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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한(Han) - #21 이유

아이콘 람찡
댓글: 1 개
조회: 1223
추천: 1
2015-10-24 03:47:54









순서대로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아래는 화 별 링크입니다



































그렇게 그들은 아카데미에 도착했다.

마리는 긴 차원이동의, 엄청난 마나의 소모에 대한 후유증인 마법적 역화Magical Backfire로 인한 멀미를 예상했지만,

마치 옆 집에서 나들이하다 돌아온 것과 같이, 아무런 후유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워프 게이트는 이동하는 거리가 길면 길수록, 이동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용하는 마나량도 비례해서 커진다.

3인을 대륙의 거의 끝에서 끝까지 이동시켰다. 소모된 마나는 엄청났을 터.

하지만 역화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보니 마법도 다른 마녀들과는 다르게, 노래로 발동시켰었지...


넬과 애나에게 이끌려 학장실로 가면서도 마리는 애나의 마법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학장실 문 앞에서 넬이 노크할 때가 되어서야 겨우 정신을 차린 마리는,

니브 할멈에게 한 마디 해 주려고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학장실에는 예상했던 대로 아란 학장과 니브가 있었고, 예상하지 못한 인물도 한 명 있었다.

아니, 저 존재를 인물이라고 말해야 할까.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인간이 아닌 존재.

마리를 포함해서, 넬과 애나도 그 인물을 보고 턱이 빠질 듯 입을 벌렸다.


키는 마리와 비슷한 정도의 젊은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살결은 우유처럼 하얗고 반들거렸다.

입고 있는 옷은 흰 천으로, 입고 있다기보다는 그냥 천을 둘둘 감아놓고 있는 모양새었다.

그 존재가 인간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등에서 찬란한 빛을 뿌리며 바람도 없는 실내에서 휘날리고 있는 네 장의 에테르Ether로 이루어진 날개 때문이었다.

날개에서 뿌려지는 빛 때문에, 분명 밤이었지만 실내는 별다른 조명기구 없이도 대낮처럼 밝았다.

그 꼴을 보며 니브가 말했다.


「멍하니 있지 말고 어서 들어오거라. 기다리느라 목 빠지는 줄 알았다. 카캇」


마리가 정신을 차렸고, 넬과 애나를 데리고 들어가 긴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착석을 완료하자 니브가 그 존재에게 말했다.


「예상치 못한 손님에 아이들이 놀란 모양입니다그려. 소개라도 좀 해 주시지요」


끄덕.

존재가 고개를 끄덕이며 셋을 보고 온화하게 웃더니, 머릿속으로 의사를 직접 전달하는 식으로 말을 건넸다.


 [반갑구나. 무거운 운명을 짊어진 아이들이여. 난 대지의 여신, 가이아 님의 두 번째 권속. 히엘이라고 한다]


여신의 권속. 신계의 주민. 천사였다.

니브가 말을 이어 받았다.


「사실 가이아 님께서 나에게 현신화 요청을 넣으셨는데, 갑자기 급히 처리할 일이 생기셨다며 히엘 공을 보내셨지」


거기에 대해 히엘이 부연설명을 했다.


 [예, 맞습니다. 블랙 마운틴의 화산 활동이 갑자기 활발해져서, 직접 알아보러 가셨습니다]

「뭐, 덕택에 이렇게 히엘 공의 아름다운 모습도 보고, 좋지 않습니까. 카캇」

 [여신님의 대리자를 뵐 수 있어서 영광일 뿐입니다. 애너벨 두 그리모아르 님]


아란 학장이 헛기침을 하여 둘의 인사치레 발린 말의 향연을 종식시켰고, 셋을 돌아보며 말했다.


「음, 시험은 잘 통과한 모양이군요. 축하드립니다. 넬 양, 애나 양」

「...」

「세 분을 이리로 모신 이유에 대해서, 여기 히엘 공께서 설명해 주실 겁니다」


갑자기 엄청난 일을 연속으로 겪어서 셋 모두 경황이 없어 보였으나, 아란 학장이 이어서 말했다.


「두 분은 앞으로 로즈마리 선생님의 지도로 수행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히엘 공, 기한은 최대 얼마나 예상하십니까?」


히엘을 지목하며 한 물음에, 히엘은 흔들림없이 대답했다.


 [여신님의 예견대로라면, 앞으로 적어도 5년 내에 제노아나 교국 측에서 어떠한 움직임이 있을 것입니다]

「흐음. 그럼 기한은 최대 5년으로 잡도록 하지요」


여신 제노아와 교국의 이름이 언급되었는데, 이상하게도 히엘은 여신인 제노아에게 경어를 쓰지 않았다.

가장 빠르게 정신을 수습한 마리가 그에 대해 묻자, 히엘이 말했다.


