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사랑의 비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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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4. 재현부 - 결말의 악장
「Lamentoso (슬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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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찍으신 거죠? 이사진?"
나의 적극적인 반응에 경관도 놀란 것 같다.
"아.. 이 사람을 알고 있나? 자네 집 주변 cctv에 걸린 사진이야. 사실, 확실하진 않지만.. 이번 화재 사건의 용의자로 추정 되고 있는 사람일세.
이번 화제는 안쪽으로부터 시작 된게 아니야. 외부로부터 불이 난거지. 그 시간대에 cctv에 잡힌 사람은, 이놈 하나일세."
또다시 이놈인가.. 이놈이 모든 사건의 범인인가.
아니, 아버지의 일은 살인이 아니었다. 그걸 제외하고서도 이렇게나 음악과 맞아 떨어지게 범행을 저지르는 건 불가능 하다.
'악마의 사도.' 그쯤 되려나..
"알고 있습니다. 예전 제 여동생이 살해된 적 있습니다. 그때의 용의자와 일치합니다."
"이런.. 연쇄살인 인건가. 그것도 자네의 가족만.. 혹시 자네 집안에서 원한 살 일을 한 적은 없었나..?"
경감의 얼굴에도 식은땀이 베어 있다.
"없습니다.. 전혀.."
"알겠네. 일단 저 방에 들어가서 휴식을 취하고 있게. 현재 집도 타버렸으니, 며칠간 머무르면서 사건 해결에 협조를 부탁하네."
..또 하나의 악장이 남아있다. 아무리 용을 써 봐도, 분명히 악마의 시나리오 대로 한명은 죽을 것이다.
지금 내가 경찰과 접촉하는 것도 그 시나리오의 일부분이겠지.
하지만.. 다음 피해자는 구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네놈만은 잡아 죽이겠다.. 빨간모자.
"알겠습니다. 협조하겠습니다."
"고맙네."
"참, 그 방에 노트북 하나만 놓아 주십시오. 그리고.... 우리 집 말고 또 불이난 곳에 ‘유민선’이란 애가 살고 있습니다. 아마 다음엔 그 애가 위험할 것이니.. 보호를 부탁드립니다."
".. 자네는 다음에 누가 죽는지를 어떻게 알고 있지?"
...설명할 길이 없다.
"악마가 말해주었습니다."
"..알았네."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이는 그를 뒤로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꽤나 깨끗한 방이다. 받아온 노트북을 설치했다.
계속해서 흘린 땀과 눈물에 범벅이 되 있지만, 씻는건 나중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건 다음 살인의 실행 날짜를 파악하는 것.
망설이지 않고 노트북을 켰다.
또 다시 이 음악을 들어야 한다니.. 조금 쉬고 싶기도 했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다.
바로 4번 파일, '재현부 - 결말의 악장'을 다운 받았다.
마지막 악장이다. 동시에 마지막 기회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
'딸깍'
마지막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빠른 템포의 음이 흘러나온다. 소나타의 4악장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론도 형식의 곡인듯 하다.
론도 답게 2/4박자의 곡. 예정일은.. 내일 모래인건가. 4악장 재현부는, 말 그대로 제시부의 선율을 다시 재현하는 구간이다.
그래서 약간의 선율의 변화, 음역의 확대나 축소 등은 일어나지만 제시부와 대체로 같은 구조로 되어 있다.
빠르고 경쾌한 음. 누군가 달리고 있다. 스타카토(음을 짧게 끊어 연주하라)같이 뛰는 심장 소리가 들린다.
아첼레란도(점점 빠르게)가 삽입됐는지, 달리는 발소리에 가속도가 붙는다. 음악이 중반으로 접어들더니, 화음이 나온다.
화음 속 3가지 음이 불쾌하게 어울리며, 또다른 이미지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 화음은.. 사람수를 나타낸다.
3명이다.. 젠장, 패거리도 있었나. 그중 앞서 가는 사람은, 핏물과 같은 시뻘건 빨간 모자를 쓰고 있다.
숨이 막혀온다.
저자식이.. 저자식이..
재현부 답게, 처음 제시부의 선율이 다시 흘러나온다. '터벅 터벅' 빨간 모자가 걸어가는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제길.. 잔인하게 살해당한 수연이의 얼굴이 문득 떠오른다..
