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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한(Han) - #20 연극

아이콘 람찡
댓글: 1 개
조회: 1060
2015-10-21 04:18:35









순서대로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아래는 화 별 링크입니다
































차차착, 까앙──!!

무언가가 마찰되는 소리와, 쇠끼리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

이 두 번의 소리만으로 승부가 결정되었다.


「크윽...」


둘의 위치는 바뀌어 있었고, 란셀이 헬름을 부여잡고 무릎을 꿇었다.

튼튼한 헬름은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았지만, 헬름 안의 머리에 상당한 충격이 있어 보였다.


「거기까지!」


우두머리 기사가 승부가 났음을 알렸고, 넬이 애나에게 뛰어갔다.


「역시 멋져! 훌륭해!」


넬의 칭찬은 식을 줄 몰랐고, 애나는 쑥스럽다는 듯 웃었다.

승부는 단 한 방으로 났다.

란셀의 횡베기를 애나가 봉을 바닥에 박고 비스듬히 세워 흘려냈고,

그 반동을 이용해 도약, 다시 봉으로 땅을 밀며 2단 도약한 애나가

공중에서 몸을 돌리며 봉으로 란셀의 헬름을 강타하고 착지한 것이다.

애나가 웃음을 거두고 부드럽게 넬을 밀쳐 내더니, 싸늘한 눈초리로 우두머리 기사를 보며 말했다.


「더 확인할 것이 남았습니까?」


여태까지 넬이 들어본 적 없는, 굉장히 낮은 톤의 싸늘하고 딱딱한 말투였다.

그 말투와 눈초리에 압도당한 듯, 우두머리 기사는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아니...난 단지 그대들이 검사라는 말에, 순수한 호기심을 가졌을 뿐이라네. 별 다른 이유는 없어, 레이디」

「그,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볼께요. 서두르고 있어서요」


넬이 황급히 애나를 데리고 기사들의 무리에서 떨어져 시장 골목으로 들어섰고,

애나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애나...신전기사들을 자극하면 안 돼.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나도 알아. 하지만 지금은...」

「응, 알았어요. 아까는 좀 화가 나서...미안해요, 언니」


넬이 애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니...사실 내가 미안하지. 내가 좀만 더 힘이 있었더라면...」


그랬다면, 애나의 복수를 위해, 교국 전체를 적으로 돌리더라도...

애나가 넬의 뒷 말을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으응, 그런 생각 하지 말아요. 난 언니가 아픈 게 더 싫어요」

「애나...」


넬이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애나를 바라보았고, 애나가 손수건으로 넬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어쨌든, 빨리 움직여요. 시간이 많이 지체된 것 같아요」

「그러자. 자작의 저택이라고 했지?」

「외교 임무라고 하셨으니 맞을거예요」

「사병이나 신전기사가 있을테니 잠입은 무리겠군...좋아, 정면돌파하자」

「어떻게요?」


애나가 모르겠다는 듯 눈을 꿈뻑이자, 넬이 검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윙크를 하며 말했다.


「이 언니에게 다 생각이 있다구!」


둘은 시장의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 자작 저택에 도착했다.

입구는 사병 둘이 경계를 하고 있었다.

넬과 애나는 주저없이 두 사병에게 다가갔고, 사병 하나가 입을 열었다.


「웬 놈들이냐. 소속과 신분을 밝혀라」


넬이 씩씩하게 경례하며 말했다.


「수고하십니다. 저희는 공주님을 호위하기 위해 왕실에서 파견된 근위기사입니다」

「그, 근위기사시라구요?!」

「예. 다른 임무 때문에 도착이 늦어졌습니다. 공주님께 빨리 보고해야 합니다」


근위기사라는 신분은 일개 자작 소속 사병보다 훨씬 높은 지위이기에,

근위기사가 일개 사병에게 존대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사병에게는 영광과 같은 것이었다.

게다가 현재 자작 저택에 공주님이 방문하고 있다는 건 거의 일급 비밀과 같았기에,

그런 비밀을 알고 있는 둘을 사병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들여보내 주었다.


「들어가십시오」

「감사합니다」


넬과 애나가 들어가는데, 뒤에서 사병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리 봐도 스물도 안 되어 보이는데, 근위기사라니...」

「게다가 둘 다 엄청 미인이야!」


넬이 들키지 않게 애나의 손을 툭 치며 말했다.


「들었어? 우리보고 미인이라는데?」

「뭐, 넬 언니는 확실히 예쁘니까요. 가끔은 저런 말 듣는 것도 나쁘진 않은데요?」

「후훗, 그러게. 애나도 엄청 예뻐졌어. 옛날에도 귀여웠지만」


애나와 넬이 자작의 정원에 흐드러지게 핀 백합을 지나쳐 정문으로 들어섰고,

열려있는 정문을 통과하자마자 마리를 비롯한 몇 사람이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였다.

주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수염을 길게 기른 노인이었는데, 이 사람이 로트바르트 자작으로 보였다.


「마리 언ㄴ...읍읍!」

「...?」


마리를 보고 한달음에 달려가려는 애나를 제지하며 입을 막은 넬은, 곧 마리의 앞에 부복하며 말했다.


「근위기사 네르티시아, 방금 도착했습니다」


하고 옆의 애나를 툭툭 치자, 그제서야 애나도 이해했다는 듯


「근위기사 아인하르트, 방금 도착했습니다」


하며 넬의 옆에서 같이 부복했다.

