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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접는 유저가 마지막으로 하소연합니다.

resident
댓글: 16 개
조회: 1364
추천: 61
2020-07-14 09:41:31

바란다에 올리기 전 초안입니다. 글에 오류나 논리적 비약이 있다면 수정한 뒤 올리고 싶어서 들고왔습니다. 시간이 있으시다면 한번씩 읽어주시고 수정할 부분을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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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과금으로 시작해서 반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게임하며 하나비까지 클리어 한 유저입니다. 스스로 최선을 다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노력은 한, 중간 정도 스펙은 갖춘 유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최근 저 정도 수준부터, 저보다 더 조금 더 높은 스펙을 달성한 사이의 유저층이 많이 게임을 접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래서 그 정도 수준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게임을 접게 된 직접적인 이유가 된, 개인적으로 게임에 아쉬웠던 점들을 몇 가지 적어보려 합니다. 대개 한 문제점당 두 단락으로 나눠 작성했는데, 위 단락은 문제 제시고 아래 단락은 제가 생각하는 해결법입니다. 이러한 점들이 개선되어 더 나은 게임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1. 너무나 갑작스레 폭발적으로 늘어난 스펙업 목표

몇몇 아이템은 제가 게임을 시작하기 전의 출시된 것들이라 잘 몰라서 출시일을 검색해 적었습니다. 먼저 랜덤 옵션이 부여되는 아이템들은 380제가 18년 3월에, 400제가 19년 3월에, 430제가 19년 12월에 출시되었습니다. 그때그때 풀리는 만렙 제한에 맞춰 크게는 1년, 짧게는 9개월 주기로 출시되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6개월 만에, 만렙 제한이 새로이 풀리지도 않았는데, 새로운 레벨 제한의 랜덤 옵션 아이템인 440제 세비노스 디스나이 아이템이 출시됐습니다. 440제 아이템은 430제에 비해 명백히 스탯이 더 좋습니다. 그렇다고 이걸 만들어 장비 강화에 투자를 하자니 세비노스 아이템은 랜덤 옵션 아이커를 추출할 수도 없을뿐더러, 또 분명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450제 랜덤 옵션 아이템이 나와서 또다시 투자를 해야 할 것만 같습니다. 스펙업하는 데 분명 필요하지만 계륵 같은 목표가 생긴 것입니다.

한편 고정 옵션이 부여된 아이템들은 웨이스트럴과 아시오가 18년 8월, 스키아클립스가 19년 4월, 모링포니아와 머즈루스가 19년 7월, 바이보라가 19년 12월, 원더러스가 20년 4월에 출시됐습니다. 아무리 촉박하게 출시돼도 3개월 정도 주기는 두고 출시됐고, 또 가까운 시기에 나온 아이템들은 굳이 갈아타지 않아도 될 정도로 비슷한 성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취향에 맞춰 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20년 5월에 출시된 글레이시어 아이템을 필두로 한 달도 거르지 않고 6월엔 마신 세트가, 7월엔 여신 세트가 출시됐습니다. 그나마 원더러스와 글레이시어, 마신과 여신이 한 세트로 비슷한 성능에 용도만 다르다고 하더라도 기존 템보다 훨씬 상위 호환급 스탯의 아이템이 단 두 달 만에 출시된 것입니다.

소위 고인물 유저와 그렇지 않은 유저 사이의 격차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인물 유저가 리스크를 감수하고 출시 초반에 아이템을 맞췄다면 그에 따라 투자하지 않은 유저들과의 격차를 더 벌릴 시기 역시도 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고인물 유저와 맑은물 유저 사이의 격차는 합리적인 정도 내여야 하며, 또 맑은물 유저가 노력을 통해서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새로운 스펙업 목표가 제시되는 때는 일반 유저들이 고인물 유저들의 스펙을 겨우겨우 따라갈 시기 즈음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고인물 유저들은 출시 초기에 투자해 벌린 격차를 기반으로 새로운 스펙업 목표의 달성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일반 유저들은 고인물 유저들이 먼저 치고 나가더라도 꾸준한 노력을 통해서 지나치게 뒤처졌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 선에서 기분 좋게 게임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단 2개월 만에 새로운 스펙업 목표가 출시된 것은 이러한 틀에서 지나치게 벗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고인물 유저와 맑은물 유저 사이의 간극을 좁힐 수 없을 정도로 넓혀버리는 처사고, 일반 유저들은 지나치게 벌어진 차이와 막막할 정도로 쌓여있기만 한 목표에 좌절하게 됩니다.

