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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도전] [소설]TerA [EP 1-3. 티아라니아의 아이들]

아이콘 Noire1119
댓글: 3 개
조회: 951
추천: 20
2016-04-24 22:05:38

 

 

 

 

TerA

~ The exiled realm of Arborea ~

 

글 : noire1119

그림 : 987654

 

 

 

[ EP 1. 티아라니아의 아이들 ]

 

 

 

 

 

 

#3

 

수호자님, 아샤랑 놀자!

응? 늦게 들어가면 어른들에게 혼난다고?

하지만 그렌 아저씨도 여기 있고 괜찮을 것 같은데…….

그리고 아샤, 수호자님이랑 같이 있는 걸?

수호자님! 아샤랑 인형놀이 하자! 응?

 

 

*

 

 

하늘 저편이 노란 색으로 물들 때 쯤 유이는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갈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평소보다도 훨씬 더 오래 같이 있었으니 아샤도 만족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게다가 케이시를 비롯한 다른 아이들은 한참 전에 그렌과 함께 마을로 돌아갔으니

더 늦었다가는 오히려 유이가 어른들에게 혼날 판이었다.

 

「아샤, 이제 슬슬 집에 갈까?」

 

「응? 왜~?」

 

「조금만 있으면 저녁 먹을 시간이잖아. 다른 아이들도 아까 전에 돌아갔는걸.」

 

「앗 정말! 모두들 벌써 마을로 돌아갔네! 수호자님이랑 노느라 몰랐어…….」

 

유이와의 인형놀이에 열중하던 아샤는

친구들이 어느새 없어져 있는 것을 보고 놀라면서도, 아쉬운 듯 중얼거렸다.

유이는 살짝 풀이 죽은 아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부드러운 갈색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를 쓸며 지나갔다.

 

「그렇지? 우리도 오늘은 이만 돌아가자. 내일 또 놀아줄 테니까.」

 

「정말? 또 아샤랑 인형놀이 해주는 거야?」

 

「당연하지. 내일은 쉬는 날이니까, 아침부터 아샤랑 해가 질 때까지 인형놀이 하자. 약속.」

 

「꼭이야? 인형놀이 내일 또 해주기! 약속!」

 

기쁜 듯 들떠서 신나게 재잘거리는 아샤를 보자, 유이는 저절로 흐뭇한 미소가 새어나왔다.

인형을 고쳐준 이후로 아샤는 유이의 주변을 맴돌며 좀처럼 떨어질 줄 몰랐다.

낯을 많이 가리는 아샤의 성격을 생각해봤을 때

아마 그녀는 아샤에게 꽤 높은 호감을 산 모양이었다.

 

다행히 심하게 떼를 쓰지 않은 아샤를 뒤로 하고 유이는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앉았던 소풍용 천이나 간식을 먹고 남은 바구니,

놓고 간 구슬이나 새총, 머리빗이 땅바닥에 잡다하게 널려있었다.

워낙에 신나게 놀았던 모양인지 케이시마저 치우는 것을 잊어버리고 짐을 어지른 채 돌아간 듯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한데’라고 생각한 유이는

마을에 돌아가면 한 번 더 잔소리를 하기로 했다.

물론 그 대상에는 그렌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무리 수호자가 따로 있기로서니 인솔자가 아이들이 놓고 가는 것이 없는지 챙기는 기본 아니었던가.

어쨌든 남아있는 사람까지 내팽개칠 수는 없었기에 유이는 잡동사니들을 바구니 속에 정리해서 넣었다.

이쯤 되니 자신의 수호자에 대한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기분도 들었다.

 

「아샤?」

 

얼추 짐을 다 챙긴 그녀는 아샤를 부르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아샤는 대답 없이 멍한 표정으로 땅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샤의 두 눈은 초점 없이 풀려 있었고 입은 살짝 벌어져 있었다.

아샤의 상태가 보통이 아님을 느낀 유이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왜 그래 아샤?」

 

「……힘들어…….」

 

「무슨 일 있니? 힘들어? 어디 아픈 데라도 있어?」

 

「아니야……. 아샤가 아니야……. 나무가…….」

 

「나무?」

 

여전히 혼이 나간 표정으로 아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위화감을 느낀 유이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혹시 티아란 나무를 말하는 거니? 티아란 나무가 힘들어해?」

 

「이상해……. 티아란 나무가 힘들어 하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아. 잠깐만 기다려줘, 수호자님…….」

 

유이는 걱정스러운 듯 아샤와 티아란 나무를 번갈아 보았다.

