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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한(Han) - #22 원정

아이콘 람찡
조회: 1077
추천: 1
2015-10-27 06:05:38










순서대로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아래는 화 별 링크입니다



































그리고 그녀들의 수련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마리는 아카데미 내의 인맥과 자신의 지식을 총동원하여 넬과 애나를 가르쳤고,

가끔 연락하는 니브도 탑에 돌아오지도 않는다며 툴툴거렸지만 속으로는 셋을 응원하는 듯이 보였다.

넬은 본인의 파천쌍검류를 진과 함께 연구하며 더 발전시켜 나갔고,

애나는 검을 뽑을 수 있게 되면서 아리스에게 직검술을, 마리에게 마법을 배워 나갔다.


가끔씩 마리가 검술과, 혹은 마법과 사람들의 훈련일정에 둘을 함께하도록 시켰는데

이는 동료간의 협력을 배우기 위해서였으며 넬과 애나도 그 뜻을 잘 알고 이에 따라 주었다.

그렇게 그들이 아카데미에서 마검술을 배우기 시작한 지도 3년이 지나서,

애나가 12세가 되던 해 여름, 제논 력 110년, 사자자리의 8월 24일.


잉그빌 왕궁 의약부의 의뢰로 알라비 약초를 구해 오라는 임무를 진이 받아왔고,

진과 마리가 검술과 4학년 학생들과 넬, 애나를 위시한 2개 소대를 편성, 훈련삼아 데리고 갔다.

예로부터 알라비 약초의 자생지로 유명했던 곳에 몬스터의 무리가 둥지를 틀었다는 보고에 따라

몸이 날렵해 척후 역할을 자청한 넬이 먼저 파견되었고,

곧 레드아이 스컬Redeye Skull이 엄청나게 몰려 있다는 보고를 해 왔다.

레드아이 스컬은 부유형 몬스터로, 죽은 자의 머리만이 모종의 이유로 몬스터화 하여

인광을 뿌리며 주변의 동식물, 심지어는 인간까지도 게걸스럽게 잡아먹는다는 흉포한 몬스터이다.


참고로 검술과 4학년에는 과거 애나와 검술과 1학년에 같이 편성되었던 애나를 핍박하던 남학생들이 있었는데,

검은 몽둥이를 보고 애나를 알아보고는 그냥 컸다고만 생각했는지, 원정 중에도 애나를 놀려먹기 일쑤였다.

넬이 애나의 옆에서 그 말을 들으며 입술을 깨물었지만, 애나는 괜찮다고만 할 뿐이었다.


「자, 잡담은 그쯤 해 두도록. 도착했다」


마리의 말에 일행이 전방을 주시했는데, 전방에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까마득히 펼쳐져 있었다.

절벽의 한 쪽에는 내려가는 데 사용했는지 로프가 묶여 있던 흔적이 보였다.

알라비 약초는 이 절벽의 중턱에 자생한다고 했다.


「여길 내려가야 되는 거야? 으으...높은 건 딱 질색인데」


검술과 여학생 중 하나가 말했고, 진이 대답했다.


「1소대의 반은 나와 함께 중턱까지 내려가, 알라비 약초를 캔다. 나머지 반은 2소대의 배치에 따른다」

「2소대는 둘로 나뉘어 각각 절벽의 위와 아래를 담당한다. 알겠나」


진과 마리의 말에 따라 역할이 분담된 두 소대는 각각의 위치를 선정했고,

넬과 애나는 예의 남학생들과 함께 절벽 아래를 분담하게 되었다.

넬이 남학생들과 애나의 사이를 딱 가로막고 애나를 보호했으며,

아무리 봐도 자신들을 경계하는 넬의 태도에 남학생 하나가 빈정댔다.


「그거 봐. [백은의 야수]는 저 녀석과 친하니까 분명 일부러 져 줬던 거라고」

「맨날 보호만 받지 자기 혼자선 아무 것도 못 하는 녀석」


남학생들이 킥킥댔고 애나가 넬의 소매를 잡아 끌며 말했다.