새로운 스펙업 목표의 출시 주기를 적당한 길이로 조절하기만 해도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꾸준한 노력으로 스펙업에 도전하는 유저들에게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막막한 양의 목표를 던져주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2. 운에 과의존하는 스펙업 구조

폭발적인 속도로 제시된 스펙업 목표가 운에 과의존하는 스펙업 구조에 더욱 악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레겐다 풀세트에 제작 아크, 카랄리엔 풀세트를 장비한 졸업 스펙의 유저들이 보스 공격력 약화라는 개발진 의도를 벗어난 방법을 통해서 하드 난이도 글레이시어를 공략했음에도 클리어까지 55분이 걸린 것으로 압니다. 그런 허점이 고쳐진 지금, 제게는 정공법으로 하드 난이도 글레이시어를 공략하려면 더 높은 스펙이 요구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커 추출, 장비 강화 등 다른 확률적 요소는 전부 배제하고 딱 아키스톤만 두고서도 현재 스펙업 구조의 문제점이 확연히 보입니다.

제작 아크와 카랄리엔 풀세트를 만드는 데 아키스톤이 총 6개 듭니다. 바이보라 서버 기준으로 현재 아키스톤의 가격은 정말 낮게 잡았을 때 4억 정도입니다. 즉 게임을 하는 동안 아키스톤을 하나도 얻지 못했다면 전부 구매하는데 쓰이는 실버는 약 24억입니다. 현재 게임 내 가장 주된 돈벌이 수단인 서융거스 가도 7단 챌린지를 기준으로 생각했을 때, 챌린지 한 판당 실버와 이런저런 잡템을 포함해서 넉넉히 한판에 160만 실버를 번다고 치겠습니다. 그리고 제작 아크와 카랄리엔 풀세트가 없는 저 정도 스펙의 유저가 7챌을 4바퀴 도는 데 평균 40분 걸립니다. 아무런 바이보라 아이템을 얻지 못했다고 가정하면 1500판을 돌아야 아키스톤 6개를 살 수 있는 실버를 법니다. 이렇게 널찍하게 계산을 해봐도 250시간, 그러니까 10일 하고도 10시간 동안 챌린지를 쉬지 않고 돌아야, 그나마도 그동안 다른 어떠한 소비도 하지 않아야 겨우 그렇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과정은 지나치게 가혹하기 때문에 생략할 수 있게끔 '득템'이 있는 것이겠지요. 그렇지만 제가 보기엔 이 해괴한 '득템'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전의 트오세가, 다른 대부분의 RPG가 그래왔듯 귀찮고 버거운 스펙업 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득템 시스템은 당연히 필요하고 또 유익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운을 통해 벌어진 스펙업 격차는 오로지 노력만으로도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합니다.

누구는 유니크 스키아클립스에서 단번에 완제를 먹어 편안하게 스펙업 하고, 나는 꾸역꾸역 영혼 조각 50개를 모아 제작서를 만들어 재료까지 구해 꾸역꾸역 스펙업을 했다면, 설령 제가 '또 천장 찍었네' 싶어 짜증이 날지언정 억울하진 않습니다. 적어도 제가 극복할 수 있는 격차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트리 오브 세이비어에는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격차가 지나치게 많습니다. 바이보라 무기, 아키스톤, 초격 등등이 그렇습니다. 더 문제인 점은 이런 아이템들이 스펙업에 막대한 지분을 차지한다는 점입니다. 제가 아무리 챌린지를 많이 가고, 업힐과 차원 붕괴와 머즈루스를 열심히 돌고, 유니크 글레이시어를 얼마나 잡든 제가 운이 없으면 저 셋은 뜨지 않습니다.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격차입니다. 그리고 운이 없으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졸업 스펙까지 달성할 수가 없습니다.

이러면 유저는 억울해집니다. 운이 없으면 게임도 하면 안 되나? 싶기 때문입니다. 실버를 벌어서 사면 되는 게 아니냐고요? 운이 좋아 득템으로 스펙업 과정을 생략한 유저와 벌어져만 가는 스펙업 격차를 바라보기만 하면서 250시간씩 챌린지를 돌 끈기와 여유가 있는 유저가 몇이나 있을지 정말 궁금하네요.

