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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잭스X소나 팬픽-가로등과 별 4화

아이콘 강철안개
댓글: 3 개
조회: 952
추천: 8
2013-12-26 00:08:09

#베사리아. 2


-너희들의 죄를 잊지 말아라, 전쟁학회여.


 “안돼!!!!”

 “콜민예 의원!”


 베사리아는 용수철 튕기듯 일어났다가 곧이어 찾아오는 끔찍한 격통에 비명 한번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침대 위로 쓰러졌다. 몸 안을 쇠갈고리로 긁는 듯한 끔찍한 격통이 그녀의 숨통을 죄고 있었다. 의사를 불러오라는 둥, 뭔가 다급한 목소리들이 그녀 주변에서 시끄러운 날파리처럼 맴돌았지만 아무것도 그녀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베사리아가 제대로 대화가 될 만한 정신을 차린건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지쳐 축 늘어진 후였다. 간신히 그녀의 눈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여긴 학회의 병동이었다.


 “좀 정신이 드나, 콜민예 의원?”

 “…멘드레이크, 당신이군요.”


 잔뜩 진통제를 투여한 베사리아가 몽롱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옆엔 잿빛의 로브를 깊숙이 눌러쓴, 어딘가 음울해 보이는 인상의 노인이 앉아있었다. 키얼스타 멘드레이크-놀라운 실력의 소환사이자 그녀와 같이 전쟁학회의 단 둘뿐인 상임의원이었다. 온몸에 붕대를 칭칭 감고서 진통제를 쓰지 않으면 대화조차 할 수 없는 베사리아와는 달리, 그는 약간 지쳐보인다는 점 이외에는 별달리 눈에 띄는 상처는 없었다. 베사리아가 몽롱하게 웃으며 말했다.


 “팔팔해보이네요, 멘드레이크. 지금 당장 타곤 산을 맨손으로 등반해도 문제없겠는걸요.”

 “농담할 여유도 있고, 아무래도 내가 자네 걱정을 너무 과하게 했나보군.”


 멘드레이크 의원은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하더니 호주머니에서 파이프 담배를 꺼내 뻐끔뻐끔 피우기 시작했다. 의사가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병실에서 뭐하는 짓이냐고 기겁을 했겠지만 널찍한 병실엔 그녀와 멘드레이크 이외엔 아무도 없었다. 자리를 비켜준게 아니라-멘드레이크가 이 병실 자체를 통째로 이격시켜버린 것이었다. 그 증거로 베사리아의 머리맡에 있는 탁자엔 고대의 마법 문자 하나가 희미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병실을 격리시킬 정도의 마법까지 썼어야 하나요?”

 “지금은 아무도 믿을 수 없소, 베사리아.” 그가 나직하게 말했다. “전쟁학회의 소환실이 습격을-그것도 리그 도중에 습격을 받았소. 무엇보다도 강력한 보호마법이 걸려있는 그 순간에 말이지.” 그는 푸른 연기가 나는 파이프 담배를 뻑뻑 피우더니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습격이라니? 베사리아가 아리송한 표정으로 말했다.

 “습격? 하지만 그건 습격이라기보단…….”

 “아아, 알고 있소. 데마이사 측 소환실에선 누군가 수정구의 술식을 조작해서 소환사들을 싸그리 없애버렸다지? 녹서스측 소환실에선 습격이 있었다오. 리그 시작과 동시에 공허의 괴물로 추정되는 생명체가 소환실 안으로 ‘소환’ 되었지.” 그가 잠시 침묵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간신히 공허 속으로 쫒아버리긴 했지만,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소. 소환사들이 눈앞에서 여덟 조각으로 썰려나가는데 그 밀폐된 방 안에 피와 내장이 얼마나 흥건하던지…….”

 “말씀 중에 대단히 죄송하지만, 멘드레이크. 그렇게 자세히 묘사해주실 필요까진 없어요.”


 베사리아는 뱃속에서부터 올라오는 욕지기를 억지로 삼키며 대답했다. 그녀는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자 수제자들이 끔찍하게 죽어나가고 자신마저 죽을 위기에 놓여있던 상황을 그저 ‘유쾌하지 않은 경험’ 정도로 치부해버리는 멘드레이크의 사고방식을 알면서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사고방식에 대해 따지고 들 때가 아니었다. 


 그러기엔 시기가 너무 좋지 않았다.


