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뭔가 엉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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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3. 전개부 - 시험의 악장
「Brillante (화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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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겁지겁 밥을 쑤셔 넣고, 책상 앞에 앉았다. 우선 지금까지 있었던 사건에 대해 조사해 보는 것이 우선이다. 특히나 사랑의 소나타와 사건의 관련성.
그것만 완전히 꿰뚫을 수 있다면.. 사전에 사건을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없진 않다.
우선 사건을 푸는데 가장 힌트가 되는 건, 메일 내용에 들어있는 명언들. 2번째 명언은, 63빌딩이라는 구체적 장소를 알 수 있는 결정적 단서가 되었다.
1번째 명언은..
「태반의 청중이 흥미를 갖는 것은 음악이 아니라 음악가이다. - Romain Rolland」
프랑스의 유명한 소설가 로맹 롤랑의 명언. 이 말처럼 난 처음엔 그 공포의 음악 자체가 아닌, 어떤 자식이 이런 것을 보냈는지에 대해서만 고민했었다.
그때 음악을 신중히 분석해 대비했었다면 내 동생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음악에 나왔던 노오란 꽃밭이, 제주도의 유채꽃밭 이라는 것만 분석해냈어도..
어쨌거나 명언들은 직, 간접적으로 사건을 예측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은 틀림없다.
만약 3번째 명언을 보고도 장소를 알아 내지 못했다고 해도, 어머니만 지키면 될 일이다.
그리고 다음으로 중요한건 시간. 첫 번째 사건은 노래를 들은 후로 4일 후에 일어났다.
두 번째 사건은 노래를 듣고 1일 후.. 2가지의 표본만으로는 날짜를 예측 조차도 할 수 없다.
'잠시만.. 노래를 듣지 않는다고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건 아닐 것인데..'
그렇게 따지면 사건이 일어날 시간이 카운팅 되는건, 노래를 듣고 난 후가 아닌, 이전 사건이 끝난 후 부터가 된다.
즉, 두 번째 사건은 '노래를 들은 지 1일 후'라기 보다, ‘첫번째 사건이 끝난 뒤 3일 후’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4일 후.. 그리고 3일 후..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혹시..?'
첫 번째 악장은 가단조의 4/4박자.. 두 번째 악장은 가단조의 3/4박자..
..그런건가....
박자표의 분자에 자리하는 숫자. 아직 확신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 숫자가 다음 사건까지의 기간을 의미한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다음 예정일은..
'내일이군.'
다음 악장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소나타의 3악장은 3/4박자, 또는 3/8박자인 미뉴에트 형식으로 하는 것이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둘 중 어떤 경우라도 분자는 3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이틀째가 됐으니 다음 사건 예정일은 내일이 된다. 정확한 시간까지는 알 수 없지만 상관없다.
하루 종일 지키고 있으면 되니까.
전보다 조금의 시간 여유는 있지만 그래도 급하다. 1분 1초라도 빨리 다음 악장을 듣고 대비를 해야 한다.
녹음기를 챙겨 컴퓨터 앞으로 향했다. 3번 파일 '전개부 - 시험의 악장'을 더블클릭 했다.
클릭 하고 나서 음악이 흘러나오기 까지의 이 공백. 땀이 범벅이 된다. 무섭다. 너무나 무섭다.
그러나 어머니.. 어머니만큼은 꼭 지켜야 하기에.. 마음을 가다듬고, 심호흡을 한번 한 후 최대한 귀를 기울였다.
악마의 목소리 같은 소름끼치는 음색이 귓속으로 파고든다.
"삐이이이이이이잉 삐이이이이이이잉" 시작부터 귀를 찢는 소름끼치는 고음. 초장부터 ff의 강렬한 선율이 음악을 지배한다. 이건 마치..
'사이렌소리.'
정체 모를 사이렌 소리가 점점 커져간다. 그 사이렌 소리가 도달한 곳에는.. 이건 뭘까, #과 b이 제각각으로 섞여있는 복잡함.
음의 길이도 제각각이다. 예술적인 색채가 짙으며, 리듬은 자유롭고도 복잡한 미뉴에트의 특징을 완벽하게 그대로 살리고 있다.
단지 천사의 음을 떠올리게 하는 미뉴에트가, 지금은 악마의 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만 빼면.
