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로서는 알 도리가 없다.
그 들은 영웅. 그 들은 세상의 구원자. 그 들은 혁명가.
반란분자인가. 신세계의 주인인가.
불신자의 영웅. 그리고 그 주변을 맴돌던 우리들.
그들의 곁에서 주관적으로 바라보았던.
우리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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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ther'
"Brother!!"
"!"
돌맹이가 무너지는 소리. 풀을 밟아 달려오고 있는 발자국 소리와. 묵직한 쇳덩어리가 공기를 가르고 나에게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굵직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을 쯤. 아니, 정확히 두 눈을 뜨자마자 빠르게 뒤로 굴렀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저 검은 해머에 머리가 터져있었겠지.
허나, 붉은 덩치의 저 녀석이 저렇게 만만하게 놔줄리가 없었다. 땅에 내리찍인 해머는 자연스레 녀석의 옆구리로 향해있었고. 한 쪽 다리가 들리며 기력을 집중하는 듯. 녀석의 눈동자는 내 눈을 주시하고 있었다.
'두려움.'
그 당황이라는 또 다른 이름이. 지금 나를 멈추게 해버렸다. 곧 있으면 저 쇳덩어리가 내 옆구리를 찍어내리며. 나 또한 땅에 구르면서 피토 할 것임을 선명하게 이미지화 되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죽는다...!'
나에게도 무기가 있음을 잊게 하는 본능적 육감. 그 것은 내가 산다고 말해주지 않으며. 두 발이 마치 디거에게 물린 듯이 움직이지 않았다.
[---!]
이어 귀가 나갈정도로 이를 콱 물었다. 눈도 감아버렸다. 그리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아니, 이미 죽은건가.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렇게 정말 잠시뒤. 한 쪽 눈을 떠봤다.
그리고. 목격하고 말았다.
"...!!!"
"이익!!"
자이언트 치고 왜소했던 그가. 붉은 덩치의 쇳덩어리의 손잡이 부분을 잡아채며. 터져버릴 듯한 팔근육으로 녀석과 맞서는 것이 아닌가.
붉은 녀석의 입에서 나오는 거친 숨소리와. 그에 장단맞춰 하얗게 뿜어지던 그의 입김이 점점 사그라 들었을때.
끝내 녀석의 해머를 땅에다 곤두박 치고는 마치 돌덩어리가 자갈을 부셔버리 듯한 굉음과 함께 붉은 덩치의 녀석의 머리를 가격했고. 녀석은 다리가 풀리며 주저 앉아 버린다.
"Brother!!(형제여!!)"
심장이 터질것 같았다. 하지만 그 당황할 기색도 없이. 나는 재빨리 옆에 있는 돌을 들어 붉은 덩치에게 던져버렸다. 정확하게 녀석의 머리를 명중했고. 절대 무기를 내려놓지 않던 전사의 긍지는 그로서 끝나버렸다.
"Nice Brother.(잘했소. 형제여.)"
"..."
"Brother?"
[털썩]
"Brother?!"
@@@
어둡다. 지옥인가? 앞도 보이지 않으며 눈도 떠지지 않았다. 아니, 눈을 뜨지 않아서 어두운 것인가.
급히 눈을 떳을때는 기침밖에 나오지 않았다. 쾌쾌한 모닥불의 매연이 코를 통해 계속 호흡되고 있었던 것이다
"정신이 드나. 형제여."
"으으..."
"정말로 당황했소. 갑작스럽게 쓰러지지 않던가."
"...여긴."
"아까 그 폐허라오. 다행이 주변에 나뭇가지가 있어서 모닥불을 지폈지."
어두운 밤이였다. 폐허라서 그런지 밤길은 더욱 짙었다. 허나 밤하늘의 별빛과 둥근 보름달은 여신의 축복을 받은듯이 폐허의 출구를 밝혀주고 있는게 아닌가.
"...고맙소."
"허허, 고맙긴. 내가 더 고맙소. 아무래도 무리해서 녀석의 공격을 막아냈더니 양팔이 갑자기 말을 듣지 않지 뭔가?"
"..."
결국 녀석을 잡아 낸 것인가. 붉은 폐허의. 놀의 우두머리 치프틴을...!
"음... 그 쪽도 거전사(자이언트)출신 인 듯 한데. 어디서 왔소?"
그의 질문에 조금 당황하여 말을 뜸들이다가. 맑은 두눈으로 계속 주시하기에. 거절 할 수 없는 분위기여서. 자연스레 나의 입은 답변을 토해냈다.
"나는 불두더쥐족의 남서쪽에 위치한 화산에 있는 부족에서 왔소."
"오! 역시. 거전사 출신이 맞구려. 불두더쥐족은 익히 들었소. 좁은 협곡에서 살다보니 자유를 갈구하고 바다를 좋아해서 물고기와 들소도 교환 할 정도로 엄청난 대인배라고 들었소."
"형제분은 어디서 왔소?"