 “자, 챔피언들은 협곡 안에 갇혀있고 협곡은 외부와 완전히 단절되었지. 소환사들은 소환 도중에 불의의 습격으로 죽어나갔고 살아남은건 상임의원인 나와 당신 둘 뿐이고. 그리고 이제 전쟁학회를 단번에 날려버릴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폭탄으로 변한 수정구가 학회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소환실에 있네. 심지어 이런 일을 벌인게 어떤 놈들인지, 아니 개인인지 단체인지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조차 몰라. 이런, 아무래도 전쟁학회 창립 이래 최악이자 최대의 위기로군.”


 베사리아는 미간을 매만지며 얼굴을 찌푸렸다. 멘드레이크의 말대로 전쟁학회는 최악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오늘 아침에 토스트에 땅콩버터를 바를까 딸기 잼을 바를까 고민하던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도 멀게 느껴졌다. 그때로부터 불과 10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그녀가 처한 상황은 모든 것이 바뀌어있었다. 베사리아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한참동안 왼손의 은색 반지를 매만졌다. 멘드레이크 역시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뻐끔거리며 담배만 피우고 있었다. 멘드레이크는 사람이나 세력에 지나칠 정도로 무관심한 자신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고, 이런 경우 베사리아의 지시를 따르는게 낫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장단점도 파악하지 못하고 길길이 날뛰는 헤이워드 렐리바쉬와는 달랐다. 적어도 멘드레이크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베사리아의 입이 열린건, 그로부터 한참 뒤였다.


 “렐리바쉬 전쟁학회장은 분명히 소환사들을 학회 밖으로 피신시킬 겁니다. 물론 자신 역시 어디로든 피신하겠죠. 하지만 그거야말로 적의 노림수입니다. 소환사들은 절대로 전쟁학회를 떠나선 안돼요.”

 “호오, 왜 그렇지?”

 “멘드레이크, 전 소환실에 임의로 이계의 생물을 불러들이고 리그의 소환 시스템을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을 정도의 세력이 이런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는 건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전쟁학회와 소환사들을 없애버릴 작정이었으면 수정구를 시한폭탄으로 만드는 번거로운 과정 따윌 거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 터뜨려버렸으면 됬을거에요. 당신 쪽도 마찬가집니다. 왜 구태여 공허의 괴물을 보냈을까요? 아무리 소환사들이 리그에 집중할 때 무방비해진다고 하지만 상임의원이라는 큰 변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더 확실한 방법을 쓰지 않았을까요?”

 “그럼 그놈들이 그늘에 숨어서 우릴 가지고 놀고 있단 말인가?”


 멘드레이크가 화가 난듯 낮게 으르렁거리자 베사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땐 경황이 없어서 눈치채지 못했지만, 딱 우리들의 힘으로 어찌어찌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습격이었어요.” 베사리아가 입술을 질근 깨물었다. “전쟁학회를 습격한 세력이 무엇일지라도 적어도 한가지는 확실해요. 그들은 전쟁학회를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저와 당신의 실력까지도요.”


 베사리아는 재차 말했다.


 “여기서 소환사들이 학회 밖으로 나간다면 그들이 갈 곳은 각자의 조국밖에 없습니다.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최소한 다른 국가들이 전쟁학회의 문제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여지 정도는 만들어지겠죠. 그들이 소환사라는 귀중한 인적 자원을 모른 척 지나칠리는 없을테니까요.”

 “그리고 전쟁학회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 다른 국가들이 리그의 대리 전쟁따윈 믿을 수 없다면서 반기를 들겠지. 누군가의 간섭을 받을 수 있는 리그는 더 이상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거고, 결과적으로 대륙의 소환사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구심점이 사라지겠군.”

 “네, 뿐만 아니라 챔피언들로 등록된 자들도 뿔뿔히 와해되어버리겠지요. 선택지는 둘 중 하나입니다, 멘드레이크. 이 문제를 해결하고 범인을 찾아내던가, 모두 학회와 운명을 같이하던가. 룬 전쟁의 재림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본다면 차라리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을 땐 소환사들 전부가 없어져버리는 편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말을 너무 많이 한 탓인지 베사리아는 진통제로 억눌러뒀던 통증이 조금씩 고개를 드는걸 느낄 수 있었다. 좀 잔인한 의견이라고는 그녀 스스로도 생각하고 있었지만 베사리아는 자신의 말을 번복할 생각같은건 없었다. 물론 그녀는 어지간해서는 학회의 소환사들을 위험에 처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따지고보면 그들도 누군가의 아들이자, 남편이고 아내이며, 자식을 둔 부모들 아닌가. 하지만 전쟁학회의 존립 자체가 위기에 처한 지금 언제까지나 안온한 태도를 취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적이 독하게 나오면, 이쪽도 독한 마음을 먹지 않으면 이길 수 없었다. 전쟁이란, 싸움이란 그런 것이었다.