모든 확률형 스펙업 목표에는 설령 불합리할 정도로 높은 천장이라도 좋으니 어찌 되었든 천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신규 지역 챌린지에서 잡은 엘리트 몬스터 몇천 마리당 무작위 바이보라 무기 하나, 바이보라 무기 3개 연성을 통해 원하는 바이보라 무기 선택 정도의 높은 천장만 있더라도 바이보라 무기는 운이 없어도 극복할 수 있는 격차가 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이런 천장이라도 있었더라면 유저들의 불만은 확실히 덜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와는 별개로 솔직히 각종 확률형 아이템의 실제 드롭률과 드롭 계산식 등을 깔끔하게 공개해 줬으면 합니다. 먹는 사람만 계속 먹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챌린지나 봉헌 같은 건 정말 시간과 돈을 들여 특정인이 더 많은 시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그쪽에서 먹는 사람이 계속 먹는 건 납득이 갑니다. 하지만 주간 보스 레이드 큐브, 케도란 상자, 차원 붕괴, 업힐 디펜스는 모두에게 똑같은 기회가 주어지는데도 먹는 사람만 계속 먹는 듯 보입니다. 이런 부분에 있어 이전에도 각종 터무니없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전례가 있는 게임사인만큼 확실히 의심을 해소해 주었으면 합니다.

3. 빠르게 뒤바뀌는 시세와 그것을 부추기는 운영

그간 유저들의 '왜 천장이 없냐'라는 질문에 개발진의 답변은 한결같이 '아이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기존 유저들의 기득권을 일정 부분 보장하기 위해서도, 신규 유저들의 스펙업하는 재미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아이템 가치의 유지는 물론 필요합니다. 신규 아이템이 등장했을 때 높은 수요와 적은 공급에 따라 높은 가격이 책정되고, 이에 대한 흥미와 필요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떨어지며 그 가격도 천천히 같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과연 게임 내 아이템들의 시세가 정말 개발진의 의도처럼 일정 수준으로 잘 유지되고 있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테스트 서버 패치 내용 한 문장 한 문장에 특정 아이템의 가격이 하늘을 날다가 바닥을 기다가 하는 듯 보입니다.

새로운 아이템들에 기존에 출시된 뒤로 그간 소외되던 아이템인 시에라 가루, 신비한 서 낱장, 마정석 등을 재료로 활용한 것은 나쁜 판단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비주류 악성 재고 아이템들의 쓰임새를 늘림으로써 수요를 늘린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 아이템들이 신규 아이템의 재료로 쓰인다고 공표한 시기에 있습니다. 너무나 갑작스러웠습니다. 테스트 서버에 패치 내용이 발표된 시점에 게임에 접속할 수 있는 사정이 안되는 유저들은 패치노트를 읽고 발 빠르게 대응한 유저들의 사재기에 꼼짝없이 당할 수밖엔 없었습니다.

또한 운영 단계에서 이런 급격한 시세 변동을 부추기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가까운 사례로는 여신의 룰렛 이벤트가 있습니다. 기존에 일정 수준의 가격을 유지하던 각종 고정 옵션 유니크 아이템과 고강 고초월 레전드 아이템들, 이외 각종 기타 아이템들을 갑자기 어마어마한 물량을 게임 내에 풀어버림으로써 게임 내 시세가 급격히 변했습니다. '아이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천장을 두지 않겠다'라는 기존의 태도와는 상반된 모습입니다.

또한 그때그때 게임 내에 부족한 재화를 레티샤 큐브 뽑기로 충당하는 운영 역시도 상당히 불건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정당한 것이라고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의 부분유료화 게임으로서 P2W스러운 속성이 없을 수야 없습니다. 오히려 트리 오브 세이비어 정도면 P2W적 속성이 상당히 적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근 행보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축복석 시세가 오르자 축복석 777 상자를 등장시켜 낮추려고 한다던가, 마정석이 재료로 필요한 아이템을 출시하고 마정석을 레티샤 품목에 집어넣는다던가 하는 점을 봤을 때 그렇습니다.

이런 식의 들쭉날쭉한 시세는 더욱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내용의 로드맵을 발표하고 또 그대로 실현하는 것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1년 단위 로드맵, 상반기/하반기 단위 로드맵, 1개월 단위 로드맵을 공식 홈페이지에서 발표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내용의 구체성이 너무나 떨어집니다. 이러한 업데이트 내용이 언제쯤 적용될 것인지, 이전에 비해 어떤 영향을 미치길 기대하는지, 현재 어느 정도까지 개발이 완료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이 아예 없거나 두루뭉술하고 미비합니다.

