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어도 좋으니
자네들만이라도 반드시 쓰러트려 주게.
그리고 후세에 이렇게 알려주게나.
어떤 무모한 녀석이 죽었는데.
그 무모함 덕분에.
우리가 살아있다... 고.
-카록. 그들과 함께 티탄 앞에 서다. 中-
카록과 네명의 전사들의 활약으로. 얼음계곡은 현재 마족이 출현하지 않는다. 그래, 그 코볼트라는 녀석들 말이다.
나는 로젠. 불두더쥐족의 거전사이며. 현재 아네스트라는 인간 여성의 부탁으로 이곳. 얼음 계곡으로 왔다.
말했다 시피 보이는 것이라고는 무너진 주둔지. 널부러진 폭탄 조각. 그리고 가끔씩 발소리에 튀어나오는 디거들과. 도망치기 바쁜 거미들. 그뿐이였다.
처음 온 지리일 뿐더러. 원래 부터 길찾기에는 많이 익숙치 않은 편이여서. 더욱이 난관이였다.
유일하게 길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코볼트 들의 그림정도 였다. 가끔 보다보면 그림 사이에 마족어가 쓰여있는데. 옛날에 마족어를 배운 덕분일까. 쓰여있는 글씨를 읽어보면 다음과 같다.
"오늘...먹었다...배불리...뱀고기. 뱀고기?"
그러고 보니 코볼트들은 디거를 뱀이라고 하던가. 주식이 디거인거냐...
한 참을 찾아도 드넓은 벌판이 반겨 줄 뿐. 그 어느 누구도 나를 인도해 줄 사람이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용병단에서 누구 한명 데려 올걸 그랬나...'
한참을 궁시렁 거리며 돌아다니는 도중. 갑작스레 얼굴을 향해 조그만한 공 하나가 날아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오른손으로 낚아채 주먹쥐자. 안에는 살상용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화약이 터지며 검은 연기를 뿜었다.
"...키, 키엑?!"
"...?"
범인을 찾았다. 녀석은 그 흔히 보이지 않던 코볼트였다. 아니, 코볼트라고 하기에는 몸집이 왜소했고. 뼈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옛날. 내가 배운 코볼트는 피하지방이 적고 가죽이 두꺼워 살집이 없는 편이라고는 배웠지만. 저거는 도를 넘어섰다.
녀석에게 다가가자. 녀석은 두려운 눈빛으로 다리를 벌벌 떨며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저런 녀석이 무슨 위협이 되겠냐는 생각으로. 나는 다시 앞을 보며 길을 찾았다.
따라올거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가끔 부스럭 거리거나, 등뒤에 날아와서 터지고는 부스스 떨어지는 화약재. 뒤돌아보면 어슬렁거리는 그림자를 보면 확실히 녀석이다. 뭐에 흥미를 가지고 날 따라오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무시하며 앞길을 갔다.
그러다가 더 이상 찾을 길 조차 나오지 않았을때. 지친 다리를 풀겸. 주변에 캠프 파이어를 설치하고 널부러져 있던 나무조각을 모아 불을 붙였다. 이렇게 추운 곳에서도 불이 켜지는것이 신기할 나름이다.
멀찌감치 벽을 코너로 둔채 바라보고 있던 녀석에게 손짓을 해서 오라고 했지만 경계가 심한탓에 다가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문뜩. 아까 보았던 벽화를 보고 멀찌감치 꿈틀거리고 있던 디거에게 다가가 뿌리채 뽑아버리고 녀석을 불에 구웠다.
디거 고기는 철분과 미네랄이 많아 몸에는 좋지만 피에 흐르는 유독 물질 때문에 많이 먹지 말라고 들었다. 물론 지금 내입장에서도 먹을 생각은 없다.
굽고 있는 디거를 보자 녀석은 고개를 빼고는 눈에서 빛이라도 나올듯이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내가 다시 한번 손짓을 하고 디거 고리를 권하자. 그제서야 천천히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녀석에게 디거 고기를 한줌 뜯어 건네자. 배고팠다는 듯이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먹고있는 어린아이에게 뭘 물어본다 한들 얻어갈게 있냐마는. 급한것은 급한데로 녀석이 알아 들을 수 있게 마족어로 설명해 봤지만. 녀석은 마족어를 모르는지. 대답해 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불에 달궈진 나무 막대기 하나를 집어 빙판에 곰 그림을 그리자. 갑자기 허겁지겁 먹던 녀석의 눈이 풀리며 그 그림을 바라보는게 아닌가.
