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 공작소

전체보기

모바일 상단 메뉴

본문 페이지

[소설] 메이플[스토리] 19

Pyapat
조회: 820
2025-01-06 21:53:32
건물 밖으로 나온 아리는 곧장 장부의 내용에 대해 확인하기 시작했다.

장부의 안에는 사제를 추적하면서 만났던 인물이나 조직에 대해 적혀있었고, 조금 더 페이지를 넘기자 사제에게 가짜 부적을 의뢰한 인물의 정보가 적혀 있었다.

"이 자식이 또.."

아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그 모습에 파티원들은 의아함을 느끼며 아리에게 다가갔다.

"왜? 거기에 뭐라고 적혀있는데?"
론도가 다가가며 묻자, 아리는 한숨을 쉬며 그들에게 장부를 건네주었다. 장부를 받아든 론도가 안에 적힌 내용을 보자 그 곳에는 한 인물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

"발드..? 이게 그 사건의 범인이야? 그런데 이 사람이 너랑 무슨 연관이라도 있어?"
론도의 질문에 아리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그 사람이 비화원의 장로야"

"뭐? 그게 진짜야? 그 사람이 20년전 사건의 진범이라고?"

"응, 비화원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있던 사람인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선대 다크로드와도 연이 있었을줄이야..."

아리는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며, 친구 메르시를 떠올렸다. 그리고 작게 숨을 고르더니, 파티원을 돌아보았다.

“가자.”

“엥? 간다니… 어디 말이야?”
올리비아가 눈을 깜박이며 묻자, 론도가 핀잔을 주듯 대답했다.

“당연히 비화원이지. 또 어딜 가겠냐?”

하지만 아리는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아니, 지금은 잡지 않아.”

“엥? 이렇게 증거도 있는데, 왜 안 잡는다는건데?”
론도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묻자, 아리는 침착하게 설명했다.

“결국 다크로드가 준 정보일 뿐이잖아. 비화원 전체가 납득할 만한, 결정적 물증이 필요해. 그래야 장로를 확실히 잡아낼 수 있지.”

아리의 말에, 조용히 대화를 듣고 있던 슈가가 조심스레 되물었다.

“그럼 그 물증을 어디서 구할려고..? 무작정 미행만 할 수는 없잖아.”

슈가의 말을 들은 아리는 빙그레 웃으며 장부를 가볍게 흔들었다.

“여기에 적혀 있어, 장로가 주기적으로 드나드는 장소의 위치가.”

그녀의 말을 들은 파티원들이 장부의 내용을 확인하자, 정말로 그 곳에는 장로가 주기적으로 들르는 장소가 언급되어 있었다.

"여기는... 늪지대잖아..?"

장부에 적힌 위치는 커닝시티 뒷골목으로 연결된 늪지대가 적혀있었다.

“흠.. 늪지대라.. 어려울건 없지만 전원이 함께 움직이면 너무 눈에  띌 것 같은데?”
테스가 장부 내용을 훑으며 말했고, 아론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6명 전부가 몰려가면 혹시 모를 추적이나 잠입에 불리할 수 있어.”

그때 올리비아가 나서서 의견을 냈다.

“그럼 두 팀으로 나누자. 한쪽은 늪지대 조사, 다른 한쪽은 장로를 감시하는 거야!”

론도가 턱을 매만지며 동의했다.

“나쁘지 않네. 그럼 어떻게 팀을 나누지?”

올리비아가 문득 아이디어가 떠오른 듯 말했다.

“내가, 아리, 슈가랑 함께 늪지대로 갈게. 거긴 전투가 벌어질 확률도 높으니, 우리 셋이면 괜찮을 거야.”

“좋아. 그러면 우리는 비화원에 가서 장로를 살펴볼게.”
아론이 그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뒤적이더니, 아리에게 건넸다.

“응? 이게 뭐야?”

아리가 건네받은 물건은 무전기였다. 아론은 무전기의 기능을 설명하며 덧붙였다.

“전에 너희가 광산에 들어갔을 때, 밖에선 상황을 전혀 몰라 답답했거든. 그래서 내가 미리 구비해뒀어.”

그가 어깨를 으쓱하자, 아리도 웃으며 무전기를 품 안에 넣었다.

“고마워, 잘 쓸게.”
“뭘. 급한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

그렇게 두 파티는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각자의 임무를 위해 갈라졌다.
아론‧론도‧테스는 비화원에 장로를 살피러 떠났고, 아리‧올리비아‧슈가는 하수구를 통과해 커닝시티 뒷골목에서 이어지는 늪지대로 향했다.
늪지대는 곳곳에 높게 자란 수풀이 빼곡하게 있었고 바닥은 질척거렸다. 아리와 슈가, 올리비아는 최대한 늪에 빠지지 않도록 그나마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있는 길만 따라 다녔다.

