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공기를 스쳐지나간 바람이. 회색 로브를 걸친 그녀의 머리카락을 헝클어 트리며 지나갔다. 그녀는 왼손으로 다시하여금 머리를 정리한다.
별빛은 그녀의 무대인가. 빛나는 은하수를 가로질러 초록빛의 두 눈을 더욱이 빛나게 하였다.
'셀피아'아로 소개했던 그녀는 바람이 그치자 모자를 바로쓰고는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제가 이비와 다시 만나려면 어디로 가면 좋을까요?"
"그야 뭐...이비님은 아직 생도이시니까. 아니, 기사쯤 됬셨으려나. 소식은 없는걸로 봐서 지금 생도일테니까. 로체스트에 가서 면회 왔다는 식으로 말씀 드리면 될 거에요."
"로체스트..."
샤리네의 간략한 설명에. 로체스트라는 말을 곱씹으며 무언가 곰곰히 생각하는 것 같았다. 조금은 당혹스러워 보이고도 했고. 한편으로는 기대심에 찬 얼굴이였다.
허나 개인적으로는 조금 불안한 감이였다. 왠지 그 들은 이제 만날 수 없는 인물이라고 느껴지기에. 한 참 전부터 만나기를 포기했던 입장으로서는. 기대감에 부푼 얼굴의 주인에게 못만난다고 단정지어 주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얘기였다.
"셀피아양. 지금은 달이 우리를 감시하고 있으니. 지금은 여관에 들려 내일 진행하는 것은 어떻소?"
"앗... 하지만 저같은 외지인이 함부로 방을 얻어도 될지..."
"콜헨은 좋은 마을이오. 여관 주인도 외지인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분은 아니오니. 부탁을 청하면 흔쾌히 허락해 줄것이오."
그녀가 머뭇거리자. 샤리네는 일어나더니 앞장서며 길을 인도한다. 그녀는 낯을 가리는 것인지 한 참을 가만히 있다가 결국 뒤를 따라 나섰다.
어둑해진 콜헨에 유일한 등대라 할 수 있는 여관에는 아직 촛불이 꺼지질 않은채 창문에 불을 밝혔다.
조용히 들어가자 한 참 서고를 정리하던 에르와슨 주인장이 목례만 하며 여관 내 사람들이 잠들어 있음을 알렸다.
샤리네가 수화로 셀피아에 대해 설명하자. 에르와슨은 그 특유의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셀피아에게 자리를 안내해줬다.
전투의 피로가 몰려온다. 그 피로는 나뿐만이 아니라. 샤리네의 눈꺼풀에도 몰려 오는것 같다. 녀석은 잠시 여관 기둥에 기댔을 뿐인데 졸기 시작한 것.
난 녀석의 등을 툭- 건드리며. 들어가서 자라고 손짓했다. 녀석은 내일보자는 식으로 손을 흔들고는 방으로 향했다.
피곤이 몰려온다. 나도 침대를 찾아 눕고는 천근만근 하는 내 두 눈을 조용히 덮어줬다.
@@@
마그마가 흐르는 용암 계곡에서. 긴장감히 흐르는 북소리와 함께 무언가 의식을 치루 는 듯이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한 남성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신이시여. 신이시여. 노하지 마시옵고.
신이시여. 신이시여. 용기를 주시옵고.
비나이니. 비나이니. 성공을 주시옵고.
비나이니. 비나이니. 용서를 주시옵고.
불두더쥐 족의 성인식이 한 참이였다. 온 부족 사람들이 나와 잔치 하듯이 모여, 단 한사람에게 시선을 고정한다.
그 남성은 길게 자란 붉은 머리카락을 면도칼날로 조심스레 머리를 밀었고. 깔끔하게 정리된 머리카락은 조금 까칠한 기운이 있지 않았나 싶다.
그래. 저 중심에 서있는 남성은 로젠이라는 거전사고. 다시 말하자면 나다.
이것은 나의 성인식.
머리가 단정해지자. 주술사 두명이 나에게 다가온다. 한명은 내 온몸헤 흰가루를 묻치는데. 화상을 방지 하는 가루라고 했으며.
또 다른 한명은 염소의 피와 흰 염색가루를 버무려 만든 바디페인팅을. 내 오른쪽 눈에 칠해주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주술이랍시고 무언가 낭독한다.