「괜찮아요. 너무 보호해 주시면 더 그러니, 그냥 자연스레 있으면 돼요」

「응...알았어. 하지만...」

「전 괜찮아요. 걱정 마세요, 언니」


애나가 넬을 향해 웃어 보였으나, 넬은 그 웃음이 어딘가 슬퍼 보인다고 느꼈다.

그리고 애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애나의 머리로 손을 뻗었을 때,

툭.

넬의 손으로 무언가 떨어졌다.


「응?」


넬이 손등을 보자, 그 곳에는 시뻘건 피가 묻어 있었다.

곧 상황을 파악하고 넬이 위를 보았다.

1소대의 약초를 수색하던 학생 중 하나가, 머리부터 레드아이 스컬에게 파먹히고 있었다.

머리가 파먹혀 말도 할 수 없었던 건가...넬이 애나를 데리고 뒤로 물러서며 빠르게 소리쳤다.


「몬스터 출현! 수 5, 점점 증가!」


여태 애나에게 빈정거리던 남학생들도 표정을 굳히고 물러선 채 검을 뽑으며 절벽 중턱을 바라보았다.

레드아이 스컬이 몇 마리 더 몰려들어 이미 죽은 학생의 시체를 마구 뜯어먹고 있었다.

넬이 품에서 투검 몇 자루를 꺼내었고, 앞으로 공중제비를 돌며 회전력을 실어 던졌다.

그 행동에 남학생들의 얼굴이 새파래지며 넬을 나무랐다.


「바보 같으니! 그럼 우리도 먹잇감이 되잖아!!」

「바보는 너희들이야! 시체라도 수습해야 할 것 아냐! 그러고도 검사야?」


맞받아 외쳐주며 넬은 발검했다.

키에에엑!

던져진 투검 중 하나가 멋드러지게 경계조차 하지 않던 레드아이 스컬 한 놈의 미간에 정확히 꽂혔고,

놈이 괴성을 지르며 바스라졌다.

스컬들이 넬과 그 무리를 바라보며 안광을 번쩍이고, 돌진해 갔다.


「하앗!」


따앙!

넬의 오른쪽 검이 선두에서 다가오던 스컬 한 놈을 강타했지만,

스컬은 푸른 인광으로 얼굴 전체를 보호하였고 결국 쇠끼리 부딪히는 소리만 남긴 채 멀쩡하게 지나쳤다.

곧 스컬들은 푸른 인광을 두른 채 붉은 눈을 번득이며 입을 벌리고 일행에게 쇄도했다.

애나가 그 모습을 보고 지금까지 받은 마법 수업을 떠올렸다.

인광은 불. 그 상극은 물이지만, 저건 불의 형태를 한 외장갑 경화마법Face Harden같아 보였다.


「언니! 시험해볼 것이 있어요! 샤프니스Sharpness를!」

「알겠어! 금(金), 날을 세우라! 샤프니스!」


애나가 노래를 이용해 자연의 마나를 받아 쓴다면, 넬의 눈의 힘은 마나를 지배하는 것과 가까웠기에

화목수토금, 이 5가지 원소를 자신의 지배하에 두고 몇 가지 시동어만으로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었다.

샤프니스는 금의 원소를 이용해 무기의 분자구조를 강제로 바꾸어, 날을 더 날카롭게 만드는 마법이다.

대신 이 마법의 단점은 무기가 빨리 망가진다는 점이었다.

그 점에 있어서 블랙메탈로 만들어진 넬의 무기는 기본 수명 자체가 길었기에 상성이 발군이었다.

카가각!

푸른 인광을 뚫고 넬의 검이 스컬에 박혀 들었다. 하지만 제대로 박혀들지 않았기에 소멸하지 않았다.

애나가 외쳤다.


「언니, 얼음도 부여해 봐요!」

「수(水), 응고되어 깃들라! 인챈트 아이스Enchant Ice!」


파삭!

스컬의 쪼개진 부분이 얼어붙으며, 그대로 스컬 한 마리가 산화했다.

