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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한(Han) - #23 두 여신

아이콘 람찡
댓글: 2 개
조회: 1313
추천: 1
2015-10-28 02:46:35










순서대로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아래는 화 별 링크입니다




































절벽 위에서 지휘를 하던 마리와, 절벽에 붙은 채 사투를 벌이던 진이 생존자를 데리고 절벽 아래의 일행과 합류했다.

마리는 애나의 상태를 보며, 무언가 잘못되었어도 크게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다.

애나를 중심으로 뻗어나간 마나의 파동이, 몬스터를 불러모으고 있는 것 같았다.

특히 애나의 눈. 그 루비를 닮은 빛을 한 눈에서 마치 신호탄처럼, 하늘 높이 빛이 쏘아지고 있었다.


「넬!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묻지 않을테니, 어서 애나를 기절시켜! 어서!」


마리가 재촉하는 듯이 외쳤고, 넬이 검손잡이로 애나의 목 뒤를 가볍게 쳤다.

그대로 애나가 쓰러졌고, 넬이 얼른 받아 부축했다.

옆에서 그걸 보던, 애나에게 침을 뱉은 남학생이 머리를 감싸쥐며 말했다.


「마...마녀! 그래, 마녀! 저 녀석은 마녀야!! 몬스터를 불러모으는 마녀!!」


넬이 그 남학생을 불쾌하다는 듯이 보았고, 마리가 호통을 쳤다.


「말을 가려서 해라! 위에서 다 보고 있었다. 너희를 구해준 동료에게 그 무슨 망발이냐!!」

「네...네? 그게 무슨...구해주다뇨?」

「너희 셋의 뒤로 접근하던 한 녀석을 베어 없앤 것이 바로 저 아이다! 아직도 모르겠느냐!」


남학생은 충격을 받아 그대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자신들을 구해줬다고? 저 마녀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어버버대는 학생의 뒤로 넬이 다가가, 납도한 자신의 단봉으로 정수리를 힘껏 가격하며 말했다.


「정신 차려! 저 앞의 놈들이 안 보여? 지금은 힘을 합쳐 싸워야 할 때라고!」


그제서야 그 남학생을 위시한 남학생 셋은 정신을 차리고, 양 손으로 자신들의 검을 고쳐 잡았다.


「온다! 요격 준비!」


진이 멋드러지게 양 손에 톤파를 꺼내어 들며 외쳤고, 넬과 마리가 주문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수(水)! 응고되어 벽이 되어라! 아이스 월Ice Wall!」

「물의 정령이여, 그대의 권능을 우리에게! 매스 인챈트 아이스Mass Enchant Ice!」


양 옆은 절벽으로 막혀 있었고, 넬이 후방을 거대한 얼음 벽을 생성하여 가로막았다.

이렇게 하면 본인들의 퇴로도 제한되지만, 몬스터들의 전후방 협공을 최대한 막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마리는 모든 소대원의 무기에 얼음 속성을 부여하고는, 자신의 단도를 고쳐 잡았다.

진이 얼음을 흩뿌리는 톤파를 빙빙 돌리며, 처음으로 달려든 레드아이 스컬을 분쇄하며 외쳤다.


「인게이지Engage!」


그와 동시에, 모두가 저마다의 날붙이를 손에 쥐고 달려 나갔다.

끝없이 몰려드는 레드아이 스컬의 인광에 의해 이미 시야는 새파랗게 뒤덮인 지 오래였다.



같은 시각.

정신을 잃고 쓰러진 애나는, 그 내면의 세계에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


 [의식을 바로 잡으세요. 당신은 제가 선택한, 세계를 구할 용사입니다]


한쪽에선 처음 들어보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각성을 촉구했고,


 [힘을 얻고 싶지 않아? 널 절망하게 한 그 모든 것을 파괴할 힘을 말야]


반대쪽에선 역시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가 힘에 대한 갈망을 종용했다.

두 목소리는 빛의 형태로 나타났는데, 내면의 애나의 앞에 두 갈래의 길이 나타났고, 각각 두 빛의 길로 인도하였다.

처음의 빛은 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듯한 다갈색 빛이었으며,

나중의 빛은 보기만 해도 피를 떠올리게 만드는 새빨간 빛이었다.

두 빛이 어서 자신에게 오라고 손을 흔드는 듯 너울대었고, 애나는 무의식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갈래길 정 가운데에 선 애나는, 멍한 표정으로 천천히 새빨간 빛 쪽으로 한 걸음을 옮겼다.