강한 자는 눈을 감지 않는다.
굳은 자는 시련을 견디고.
거센 자는 주먹을 쥐며.
현명함을 깨우치고.
명예를 받들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무겁고 뜨거운 금속과 같이.
더 나아가 단단한 강철이 되오리다.
마지막으로 나의 아버지. 헬릭스가 내 곁으로 오며. 불 두더쥐의 이빨이라고 하는 금속의 이빨모양 장신구 목걸이를 내 목에 걸어주었다.
"너에겐 성공과 같이 아픔도 나란히 걸을 것이다. 너에겐 죽음이라는 두려움 보다 실패라는 단어를 무서워 할 것이다. 허나 나는 널 믿고. 너 또한 우릴 믿으니. 죽음과 실패를 멀리하는 법을 배우고 오거라."
모두가 함성을 내지르며 하늘 높이 두 손을 들어올린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격려와 환영을 받은 날이 아닌가 싶다.
나는 화산을 아무 장비도 두르지 않은채. 맨손과 맨발을 이용하여 화산 뒤편에 있는 '불두더쥐님의 위장'으로 향했다.
그 곳에 있는 [살아있는 불기둥]을 뽑아 오는 것이 나의 성인식의 임무이고 마지막이다.
단순히 말하자면 인간들이 말하는 '마그마 디거'를 뽑아 오는 것인데. 온 몸이 용암으로 덮여 있는 녀석을 뽑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성인식에 실패한 녀석들도 없지 않아 있는 모양이다. 보통은 자괴감에 빠져 스스로 목숨 끊는 일이 많다.
그 만큼. 성인식은 부족에게 있어 전사를 창출. 그리고 용기를 보여주는 중요한 의식이 되는 셈이다.
"..."
익어오르는 공기를 파헤치며. 드디어 도착한 곳은 용암이 식어버린 검은 점토의 땅. 근근히 보이는 조그만한 구멍들에서 가끔 불기둥이 솟기 때문에 주의 해야한다.
나는 뜨거움도 잊은채 맨발로 땅을 걸으며 그나마 시원하다 싶은 지역에서 구멍을 찾았다.
다행히 시원한 부분에 구멍하나가 있었고. 나는 목걸이를 오른손으로 잡은채 뜯어버리며. 그 구멍을 향해 떨어트렸다.
[...턱]
깊이 들어갔나 싶더니. 갑자기 땅이 울긋불긋해지며 불기둥 하나가 크게 솟았다. 그래, 살아있는 불기둥. 마그마 디거였다.
"!!!"
그 당시 보았을때는 얼마나 위엄있는 생물인지 모른다. 먹을게 없으면 용암을 마신다고 할 정도로. 이 계곡에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많은 진화를 걸쳤는지. 실제로 보지 않는 이상은 거듭 설명해도 모를 것이다.
허나 그 들이 생존하기 위하여 이 곳에 사는 것은 변함이 없다. 목숨에 지장이 있는 행위를 당한다면 가만히 있을 녀석들도 아니고 말이다.
나는 이 배운데로 녀석의 뱃대지를 잡았다.
[치이-!!]
"...!!"
손과 팔이 타버릴 정도로 뜨거웠다. 힘을 주어 잡으려고 하는데. 너무 아픈 나머지 나도 모르게 손을 놓아버렸다.
그러자 디거는 온몸을 비틀며 나를 쳐내버리고. 나는 그 뜨거운 살갗에 몸을 부딪히며 뒤로 넘어져버렸다.
"큭!"
디거가 한번 크게 소리를 지르고는 다시 스멀스멀 땅으로 기어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
나는 손이 익어 살갗이 벗겨지기 시작했음에도. 다시 달려가 녀석의 이빨과 목덜미를 잡았다. 뜨거운 고통이라는 것은. 정말 내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생각했다.
"...강한 자는 눈을 감지 않는다! 굳은 자는 시련을 견디고! 거센 자는 주먹을 쥐며! 현명함을 깨우치고! 명예를 받들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무겁고 뜨거운 금속과 같이! 나아가 단단한 강철이 되오리다!!"
있는 힘을 다해 녀석을 쥐어 잡고는 그대로...!
@@@
"야! 일어나봐!
"...!!"
"베개 쥐어 잡고 뭐하는거야..."