독특한 악센트에, 조금씩 흘러나오는 비명과 같은 화음들. 이 불규칙성.. 이정도의 불규칙성과 화려함을 낼 수 있는 물질은..
'화염.'
이 선율은 마치 시뻘건 화염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는 형상을 떠올리게 한다. 음악을 듣고 있을 뿐인데, 그 열기가 전해지는 듯 온몸이 뜨겁다.
그러다 갑자기 정적.
'벌써 끝난 것인가..? 라고 생각 할 때. 큰 소리를 내는 음들이 다시 되살아나는 불씨 마냥 타오른다.
미뉴에트의 특징 중 하나인 리듬의 반복이다. 이제는 웬만한 곡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Sforzando(아주 강하게)까지 비명소리처럼 섞여 더욱 비참한 음이 들린다.
가냘픈 이 비명소리는.. 여성의 것.. 끔찍하다. 이것이 어머니의 비명소리일 것이란 생각에.... 음악이 빨리 끝나버렸으면 좋겠다.
그러나 내 생각과는 반대로 fermata(늘임표)가 비명소리를 계속해서 늘어놓는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비명 소리는 잠잠해졌다.
그렇게 3악장의 연주가 끝났다.
섬뜩하다. 마치 내가 불에 타 죽은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안방으로 달려갔다. 곤히 주무시고 계시는 어머니를 깨웠다.
"엄마, 내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밖에 나가지 마.. 알았지?"
"..얘가 갑자기 뭔소리라냐? 너 괜찮은겨?"
어머니가 내 눈에 그렁그렁 맺힌 눈물을 보시고 당황하신 모양이다.
"아니.. 요새 꿈자리가 사나워서. 우리 수연이도, 아버지도 돌아가셨는데.. 혹시나 엄마까지 어떻게 되는게 아닌가 싶어서.."
두려움에 목이 매어 말도 잘 나오지 않는다.
"이그.. 그래 알았다 인석아. 내일은 꼼짝 않고 집에 있을꺼여. 자슥.. 겁먹지 말그래이 이 애미는 안죽는다. 니를 놔두고 어딜 가겠노."
어머니의 손길이 내 머리를 어루만진다. 주름과 상처 투성이 손이지만, 너무나 부드럽다. 지켜 드릴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안방 문을 조심히 닫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제 중요한건 3번째 명언. 그것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 메일 수신함을 다시 들어갔다.
나에게 저주를 가져다 준 빌어먹을 메일을 클릭한다.
3번째 명언은..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는 침묵의 후가 음악이다. - Aldous Huxley」
영국의 천재 작가 올더스 헉슬리의 명언. 어떤 의미일까.. 힌트도 점점 모호해진다..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
그 때, 새로 도착해 있는 메일 1건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 : 이 메일 꼭 봐줘. 읽지 않으면 나 죽어버릴 꺼야. 보낸 이 -민선-」
.......
그녀에게 또다시 메일이 왔다. 지금은 한시가 급한 상황. 시간이 없다. 그러나 거의 협박처럼 들리는 제목에, 어쩔 수 없이 마우스를 누를 수밖에 없었다.
「왜 이렇게 답장이 없니.. 내가 보낸 메일 읽기는 하는 거니?
예전일은 정말 미안해. 하지만 나 아직도 너 정말 사랑해. 우리 예전에 행복했었잖아. 그때로 다시 돌아가자.. 내일 새벽 2시에 우리집 앞으로 와줘. 아직 내게 마음이 있다면 말야.
오지 않는다면.. 그냥 죽어버릴래.」
'여전히 극단적이군. 제길 그런 그렇고 왜 하필 이럴 때....'
이 애의 성격으로는 내가 나오지 않는다면 정말 죽을 것이다. 확실하다. 나는 그녀를 너무나 잘 알기에..
유민선. 내 예전 여자친구다. 그녀는 꽤나 아름다운 여성이고 남들이 보기에도 우리는 꽤나 잘 어울리는 커플이었다.
가난한 삶 속에서도 그녀 덕에 항상 행복했었다.
그러나 우리의 사랑은 영원하지 못했다. 그녀는 나에게 조금씩 냉담해 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그녀의 사랑이 식어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무조건 내가 잘못했다고, 자존심도 다 버리고 눈물을 흘리며 빌었다.
그러나 그녀는 차갑게 돌아섰다.
다른 남자가 생겼다는 말과 함께.
