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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도전] [소설]TerA [EP 1-4. 티아라니아의 아이들]

아이콘 Noire1119
댓글: 4 개
조회: 1215
추천: 12
2016-05-03 01:08:12

 

  


 

TerA

~ The exiled realm of Arborea ~

 


[ EP 1. 티아라니아의 아이들 ]

 

글 : Noire1119

그림 : 987654

 

#4

 

석양 속에서 벌어지는 사투는 하늘을 불태우는 화룡의 윤무(輪舞)처럼 격렬했다.

유이는 앞뒤로 날아오는 두꺼운 나뭇가지 사이로 몸을 날렸다.

제자리에서 몇 바퀴나 회전하는 공중곡예, 동시에 주변을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며

길리두 두 마리의 몸을 꿰뚫고 화염을 일으키는 원반.

모든 과정이 유이가 안정적으로 착지하여 앞으로 몸을 굴릴 때 까지 일어난 일이었다.

그녀는 재빠르게 움직였으며 쉬지 않고 동작을 이어갔다.

원반에서 타오르는 불길은 풀밭을 태우고 나무껍질과 속살을 지져댔다.


길리두들의 공세는 묵직하고 위협적이었다.

썩은 고목으로 되어있는 몸인데도 한번 팔을 휘두르면

근처의 바위나 땅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부서졌다.

뿐만 아니라 몇몇은 혼란 속에서 몸통박치기를 하며 돌진해왔다.

부딪치면 적어도 갈비뼈가 다 나갈 만큼 강력한 공격이었다.


원래 유이에게 있어서는 그렇게 위협이 되진 못했다.

힘 있는 공격은 그에 비해 속도가 부족했고

길리두는 보통 사람들도 쉽게 따돌릴 수 있을 정도로 발이 느렸다.

그러나 그 수가 한 둘이 아니라 열이 넘어가고 스물이 넘어간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마치 동시에 움직이는 숲과 상대하는 꼴이 되는 것이었다.

다수의 길리두에게 둘러싸인다면 최대한 빨리 탈출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지금까지 쓰러뜨린 길리두의 숫자는 다섯.

유이가 자세를 바로잡는 사이 몇 마리가 또 다시 몸통박치기를 시도했다.

그녀는 피하지 않고 기다리다가, 길리두들에게 부딪치기 직전에 후방으로 도약했다.

뒤에서 달려드는 길리두의 옆을 스쳐지나가면서

몸통박치기를 해오던 길리두들이 서로 부딪치는 것이 보였다.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면서 굉음을 냈다.


한 길리두가 팔을 뻗자 손에서 잔가지로 이루어진 촉수가 길게 뻗어 나왔다.

잔가지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수없이 달려있었다.

유이는 쓰러진 길리두를 불태우던 원반을 황급히 돌아오게 했다.

촉수가 바로 얼굴 앞까지 다가왔을 때 원반이 그 앞을 가로막았다.

촉수는 회전하는 원반을 휘감아 옆으로 내팽개치려 했으나 원반에는 닿지도 못했고,

대신 원반이 회전하는 방향을 따라 꼬이기 시작했다.

길리두의 신체에 흐르는 마력을 역으로 이용해, 신체의 일부분을 조종한 것이었다.


유이가 원반을 다른 길리두에게 날려 보내자 촉수도 원반을 향해 끌려왔다.

원반은 촉수를 날린 길리두를 포함해, 남아있는 길리두들의 몸을 쏜살같이 뚫고 지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아있는 길리두들은 노끈에 묶인 굴비마냥 줄줄이 엮이게 되었다.

일을 마친 원반은 다시 하늘을 향해 높이 뻗은 유이의 오른손으로 돌아왔다.

촉수는 그때까지도 원반에 끌려 다니고 있었다.

 

「……불타라!」

 

유이는 외침과 동시에 팔을 있는 힘껏 내리쳤다.

원반의 끝에서 불똥이 튀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불길이 일어나 촉수를 타고 흘러,

촉수에 꿰인 십 수 마리의 길리두들을 단번에 거대한 장작더미로 만들었다.

