
현정은 말을 잇지 못했다.
“엄마가 살아 있는데…”
다시 통곡이 터졌다.
준성은 유리 너머에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한동안 면회실에는 두 사람의 울음소리만 남았다.
현정은 겨우 숨을 고르고 물었다.
“무서워?”
준성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처음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작게 대답했다.
“무서워.”
현정의 표정이 다시 무너졌다.
그 대답이 너무 어린아이 같았다.
현정은 순간 수십 년 전 기억으로 돌아갔다.
천둥이 치던 밤,
어린 준성이 현정 방으로 뛰어와 말했다.
“엄마, 무서워.”
그러면 현정은 이불을 들어주었다.
“와. 엄마 옆에서 자.”
그때는 안아줄 수 있었다.
지금은 유리가 막고 있었다.
현정은 유리에 손바닥을 댔다.
준성은 잠시 바라보다가 자신의 손도 같은 위치에 가져갔다.
두 사람의 손바닥 사이에는 차가운 유리가 있었다.
현정은 그 모습을 보며 울었다.
“엄마가 옆에 있어주고 싶은데…”
준성이 눈을 감았다.
“알아.”
“마지막까지…”
현정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혼자 있게 해서 미안해.”
준성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엄마가 왜 미안해.”
현정은 울면서 말했다.
“엄마니까.”
준성의 입술이 떨렸다.
“엄마는 아직도 그런 생각 해?”
“뭐를.”
“내가 이렇게 된 게 엄마 때문이라고.”
현정은 한동안 준성을 바라봤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번에는 확실했다.
“네가 한 일은 네가 한 일이야.”
준성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현정은 계속했다.
“엄마가 너를 사랑한 게 잘못은 아니야.”
준성의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네가 나한테 했던 일도…”
현정은 숨을 한번 고른 뒤 말했다.
“없던 일로 만들지는 않을 거야.”
준성은 눈을 감았다.
“알아.”
“엄마 아직도 그날 생각하면 무서워.”
“…응.”
“아직도 화나.”
준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현정의 입술이 떨렸다.
“오늘은 그것만 말하고 싶지는 않아.”
준성이 현정을 바라봤다.
현정은 유리에 손을 댄 채 말했다.
“너는 그것만 있었던 사람이 아니니까.”
준성의 표정이 무너졌다.
“엄마 기억 속에는…”
현정은 울면서 웃었다.
“너 다섯 살 때도 있고.”
“응.”
“초등학교 들어간 날도 있고.”
준성은 눈물을 닦았다.
“엄마 생일이라고 천 원짜리 머리핀 사온 것도 있어.”
준성이 아주 작게 웃었다.
“그거 아직 있어?”
현정은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있어.”
준성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버리지 마.”
그 말을 듣는 순간 현정은 다시 크게 울었다.
“어떻게 버려…”
준성 역시 울었다.
현정은 흐느끼면서 말했다.
“네 사진도 하나도 못 버렸어.”
“엄마…”
“미워서 다 버리려고 한 적도 있었어.”
현정은 눈물을 닦았다.
“근데 못 하겠더라.”
준성은 고개를 숙였다.
현정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 물었다.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건 없어?”
준성은 잠깐 생각했다.
“엄마 김치찌개.”
현정의 얼굴이 그대로 무너졌다.
수화기를 잡은 손이 심하게 떨렸다.
“준성아…”
준성도 울면서 웃었다.
“그게 제일 먹고 싶어.”
현정은 결국 고개를 숙이고 오열했다.
“엄마가 해줄 수가 없잖아…”
“괜찮아.”
“뭐가 괜찮아!”
현정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평생 밥 해줬는데 마지막 밥 하나를 엄마가 못 해주잖아!”
준성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현정은 유리에 이마를 기댔다.
“준성아…”
“응.”
“엄마 얼굴 잘 봐.”
준성은 현정을 바라봤다.
