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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한(Han) - #19 의심

아이콘 람찡
댓글: 2 개
조회: 895
추천: 1
2015-10-19 01:59:04










순서대로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아래는 화 별 링크입니다






























워프 후유증도 느껴지지 않는, 마치 날아온 것 같은 듯한 워프감에 휩싸인 넬과 애나는

곧 로트바르트 자작의 영지 최남단의, 시장 입구 옆에 우뚝 선 한 그루의 은사시나무 뒤로 워프해 왔다.

오래된 듯한 그 나무에는 무언가 마법적인 처리가 되어 보였는데, 일종의 좌표 지침석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이 주변은 은사시나무 숲인지, 은색 껍질과 가지가 가느다란 나무의 행렬이 끝도 없이 뻗어 있었다.

넬과 애나가 주변을 둘러보며 탄성을 연발하다, 곧 자신들의 목적을 깨닫고 제복을 입은 그대로 시장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언니...우리 좀 주목 받는 것 같지 않아요?」

「응...뭔가 그런 것 같네...」


저녁 무렵의 북적대는 시장통에서도 둘의 미모는 빛을 발했고,

둘 모두 고급스럽고 독특한 흰색 베이스의 제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특히나 짧은 치마 때문에)

지나가던 행인, 물건을 사려는 손님, 가격을 흥정 중이던 장사치와 시장을 순찰하던 신전기사들까지

모두가 둘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개중에는 여러 영지를 돌아다니는 보부상들도 있었는데, 애나는 급성장의 영향 때문인지 아무에게도 경계받지 않았다.

그 중, 신전기사들의 우두머리처럼 보이는

(기사들 모두가 두꺼운 헬름을 장비하고 있었는데, 혼자 헬름을 장비하지 않고 행렬을 인도하고 있었다)

사람이 넬과 애나의 앞을 막아섰다. 


「이 근처에선 본 적 없는 얼굴과 제복이군. 소속이 어디인가?」


애나가 넬과 맞잡은 손을 꽉 쥐었고, 넬이 애나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넬이 앞의 기사에게 말했다.


「잉그빌에서 왔습니다. 보시다시피 잉그빌 검술 아카데미 소속의 검사입니다」


라며 허리 뒤에 매고 있던 검을 보여 주자, 기사가 말했다.


「잉그빌에서? 대륙 남쪽 끝에서 여기까진 어쩐 일인가?」


넬이 짐짓 피곤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저희는 졸업을 앞두고 있는 생도입니다. 아카데미의 관례 상 졸업 시에는 반드시 시험을 치르게 되어 있습니다」

「흐음, 그래서?」

「저희의 시험은 이곳, 헤인스 왕국의 로트바르트 후작령에서 어떤 인물과 접선하는 것입니다」

「그 어떤 인물이란 누군가?」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그냥 가서 찾아보라 했습니다」


신전기사의 우두머리 격으로 보이는 사람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건, 그냥 내다 버리는 격 아닌가? 인상착의 같은 것도 모르는가?」


넬이 휴우 한숨을 쉬며 말했다.


「예. 모릅니다」

「곤란하군. 여기에서 난동을 부리거나 하면, 아무리 레이디라 해도 용서하진 않을 것이네」

「기사님들을 곤란하게 할 생각은 없습니다. 저희가 알아서 잘 해 보겠습니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넬이 예의바르게 인사한 후, 신전기사들의 무리를 지나가려 하자


「잠깐」


지나치는 순간 그 기사가 불러 세우며, 애나의 어깨를 잡았다.

순간 넬이 무의식적으로 반응하여, 애나를 자신 쪽으로 끌어 당겼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기사가 순간 당황해 어깨를 잡은 손을 놓았고, 넬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무례를 용서하시길. 무슨 일이십니까?」

「그대들, 검사라고 하지 않았는가?」

「맞습니다만」

「그럼, 이쪽 레이디의 검은 어디 있지?」

「시간 제한이 있는 임무에 쫓겨 오느라 가져오지 못했을 뿐입니다」


기사가 흐음, 하며 애나를 자세히 살펴 보더니 말했다.