 [제노아는 경어를 쓸 만한 가치, 아니, 여신이라고 부를 만한 가치조차 없는 존재이다]

「어째서죠?」

 [현재 교국의 교황은 엄청난 신성력을 지니고 있다고 공표되어 있다. 이건 알고 있는가?]

「예. 알고 있습니다」

 [그 신성력이, 진정한 신성력이 아니라면?]


신성력에 진정하고 자시고가 어디 있단 말인가.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이적은, 마법이라고 불린다.

그 중 빛 속성에 가까울수록 백마법이라고 불리우는데, 신성력은 이런 백마법만을 쓸 수 있는 힘이다.

가장 흔한 예로, 회복의 힐Heal, 정화의 큐어Cure, 빛을 폭발시켜 눈을 멀게 만드는 플래시Flash나

성역을 구현하여 몬스터를 약화시키는 생츄어리Sanctuary등이 있다.

어둠 속성에 가까운 몬스터를 상대하는 데는 상극인 신성력의 효과가 발군인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사실이다.


「진정한 신성력이 아니라고요? 어떻게...」

 [신과 가장 가까운 현계의 존재를 알고 있는가]


생각할 거리조차 되지 않았다. 마리는 바로 해답을 도출해 냈다.


「드래곤Dragon이지요」

 [그렇다. 1천살 이상 먹은 드래곤을 무엇이라 부르는지도 아는가]

「고룡, 에인션트 드래곤Ancient Dragon입니다」

 [제노아는 신 중에서도 학자에 가까웠다. 항상 무언가 연구를 하곤 했었지. 고룡에 대해서도]


실제로 그랬다. 학업의 여신 제노아, 라고 불렸던 적이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제논 교의 교리는 학업이나 성취에 관련한 것이 아니었다. 

오직 힘.

무력 단 하나만을 숭상했다.


「그랬던 제노아가 변해버린 건가요?」

 [아니. 변한 건 아니다. 다만, 고룡을 연구하다 과룡Crimson Dragon의 피를 뒤집어썼지]

「과룡...」

 [과룡은 악신의 영향을 받아 미쳐버린 고룡이다. 신이 그 피를 뒤집어써봤자 변할 만한 건 없었지만...]

「뭔가 변했나요?」


끄덕. 짧게 끄덕이며 히엘이 이어 말했다.


 [그 후로, 제노아는 직접 해체한 과룡의 모든 것을 이용해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결국은 인체실험까지 말이지]

「인체...실험을요?」

 [그렇다. 자신을 믿는 신도들을 상대로 말이지. 현 교황도 과룡의 힘과 신성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고]


힘을 내려준다는 식으로 신도들에게 인체실험을 행했다는 건가...

마리는 심히 불쾌했다. 아무리 신이라고 해도...

주먹을 꽉 쥔 채 마리가 물었다.


「그래서, 저희는 무얼 하면 되죠, 히엘 님?」

 [다행히 아직 시간은 있다, 소녀. 앞으로 너의 든든한 동료가 될 저 둘의 교육을 해 주어라]

「그건 알겠습니다만...」

 [너희들 셋이, 제노아의 음모를 막기 위해 가이아 여신님께서 선택한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마리가 조금 놀라며 애나와 넬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둘은 이제서야 상황이 조금씩 파악되기 시작했는지 대화를 경청하는 분위기였다.

마리가 끄덕이며 히엘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특히 저 아이...대리자 님의 손녀였나. 처음 보는 부류의 인간이군. 흥미가 깊어]


애나가 놀라며 되물었다.


「예? 저요?」

 [그렇다. 인간 중에선 그만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사람도 드물겠지]


마리가 애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히엘에게 말했다.


「기한은 5년이라고 하셨죠?」

 [하지만 그 안에 무슨 일이 반드시 일어난다고 하셨으니, 만전의 태세로 행하도록. 건투를 빌지]

「알겠습니다」


히엘이 용무를 마쳤는지 돌아서서, 아란 학장과 니브를 바라보고 말했다.


 [시간을 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여신님께 안부 전해주십시오. 이 할멈은 아직 팔팔하다고 말입니다. 카캇」

「살펴 가십시오」


둘의 인사와 함께, 히엘은 시동어조차 없이 공간이동을 발현시키며 사라졌다.

마리는 양쪽에 앉은 넬과 애나의 손을 힘주어 잡으며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이 둘을, 최강의 마검사로 만들어 보이겠다.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의.

히엘 님이 말씀하신 무슨 일이라는 게 정말 무슨 일인지 모르니,

그 어떤 일이 닥쳐도 자신들이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게 만들고 싶다.


마리의 눈빛에 담긴 결의를 읽었는지, 아란과 니브는 서로 바라보며 끄덕였다.

아란이 마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은 늦었으니 기숙사에 들어가 쉬도록 하세요. 참, 로즈마리 님도 두 분과 같은 방이랍니다」

「정말요? 만세──!!」


마리의 눈이 커졌고, 넬과 애나가 양쪽에서 마리에게 안겨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Lv72 람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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