꿈이 였나. 아직 비몽사몽해서 샤리네가 날 깨웠다는 것도 뒤늦게서야 알았다. 그 때 밖이 시끄럽다는 것을 느꼈고. 웅성거림이 잦으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무슨일인가."
"아직 못들었겠구만. 자느라고."
"음?"
"니가 저번에 말했던 카록님. 기사 되셨다더라. 말고도 네명 포함 다섯명 전부 다."
"!!"
카록형제가... 기사가 됬다고?
기쁜 소식은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큰법이다. 그래서 그런지 콜헨에서 기사가 나왔다고 하니 마을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것은 당연할 법 하다.
우리 옆에서 지나치다가 우연히 듣고 있던 셀피아 양이. 멍때리는 듯이 가만히 있다가 다가오고는 입을 열었다.
"호,혹시 그럼. 이비도 기사가 된건가요?"
"네. 그렇겠죠? 무소식이 희소식이라지만. 저는 아니라 생각되네요. 지금 성당에서 기사 하위식을 하고 있나봐요."
"그,그럼 어디서 볼 수 있나요!
"그거야 로체스트 아니겠어요?"
그녀는 샤리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관에서 나갔다. 그러고는 여관 앞에 서있던 무녀에게 로체스트 길을 물었고. 그녀는 뒤도 안돌아보고 로체스트에 향했다.
"에... 지금 가봤자 의미 없을텐데."
"그게 무슨뜻인가."
"기사 하위식 말이야. 지금 마을사람들이 왜 로체스트 안가고 여기 남았겠어. 다 로체스트 가면 도둑 들까봐 안가는 걸까? 이 좁은 마을에?"
"??"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가? 그니까 지금 로체스트 통금제한 걸렸다고. 심지어 마차도 출발을 못할 정도라니까."
"아니, 가족이 가족 명예 얻는 모습을 보겠다는데 그것도 안 된다는 건가?"
"높으신 나으리들이 그렇게 하라는데. 우리가 뭐 별 수 있나? 그런 말도 있잖아.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외지인인 내가 말하기에는 우스울 일일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환영은 타인이 아닌 가족과 형제들에게 받아야 의미가 있다 생각한다. 쌩판 모르는 남과 높으신 분들이 와서 격려와 칭찬을 한다 한들. 가족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랴.
"그렇담 셀피아 양은...?!"
"후... 길 잃어버릴테니까 우리가 찾아서 와야지 뭐."
@@@
"안 됩니다."
"들여 보내주세요...!"
"아가씨. 이러시면 곤란해요. 지금 저희도 명을 받고 하는 겁니다. 가족분들이든. 친구 사이든 간에. 절대 안 됩니다."
"전 이비를 꼭 만나야 한다구요!"
도착해서 성문 옆쪽 바위에 숨어 그녀를 봤을때는 이미 문지기와 실랑이 중이였다. 억지로 들어가려 하면 양 옆에 있는 문지기가 그녀의 팔을 잡아채고. 그녀는 사정사정하며 이야기를 해도 뚝심있게 그들은 단호히 거절했다.
"성이 정말 크군. 밖에서 볼때 이 정도면 내부는 더 볼만하겠다."
"쉿."
나도 모르게 감탄하며 성구경을 하고있을때. 샤리네가 검지를 치켜세우며 입에 가져다 대고는 조용히 하라고 신호를 준다. 그렇게 조금 긴 시간동안 실랑이를 벌이다가. 그녀의 어깨가 축 늘어지며 뒤를 돌아 천천히 콜헨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저 셀..."
나는 말을 걸려는 샤리네의 어깨를 잡고 말렸다. 그가 나를 바라보자. 나는 그에게 고개를 저었다. 한 참을 말없이 셀피아를 바라보는데. 셀피아는 양을 방목하는 곳으로 향하더니. 앉아있는 양의 옆에 다리를 모아 주저 앉고는. 팔로 다리를 끌어 안아 흐느끼고 있었다.
보다 못한 샤리네가 다가가 그녀의 옆에서 위로의 말을 건내며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나도 뒤따라가 가만히 서있다가. 눈물로 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조금 안쓰러웠다.
나는 그녀에게 손을 건내며 일으켜 세워주고는 셋이서 같이 콜헨으로 향했다.
운명이라는 건...
사람 맘대로 안 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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