현정도 눈물로 흐릿한 시야 속에서 아들의 얼굴을 오래 바라봤다.
눈.
코.
입.
표정.
다시는 잊지 않으려는 사람처럼 바라봤다.
현정이 말했다.
“엄마도 네 얼굴 기억할게.”
준성은 입술을 깨물었다.
“응.”
“그리고 내일…”
현정의 목소리가 떨렸다.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말했다.
“많이 무서우면…”
준성이 눈물을 흘렸다.
현정은 유리에 손을 다시 댔다.
“엄마 생각해.”
준성은 눈을 감았다.
“응.”
“네가 어렸을 때 엄마가 안아줬던 거 생각해.”
준성의 어깨가 떨렸다.
“응.”
“혼자라고 생각하지 마.”
준성은 결국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엄마…”
현정의 눈물도 멈추지 않았다.
“응.”
“엄마.”
“응, 준성아.”
준성이 한참 울다가 말했다.
“나 엄마 사랑해.”
현정은 그 말을 듣고 그대로 멍해졌다.
수많은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사랑.
두려움.
분노.
배신감.
그리움.
그리고 이제 곧 아들을 영원히 잃는다는 공포.
현정은 결국 대답했다.
“엄마도…”
목소리가 끊겼다.
한번 숨을 삼켰다.
“엄마도 너 사랑해.”
준성이 눈을 감았다.
현정은 곧바로 덧붙였다.
“네가 한 일을 사랑한다는 뜻 아니야.”
준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용서했다는 뜻도 아니야.”
“알아.”
현정의 눈물이 또 흘렀다.
“그래도 너는…”
입술이 떨렸다.
“내 아들이야.”
준성이 고개를 숙이며 울었다.
잠시 뒤 직원이 조용히 다가왔다.
“시간이 됐습니다.”
현정의 얼굴이 굳었다.
“잠깐만요.”
직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현정은 준성을 바라봤다.
“준성아.”
“응.”
“엄마가 가야 한대.”
준성의 입술이 떨렸다.
“응.”
현정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나 못 가겠어.”
준성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엄마.”
“응.”
“가.”
현정은 고개를 저었다.
“싫어.”
준성은 울면서 웃었다.
“엄마답지 않게 왜 그래.”
그 말에 현정은 또다시 어린 준성을 떠올렸다.
그리고 완전히 무너졌다.
“준성아…”
준성은 유리에 손을 댔다.
“엄마.”
현정도 손을 겹쳤다.
“응.”
“나 어릴 때 엄마 아들이어서 좋았어.”
현정은 소리를 내며 울었다.
“엄마도…”
숨이 막혔다.
“엄마도 네 엄마라서 행복했어.”
준성은 마지막으로 웃었다.
아주 작은 웃음이었다.
현정은 그 얼굴을 눈에 담았다.
직원이 다시 말했다.
“이제 정말 가셔야 합니다.”
현정은 천천히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준성도 내려놓았다.
두 사람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현정은 유리 너머로 계속 입을 움직였다.
‘사랑해.’
준성도 입모양으로 대답했다.
‘엄마.’
현정은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러다 갑자기 다시 유리 앞으로 달려갔다.
“준성아!”
목소리는 전달되지 않았지만 준성은 알아들었다.
현정은 유리를 두 손으로 붙잡았다.
눈물이 쏟아졌다.
“가지 마…”
준성도 울고 있었다.
“엄마…”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입모양은 분명했다.
현정은 직원에게 부축되어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몇 걸음 갈 때마다 뒤를 돌아봤다.
준성은 끝까지 서서 현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이 닫히기 직전,
현정은 마지막으로 아들의 얼굴을 봤다.
그리고 문이 닫혔다.
철컥.
그 소리가 들린 순간 현정은 복도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아아아—!”
참고 있던 울음이 완전히 터졌다.
“준성아!”
현정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 가슴을 움켜쥐고 통곡했다.