 “좋소, 콜민예 의원. 아주 일리있는 의견이군.”


 멘드레이크는 불이 꺼져버린 파이프를 툭툭 털고 주머니에 집어넣더니 슥 일어났다. 그가 탁자로 다가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룬 문자를 슥슥 지우자 베사리아는 병실이 원래의 위치로 돌아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과연 연구에 미친 마법광. 베사리아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마법 문자 하나만으로 공간을 격리시킬 수 있는 실력을 가진 소환사는 오직 멘드레이크 한 명 뿐이었다.


 “난 그대의 의견을 대회의에 전달하도록 하지. 그래도 내 상태가 당신 상태보다야 훨씬 나으니까. 당신은 좀 쉬어두는게 좋겠소.”

 “자상도 하셔라. 고마워요 멘드레이크.”

 “효율적으로 충분히 쉬어두는걸 권장하는 바요. 자네 사무실이 각계각층의 인사들과 산더미같은 보고서로 폭파 직전이라고 언뜻 들은게 있거든. 그럼 가보겠소.”


 감격의 표정에서 순식간에 경악의 표정으로 바뀌는 베사리아의 얼굴을 외면한 채 멘드레이크는 뭐라고 살짝 중얼거리더니 금새 사라져버렸다.

 그녀는 잠시 가만히 있다가 한숨을 푹 쉬고선 애써 자리에서 일어났다. 휴식을 취하는 대신 베사리아는 진통제 두 알을 입에 넣고 으적으적 씹어먹었다. 애초에 쉴 생각같은건 없었다. 자신같이 요직에 있는 사람들의 행동 하나가 얼마나 큰 영향을 끼질 수 있는지에 대해 모를 정도로 그녀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녀는 단촐한 보라색 로브를 걸치고 잠시 머리를 매만진 뒤에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대회의장은 멘드레이크가 어떻게든 해결해 줄 것이다. 그럼 자신 역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만 했다. 그녀는 문고리에 손을 뻗다가, 잠시 망설이는 듯 손을 거두며 중얼거렸다.


 “전 이쪽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겁니다. 그때까지 협곡의 모두를 지켜주세요, 잭스…부탁합니다. 당신밖에 믿을 만한 챔피언이 없어요.”


 전해질 리가 없다는 걸 잘 아는 베사리아였지만 그래도 그녀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말했다. 잭스는 베사리아가 신임하는 몇 안되는 인물 중 하나였다. 상당히 뻔뻔스러운-그리고 제멋대로인-부탁이 아닐 수 없었지만…지금 상황에서 협곡으로 시선을 돌리기엔 학회에 처한 상황이 너무나도 긴박했다. 이제부턴 정말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그녀는 다시 진통제 한 알을 씹어먹고선, 망설임없이 문을 열고 걸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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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1. 안녕하세요, 가로등과 별이라는 잉여잉여한 소설을 쓰고있는 강철안개입니다.


2. 말해두지만 이거 잭스랑 소나 엮이는 소설이에요. 잭스X소나-O 잭스X베사리아-X


3. 스토리는 협곡 내부의 이야기인 잭스와 소나 이야기와 협곡 외부의 이야기인 베사리아의 이야기로 나눠서 진행됩니다.


4. 그리고 언젠가 두 라인이 만나겠죠.


5. 아실랑가 모르겠는데 이번 이야기, 그러니까 챕터 1의 제목은 '전장의 안개'입니다.


6. 잭스와 소나의 알콩달콩한 이야기를 쓰고싶어 견딜수가 없습니다 으아아아 왜 이렇게된거지 스토리 진행은 해야하는데 쓰고싶은 파트는 따로있고 그 파트를 쓸려면 스토리를 진행해야하고 딜레마에요 딜레마


7. 베사리아편은 요약 없이 할게요. 딱히 떠오르는 요약이 음슴.


8. 올리니까 12시 7분이네요. 와 크리스마스 지났다 ㅅㅂ







*댓글과 추천은 큰 힘이 됩니다. 오탈자 지적, 내용 문의 환영합니다. 



Lv74 강철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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