"..."
정적이 흘렀다. 맑은 눈으로 별빛을 바라보고 있는 사내는 한 참을 별을 바라보다가 다시 내 눈을 마주했다. 거전사의 강인한 눈빛과는 달리. 너무나 유순했고. 부드러워보였다.
"밤까마귀 족을 아시오?"
"...훌륭한 족장을 잃고 마족과의 전쟁에서 패했다 들었소. 마족의 입장에서도 전력의 15%를 잃을 정도로 아주 막강하고 훌륭한 전략과 힘을 자랑하는 부족이라고..."
"그랬다오."
"그쪽 출신이오?"
"..."
"아... 미안하오. 얘기하기 어렵다면 궂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구려."
"허허, 신경 써주어 고맙소."
멀찌 감치 사람이 다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무겁지만 날카로운 발소리와. 그와 반대되는 가볍고 부드러운 발소리를 가진자 두 명. 도합 세명이 이 근처까지 와있다는 것.
"~~~"
자세히는 못 들었으나.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고 있는것은 확실했다. 그에 반응하며 일어서는 밤까마귀족의 눈맑은 사내.
"미안하지만 내 동료가 찾는구려. 몸이 진정이되면 천천히 출발하시게. 아, 그리고... 이건 그 녀석의 '심장'이라오. 본디 이것은 마지막에 녀석을 죽인 자네가 갖는게 맞다고 생각하니. 받아가게나."
"..."
한참을 고민했던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의외라는 듯이 바라보는 사내의 눈을 주시하며 나 또한 입장을 밝혔다.
"그때 분명 나는 겁에 질려있었소. 거전사라고 하기 부끄러울정도로 말이오. 하지만 형제는 달랐소. 그 살기 넘치는 공격을 두 손으로 받아준게 아닌가. 나는 그저 거들었을 뿐이오. 겁에 먹어서 기회나 노린 나로서는 부끄러워서라도 그 물건을 받을 수가 없다오. 그러니 부디. 부디 형제가 가져가주게나."
"무슨 소리오. 이건 우리 거전사들의 전통이 아닌가?!"
"그렇소. 하지만 형제여. 시대를 보시오. 모두가 기사와 영웅을 바라보고 사는 시대라오. 여기는 더 이상 부족이 아니오. 내게 있어 그 것은 단지 기회를 노려 얻어가는 장사꾼의 도매품에 지나지 않소. 그러나 형제가 갖는다면. 형제의 용기를 증명해줄 징표가 되줄 것이오. 그러니 부디. 부디 형제가 가져가시오."
더 이상의 긴말도. 더 이상의 협상도 없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도 조금은 흥건했던 심장을 품에 넣고 뒤를 돌아 갈길을 나섰다.
"미안하오만 형제여. 내 한가지 물어볼게 있소."
"아, 물어보시게."
"내 마지막으로. 이름 하나만 물어보외다."
"...형제여. 나는 '카록(Karok)'. 밤까마귀 족의 마지막 후예라오. 그대의 이름은?"
"로젠(Rozen). 우리 부족의 자유를 찾기 위해 떠나온 전사라오."
"반가웠소. 형제여.(Brother)"
"나도 반가웠소. 형제여(Brother)"
서로 손을 건내며 악수를 주고 받았다. 마치 석상을 잡은듯이 단단하고 굳셌다. 그가 떠날 채비를 챙기고 나서는 쯔음에. 아름다운 여성 둘과 청년 한명이 카록을 찾아왔다. 걱정되는 눈빛으로 카록을 바라보던 그들은. 머지 않아 서로 즐거워 보이는 듯이 그들은 출구를 향했다.
한참을 그들이 지나간 자리를 바라보고 나서야 나도 일어섰다. 주변에는 마족들의 피와 시체. 무너진 나무. 부셔진 돌더미. 망가진 폐허.
이름도 없는 전투에서. 나는 부족의 영웅을 만났다. 그가 나를 기억하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허나 확실한 것은.
나는 그를 기억하고 있고.
나는 영웅이 아니지만.
나는 그와 같은.
형제다.
아무나 할수 없지만. 누군가 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영웅이라면.
나는 누군가가 아닌.
아무나 일 것이다.
허나 아무개의 인생에도.
누군가는 그의 인생에 귀를 담아줄 것이다.
영웅이 될 수 없었던.
[그 들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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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카록게시판에서 서식하던 남아외길 카록유저입니다.
비록 팬픽란에 그림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는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머리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글로 풀어서 적는 것 밖에 할 수 없기에. 이렇게 길고 지루한 글을 염치 없이 써내려 가고 있습니다.
[Non Heroes]라는 이 글은, 영웅이 될 수 없었던 인물들의 이야기로서. 카록과 마주했던 또 다른 자이언트(거전사)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비록 글솜씨가 좋지 않지만 저를 응원해 주셨던 일부 형제님들과 친구들의 추천에 힘입어 더욱 좋은 글 써내려 가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