“내 새끼…”
숨을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엄마가 어떻게 너를 보내…”
직원이 현정을 부축하려 했지만 현정은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준성아…”
계속 이름만 불렀다.
“우리 준성아…”
그리고 그날 밤,
현정은 집으로 돌아와 준성이 어릴 때 사용하던 앨범을 꺼냈다.
아기 준성이 현정 품에서 웃고 있는 사진을 가슴에 안았다.
내일이면,
사진 속 아이의 시간이 영원히 끝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현정은 밤새 사진을 끌어안고 울었다.
그리고 새벽이 가까워질수록 시계를 보지 않으려고 했다.
시간이 흐르는 것이 무서웠다.
준성에게 남은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은 멈추지 않았다.
현정은 사진 속 어린 준성의 얼굴을 손끝으로 쓰다듬으며 계속 중얼거렸다.
“무서워하지 마.”
“엄마 여기 있어.”
“준성아…”
“마지막까지 엄마 생각해.”
그리고 마지막으로,
눈물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잘 가, 내 아들.”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낸 순간 현정은 다시 사진을 가슴에 끌어안고 밤이 끝날 때까지 크게 오열했다.
형은 예정대로 집행됐다.
현정은 그 소식을 직접 듣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전화기 너머에서 담당자가 조심스럽게 설명을 이어갔지만, 어느 순간부터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 않았다.
집행이 끝났다는 말.
사망이 확인됐다는 말.
이후 절차에 대한 안내.
모든 말이 멀리서 들리는 것 같았다.
현정은 휴대폰을 귀에 댄 채 그대로 거실 한가운데 서 있었다.
“끝난… 거예요?”
자기 목소리조차 낯설었다.
상대방이 조용히 대답했다.
현정은 그 순간 눈을 감았다.
준성의 마지막 얼굴이 떠올랐다.
유리 너머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눈.
마지막으로 웃으려고 했던 얼굴.
‘엄마.’
입모양으로 자신을 부르던 모습.
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휴대폰이 손에서 떨어졌다.
현정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처음에는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입은 벌어졌는데 숨만 거칠게 새어 나왔다.
그러다 몇 초 뒤,
가슴 깊은 곳에서 울음이 터졌다.
“아아아…”
현정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준성아…”
이름을 부르는 순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준성아!”
거실에 비명이 울렸다.
“내 아들…”
현정은 몸을 앞으로 숙였다.
바닥에 손을 짚고 울었다.
“정말 갔어…?”
대답할 사람은 없었다.
“정말 이제 없어…?”
현정은 고개를 계속 저었다.
마지막 면회에서 분명히 알고 있었다.
오늘이 오게 된다는 것을.
그래도 마음 어딘가에서는 믿지 않았던 것 같았다.
기적처럼 무언가 바뀌지 않을까.
갑자기 집행이 중단되지는 않을까.
준성이 살아서 다시 자신 앞에 나타나지는 않을까.
그런 희망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알면서도 붙잡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정말 끝이었다.
세상 어디에도 살아 있는 준성이 없었다.
그 사실이 현정의 마음을 찢어놓았다.
며칠 뒤,
현정은 준성의 유골을 인도받았다.
작은 유골함이었다.
현정은 직원이 내미는 것을 한동안 바라보기만 했다.
손을 뻗지 못했다.
‘저 안에 준성이 있다고?’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이 품에 안고 키운 아이가,
밥을 먹이고,
학교를 보내고,
아플 때 밤새 옆을 지키고,
성인이 될 때까지 바라봤던 아이가,
이제 작은 유골함 하나 안에 있다는 사실.
현정은 결국 떨리는 손으로 유골함을 받아들었다.
품에 안는 순간 표정이 무너졌다.
“준성아…”
유골함을 가슴에 꼭 끌어안았다.
“엄마다.”
눈물이 떨어졌다.
“엄마 왔어.”
현정은 유골함을 아이 안듯 안았다.
한참 동안 놓지 못했다.