그러나 포기할 수 없었다. 몇 번이고 집 앞에 찾아가 만나 줄 때까지 날을 샜다. 나의 과해진 행동에 그녀는 진지리를 냈다.
더 이상 오면 손목을 긋고 자살해 버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해서 그녀를 찾아갔다.
며칠 후, 그녀는 정말로 손목을 그어버렸다. 오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는 메일속 말도 그냥 빈말은 아닐 것이다.
그녀는 위험한 상황까지 갔었지만, 급히 치료를 받아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결국 나에겐 돌아오지 않았다.
그 후로 난 사랑에 관해서는 냉혈한이 됐다. 나중에 보란 듯이 성공해 그녀에게 복수하겠다고 다짐까지 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나에게 다시 시작해 보자는 메일이 오기 시작했다.
'갑자기 왜 나에게 다시..'
그동안 복수를 꿈꿔왔기에 메일을 모두 씹어왔던 나지만, 나에게 돌아오고 싶다는 그녀에게 다시 마음이 흔들리는걸 느낀다.
'안돼.'
..안 된다. 지금 내게는 소중한 사람이 더 이상 생겨서는 안 된다..
그러나 난 알고 있다. 난 이미..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을.. 아니, 계속 사랑해 왔었다는 것을..
그 증거로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었던 커플 반지가 아직도 내 손가락에 끼워져 있지 않은가.
내일 새벽 2시라.. 3시간 남았나. 그러나 난 그녀의 요구대로 나갈 수가 없다. 자칫하면 어머니가 불에 타..
순간 불길한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오늘 죽는 것은.. 어머니가 아니라.. 민선이일수도..'
좀 전에 들은 3악장에서 타죽은 것은 '여자'라는 것만 예측 할 수 있었지, 나이까지는 알 수 없었다.
그 여자가 민선이일지, 어머니일지는 모르는 일이다.
우선 민선이와 통화를 해보려고 황급히 전화번호를 눌렀다.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습니다."
제길..
그 순간 알 수 있었다. 결국에 어머니와 민선이 중 누구 하나는 죽을 수 밖에 없다는 걸.
만약 민선이를 만나러 가지 않는다면, 그녀는 집에 불을 질러 자살할 것이다. 반대로 민선이를 만나러 간다면, 악마가 우리 집에 불을 질러 어머니를 태울 것이다.
그 악마라면 분명히 ... 뻔할 뻔자의 스토리다.
'선택의 장..' 이런 의미였나. 빌어먹을.. 또 나는 그 악마의 예측에 따라 꼭두각시처럼 움직일 수밖에 없는 건가..
무력감에 눈물이 난다.
그러나 선택은 해야 한다. 물론 나에게 있어서, 둘 다 소중한 존재지만..
그래도 더 소중한건 당연히..
'어머니'
어머니가 주무시는 안방 문 앞에 쪼그려 앉았다. 째깍이는 시계를 보며, 시간아 가지 말라고 마음속으로 계속해서 소리친다.
시계가 정확히 2시 30분을 가리켰을 때였다.
"삐이이이이이이잉 삐이이이이이이잉"
기다렸다는 듯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마치 악마가 내가 정한 마음을 알고, 바로 음악에 암시된 살인을 시작 한 듯 하다.
아니, 정말 그랬다고 생각 할 수 밖에 없다. 창문을 보니 저 멀리서 화염이 치솟는다. 싸이렌을 울리며 소방차가 달린다. 민선이는 저기서 불타고 있겠지..
아까 음악에서 들었던 비명소리가 생각난다. 공포에 숨을 쉴 수가 없다. 마치 내가 죽인것처럼.. 미안하다.
떨어지는 눈물을 뒤로 커튼을 친다. 더 이상 볼 수가 없다. 그래도.. 그래도.. 어머니는 살았다.
죄책감과 안도감. 두 모순된 감정 속에 짓눌려 잠을 잘 수 없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앉아 있었다. 안방 문을 살짝 열어 보았다.
아직 곤히 주무시는 어머니.
그래.. 지켜냈다.
정신을 조금 차린 후, 타버린 민선이의 집으로 향했다.
죄책감 때문에 가지 않으려고 했었지만, 집 앞에서 마음속으로라도 한마디 사과라도 하는 것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리라.
집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쑥덕거리며 얘기를 하고 있었다.
