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윽고 쓰러져있던 그녀가 희미하게 눈을 뜨며 정신을 차렸다. 자신이 누워있었다는 것을 깨닳았는지. 천천히 침대에서 몸을 세워 특유의 그 쿨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고마워요. 빚을 져버렸네요."
"빚은 무슨... 사람 죽어가는데 빚주면서 살리나요."
샤리네가 서슴없이 그녀의 왼팔에 꽂혀있던 화살촉을 빼버린다. 예상외로 아네스트는 신음조차 하지 않고 인상만 찌푸렸다. 그러고는 받아온 약을 바르고. 어디서 배운 것인지 샤리네는 능숙하게 바늘과 실을 이용해서 그녀의 살갗을 꿰매기 시작했다.
셀피아는 젖은 수건을 가져와 꽉 짜고는 정성스레 아네스트의 몸을 닦아주었다.
"대체 무슨일이오?"
"...말 하기가 곤란해요. 그 보다. 당신. 빚진것도 있지만 한 번더 부탁할게 있어. 들어줄거죠?"
"부탁? 뭐 그리 바쁜것이오?"
"바빠요. 무지 바쁘죠. 날 봐요. 얼마나 바빴으면 내가 혼자 움직였겠어? 오늘 자정까지는 꼭 해내야만 해요."
"음... 곤란하오. 시간을 가지고 하는 거라면야 모르겠소만. 난 지금 '카록'형제를 기다려야 하오."
"카록? 아. 그 기사말하는건가?"
로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아네스트는 한숨을 토해내며 헝크러진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고는 좋지 않은 소식을 발표했다.
"안 됐네요. 아마 그들. 당분간 여기 못 올수도 있어. 내 생각에는 정말 짧으면 여섯 달. 걸릴거에요."
"무슨 소리요?"
"그들이 기사가 된 이유는 알고 있죠?"
아네스트가 질문이라고 던진 것 보단 당연히 알거라고 던진 말이였음에도. 그들은 짜고 맞춘 연극 처럼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그녀. 한숨을 내쉬고는 천천히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그들이 기사가 된 결정적인 이유는. 마족과의 전투승리? 틀렸어요. 그 들은 마차에 타고 계시던 법황 사제님을 구했어요. 무슨소리인지 알아? 갑자기 정체모를 마족도 아니고 인간도 아닌 생물에게 습격을 당했다고. 그러니 당분간 마차가 들어올 수 없다는 이유이기도 하고. 외부인은 출입을 엄금한다는 이유이기도 하죠. 괜히 높은 사람들이 하찮은 것들 얼굴 보지 않겠다고 통금제한 시킨게 아니란 말이에요."
그러자 세명은 납득됐다는 듯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 기사들이 사제님을 구했네요? 그렇다면 그들이 그 사제님을 구해서 뭘 할까요? 당연하거 아니겠어? 그 습격한 원인을 찾아 없애야죠. 나라도 그렇게 할텐데?"
"그렇담... 지금 그들은."
"예.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도마뱀 형상을 하고 있던 인간모습의 생물체를 찾아 돌아다닌다고 하더군요. 과연 그걸 찾는다고 끝날까요? 배후, 근본. 그리고 결과 산출 및 섬멸전까지. 정말 오래걸린다고 하면 최대 2년 내지 그 이상 걸릴 수 있다구."
그러자 세 명은 낙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그러다가 샤리네 혼자만 고개를 들어 질문을 던졌다.
"저기... 아네스트씨. 갑작스럽지만 질문 하나 해도 될깝쇼?"
"뭐죠?"
"근데 그렇게 중요한 정보는 어디서 듣고 오신건가요."
"...나는 트레저헌터에요. 혹은 정보상인이죠. 내 정보와 희귀물품을 사려드는 귀족들이 많아. 그러다 보니 함부로 들어 갈 수 없던 기사 서임식도 구경하고 왔죠."
"혹시 카-."
"질문은 나중에 해요. 말하고 있으니까."
"네."
[system : 샤리네는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말끊고 질문던지기 스킬을 사용했지만. 아네스트의 카리스마 패시브 스킬로 인하여 가볍게 무시되었다.]
"무튼 그 만큼 트레저 헌터. 혹은 정보상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어려운 거에요. 신용도와 목숨이 같은 수평위치에 있다보니. 신용이 떨어지면 곧 제 목도 떨어지는 법이죠. 오늘 내가 겪은 일은... 이 일과 관련이 있기도 하죠."
한편으로는 마을이라는 이름의 상품을. 함부로 걸어버린 것일 수도 있다. 그녀는 그녀도 모르게. 자책감에 빠져있었던 것.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를 푸는 것과 같은 기분일 것이다.
"도와주겠소."
"!"
로젠의 한마디에. 아네스트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본인은 거전사요. 위태로운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도와주는게 우리 부족의 가르침이오. 그러니 도와주겠소."
"날 돕겠다고?"
"그렇소."
"그렇게 못 살게 굴었는데요?"
"그게 문제 될 것이오?"
"...의외네. 당신. 폭군 이후로 날 찾아오질 않아서. 내 부탁은 안들어 줄거라 생각했어."
"대신 조건이 있소. 내가 바라는 것은 부도 아니고. 명예도 아니오. 단지 우리 형제인. '카록'형제를 볼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리다."
그러자 아네스트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안도의 한숨을 내뱉고는 목을 놓아 우었다.
"-아... 정말 재밌어. 당신이라는 사람. 너무 순하네. 좋아요. 제가 직접 만나 뵐 수 있게 할 수 없지만. 당신이 노력하면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는 있게 해줄게요."
"...?"
"당신은 '기사'가 아니야. 기사는 [아무나 할 수 없지만. 누구는 할 수 있는]거니까. 하지만 '트레져헌터'는 달라.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지]."
그녀는 부상당한 몸을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로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만약 이 일에 성공하면. 당신을 '트레져헌터'가 될 수 있도록. 작은 섬에 있는 '트레저헌터 길드'에 추천서를 써주겠어. 어때? 나쁘지 않죠? 당신이 노력한다면. 부도. 명예도. 그리고 귀족들과의 인맥도 쌓을 수 있고. 나아가 기사도 만날 수 있겠지. 혹시 알아요? 요즘은 돈만 있으면 다 되는 세상에 귀족의 신분 까지 살지..."
그녀는 잠시 눈을 감고 다시 뜨고는 진지하게 로젠에게 물어봤다.
"하겠어요?"
모두가 침묵. 그러자 로젠은 아무 말 없이 여관 옆쪽의 방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에 나와 오른손에 블래스터를 장착했다.
"거전사가 한입으로 두말할 것 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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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 부터는 마영전 시즌2와 스토리가 엮이면서 나올 예정입니다. 길기만 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