차에 타고 나서도 조수석에 두지 못했다.
계속 품에 안고 있었다.
손으로 유골함을 쓰다듬었다.
“춥지는 않지?”
말을 하고 나서 현정은 울었다.
“엄마가 무슨 말을 하는 거니…”
하지만 계속 말을 걸었다.
“준성아.”
“엄마 옆에 있어.”
“오늘은 엄마가 안 놓을게.”
현정은 유골함을 안은 채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밤에는 준성의 방으로 들어갔다.
한 달 넘게 제대로 들어가지 못했던 방이었다.
책상.
침대.
옷장.
준성이 사용하던 물건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현정은 유골함을 침대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그리고 옷장을 열었다.
준성이 자주 입던 옷 한 벌을 꺼냈다.
얼굴에 가져갔다.
희미하게 남아 있는 냄새를 맡는 순간 다시 울음이 터졌다.
“우리 아들…”
현정은 옷을 끌어안고 주저앉았다.
“엄마가 네 옷은 아직도 못 버리는데…”
유골함을 바라봤다.
“넌 어떻게 이렇게 먼저 가…”
현정은 밤새 준성의 방에서 울었다.
유골함 옆에 앉아 어린 시절 이야기를 했다.
“너 다섯 살 때 기억나?”
대답은 없었다.
“놀이공원에서 엄마 손 놓치고 울었잖아.”
현정은 눈물을 닦았다.
“엄마 찾았다고 얼마나 울던지.”
작게 웃었다가 다시 울었다.
“그때 엄마가 너 찾았잖아.”
잠시 침묵.
“이번에도 찾고 싶은데…”
현정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이번에는 어디 가야 너를 찾을 수 있니.”
며칠 뒤,
현정은 준성의 유골을 뿌려주기로 했다.
준성이 어린 시절 가족과 몇 번 놀러 갔던 바닷가였다.
준성은 그곳을 좋아했다.
어릴 때 모래사장을 뛰어다니며 조개껍데기를 주워 현정에게 가져다줬다.
“엄마, 이거 예쁘지?”
그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현정은 유골함을 품에 안고 천천히 바닷가로 걸어갔다.
바람이 불었다.
파도 소리가 들렸다.
현정은 한참 동안 바다를 바라봤다.
“준성아.”
목소리가 떨렸다.
“우리 여기 왔던 거 기억나?”
바람만 불었다.
현정은 유골함을 조금 더 꼭 끌어안았다.
“너 여기 좋아했잖아.”
눈물이 흘렀다.
“엄마 손 잡고 뛰어다녔잖아.”
현정은 결국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유골함을 가슴에 붙잡았다.
“나 못하겠어…”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엄마 못 보내겠어.”
현정은 유골함을 안고 울기 시작했다.
“이거 뿌리면…”
목소리가 끊겼다.
“정말 너 없어지는 것 같잖아…”
현정은 소리를 내어 통곡했다.
“아아아…”
바닷바람에 울음소리가 흩어졌다.
“준성아…”
현정은 유골함에 얼굴을 기댔다.
“엄마 아직 준비 안 됐어.”
“조금만 더 있으면 안 돼?”
유골함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현정은 한참 동안 그대로 있었다.
그러다 천천히 일어났다.
눈물로 얼굴이 젖어 있었다.
유골함의 뚜껑을 여는 손이 심하게 떨렸다.
몇 번이나 멈췄다.
그리고 결국 열었다.
현정은 안을 바라봤다.
순간 숨을 멈췄다.
이것이 정말 준성의 마지막 흔적이었다.
현정은 입술을 깨물었다.
“엄마가…”
눈물이 또 떨어졌다.
“엄마가 이제 보내줄게.”
한 줌을 조심스럽게 손에 올렸다.
손이 떨렸다.
“준성아.”
현정은 바다를 바라봤다.
“네가 한 일…”
목소리가 떨렸다.
“엄마가 다 용서했다고는 못 해.”