그녀에게 들리는 것은 바람에 잔디가 스치는 소리,

해안 아래에서 올라오는 파도 소리뿐이었다.

그러나 아샤는 유이가 들을 수 없는 것을 들은 모양이었다.

티아란 나무에서 태어난 다섯 아이들 중 한명인 아샤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즉, ‘티아란 나무의 아이들’은 그들의 부모와도 같은 티아란 나무와 직접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어떤 원리로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인가는 아직도 베일에 싸여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어째서 티아란 나무의 아이들이 특정 종족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인지,

그들의 신체가 겉모습과 다른 구조로 되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인지 등 그들의 존재 자체가 신비였다.

그런 아샤가 하는 말이니 유이로서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걱정스러울 뿐이었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유이는 문득 날이 어두워진 것을 느꼈다.

평소에도 금방 해가 지던 티아라니아였지만 오늘은 낮이 더욱 짧은 것 같았다.

 

……고 생각하던 그녀는 수평선 너머로 태양이 반도 채 지지 않은 것을 보고 위화감을 느꼈다.

아직 노을이 수놓이기도 전이었는데 아샤의 주변에 그늘이 지고 있었다.

게다가 어느 새인가 공기가 따끔하게 살갗을 찌르고 있었고 이상한 악취가 희미하게 코를 간지럽혔다.

유이는 순간 발끝에서부터 신경이 곤두서며 몸이 움츠러드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의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은 가끔씩 생각보다 본능이 의식의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있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선조에게서 내려오는 가르침과 수없이 경험한

위기에서 체득한 감각이 유이의 신체 곳곳에 힘을 주게 만들었던 것이다.

한껏 신축된 유이의 다리와 허리는 아샤가 눈을 한번 깜빡이기도 전에 대지를 딛고 곧게 뻗어나갔다.

앞으로 길게 펼친 두 팔은 재빠르게 아샤의 허리와 머리를 감싸고 그대로 전진했다.

그 덕에 아샤와 유이는 함께 땅바닥을 굴렀다.

 

풀과 흙이 짓이겨져 옷을 더럽혔고 머리카락은 제멋대로 헝클어졌다.

그러나 유이는 원래 있던 곳에서부터 멀어질 때까지 아샤를 품에 안고 놓지 않았다.

그들이 방금 전까지 서 있던 자리를, 굵은 나뭇가지가 흉폭한 기세로 내려치는 것이 보였다.

유이는 황급히 아샤의 앞을 가로막았다.

살짝 숙인 허리와 약간 여유를 두고 벌린 다리는 언제, 어느 방향으로라도

빨리 이동할 수 있는 최적의 자세를 취했다.

왼팔은 뒤로 숨긴 아샤를 감싸듯 보호했고

옆으로 뻗은 오른손 끝에는 마법사의 원반이 회전하며 공중에 떠 있었다.

 

습격자는 거대한 얼굴을 가진 노인 같아보였지만

그 얼굴에 앙상한 팔과 다리, 끝이 날카로운 거대한 손, 나무뿌리 같은 발이 달려있었다.

몸통과 얼굴 곳곳에 솟아난 나뭇가지에는 크고 작은 가시가 수없이 돋아 그들을 위협했다.

주황색으로 빛나는 두 눈은 유이와 아샤에게 살기를 뿜었다.

 

「길리두?!」

 

「티아란 나무가 그랬어. 길리두가 뿌리에 붙어 있어서 너무 아프다고…….」

 

「지난번에 모두 소탕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남아있었던 건가.」

 

길리두는, 아니 길리두 ‘들’은 아샤가 말하는 사이에 티아란 나무뿌리 사이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어림짐작해도 족히 스무 마리 이상은 넘어보였다.

한두 마리 정도야 훈련 겸 해서 손쉽게 잡아본 적은 있었다.

본래 길리두는 오래된 나무의 정령이었고,

유이가 자연의 정령과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엘린’족인 이상,

대화는 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그들의 생각과 다음 움직임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길리두들은 신체가 노화되어 반응이 느렸다.

그러나 그만큼 몸이 단단했고 묵직한 팔과 예리한 가시를 가지고 있어

방심하다가 크게 다치는 수가 있었다.

 

그런 상대가 스무 마리 이상.

유이가 한꺼번에 상대하기에는 수가 너무 많았다.

도움을 요청해야 했지만 하필이면 신호탄을 놔두고 온 상태였다.

자신의 경솔함을 원망하면서 유이는 아샤를 뒤돌아보았다

 만약 아샤가 무사히 마을로 갈 수 있다면 그녀를 무사히 지킬 수 있음과 동시에

다른 수호자들을 불러올 수도 있을 터였다.