새해가 시작할 때 매 개월 단위로 어떤 업데이트를 적용할지 대략적인 개요를 그려두고, 상반기/하반기 로드맵을 제시하며 새해 로드맵 때는 계획에 없었던 새로운 패치 내용 등을 게시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매 개월 단위 로드맵에서는 새해, 상반기/하반기 로드맵에서 예고한 패치가 어느 정도까지 개발이 진행되었으며 언제쯤에나 도입이 가능할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공언해 줬으면 합니다. 이 과정에서 어떤 아이템에 어떤 재료가 들어가게 할지 등 실천적 내용까지 미리 예고한다면 더욱 안정적으로 시세를 유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이벤트나 캐시 아이템으로 게임 내 스펙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아이템을 푸는 것에 대해서도 정말 심사숙고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것도 확률형으로 푸는 것은 더더욱 지양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번 FLEX 이벤트도 지난번 여신의 룰렛과 같은 방향으로 흘러갈까 봐 걱정스럽습니다. 아이템 가치 유지에 치명적이고 부정적인 영향을 줄뿐더러 앞서 말씀드린 운에 의존하는 스펙업 구조를 심화시킵니다.

4. 지나치고 왜곡된 투자 요구

한편으로 최근 개발 방향을 보면, 각 콘텐츠마다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계열과 트리가 다르게 만들어 다 캐릭터, 다 트리 육성 및 장비 투자를 장려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들으면 오히려 트리 오브 세이비어에 정체성에 맞는 올바른 패치 방향인 것 같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의 게임 소개 란에 적힌 것처럼 '캐릭터의 능력을 세밀하게 커스터마이징 해 제각기 다른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캐릭터를 키'우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거니까요. 그런데 설명을 마저 읽어보면 '자신의 취향을 반영하여 자유도를 중시한'다는 말도 있는데, 그 점까지 반영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우선 지금 밸런스 상황을 보면, 개발진이 생각하는 각 콘텐츠를 뛸 수 있는 트리를 아예 염두에 두고 개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콘텐츠를 개발하자 유저들이 그 콘텐츠에 적합한 트리를 탐구하고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요. 주류 직업들은 몇 개월째 주류의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고, 비주류 직업들은 빛조차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번 비주류 직업들에 대해 통계까지도 내셨으니 개발진도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리라 생각합니다. 메커니즘 개선은커녕 계수 상향조차 못 받은 트리들이 한가득입니다. 결국 이가 트리 고착화를 불렀고, 유저들의 취향에 맞는 트리 탐구는 점점 더 먼 나라 일이 되어가고만 있습니다.

한편으로 콘텐츠마다 다른 트리 및 다른 장비를 요구한다는 방향성은 과연 개발진들이 정말 게임은 해보고 내린 결정인지 의구심까지 듭니다. 콘텐츠 소모 속도를 늦추는 데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점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지금 트리 오브 세이비어 내 콘텐츠의 종류는 점점 더 다양해지고 그 난이도는 점차 올라가고 있습니다. 제가 읽은 개발진의 의도에 따르면 종류가 다양해진다는 것은 투자를 여러 번 해야 한다는 뜻인데, 난이도가 올라간다는 것은 곧 매 투자마다 높은 대가를 요구한다는 뜻입니다. 상급 특성과 특정 옵션 아이템이 없으면 참가조차 하기 어려운 콘텐츠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데, 그만큼 투자를 한 캐릭터를 콘텐츠마다 하나씩 기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최근 추가된 콘텐츠 별로 강세를 보이는 장비를 맞추기가 얼마나 까다롭고 힘든지에 대해서까지 짐작해본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게다가 그냥 특정 트리가 특정 콘텐츠에서 강세를 보이는 수준에서 그쳤다면 차라리 괜찮았을 것입니다. 여전히 그 콘텐츠에 다른 트리를 들고 와도 눈치가 안 보이는 수준이었다면요. 멀리 갈 것도 없이 최상위 필드 보스와 9단 이상의 고단 챌린지만 봐도 특정 직업군은 비선호 수준이 아니라 아예 배척받습니다. 비주류 트리로 그런 콘텐츠에 참여해서 기존 주류 트리들을 성능으로 찍어누르는 것까진 바라지도 않습니다. 적어도 어떤 트리를 타든 특정 콘텐츠에 눈치 보지 않고 명함 정도는 내밀 수 있는 수준만 되어도 좋습니다.