넬이 물음표를 띄우며 애나를 슬쩍 보았지만, 애나는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마리가 이 사단을 이해한 듯, 잠시만요 라는 말과 함께 넬과 애나에게 와서는


「고개를 드세요, 기사분들」


넬과 애나가 고개를 들었고, 마리가 둘의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왜 이렇게 늦게 오셨죠, 기사분들? 기다리느라 목 빠지는 줄 알았다구요?」

「그게...임무가 있었습니다」

「이 로즈마리 폰 헤인스를 내버려둘 만한 임무였나요? 오늘 밤은 슬픔에 잠 못 이룰 것 같군요...」


이건 아무리 그래도 너무 연극조잖아...

옆에서 애나가 큭큭대며 웃는 소리가 들려, 넬은 흠흠 하고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어쨌든 저희가 왔으니 이제 안심하십시오, 공주님」


둘은 일어나 마리의 양 옆에 시립했다. 마리가 자작에게 말했다.


「로트바르트 자작, 이 기사님들에게 방을 준비해 주시겠어요? 남는 방이 있으신지요」

「물론입니다, 공주님. 자, 기사님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저도 잠시. 이야기를 나눌 게 있어서요」


라며 자연스레 따라오는 마리.

셋은 넓은 별실로 안내되었고, 자작이 안내를 마치고 나가자 안도한 듯 넬이 한숨을 길게 쉬었다.


「하아...진이 빠진다...」

「후훗, 몰라 봤어, 넬. 의외로 연기파던데?」

「말도 마세요. 간 떨려 죽는 줄 알았다구요? 그러는 마리 언니야 말로, 골려먹고 싶어서 안달 난 표정이던데요...」

「참느라 혼났다구?」


그리고는 애나를 보며 말했다.


「처음엔 누군가 했는데, 깜짝 놀랐어. 애나 맞지? 뭐야, 그 아인하르트라는 이름은?」

「아...저희 가문에서 예명을 쓸 때 항상 그 이름을 사용한대요. 어머니께서 알려주셨어요」

「그렇구나. 그것보다...각성하고 그렇게 성숙해진 거야? 뭔가 벌써 어른 같은 느낌이...애나, 지금 몇 살이지?」

「아홉 살이예요! 우리, 이번해 초에 만났었다구요?」

「참, 그랬지. 미안미안. 몰라 볼 정도로 예뻐져서 말이지...」


라며 애나의 볼을 쿡쿡 찔러보고, 머리를 만져보고 하며 신기하다는 눈을 하고 있으니, 넬이 말했다.


「것보다, 마리 언니. 볼 일은 다 끝내신 거예요?」

「응. 거의. 그러고 보니, 둘 다 여긴 어쩐 일이야?」

「사실, 아카데미의 학장님이 언니를 선생으로 초빙하려고 해요」

「응. 그건 알고 있어. 예전부터 그랬거든. 계속 거절했지만...그게 왜?」

「그게...저희 둘의 선생님이 되시는 거래요. 저희보고 데려오라고 시험을 내셔서...」


마리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관자놀이를 짚었다.


「그 영감, 또 시작이구만...너희들에게 맡기면 내가 거절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일부러...」

「뭔가 미안하네요...그래도, 저희도 언니가 필요해요. 스승으로서」

「그건...하아, 알았어. 넬, 할멈이 흑요석 하나 주지 않았니? 가지고 있어?」

「네, 여기 있어요」


넬이 흑요석을 내밀었고, 마리가 톡톡 건드리며 니브를 호출했다. 곧 니브의 음성이 들려왔다.


 <어쩐 일이냐>

「할멈...」


분노에 찬 마리의 목소리에, 니브는 눈에 띄게 당황한 목소리를 내었다.


 <왜, 왜 그러느냐? 이 늙은이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럴 리 없잖아! 그 영감이랑 뭔 수작을 꾸미고 있는거야?」

 <아아, 그거 말인가. 일단 지금 당장 아카데미로 돌아와라. 그럼 설명해 주마. 카캇>

「지금 당장 어떻게...」

 <가능하다. 그렇지, 애나야?>


애나가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했다.


「네, 할머니! 금방 갈께요!」


넬이 웃으며 흑요석을 돌려받아 통신을 끄고, 마리에게 말했다.


「이쪽 일, 빨리 마무리하시는 게 좋을걸요? 저희도 시간 제한이 걸려 있어서 말이죠」


마리가 당황했지만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다시 자작과 손님들을 불러 모아 회의실로 향했다.

한 시간 쯤 지나고 마리가 홀가분한 표정으로 별실로 들어섰고, 넬이 물었다.


「다 끝내신 거예요, 언니?」

「응. 급한 불은 다 껐어. 나머진 전령으로 전해준다 했으니 괜찮겠지」

「그럼 출발하죠. 애나, 준비됐니?」


애나가 고개를 끄덕하고 노래를 시작했다.

한층 기교가 생긴 애나의 노랫소리에 마리가 취하고 있으려니, 애나가 시동어를 외쳤다.


「여행을 시작해요, 워프 게이트Warp Gate」


마리가 익숙한 시동어에 놀라 눈을 크게 떴고, 주변의 마나가 휘몰아치며 빛무리로 화했다.

그 빛무리는 세 명을 싸고 돌더니 복잡한 마법진을 그렸고, 셋은 곧 빛에 휩싸여 사라졌다.

Lv72 람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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