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재경이라는 해설위원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 분을 E-스포츠의 아버지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이 사람이 없었다면 지금의 E-스포츠의 규모는 없었을 것입니다.
엄재경 위원 (편의상 엄옹으로 줄여 부르겠습니다) 은 언제나 리그 해설을 하면서 큰 그림을 그렸습니다.
강하고 인기가 많았던 선수는 굳이 엄옹이 나서서 띄우지 않아도 인기가 보장되었기에 적당한 수준의 포장을,
상대적으로 약체였고 인기가 떨어졌던 선수는 캐릭터를 붙히고 최대한 장점을 살리는 해설을 했습니다.
이런식으로 해설을 했기에 OSL에는 상대적으로 MSL보다 '리그 브레이커' 가 적었습니다.
딱 B 정도의 레이팅이었던 김윤환과 김명운을 오버마인드와 퀸의 아들로 만든 사람이 바로 엄옹이었습니다.
단순한 선수 별명짓기에서 끝나는게 아닌, 리그의 시나리오를 차근차근 만들고
경기의 끝에서 그 스토리를 통해 희열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능력이 엄옹에게, 그리고 스타리그에게는 있었습니다.
현재의 LOL 챔피언스에는, 이런 엄옹의 역할을 조금이나마 해주는 사람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
현재 LOL 프로판의 최고 슈퍼스타는 누가 뭐래도 CJ 양팀일겁니다.
그리고 해설진들은 열심히, 슈퍼스타인 CJ 양팀을 최고로 추켜세우는 해설을 하고 있죠.
지난 스프링 리그를 봅시다.
자타공인 저번 시즌 최고의 팀으로 손꼽히던 CJ 블레이즈가 MVP 오존에게 셧아웃을 당했습니다.
이는 '롤챔스에 절대 강자는 없다' 라는 점을 명백히 보여줬죠.
LOL은 큰 패치들을 통해 메타와 선수가 휙휙 갈려져 나가기에 언제 강팀이 약팀으로 미끄러져 내릴지,
그저 그런 평가를 받던 팀이 최고의 팀으로 거듭날지 모르는 게임입니다.
스타보다도 이런 현상이 훨씬 심하죠. 그렇기에 팀간에 균형잡힌 해설이 더더욱 필요합니다.
만약 제작진 및 해설진이 지금같이 CJ 위주의 스토리를 계속해서 만드는데 8강에서 CJ 양팀이 동반탈락한다고 생각하면,
하루아침에 CJ가 몰락해 버린다면?
뒷수습을 어떻게 할지 잘 상상이 되지 않네요.
분명히 CJ 양팀이 인기팀인건 맞습니다. 그들에 대한 환호를 해설진이 억제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온전한 '슈퍼스타 팀' 을 만드는 지금의 태도보다는,
리그의 판을 크게 보고,
다른 팀들에 대한 장점을 시청자들이 깨닫게 도와줌으로서,
CJ에게만 쏠려있는 관심을 여러 팀들에게 분산하는 방법도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뱀발
이런 점에서 저는 전용준 캐스터 - 강민 해설 두 분에 대한 아쉬움이 참 큽니다.
리그에서 김동준 해설은 철저히 경기 위주의 정확한 해설을 맡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이런 점에 대해서 신경쓸 여지가 조금은 적을지도 모릅니다. 다 잘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죠.
전용준 캐스터님.
물론 시청자와 관객들의 환호를 이끌어내고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 캐스터의 1차 목표인건 맞습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슈퍼스타 위주의 분위기 조성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땡겨!!' '매라!!' '잭패!!'.. 이제 해당 선수들에 대한 찬양보다는 반발심을 갖는 사람들까지 생겨나고 있습니다.
강민 해설위원님.. 노력 많이하고 계신다다는건 알지만 분명히 경기 보는 눈이 김동준 해설보단 떨어지는게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강민 해설이 이런 점을 인정하고, 인기가 떨어지는 팀을 포장하는 해설 위주로 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스타리그도 '정확한 해설의 김캐리 (말년에야 경기보는 눈이 많이 떨어지셨지만..),
그리고 시나리오와 판짜기의 엄재경' 이라는 강력한 투탑이 있었기에 롱런이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편중된 인기에 부채질을 하는 방송이 아닌,
좀 더 슈퍼스타가 많아진 롤챔스를 보고싶은 마음에서
부족한 필력이나마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