가장 시급한 건 비주류 트리들의 성능 상향 평준화입니다. 애초에 왜 그 트리들이 지금 인기가 없는지 분석하고 관련 특성과 스킬을 리메이크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런 개성을 살려 패치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급한 대로 계수와 범위, 광공비라도 적당한 수준으로 올려야 합니다. 캐릭터 스펙 때문이 아니라 캐릭터 트리 자체 때문에 눈치 보이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미 엎질러진 물은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 콘텐츠 설계와 아이템 종류에 있어 범용적이지 못한, 편협한 요소를 집어넣을 때는 부디 두 번 세 번 생각해서 결정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런 요소를 집어넣을 때는 될 수 있는 한 강요가 아닌 권유의 느낌으로 집어넣어야만 합니다. 이 역시도 고인물 유저와 맑은물 유저 사이 격차를 극단적으로 벌려 서루 무력함을 느끼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5. 게임을 개선할 의지가 없는 듯 보이는 개발진의 태도

정말 이 사람들이 직접 게임을 플레이해보며 개발을 하고 있고, 진정 게임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으며 게임을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는가? 이런 의구심이 들만한 계기는 여럿 있지만 가장 최근에 있었던 두 가지만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첫 번째로 '개발팀에 바란다' 시스템입니다. 지난 5월 '운에 의존하는 스펙업 요소를 줄여달라', '게임 내 재화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해 달라'라는 요구 두 개를 개발자께선 뭉뚱그려서 한 번에 답변해 주신 바 있습니다. 답변 내용이 재밌습니다. '확률 드롭 아이템 때문에 많은 유저가 피로감을 느낀다는 것을 알고는 있습니다. 그래서 필드 확정 드롭 아이템을 추가했습니다. 하지만 기존 확률 아이템에 천장을 만들어 드리긴 어렵습니다. 앞으로는 조심해보겠습니다.'라고 읽힙니다. 운에 의존하는 스펙업 요소에 대한 명확한 의견도 없을뿐더러, 재화 가치에 대한 내용은 아예 빠져 있습니다. 유저의 의견을 반영해 유저들이 원하는 게임을 만들어가겠단 취지로 만들어진 제도로 압니다. 그것을 기대하고 글을 적은 유저들에게 결국 본인들이 하고 싶은 얘기만 할 거면 차라리 바란다 게시판을 없애고 로드맵을 더 구체적으로 적는 편이 나을 겁니다.

두 번째는 하드 난이도 글레이시어 전 서버 퍼스트 클리어에 대한 대응입니다. 결국은 제가 바란다를 비판한 이유와 비슷합니다. 본인들의 의도와 다르게 클리어했다는 이유로 정확한 조사 없이 성급하게 정상 이용자들에게 처벌성 조치를 내린 것 역시 유저들이 게임을 어떻게 이해해서 플레이하는지와는 상관없이, 본인들이 게임을 설계할 때 의도한 대로만 플레이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입니다. 자유도를 강조하는 게임인데 마치 개발진이 유저로부터 자유를 앗아가려는 듯 보인다는 뜻입니다.

이런 면모가 모이고 모여서, 결국 이 게임 개발진들은 유저 의견을 듣고 게임을 개선하려고 한다기보다는 그냥 본인들이 생각하는 바를 굽히지 않고 싶어 하는구나, 하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고, 차라리 저와 다른 유저분들이 왜곡해서 받아들인 것이었으면 합니다. 하지만 분명 지금 다양한 매체를 통해 느껴지는 개발자 여러분의 태도는 완고하고 고집불통입니다.

물론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것이 마냥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유저의 의견을 주의 깊게 듣고, 그를 게임에 반영하는 개발진이란 인상 역시 절대 있어서 나쁠 일이 없습니다. 패치노트 등에서 유저들로 하여금 개발진 역시도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란 점을 어필할 수 있으면 가장 좋고, 그게 어렵다면 적어도 바란다에 나온 유저들의 의견을 존중해 주세요.

제 의견은 여기까지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논리적 지적과 합리적 토론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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