 [호호. 그래야지. 예쁜 아가야. 내가 힘을 줄게. 이 힘이 있으면 넌 무적이 될 수 있어]

 [그 말에 현혹되지 마세요. 당신이 가려는 길은 잘못된 길입니다]


순간, 애나는 소리를 질렀다.


「시끄러워!!!」


하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시끄러워, 시끄러워! 대체 당신들이 뭔데 나에게 이러는거야?」

 [시끄럽게 하지 않을게. 그냥 이리로 오면 돼. 아가야]

「시끄러워! 난 아가가 아니야! 당장 내 앞에서 사라져!!」

 [...아쉽군. 이만 물러가지만, 나중에 또 보게 될 거란다. 아가야. 호호호...]


새빨간 피와 같은 빛이 애나의 손짓에 의해 팟 하고 사라졌고, 다갈색 빛 만이 남았다.

애나가 다갈색 빛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도 시끄럽게 할 거야?」

 [아니오. 전 단지 바라보는 존재입니다. 당신이 어떤 길을 가더라도...]

「난...난 단지, 평화롭게 넬 언니와, 마리 언니와...함께 있고 싶어. 그것 뿐인데...」

 [...]

「그것 뿐인데. 왜, 왜 우리를 이렇게 힘들게 해?」


애나의 목소리에 물기가 어렸다.


「선택받은 용사라느니, 세계를 구한다느니...그런 게 뭐가 중요해? 난, 난 모르겠어...」

 [...]


다갈색 빛은 잠자코 애나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냥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데...그게 나빠? 나쁜 거야? 응?」

 [...아닙니다]

「난 이제 열두 살이 되었어. 아직 많이 어리단 말야...흑...」


애나의 눈에 고여 있던 눈물이, 한 방울, 주먹을 꽉 쥔 애나의 손등으로 떨어졌다.


「꼭 싸워야 해? 싸우지 않고...사이좋게 지낼 수는 없는 거야?」

 [...저도 안타깝습니다. 당신처럼 어린 아이를...]

「흑...흐흑...」

 [하지만 애석하게도, 세상에는 싸워야만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있습니다...]


화악!

빛이 환하게 퍼지며 인간의 실루엣을 투영했다.

갈색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어머니 같은 포근한 인상의 소유자였다.


 [제 소개가 늦었습니다. 전 대지의 여신, 가이아라고 합니다]


짧은 인사와 함께, 가이아는 천천히 걸어와 주저앉은 애나를 살며시 끌어안았다.

마치 어머니의 품과 같은 그 따스함에, 애나는 12살의 소녀답게 그 품으로 파고들며 엉엉 울었다.

그런 애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가이아는 조용히 말했다.


 [세상 모두가, 당신과 같은 마음이었으면...얼마나 좋았을까요...]

「...」

 [지금도, 당신의 동료가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번쩍. 고개를 드는 애나에게 가이아가 손짓으로 영상을 띄워 보여준다.

그곳에는 얼음의 벽을 등진 채 끝없이 몰려나오는 레드아이 스컬들과 맞서 싸우는, 애나의 동료들이 있었다.

애나가 눈물을 훔치며 조용히 말했다.


「저, 갈게요. 저들을 구하고 싶어요」

 [도와드릴까요?]

「아뇨. 제가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기에서 나가는 것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믿음직스럽네요. 알겠어요]


가이아가 양 손을 포개더니 정면을 향해 펼쳤다.

그곳에는 빛으로 이루어진 문이 생겨 있었다.


 [자, 어서 가세요.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동료들에게]

「고맙습니다」


애나가 예의바르게 고개숙여 가이아에게 인사하고는, 문으로 몸을 날려 사라졌다.

가이아는 그 곳에 혼자 남겨진 채 천천히 독백했다.


 [그거, 알아요? 당신의 입으로 열두 살이라고 했지만, 당신은 이미 충분히 어른스럽다는 거...]


후훗 하고 웃더니, 다시 한 마디를 더한다.


 [좋은 손녀를 두셔서 기쁘시겠어요. 대리자 님은...나중에 정식으로 소개시켜달라고 해야지!]


장난기가 엿보이는 독백을 마치고 파앗, 하고 빛이 되어 사라졌다.

Lv72 람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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