그러더니 내 손에 쥐고 있던 막대기를 뺏고는 옆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자기 자신이라며 그린 그림과. 녀석보다는 조금 큰 녀석을 그렸다. 그 큰 녀석 손에는 고기를 쥐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 곰에서 부터 화살표를 그려 그 큰녀석을 향하더니. 이후, 그 큰녀석의 몸에
X표시를 했다.
"..."
자세히는 알 도리가 없으나. 그 큰녀석이 녀석의 형, 부모. 혹은 친인척쯤 되는 듯 해보였고. 그 폭군이 녀석의 중요인물을 죽인 셈이 되겠다.
나는 다시 녀석에게 차근차근 마족어로 물어봤다.
"Wai houm Kumoa?(녀석은 어디있지?)"
"...A Yo. Roude Bum Ringan.(내가 길을 알아. 큰인간)"
@
한참을 걷자. 천장에서는 무수한 빛이. 그리고 무너진 빙유석. 고요함도 얼려버릴 찬 냉기가 그 곳을 가득 메꿨다. 얼음계곡 최상부... 인 듯한 이 공간에는 정적만이 흘렀다.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앞에 있는 깊은 동굴 쪽에 다가가고 있는데. 갑작스레 땅이 흔들리며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이. 그 거센 파동은 더욱 강렬해지며 무언가가 다가왔다.
"끼에에엑-!!!"
녀석은 무서운지 갑작스레 도망가기 시작했고. 그 녀석을 챙겨볼 틈도 없이 갑작스레 내 눈앞에 산만한 흰색 무언가가 번쩍 뛰어 오르며 착지 하는게 아닌가?!
폭군이다. 이 하얀 덩어리의 그 당찬 점프로 입구 부분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며 자욱하게 얼음먼지를 일으켰고. 아까 그 조그만한 코볼트 녀석이 도망쳤는지 말았는지도 모르게 됬다.
"크와아아아-!!"
"...흥"
나는 등에 메고 있던 투창 가방을 땅에 내던지며 두손에 검은 장갑을 끼고는 녀석을 향해 소리쳤다.
"소리지를 시간 있으면... 덤벼!"
폭군이 왼손을 들어올려 나를 내려치려 하기에 나는 뒤로 조금 빠지고 주먹으로 녀석의 코를 쳤다. 하지만 골격이 단단한것인지. 원채 가죽이 두꺼운지는 알 도리가 없으나. 내 공격이 날카롭게 들어가지 않았음은 확실했다.
갑작스레 폭군이 옆으로 내치는 지도 모르고 그냥 당해버렸다.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했고. 약간은 아찔했다. 확실히 큰덩치에 맞으니까 혼미하기 까지 하다.
질세라. 나는 다시 달려가 폭군의 옆구리를 양손으로 치고. 발로 차보기도 했다. 허나 두꺼운 지방덕분에 내 공격은 우습게 묻혔다.
다시 폭군이 옆으로 내쳤는데. 또 방심한채로 날아갔다. 광맥이 있는 부근까지 나뒹굴며 입에서는 피를 토했다.
그렇게 수도없이 녀석에게 반복하기를 몇번. 녀석이 지쳐 쓰러지거나. 내가 죽거나 라는 생각으로 덤볐지만. 강타를 맞고는 벽에 날아가게 되는 것은 이쪽이였다.
그러기를 한참. 갑작스레 왼쪽 팔에서 아픔을 느꼈다. 추워서 잘 못느꼈는데. 심하게 부어있었다. 보통 이런 경우는 뼈를 다치거나 근육을 다치는 종류중 한가지 인데. 보아하니 전(前)자인듯 하다.
팔에 관심을 두고 한눈 판 사이에. 어느새 폭군은 내 앞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크윽...!"
그때 였다.
[휘이이- 펑.]
"크르르르...?"
폭군의 뒷다리에서.
조그만하게 무언가가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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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