넬이 애나를 향해 엄지를 들어 보였고, 애나가 웃으며 말했다.


「아마 아이스 애로우Ice Arrow도 통하지 않을까...하는데. 회전을 줄 수 있어요?」

「애나는 안 할래?」

「전 시간이 너무 걸리는데다 주목받으니까요. 언니가 해 버려요」


넬이 고개를 끄덕하며 시동어를 외친다.


「수(水)! 응고되어 창이 되어라! 아이스 애로우Ice Arrow!」


공기 중의 물 분자가 서로 엉겨붙고, 냉각되어 얼어 붙으며 스무 개 정도의 얼음창이 되었다.


「스핀 이펙트Spin Effect 5! 타겟 락! 슛Shoot!」


맹렬하게 회전하는 얼음창이 타겟 유도를 받아 유도탄처럼 스컬들을 향해 날아가는 모습은

남학생들에게도 충분히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고, 그들은 넋을 놓고 넬의 마법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을 쫓던 8마리의 스컬이 모두 아이스 애로우를 맞아 구멍이 뚫려 사라져 갔다.


「[백은의 야수]가 날개를 달았어...」

「이젠 절대 꺾을 사람이 없지 않을까?」


세 명의 남학생의 사각인 등 뒤에서, 레드아이 스컬 하나가 조용히 접근하고 있는 것도 그들은 알지 못했다.

놈의 입이 크게 벌어져 남학생 하나의 머리를 삼키려던 찰나,

후우우웅.

세찬 바람이 일었다.

남학생 셋은 옆에서 갑자기 불어온 바람에 당황했고, 그 근원지를 보았다.

애나가 진의 수신류 발검술 기수식을 취한 채 서 있었다. 순간, 세 남학생이 서로를 보며 웃었다.


「뭐야, 그 꼴은? 한번 해 보자는 거야?」

「검술 조금 배웠다고 그럴듯해 보이긴 한데 말야, 우리한테 과연 될까?」


모욕적인 발언에도 애나는 자세를 풀며 담담히 말했다.


「너희와 싸울 생각은 없어. 뒤를 주의해 줬으면 좋겠는데」


셋이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고, 마침 그 곳에는 바삭 소리를 내며 레드아이 스컬의 마지막 파편이 사라지고 있었다.


「뭐야, 아무것도 없는데? 지금 시비 터는 거냐? 앙?」

「별로. 못 봤다면 됐어」

「쳇, 싱거운 녀석. 걸리기만 해 봐라, 아작을 내 줄테니. 퉤」


툭.

남학생 하나가 뱉은 침이 애나의 발치에 떨어졌다.

문득 애나는, 몇 년 전 일을 떠올렸다.

자신을 발로 차고, 침을 뱉던 노예상인.

자신을 빈정대며, 침을 뱉는 남학생.

뭐가 틀리지?

결국 다 같은 추악한 놈들 뿐인걸.

어머니를 처형하던 이단심문관도.

그걸 보며 낄낄대던 신전기사들도.

자신의 돈을 빼앗고 팔아먹은 시장의 불량배들도.

우리 아버지를 헐뜯던 노예상인도.

넬 언니의 순결을 빼앗은 채석장 주인도.

지금 자신의 앞에서 빈정대는 저 학생도.

추악해. 모두 추악해. 인간이란 다 추악해.

전부 죽어버렸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파앗!

애나의 루비색 눈동자가 빛나며, 형형한 안광을 발했다.


「아아아아...으아아...끄아아아아아!!!」


애나가 몸을 시위가 당겨진 활처럼 휘며 괴성을 질렀고,

그 눈에서 붉은 빛이 뻗어나가 하늘에 이르렀다.

넬이 애나의 이상을 발견하고 달려가며 외쳤다.


「애나? 애나! 왜 그래? 정신 차려! 애나!!」


그와 동시에,

그워어어어어

하는 소리와 함께,

사방에서, 심지어 절벽 위에서까지 레드아이 스컬들이 엄청나게 몰려나오기 시작했다.

Lv72 람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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