늪 사이사이에는 낡은 오두막들이 보였는데, 오래전엔 누군가 초소나 관측소로 썼던 듯, 침대나 약간의 가구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방치된 탓에 먼지가 수북했고, 사람의 흔적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아리, 정말 여기서 뭔가 찾을 수 있을까?”

벌써 몇 번째 오두막인지도 모를정도로 오랫동안 조사를 하던 올리비아가 지친 목소리로 물었다.
아리도 꽤나 지쳤는지, 목소리에 기운이 빠져 있었다.

“솔직히 쉽게 찾을 거라 생각하진 않았는데… 흔적이 너무 없긴 하네.”

두 사람의 표정을 살피던 슈가가, 걱정스레 제안했다.

“저기… 아리, 조금만 쉬면 어때? 계속 이렇게 돌아다니기만 하는 건 너무 힘들잖아.”

슈가의 제안에 아리는 작게 끄덕였다.

“그래… 잠깐이라도 쉬자.”

오두막 안 낡은 침대 위에 걸터앉은 아리를 보며, 올리비아도 근처에 적당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
슈가도 허리를 펴며 숨을 골랐다.

바깥 늪지대에서는 습한 바람이 윙윙 불어, 삐걱거리는 오두막 문 틈으로 스며들었다.
오랜만의 휴식에 세 사람 모두 약간씩 안도감을 느끼는 듯했다.

"휴… 대체 그 장로가 여기서 뭘 했던 걸까."
오두막 안에서 먼지를 툭툭 털어내던 올리비아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장부엔 분명 늪지대 주변에서 주기적으로 뭔가 한다고 적혀 있었는데…"
아리가 장부를 뒤적이며 말했다. 그러나 거기에 쓰인 내용은 모호하기 짝이 없었다.
장로가 어떤 오두막에서 밀회를 가진다는 언급은 있었지만, 누구와 만나는지, 정확히 어디의 오두막이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

‘진실을 밝혀서 그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게 두려웠다.’

아리는 일전에 다크로드가 자신에게 장부를 주면서 꺼내었던 말을 떠올렸다. 아마 이 이상 정보를 캐냈다가는 더는 숨길 수 없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아리는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 이제 출발하자."

"에엑? 벌써? 조금만 더 쉬면 안 돼?"
힘겹게 의자에 기대 있던 올리비아가 잔뜩 지친 목소리로 부탁했다.

"곧 밤이 되면, 뱀이나 악어 때문에 더 위험해질 거야. 빨리 조사하고 돌아가자."
아리가 단호하게 말하자,

"우으…"
올리비아는 칭얼거리듯 투덜거렸다.
아리는 다른 오두막을 조사하기 위해 앞장섰고, 올리비아와 슈가는 뒤에서 힘겹게 따라가면서 서로를 다독였다.

약 10분간 수풀을 헤치며 나아가자, 다음 오두막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리는 앞장서서 문을 열고 내부를 살폈다. 안쪽은 다른 오두막들처럼 몇몇 가구들이 장식되어 있어, 겉보기에는 크게 다른게 없어보였다.

하지만, 탁자와 책상을 조사하던 그녀는 곧 미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아리, 왜 그래? 여기 뭔가 있어?"
올리비아가 아리의 뒤에서 책상을 살펴봤지만, 겉으로는 평범해 보였다.
슈가 또한 옆에서 함께 살폈지만 별다른 특이점은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아리는 말없이 탁자와 책상을 번갈아가며 만져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궁금증이 커질 무렵, 아리가 입을 열었다.

"깔끔해."

"응? 깔끔하다니, 뭐가?"
올리비아의 물음에 아리는 책상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책상말이야. 다른 오두막들이랑 비교해봐. 먼지가 훨씬 덜 쌓였어. 최근까지 누가 사용한 것 같아."

슈가와 올리비아가 책상을 다시 확인하자, 정말 다른 곳과 비교해 먼지가 확연히 적었다.

"그러네. 여긴 상대적으로 먼지가 얼마 없어."
올리비아와 슈가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리가 다시 말했다.

"아마 여기에 어떤 물건을 올려두고 쓴 것 같아. 뭔가 흔적이 있을 수도 있으니, 한 번 잘 찾아보자."

세 사람은 각자 오두막 내부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별다른 증거는 나오지 않았고, 서서히 초조해질 무렵, 아리의 무전기에서 삐- 하는 소리가 났다.

"응? 무슨 일이야?"
아리가 무전기를 꺼내 받자, 스피커 너머로 아론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너희 지금 어디야? 아직도 늪지대야, 혹시?"

"응, 여기서 수상한 오두막을 찾았는데… 왜 그래?"
아리가 의아하다는 듯 대답하자, 무전기 너머에서 아론‧테스‧론도의 목소리가 겹쳐 들렸다.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어 아리는 그들의 말을 끊고 다시 요구했다.