'푸우욱' 잠시 후 칼이 날카롭게 살을 관통하는 소리. 여성의 슬픈 비명 소리. 제시부의 완벽한 재현.
살을 에이는 공포가 온몸을 휘감는다.
그렇게 마지막 음악이 끝났다.
다행히 생각 한 것보다 충격적이지는 않다. 뭐, '예상한대로' 라고 하는 게 맞겠다. 지나친 오버 없이 처음으로 회기하는 절제.
그것이 소나타의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다.
아직 장소는 알 수 없지만 경찰이 그녀를 찾기만 하면 장소는 알 필요도 없다. 마지막으로 남은 건 명언을 확인하는 것 뿐이다.
마지막 명언은..
「음악은 남자의 가슴으로 부터 나와 여자의 눈물을 자아낸다. - Ludwig Van Beethoven」
음악계 최고의 거장, 베토벤의 명언.
동시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명언. 이 길었던 죽음의 음악의 종지부를 찍기에 부족함이 없다.
지금까지의 명언들을 떠올려 보면 명언의 '음악'이란 단어는 항상 살인 행위, 그 자체를 가리켰었다.
그리고 '남자'는 빨간 모자를 뜻할 태고, '여자'는 민선이를 뜻할 것이다.
즉, 이번 힌트는 빨간 모자가 민선이를 죽인다는 사실 그 자체를 말해주고 있었다.
빨간 모자에 대한 복수를 대비해 잠시 주위 상점에 가서 호신용 칼 하나를 사왔다. 준비는 다 됐다. 이제 남은 건 민선이의 행방을 찾는 것 뿐.
하루가 지났다. 경찰은 그녀를 아직 찾지 못했다. 전화를 해보아도 그녀의 핸드폰은 꺼져 있을 뿐이었다.
현재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기다리는 수 밖에..
이틀째 날이 되었다. 아직까지도 그녀를 찾았다는 소식은 없다.
무능한 자식들..
시간은 가고.. 가고.. 마음이 너무나 초조하다. 혹시 벌써 살해 당한건 아닐까. 벌써 오후 6시다.
'쾅'
방문을 세차게 열고 한 경찰이 허겁 지겁 들어온다.
"미.. 민선이는 찾았나요?"
"아니 그 아이는 아직.."
제길..
"그럼 무슨 일이십니까.."
"빨간모자가 있는 곳을 확인했습니다."
"...!! 어디.. 어디죠?"
"한강 공원쪽이라고 합니다. 자세한건 더 확인 되는데로.."
"비켜!!"
경찰서에서 뛰쳐 나와 한강 공원을 향했다.
"혼자서 가시면 위험합니다! 조금만 기다렸다가 함께 행동을..."
..답답한 경찰 새♡야.. 그 ‘조금’ 사이에 사람의 목숨이 날아 갈 수 있단 말이다..
택시에 올라탔다. 1초가 10분처럼 느껴진다. 제발.. 아직 살아있길..
"삐리리리리릭"
전화가 왔다.
「발신인-민선」
....
....!!
안도감에 손이 떨려왔다. 전화기를 귀에 갔다댔다.
"여보세요? 민선아? 너지금까지 뭐하고 있었던거야..? 아니, 너 지금 어디야?!"
위치 파악이 우선이었다.
"아.. 왜 갑자기 화를내.. 나 지금 한강공원 쪽이야."
.......제길..
"최대한 사람 많은 쪽으로 가있어. 알겠어?"
"나 여기 길 몰라.. 지금 골목쪽인데.. 나 지금 좀 급해.. 뒤에 누가 막 따라오는 것 같아.. 빨리 와.."
..이런..
"조금만 버텨, 내가 곧 거기로 갈게. 알겠지?"
"응.. 빨리 와.. 참 그리고.."
"응?"
"미안.. 정말 미안.. 이런데 끌여 들여서.. 보고싶어.. 빨리 와.. 살려줘.."
그녀의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떨린다. 자꾸 코를 삼키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눈물도 흐르고 있나 보다.
"뭐가 미안해.. 하여튼 조금만 더 버텨 얼른 갈께!"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그녀는 구한다.'