「그녀의 말이 사실인가, 레이디」

「...」


애나는 신전기사와 말을 섞기조차 싫었고, 그 증거로 지금까지 말은 전부 넬이 했다.

이번에도 역시 애나는 대꾸하지 않았고, 심지어 눈조차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기사가 턱을 문지르며 뒤의 부하 한 명을 지목했다.


「란셀, 앞으로 나오도록」

「예!」


지명을 받은 란셀이란 신전기사가 앞으로 나와, 우두머리로 보이는 기사 옆에 섰다.


「이 자는 란셀이라 한다. 내 부하 중 그나마 뛰어난 녀석 중 하나지」

「저희는 남자에 흥미 따위 없습니다만」


넬의 즉답에, 기사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 그런 게 아닐세. 이 레이디가 정말 검사인지 알고 싶은 것 뿐이야」


라며 자신의 검을 뽑아, 애나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검술 아카데미에 다닌다고 했지? 어디 실력 좀 볼까?」

「기다리십시오. 대련이라면 제가...」

「난 이쪽 레이디의 실력을 보고 싶은 것이야. 분명 둘 모두 검사라고 했으니까」


정곡을 찔렀다는 듯 의기양양한 우두머리 기사의 말에, 애나가 넬의 소매를 잡아끌고 귓속말을 했다.


「괜찮아요. 어떻게든 해 볼께요」

「알았어. 무리하면 안 돼, 알았지?」

「네」


애나가 생각을 정리한 듯 고개를 들어 우두머리 기사를 바라보았다.

란셀이라는 기사가 애나의 얼굴을 정면에서 보자 헛바람을 삼켰다.


「왜 그러느냐, 란셀」


란셀이라는 기사가 얼굴을 붉게 물들이더니 부동자세로 말했다.


「아, 아닙니다!」

「쯧쯧, 요즘 놈들이란...」


우두머리 기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애나에게 다시 자신의 검을 주려 하자, 애나가 말했다.


「대련을 원하신다면 할께요. 무기는 필요 없어요. 제 무기가 있으니까요」

「응? 단검을 쓰나?」


애나가 고개를 저었고, 북적대는 시장통 한복판에서 천천히 노래를 시작했다.





Interlude #7



날 불렀던 그대여

날 기억하는 그대여

날 선택해준 그대여

영원히 나와 함께할 그대여


이제 그대를 부르는

나에게로 와 주세요


난 언제나 여기서

그대를 기다리고 있어요



- Annabel trois Einsward, 「부름」

제논 력 107년, 물고기자리의 4월 18일





「부탁이예요, 서먼 오운드 암즈Summon Owned Arms」


마지막 시동어와 함께 애나가 양 손을 마주쳤다. 그리고 손을 천천히 양쪽으로 벌렸다.

마치 손바닥 사이에서 생겨난 듯, 검은색 막대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눈을 휘둥그레 떴고, 그건 넬도 예외는 아니었다.


「애나, 어떻게...」

「그냥 머릿속에서 떠올랐어요. 가능할 것 같아서 해 봤어요」

「역시 애나는 대단하구나...」


넬이 감탄에 젖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애나를 바라보았고, 애나는 막대기를 한 손으로 잠깐 휘두르고는,

그 상태로 봉을 팔 뒤에 고정한 채, 타바르 진이 창안한 '진 수신류(守身流)'봉술의 기수식을 취해 보였다.

웨폰마스터 진은 단순히 모든 무기로 몸을 지킬 수 있도록 수신류를 창안했는데,

그의 성향인지 의외로 공격적인 초식이 많았기에 대련에서도, 실전에서도 충분히 활용이 가능했다.

란셀이 검을 빼들고, 애나와 대치했다. 그리고 질문을 했다.


「봉...인가요? 검이 아닙니까?」

「...」


애나가 침묵으로 일관했고, 란셀이 머뭇거리자 우두머리 기사가 말했다.


「뭘 망설이는가? 쳐라!」

「하아앗!!」


란셀이 순간적으로 애나에게 쇄도하며, 태산도 두 쪽 낼 듯한 기세의 검격이 애나에게 짓쳐 들었다.

Lv72 람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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