"..엄마 아빠도 없는 것이.. 참 딱하죠..?"
"그러게 말이에요.. 쯧쯧.."
민선이는 얼마 전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스스로 불을 붙였다고는 하나, 부모님도 안 계시는 방 안에서 혼자서 타들어 갔으니..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그리고 사랑했었어.. 민선아..
"그래도 참 다행이네요."
"그러게요, 그 불길속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나다니. 목숨 건진게 어디에요."
...
...뭐?
민선이가.. 죽지 않았다고..? 다행이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
순간 심장이 '쿵' 하고 가라앉는다. 갑자기 문득 다시 생각난 한 구절의 글귀 때문에.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는 침묵의 후가 진정한 음악이다.'
침묵의 후. 아까 들었던 악장에선 분명히 처음의 화염을 표현 한 후 잠시간의 침묵이 있었다.
그리고 조금 뒤 또다시 타올랐던 화염.
명언에 따르면.. 진정한 음악은 아직..
민선이는 죽지 않았다.
그리고 난 지금 집을 비워 버리고야 말았다.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집을 향해 전속력으로 뛰었다. 심장이 터져라 뛰었다.
제기랄.. 귓가에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점점 커진다.
"삐이이이이이이잉. 삐이이이이이이잉."
지금까지 들었던 그 어떤 사이렌 소리보다 날카롭다. 날카로운 저 소리에 베어 죽을 것만 같다.
뛰는 순간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저 무의식적으로 뛰고 또 뛰어 집 앞에 도착했다.
아니, 이제 '집 앞'이라는 표현은 부적절 하게 됐다.
집은 이미 없었다. 화염이 다 씹어 먹고 배설한 시커먼 잿더미만이 있을 뿐.
소방대원들이 안으로 들어가 이상하게 뒤틀린 커다란 잿더미 덩어리 하나를 가져온다.
난 그저 멍하니 쳐다만 본다.
그들은 그 커다란 잿더미를 손에 들고 무전기로 이렇게 외친다.
'시신 확보 끝났습니다. 더 이상의 사망자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다 잃었다.
힘들지만 그래도 화목했던 우리 가족들.
수 년 동안 사랑을 쌓아왔던 나의 사랑들, 나의 버팀목들을 단 며칠 사이에 모두 잃었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풀썩 주저앉아버렸다.
내 모습을 보고 한 경찰이 말을 건다.
"혹시 피해자의 가족이십니까?"
슬픔에 빠져 있을 새도 없이, 난 피해자의 가족으로써 경찰서에 동행 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서에 도착했다. 뭉툭한 코에 머리가 조금 벗겨져 있는, 경감으로 보이는 남자가 날 좁은 의자에 앉힌다.
그리곤 이것 저것 물어보기 시작한다.
그러나, 나에겐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대답해봤자 뭐에 써먹는 것일까. 이미 다 죽었는데. 어차피 돌이 킬 수 없는데..
"자네, 김원재 군이라고 했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니, 많이 힘든 건 아네. 그러나 진정 하고 대답 좀 해주게."
'너같으면 진정이 되겠냐 개♡♡야..'
알긴 뭘 안다는 걸까. 이 슬픔을 다 이해하는 척 하는 그 모습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니들에게 급한 건 그저 상황조사일 뿐이겠지.
"..힘들다면 일단 좀 차분히 쉬게나. 조금 있다 다시 시작하겠네."
...
"악마."
"응..? 뭐라고?"
"불을 지른 건 악마입니다."
"흐음.. 자네.. 아직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가 보군. 조금 쉬었다가 다시 대화 합세."
'..어차피 사실을 말 해 봤자 믿어주지도 않을 새♡가..'
더 이상 이곳에 있을 가치를 못 느끼겠다. 이 답답함. 정말 악마의 짓이란 말이다 이 새♡들아..
"정말 악마라고 씨♡ !!!"
가슴에 쌓인게 폭발해 버린건지,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놀란 주위의 경관들이 모두 나를 주목한다.
잠시 침묵 뒤에 나와 대화하던 경감이 사진 한 장을 꺼내 든다.
"자네.. 이 사람을 혹시 아나?"
흐릿한 사진이다. 멀리 떨어진 사람을 찍은 사진인데, 초점이 맞지 않아 불분명하다. 그러나 확실히 눈에 들어오는 하나의 물체.
'빨간 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