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 (왜 이런 얘기를 꺼냈냐 하는 주저리 주저리식 이야기라 읽기 싫으신 분은 그냥 아래 본론만 보세요)
지금까지 온라인 게임은 많은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발전과는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유저들의 요구들을 충족시키는 과정의 변화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건 일반적인 얘기가 아니라 제 개인적인 경우입니다만, 구체적인 부분(게임)은 달라도 전체적인 흐름은 다들 유사하리라는 생각에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온라인 게임을 처음으로 오래 했었던 게임이 아스가르드 입니다. 뭐 오래 했다고는 해도 60도 못넘긴 했습니다만 여튼 찔끔찔끔 손만 대고 말았던 것에 비하면 오래 한 편입니다. 그 당시에는 그저 이름과 모습만 조금씩 바꾼채 맵에 널려있기만 한 몹을 때려 잡기만 해도 재미있었습니다. 맨날 오프라인 패키지 RPG 등으로 혼자 놀다가 함께 사냥하는 것 자체가 재미였지요. 레벨업을 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보상감을 느꼈었습니다.
하지만 슬슬 그러한 방식이 지루해지기 시작했죠. 무의미한 노가다 작업에 지쳐갈 때쯤 와우가 나왔습니다. 오픈 필드에 하나하나가 의미가 있고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를 풀어가는 퀘스트가 있었죠. 퀘스트만 따라가도 만렙을 찍는다는 개념은 당시에는 혁명이었습니다. 게다가 만렙 이후에도 할 일이 남아 있었죠. 대개는 만렙 자체가 거의 하나의 큰 목표점이었던 시기니까요. 그 전까지의 퀘스트라곤 보상을 줄 뿐인 어떤 목표였으니까요. 그렇게 스토리에 빠져들고 클리어하기 어려운 영던을 깬다는 것 자체가 보람있는 도전거리였습니다.
그렇게 진리인 것만 같았던 와우였지만, 몇년 동안 즐기며 익숙해지고나니 더이상 신선하지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와우의 단점들이 보이기 시작했지요. 직관적이지 않은 스킬, 반복되는 던전, 레이드 중의 갈등 등, 와우가 싫어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뭔가 부족함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새로 나온 게임들도 다 와우를 따라했고 전체적으로는 와우만 못했기 때문에 그 부족함을 채울 길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부족함을 채워주었던 것이 마영전이었습니다. 물리 엔진을 통해서 조작한 것이 그대로 게임 세계에 반영이 되어기 때문에 1234 놀이에서 오던 지루함을 날릴 수 있었죠. 마영전이 와우를 대체했던 것은 아니고 그냥 와우가 주지 못하는 만족감을 마영전으로 채울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디아블로나 LOL도 비슷한 이유로 즐겼습니다)
하지만 또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게임들을 다 합해도 느껴지는 아쉬움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게임이 발전하면서 버려둔 부분일 수도 있고, 완전히 새로운 재미를 찾게 된 걸 수도 있습니다. 블레이드 & 소울에서 기대를 품었었지만 소소한 부분에서는 분명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주었지만 큰 틀에서 보자면 한 발짝 나아갔다고 보긴 어려웠죠. 그리고 그 즈음하여 XLGAMES의 아키에이지 개발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곳에서의 개발 포부를 들었을 때, '아 이쪽이구나' 싶었지요. 스스로 말하길 3세대 MMORPG라고 했던 것과 달리, 막상 나온 결과물은 뭐랄까... 달에 가기 위해 만든다던 우주선이 다 만들고 나니 지구만 돌고 있다는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아키에이지의 방향성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고 봅니다. 제 2의 와우가 될 수 있는 게임은 샌드박스 처럼 느껴질만큼 다양한 것을 파고들 수 있으면서 그 요소들이 서로 잘 어우러지는 (말은 쉽고 구현은 어려운) 테마파크형 게임이 아닐까 싶습니다. 블리자드의 타이탄 프로젝트가 세컨드 라이프 형식이 될거라는 말도 있었고, 문명 온라인을 기획 중이라는 말을 보면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게 아닌거 같다고 봅니다.
본문
게임 역사에 큰 이정표를 남기는 게임은 팔방미인형이 아닌 몇가지만 아주 매력적인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매력이 슬슬 질릴 때 즈음에 또 다른 매력을 지닌, 그동안 갈증을 느꼈던 부분을 충족시켜주는 게임이 바톤을 이어간 것이 게임계의 흐름이라고 보는 입장인데요.
와우 처럼 아예 기존의 것들을 다 갈아 엎어버리는 형태가 될 수도 있고, 혹은 와우가 주지 못하는 재미를 공략해서 공존하는 형태가 될 수도 있습니다. 10이라는 재미 요소 중에 어느 한 게임이 6을 만족시켜 준다고 쳤을 때, 그 6가지 재미가 이미 충족된 사람은 남은 4가지로 눈이 돌아 갈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4를 만족 시키는 게임을 오래 하다보면 다시 처음의 6으로 눈이 돌아가겠지요. 그렇게 사람들이 추구하는 재미 요소는 돌고 또 도는게 아닐까 하는데요,
와우가 전세계적으로는 아직 왕좌를 지키고 있지만 하락세에 든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LOL의 인기가 정말 엄청나지만 게임 특성상 와우의 자리를 대신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냥 별도로 존재한다고나 할까요.
여러분은 다음 왕좌를 차지하는 게임은 어떤 게임이 될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달리 질문하자면, 현재 어떠한 갈등에 시달리고 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