누군가는 퇴로를 막으며 시간을 벌어야 했다.

 

「아샤.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넌 지금부터 마을로 뛰어가서, 화이트 대장에게 큰 뿌리해안에 길리두가 출현했다고 전해. 최소한 네 명 정도는 지원이 필요하니까 최대한 빠르게 보내달라고.」

 

「수호자님도 같이 가! 아샤 혼자서는 무서워서 싫어!」

 

「그러면 길리두들은 마을까지 쫓아올 거야. 아샤도 마을 사람들이 길리두에게 다치는 건 싫지?」

 

「응…….」

 

「무섭고 걱정되는 거 알아 아샤. 하지만 네가 마을에 갈 때까지 아무것도 널 건드리지 못하게 할 거야. 나도 네가 사람들을 데려올 때까지 다치지 않을 테니까, 날 믿고 빨리 피해.」

 

「그래도…….」

 

유이가 아샤를 설득하고 있는 사이 천천히 다가오던 길리두들은 팔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갑작스러운 기습에도 유이는 당황하지 않고 오른팔을 땅을 향해 내려쳤다.

그와 동시에 회전하던 원반이 그녀의 머리 위를 한 바퀴 돌며 선두에 선 길리두의 팔을 쳐냈다.

돌아온 원반을 한 번 더 휘두르자 원반의 끝에서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불꽃은 회전하는 원반의 가장자리를 타고 순식간에 커다란 불덩이가 되어 길리두들을 향해 날아갔다.

안면에 정통으로 불덩이를 맞은 길리두는 비명을 지르며 날뛰었다.

근처에 있던 다른 길리두들도 불이 옮겨 붙을까봐 섣불리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

 

「가!」

 

그 사이 유이는 아직도 우물쭈물하던 아샤에게 소리쳤다.

단 한마디 말이었지만 그녀가 느끼는 긴장감과 다급함은 확실하게 전해져왔다.

아샤는 순간 움찔했다가 천천히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에, 에드몬드 아저씨, 빨리 불러올 테니까, 수호자님……절대 다치면 안 돼? 약속이야!」

 

대답 없는 유이를 뒤로 하고 아샤는 마을을 향해 달려갔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반응하는 야생동물처럼 길리두들은 등을 돌리고 뛰어가는 아샤를 쫓아가려 했다.

그러나 그들 앞에 불타는 원반이 땅을 그을리며 지나가,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경계선처럼 풀밭 위로 잔불이 깔끔한 직선을 그렸다.

 

유이는 자세를 곧게 하며 심호흡 했다.

깊게 숨을 들이 내쉬는 동안 심장의 고동 소리가 점점 규칙적으로 변해갔다.

그 와중에도 집중되는 길리두들의 시선을 유이는 피하지 않았다.

머리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 들었다.

침착하게 눈앞의 상대에게 집중해야 했다.

 

길리두들은 아샤를 따라가지 못해 분한 듯 제멋대로 괴성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정리되지 않은 의식이 얽히고설켜 그녀의 몸을 밀어내려 했다.

유이는 왼팔을 늘어뜨리고 오른손을 어깨 높이로 들었다.

전투에 임할 때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한 특유의 자세였다.

 

「지나가고 싶어?」

 

차갑게 내뱉은 한 마디에 공명하듯 원반은 더욱 빨리 회전했다.

불꽃이 점점 더 화려하게 퍼져나가자 길리두들은 위협을 느낀 듯 몸을 떨며 식식거렸다.

그들이 내쉬는 숨에서는 악취가 진동했고

관절 사이로 오래된 나무끼리 뿌득뿌득 갈리는 불협화음이 들려왔다.

한 마리가 내딛는 한 걸음은 그냥 한 걸음일 뿐이지만,

스무 마리가 한 걸음씩 내딛으면 스무 걸음이 되었다.

자신을 압박해오는 길리두들을 유이는 가볍게 비웃었다.

 

「꿈도 꾸지 마.」

 

긴장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일종의 자기최면 같은 행위였다.

다른 사람들이 올 때까지 절대로 한 마리도 자신의 뒤로 보내지 않으려는 굳은 의지였다.

그녀의 비웃음을 알아들은 듯 길리두들은 동시에 덤벼들었다.

나무와 불덩이가 만나 재를 흩뿌렸다.

    

 

 

- 계속 -

 

----------------------------------------------

 

전편과 이번편은 조금 짧습니다.

이제야 길리두가 출현했네요...조금 진행이 느린 것 같기도...

Lv41 Noire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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