"시끄러워서 잘 안 들려, 뭘 그렇게 다급하게 떠드는 건데?"

아리가 짜증스럽다는 듯 말하자, 이번엔 아론이 또렷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장로가 늪지대로 출발했다고!"

"뭐?"

갑작스런 말에, 무전기를 듣고 있던 아리‧슈가‧올리비아는 당황해서 재차 확인하듯 물었다.

"장로가 늪지대로 온다고? 진짜야?"

그러자 아론이 큰 목소리로 확실히 말했다.

"장로가 늪지대로 갔어! 당장 거기서 빠져나와!"

아론의 무전이 끝나자마자, 아리는 앞장서서 오두막을 빠져나가기 위해 문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런데 불과 1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오두막을 향해 걸어오는 사람의 형체가 어렴풋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아리와 슈가, 올리비아는 당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재빨리 몸을 숨겼다.

“아, 아리… 어떡해, 우리?”
슈가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물었고, 옆에서 올리비아는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쥐며 말했다.

“싸, 싸울까? 우린 셋이잖아! 이길 수 있을지도…!”

올리비아의 말에 아리는 잠시 고민에 잠겼다.

정말로 장로 혼자라면 충분히 해볼 만했다. 하지만, 만약 장로가 오두막에 오는 이유가 누군가와의 거래나 접선 때문이라면? 그렇다면 장로뿐만 아니라, 정체 모를 상대들까지 얽힐 가능성이 높았다. 최악의 경우, 장로의 치부를 밝히기도 전에 모든 계획이 무너질 수 있었다.

아리는 고심 끝에, 두 사람을 오두막 구석 벽 쪽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낮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절대로 움직이지 말고, 소리도 내지 마. 알았지?”

그녀의 단호한 표정에, 슈가와 올리비아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의 대답을 확인한 아리는 곧 눈을 감고 집중하더니, 셋 모두에게 다크사이트를 펼쳐주었다.

'이 정도면… 들키진 않겠지.'

올리비아와 슈가는 도적이 아니기에, 다크사이트가 걸린 상태에서 움직이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 장로가 오두막 안으로 들어오기 전에 어찌 됐든 모습을 감추는 데에는 성공했다.

세 사람은 숨죽인 채로 장로가 들어오기를 기다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로가 오두막 안으로 천천히 들어왔다.
그리고 그를 따라 검은 복장을 한 무리도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저 복장은… 분명…’
아리는 눈을 크게 뜨며 그들의 옷차림을 살폈다.
그 복장은 일전에 에델슈타인에서 본 블랙윙의 제복과 똑같았다.

장로는 들어서자마자 책상 옆 의자에 앉고, 그 무리 중 가장 앞에 있던 남자에게 손짓했다.

“그렇게 서 있지 말고, 여기 앉으시지요.”

그 말에 선글라스를 낀 블랙윙 측 인물이 장로 맞은편 의자에 앉으며, 불쾌하다는 듯 물었다.

“이 시국에 여기까지 부르다니… 무슨 일로 부르신 겁니까?”

남자의 말투에는 짜증이 섞여 있었지만, 장로는 여유롭게 미소를 짓고 대답했다.

“끌끌… 최근에 불미스러운 사고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그 탓에 바쁘신 모양이군요.”
장로가 의자에 기대며 히죽거렸다. 그러자 맞은편에 앉은 남자가 이를 악물고, 분노 섞인 목소리로 따져 들었다.

“애초에 그건 당신이 일을 제대로 안 했기 때문 아닙니까?
모험가 쪽은 당신이 맡아서 막겠다더니, 왜 그들이 우리 영역에 들이닥치도록 내버려 뒀냔 말입니까!”

남자는 주먹으로 탁자를 쾅 내리치며 흥분하며 말했다.
하지만 장로는 특유의 불쾌한 웃음을 전혀 숨기지 않고, 여유롭게 말했다.

“허허, 이쪽에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답니다. 함부로 비화원의 병력을 동원할 수는 없는 몸이라서요.”

“뭐라고요? 고작 세 명 때문에 비화원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겁니까? 그러라고 저희가 당신을 지원한 줄 아는겁니까!”

남자의 말에 장로는 피식 웃었다.

“정확히는 두 명이 문제지요. 듀드와 홍아,그 둘만 아니었어도 이미 비화원은 제 손에 들어왔을 텐데.”

“고작 두 명한테 발목을 잡히고도, 이렇게 뻔뻔스럽게 우리를 부른 겁니까?”

“그 두 명이 각각 ‘최상급 모험가’ 수준의 실력자입니다, 괜히 달려들었다가는 제 쪽이 역으로 당할수도 있지요.”