불기둥이 길리두들을 뒤덮자 그것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거대한 나선형의 불의 고리가 펼쳐졌다. 재가 바람을 타고 하늘을 더욱 붉게 물들였다.


그 중심에서 유이는 오른팔을 부여잡고 비틀거리며 서 있었다.

매운 연기가 눈과 코로 들어와 얼굴이 화끈거리고 숨쉬기가 어려웠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수를 처리하려다가 신체에 부담이 온 듯했다.

마법사에게 있어 마력은 곧 생명력.

무리한 탓인지 시야가 초점을 잃고 흔들렸다.

있는 힘을 다해 달리고 난 후 겪는 탈력처럼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하며 강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남아있는 길리두가 있는지 확인하려고 주변을 둘러본 유이는

티아란 나무의 뿌리가 또 다시 꿈틀대는 것을 발견했다.

그렇게 많은 길리두를 불태웠는데도 전투가 오래 지속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녀가 보지 못하는 사이에, 더 많은 길리두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지칠 대로 지쳐있었지만 큰 뿌리 해안은 마을에서 지척이었다.

수가 불어난 길리두를 방치해뒀다가 마을이 큰 피해를 입을 뻔 했던 적이 있었기에

그녀는 쉽게 물러서지 못했다.


그렇다고 계속 싸웠다가는 정말로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

결국 유이는 아샤가 화이트를 데리고 나타날 때까지

조금씩 후퇴하면서 시간을 벌기로 결심했다.

시간을 생각해봐도 지금쯤이면 다른 수호자들과 함께 큰 뿌리 해안에 거의 도착할 때였다.

그녀는 자신을 포위해가는 길리두들을 경계하며 조금씩 발을 옮겼다.

쓰러져있는 길리두들이 장작처럼 타닥거리며 불타는 소리를 냈다.


그 때 쓰러져서 시커멓게 연기를 내뿜던 길리두 중 하나가 유이에게 팔을 휘둘렀다.

유이는 간신히 뛰어올랐지만 갑작스러운 공격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발목을 맞았다.

 

「아악!」

 

자세가 흐트러진 유이는 공중에서 돌며 떨어졌다.

그녀의 얼굴이 제일 먼저 바닥에 닿았다.

머리부터 떨어진 탓에 충격이 컸지만,

길리두들이 기습 공격을 신호로 일제히 달려들어 휴식을 취할 틈이 없었다.

유이는 필사적으로 바닥을 구르며 길리두들의 발길질과 내려치는 팔뚝을 피했다.

땅에서 자갈과 흙과 풀이 폭죽처럼 날아다녔다.


정신없이 굴러다니던 유이는 그녀의 뒤에서 나타난 새로운 길리두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녀가 잠시 구르기를 멈췄을 때 그 길리두는 이미 발을 높이 들고 유이를 짓밟을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유이는 황급히 길리두의 발과 자신의 사이를 원반으로 막았다.

그러나 방금 전 큰 화염마법을 한 번에 쓴 탓에 수호 결계를 칠 마력이 남지 않았다.

결국 원반을 띄우는 힘만으로 길리두의 발길질을 견뎌야 한다는 뜻이었다.


불행히도 유이는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예상할 수 있었다.

원반은 마력을 주입하면 산사태도 막을 수 있을 만큼 단단한 보호막을 만들 수 있었지만,

직접적인 물리적 충격에는 한없이 약했다.

마력 없이 그저 떠있기만 해서는 보통 사람이 휘두르는 몽둥이조차 막을 수 없었다.

곧 길리두의 발은 원반을 산산조각내고 그녀의 가슴을 짓이길 것이었다.

충격의 두려움에 대비하기도 전에 길리두의 발이 유이를 향해 다가왔다.

말 그대로 눈 한번 깜박하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

 

 

에드문드 화이트가 휘두르는 쌍검은 그의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이었다.

굉장한 명검은 아니었지만 섬을 어지럽히는 적들을 물리치기에는 충분히 예리했다.

어렸을 적부터 갈고 닦아온 힘과 무예가 쌍검을 타고 고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유이를 짓밟으려던 길리두는 중심을 잃고 옆으로 쓰러졌다.