눈물이 계속 흘렀다.
“엄마한테 했던 것도…”
잠시 숨을 삼켰다.
“네가 다른 사람한테 했던 것도…”
현정은 고개를 저었다.
“없던 일로 만들 수 없어.”
그리고 손에 있던 유골을 바라봤다.
“그래도…”
현정의 얼굴이 무너졌다.
“그래도 네가 내 아들이었던 것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잖아.”
현정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는 네가 태어난 날 기억해.”
“처음 걸었던 날도 기억하고.”
“처음 엄마라고 불렀던 날도 기억해.”
한 줌의 유골을 바람에 천천히 흘려보냈다.
하얀 가루가 바람을 타고 바다 쪽으로 날아갔다.
현정은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비명을 지르듯 울었다.
“준성아!”
또 한 줌.
“우리 아들…”
또 한 줌.
“잘 가…”
손에서 유골이 사라질 때마다 현정은 무너졌다.
“엄마가 미안해…”
울음 때문에 숨이 막혔다.
“엄마가 널 살려줄 수가 없어서 미안해…”
현정은 바다를 향해 계속 유골을 흘려보냈다.
점점 유골함이 가벼워졌다.
그럴수록 현정의 가슴은 더 무거워졌다.
마지막 한 줌이 남았다.
현정은 그것만큼은 쉽게 놓지 못했다.
양손으로 감싸쥐었다.
한참 동안 바라봤다.
“준성아.”
현정은 울면서 말했다.
“엄마가 마지막으로 안아줄게.”
두 손을 가슴 가까이 가져왔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준성이 갓난아기였던 순간을 떠올렸다.
처음 품에 안았을 때.
너무 작아서 떨어뜨릴까 봐 겁났던 아이.
가슴에 꼭 붙이고 속삭였었다.
‘엄마가 지켜줄게.’
그 기억이 떠오르자 현정은 온몸을 떨며 울었다.
“미안해…”
“엄마가 끝까지 못 지켜줬네…”
그리고 잠시 뒤,
천천히 손을 폈다.
마지막 유골이 바람을 타고 날아갔다.
현정은 그것이 완전히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봤다.
그리고 결국 모래사장에 주저앉았다.
“아아아—!”
가슴을 움켜쥐고 통곡했다.
“준성아!”
파도 소리에 이름이 묻혔다.
현정은 빈 유골함을 가슴에 안았다.
“엄마 두고 가지 마…”
울면서 계속 같은 말을 반복했다.
“엄마 혼자 두지 마…”
하지만 바다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현정은 해가 기울 때까지 그 자리에 있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울음도 조금씩 작아졌다.
현정은 붉게 물든 바다를 바라봤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준성아.”
바람이 불었다.
현정은 눈물을 닦았다.
“엄마는 네가 한 일을 잊지 않을 거야.”
잠시 멈췄다.
“그렇지만…”
다시 눈물이 맺혔다.
“네가 내 아들이었던 것도 절대 잊지 않을게.”
현정은 빈 유골함을 끌어안았다.
“사랑했어.”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그리고 말을 고쳤다.
“아니.”
현정은 바다를 바라봤다.
“사랑해.”
입술이 떨렸다.
“그래도 엄마는 네가 한 일을 용서했다고는 말하지 않을 거야.”
“그 두 마음을 다 가지고 살아갈게.”
현정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바다를 향해 속삭였다.
“잘 가, 준성아.”
“이제 무서워하지 마.”
“엄마가 기억할게.”
그리고 현정은 빈 유골함을 품에 안은 채 천천히 돌아섰다.
몇 걸음 걸어가다가 다시 한번 뒤를 돌아봤다.
바다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계속 파도를 만들고 있었다.
현정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아주 작게 웃었다.
마치 저 멀리 어딘가에서 어린 준성이 다시 한번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모습을 본 사람처럼.
“엄마 여기 있어.”
현정은 마지막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돌아보지 않고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