블랙윙 측 남자는 말도 안 된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래서 우리가 여신교의 사제까지 알선해줬던 거 아닙니까?!
그 기회를 제대로 활용도 못 하고, 이게 대체 무슨 꼴입니까!”

여신교의 사제라는 단어가 들리자, 아리의 표정이 변하기 시작했고, 장로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을 툭툭 책상에 두드렸다.

“흐음, 녀석들이 생각보다 훨씬 신중하더군요.
사랑하는 제자를 위해서 한 명쯤은 함께 떠나주길 바랐는데… 저도 그 점이 안타깝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던 아리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아리는 그들의 대화를 계속 듣고 있었다.

그리고 장로의 말을 듣고 있던 블랙윙 남자 또한 심기가 불편한 듯, 이맛살이 더 깊어졌다.

“안타깝다? 그 덕에 우린 에델슈타인을 잃었습니다, 지금 이 상황이 그저 아쉽다는 말 한마디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겁니까?"

장로는 여유로운 미소를 거두지 않은 채, 탁자를 가볍게 탁탁 두드렸다.
그 손놀림에는 미묘한 자신감과 조소가 서려 있었다.

“흥분하지 말고, 앉아서 들어보시지요. 다음으로 준비한 카드가 있으니까.”

장로의 말에, 블랙윙 남자는 마지막 자비라는 듯 팔짱을 끼고 그를 노려보았다.
장로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꺼내려던 찰나, 자신의 발밑, 정확히는 오두막의 바닥을 보더니 이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뭡니까? 왜 말을 하다 멈추시는 거죠?”
블랙윙 남자가 거친 목소리로 채근하자, 장로가 답했다.

“혹시, 제가 오기 전에 이미 이 오두막에 들르신 적이 있으신지요?”

“그런 적 없습니다.”
남자의 대답에 장로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뒷짐을 진 채 오두막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마치 혼잣말을 하듯 말하기 시작했다.

“이 오두막은 저 말고는 아무도 쓰지 않는 외딴 곳이지요.
그래서 대체로 먼지가 쌓여 있지만, 책상만큼은 제가 종종 써서 깔끔합니다.”

그렇게 읊조리던 장로는 문득 한 지점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바닥을 내려다보며, 미묘하게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뱉었다.

“그런데… 여기.
깔끔한 곳이 또 있네요.”

장로가 바라본 곳은 바로 아리‧올리비아‧슈가가 남긴 발자국이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구석에 발자국이 생겨 있군요.
그것도 한두 사람의 것이 아니라….”

장로는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미소를 머금은 채, 세 사람이 숨어 있는 구석을 천천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오두막 안은 일순 무거운 침묵에 잠겼다.
다크사이트로 몸을 숨겼지만, 바닥에 찍힌 발자국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숨죽여 있던 아리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슈가와 올리비아 또한 심장이 쿵쾅거렸다.

‘들킨 건가…!’
아리는 재빨리 주위를 둘러봤지만, 이미 장로의 시선은 정확히 그들이 숨어 있는 구석을 향해 있었다.

“어디… 어떤 쥐새끼가 숨어들었는지 확인해볼까.”

장로가 다가오려 하자, 아리는 품에서 플래시뱅을 꺼내 그의 방향으로 재빨리 던졌다.

펑—!

순간적으로 터져 나오는 강렬한 섬광에, 장로를 비롯해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잠시 시야를 잃고 비틀거렸다.

“슈가! 올리비아! 절대 내 손 놓지 마!”

아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두 사람을 이끌고 오두막 밖으로 뛰쳐나갔다.

“크윽! 놓치면 안 된다, 쫓아!”

간신히 눈을 뜬 남자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그 말에, 블랙윙 단원들은 곧바로 아리 일행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후, 이거 한 방 먹었군요.”
장로가 여유롭게 웃자, 남자가 어이없다는 듯 소리쳤다.

“지금 그런 여유 부릴 때입니까! 저놈들을 놓쳤다가 계획이 틀어지면 어쩌려고!”

장로는 그 말을 가볍게 잘라먹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상관없습니다.”

“플래시뱅, 그리고 그 목소리… 어느 쥐새끼인지 짐작이 가는군요.”

그는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선글라스 낀 남자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에 이베흐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이베흐 씨. 갤리메르에게 연락하세요.
쥐새끼들을 제대로 청소해야겠다고.”

이내 장로의 낮은 웃음소리가 오두막 안에 스며들었다.
그 웃음은 마치 모든 상황을 꿰뚫고 있다는 듯, 불쾌할 정도로 여유로웠다.

Lv42 Pyapat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지금 뜨는 인벤

더보기+

모바일 게시판 리스트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글쓰기

모바일 게시판 페이징

최근 HOT한 콘텐츠

  • 메이플
  • 게임
  • IT
  • 유머
  • 연예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