그것은 다시 일어나려고 애를 썼으나 남은 한쪽 다리만으로는 중심을 잡기가 버거웠다.

그 틈을 타 에드문드의 쌍검이 교차했다.

날카롭게 벼린 칼끝에서 유성 빛이 떨어져 내렸다.

 

「대장님!」

 

「유이.」

 

길리두를 한 방에 조각조각 낸 뒤,

그는 바닥에 드러누워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유이에게 가볍게 웃어주었다.

홀로 힘든 싸움을 버텨낸 동료에게 보내는 격려의 미소였다.

 

「조금 늦으셨네요.」

 

「아샤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눈물 콧물 다 짜면서 난리를 치는데, 진정 시키는 데 힘이 너무 들더군. 이거……제대로 못 싸울지도 모르겠어.」

 

다음 순간 길리두들에게 보내는 눈빛은 정 반대로, 전혀 부드럽지 않았다.

자세를 고치며 묵묵히 유이의 앞으로 나서는 화이트는 어깨와 목을 이리저리 돌리며 근육을 풀었다.

유이는 그를 돕기 위해 일어서려 했지만 누군가가 그의 어깨를 잡아 다시 앉혔다.

 

「쉬고 있어. 나머지는 우리가 할 테니까.」

 

‘딘 플렌’은 유이에게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그 옆으로 거대한 대검을 든 ‘라실 오르단’과 ‘칼리 라펠레이트’가 지나갔다.

라실은 에드문드에 필적할만한 무사였고 칼리는 ‘바람의 명궁’이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을 정도로 실력 뛰어난 궁술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티아라니아를 대표하는 전사들이었고

유이와 같은 ‘티아라니아 수호대’의 일원이었다.

 

「딘! 정면에서 부숴라! 흩어지게 만들어!」

 

「네, 대장!」

 

「칼리는 뿌리에서 기어 나오는 놈들을 맡아라! 라실, 네가 오른쪽, 내가 왼쪽이다!」

 

「이번에도 얼마나 더 없애나 내기할까, 라실?」

 

「꺼져, 칼리.」

 

「어머, 왜? 이번에는 이길 수도 있잖아?」

 

「상대도 안 되면서 허세 부리지나 마시지.」

 

「거기까지 해 둬라! 저녁 식사시간 전에는 끝내야 하니까.」

 

에드문드는 티격태격하는 칼리와 라실을 가볍게 말린 뒤 양 손에 든 쌍검을 길리두를 향해 치켜들었다.

 

「수호대, 돌격!」

 

공격명령과 함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딘은 거대한 방패와 창을 앞세워 길리두 무리를 향해 돌진했다.

공성추가 낡은 성문을 부수듯, 길리두들은 파편을 튀기며 좌우로 날아갔다.

신화에 나오는 어느 영웅이 바다를 가른 것처럼

그가 지나간 길을 기준으로 길리두 무리는 양 쪽으로 나뉘었다.


그 뒤를 에드문드와 라실이 쏜살같이 쫓아갔다.

그들은 좌우로 나뉘어 혼란에 빠진 길리두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그들 역시 유이처럼 베고 또 베도 줄어들지 않는 길리두들을 체험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수를 착실히 줄여나갔다.


계속해서 뿌리에서 튀어나오는 길리두들을 칼리가 착실하게 처리해준 덕분이었다.

보통, 길리두의 몸에 아무리 많은 화살촉이 박혀봐야

한 번 베고 부수는 것과는 비교를 할 수 없었지만,

칼리의 화살은 화살촉에 마력이 응집되어 있다가

길리두의 몸에 박히자마자 터지는 특수한 마법이 덧씌워져 있었다.

그녀의 화살을 맞을 때마다 길리두들은 몸 여기저기가 부풀어 올랐다가 이내 ‘펑’ 소리를 내며 폭발했다.


일방적인 소탕전을 지켜보던 유이는 이내 안심의 한숨을 내쉬며 상체를 일으켰다.

잠시 휴식을 취하려던 그녀의 눈에 익숙한 붉은 리본이 보였다.

마을로 올라가는 길목에 아샤가 곰인형을 끌어안고 유이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아샤가 가까워질수록 그녀의 얼굴이 자세히 보였는데,

눈은 너무 울어서 눈동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갛게 부어있었다.