택시에서 허겁지겁 내렸다. 골목쪽이라.. 저쪽인가. 아무 골목이나 일단 들어가고 보았다. 생각보다도 더 인적이 드물다..
위험하다.
그때 저 멀리 앞에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빨간 모자.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두 추종자. 나를 등지고 걸어가고 있었다. 그들을 보자 현기증이 일어날 것 같다.
저자식들이.. 저자식들이..
드디어.. 찾아냈다. 저 악마의 사도들을.. 가슴팍의 주머니에서 칼을 꺼냈다. 달릴 때 소리가 나면 안 되므로, 신발을 벗었다.
그리고, 뛰었다. 그들을 향해서. 두렵진 않았다. 내 몸속에 끓어오르는 분노가 두려움을 무마시켰다.
내 모든 것을 뺏어간 자식.. 첫 번째 목표는 왼쪽 뒤의 녀석.
달려가 그녀석의 왼쪽 등 부분, 심장이 있는곳을 쑤셔버렸다.
'커헉..' 피를 토하며 쓰러진다.
"왠놈이..."
당황한 오른쪽 녀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자식의 목을 따버렸다. 나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신속히 처리했다.
남은 건 앞에 가는 빨간 모자 새♡ 하나.. 땅을 박차고 달려 그자식의 등을 노렸다. 빨간 모자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나를 본다.
눈이 마주쳤다.
인간이 생각을 하는 순간, 바로 그렇게 행동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몸은 생각보다 느리다.
아아, 인간은 얼마나 불완전한 동물인가..
칼이 그자식의 등에 닿는 순간, 2가지의 목소리를 들었다.
"자네.. 어째서 이런짓...을..." 이라고 말하는 목소리.
"구하러 와줬구.." 라고 말하는 목소리.
찔러선 안된다는 걸 느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인간의 생각은 바로 행동으로 전달 되지 못한다.
'푸욱.'
빨간 모자가 갑자기 돌아보는 바람에 심장은 피할 수 있었지만, 등과 배를 가로질러 칼이 꽂혔다.
고통으로 얼룩진 비명 소리가 들린다.
뒤에 있는 피를 흘리며 쓰러진 경감이, 당황과 원망이 섞인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다.
빨간 모자가 쓰러진다. 모자가 벗겨진다. 모자가 벗겨지면서, 안에 감춰져 있던 아름다운 긴 생머리들이 나와 휘날린다..
'..민선..아..?'
「음악은 남자의 가슴으로 부터 나와 여자의 눈물을 자아낸다. - Ludwig Van Beethoven」
'남자'는.. 나였단 말인가..
경감님과 부하 경찰은 이미 숨이 멎어있었다. 3명이 한 패였던 것이 아니었다.
형사들이 빨간 모자를 발견하고 & #51922;고 있는 것이었다.
민선이 ' & #51922;기고 있다'고 한건 이 상황이었다. 빨간 모자는 민선이었으니까..
....이게 대체 어떻게 된거지..
"야 유민선 !! 이게 대체 어떻게 된거야.. 우리 엄마하고.. 수연이 죽인거... 니가.. 니가 한 짓이냐..?!"
분노와 당황감이 어지럽게 섞인 목소리로 소리질렀다.
민선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대체 왜... 이런 ㅆ.."
그녀의 등에서 붉은 핏물이 줄줄 새나온다. 일단 살리고 봐야 한다는 생각에 핸드폰을 꺼냈다.
"제길.. 일단 구급차 부를게"
".. 소용 없어.. 알잖아.. 어차피.. 쿨럭..죽어........ 그 음악은 거스를 수 없으니까.."
"대체.. 정체가 뭐야.. 그 음악은 대체.."
"..잘 들어.. 잠시 내 과거 이야기를 해줄태니.."
그녀의 입에서도 피가 흐르기 시작한다. 무리해서 얘기 하는걸 말리고 싶지만.. 그녀 말대로다. 어차피 그녀는 소나타대로 죽게 되어 있다.
지금은..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게 최선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정말 행복했었는데.."
금방이라도 녹아 사라질 듯한 슬픈 미소를 띠우며, 그녀가 이야기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