게다가 달려오는 순간에도 계속 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직 길리두를 물리치기 위한 전투가 끝나지 않았지만

우스꽝스러운 아샤의 얼굴을 보고 유이는 긴장이 풀려 피식 웃었다.

 

「따라오지 말고 마을에 남아있으라니까…….」

 

큰 마법을 쓴 후유증이 아직 남아있었지만

유이는 겨우 한쪽 무릎을 꿇고 주저앉을 수 있었다.

에드문드와 다른 수호대원들을 잠시 살펴보니

일시적으로 자신이 이탈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우선은 아샤를 데리고 나가는 것이 중요했다.

아샤를 비롯한 티아란 나무의 아이들은 수호대에게 있어서 제일 먼저 지켜야 할 대상이었으므로,

아무리 유리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전투지역에 그녀가 들어온다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힘겹게 일어서려던 유이는 문득 아샤의 뒤편에 있는 나무에 시선을 빼앗겼다.

이상한 일이었다.

티아란 나무가 그렇게나 괴상해 보이는 것은 처음이었다.

기분 나쁜 회색으로 변색된 기둥 사이로 불길이 솟아나는 듯 붉은 빛이 일고 있었다.

사시사철 꽃을 피우던 가지는 앙상하게 뼈만 남아있었고 난폭하게 흔들렸다.

극심한 피로가 불러온 눈의 착각 때문에 원근감도 조금 이상했다.

나무가 점점 거대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티아란 나무가 아니라‘베카스’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아샤의 지척까지 뒤따라온 후였다.

성인 남성보다 세 배는 더 큰 베카스는 길리두를 만들어내는 모체였고

유이는 그제야 큰 뿌리 해안에 왜 대량의 길리두가 갑작스럽게 나타났는지 알 수 있었다.

베카스는 흙먼지를 일으키며 땅바닥에 균열을 일으켰다.


유이의 몸이 비명을 지르며 아샤를 향해 달려가는 속도는 그녀가 날린 원반보다도 빨랐지만,

아샤의 머리 위에서 엄습하는 철퇴는 어떠한 자비심도 보여주지 않겠다는 듯 내리쳐졌다.


유이는 멈추지 않았다.

찰나의 순간 더 빨리 움직이기 위해 몸을 이끌었다.

아샤를 끌어내기 위해 손을 뻗었다.

두어 발자국만 더 내딛으면 그녀를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베카스의 팔이 더 빨랐다.

'이미 늦었다'고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아샤!!!!!」

 

아샤의 삶은 비극으로 끝나는 듯했다.

유이의 절규에 뒤돌아본 다른 수호자들도 순간 그것을 깨달았다.

자신들이 지켜오던 다섯 아이들 중 한명이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그렇게만 느끼고 있었다. 

무언가가 베카스를 날려버리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되었을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폭발 때문에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는 베카스의 발밑으로 작은 공 하나가 굴러왔다.

베카스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또 다시 폭발이 일어났고 주먹만 한 포탄이 쉬지 않고 날아들었다.

베카스는 얼굴을 양 팔로 가리며 포탄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조금씩 다가갔다.


그 사이에 유이는 아샤를 품에 안고 자리를 피할 수 있었다.

아샤를 감싸며 뒤를 돌아봤을 때, 유이의 눈에 들어온 광경은,

자신의 키만 한 마공포를 휘둘러 총열로 베카스의 한쪽 눈을 찍은 뒤,

그대로 방아쇠를 눌러 탄환을 연사하고,

반동을 이용해 뒤로 도약하는 빅토리아의 모습이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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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단순한 장염인줄 알고 내버려뒀다가

이렇게 병원 침대에 누워서 겨우겨우 한편 업로드하네요...ㅠㅠ

공책에 좀 써놓은게 있으니까 더 빨리 올리겠습니다.


+에피소드1의 표지가 완성되었습니다!

987654님, 너무 감사합니다ㅠㅠ

너무 감사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헠헠..

표지는 한 에피소드마다 변경될 예정입니다.

Lv41 Noire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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