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월탱 유저 하나 붙잡고 '도T-25를 아시나요?' 라고 물으면,
아마 적지 않은 수가 '그게 뭔데요? 먹는건가요소련 전차인가요?' 라고 되물을 것입니다.
그나마 요즘은 5탑방에 T-25 한대쯤은 보이는 형편이긴 하지만 여전히 인지도가 떨어지는건 사실이죠.
초창기부터 독일 전차 트리에 당당히 올라와 있던 올드비임에도 독간지가 없다는 이유로(?) 외면받아온 T-25.
피 한 방울 안 섞였는데 포탑이 정면을 향하면 4502A와 닮았고, 뒤를 향하면 4502B를 닮은 희한한 외모를 가지고 있죠.
하지만 성능은 간지와 반비례하리니, 이 체코제 전차의 진실된 모습을 낱낱이 까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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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
1. 카탈로그 스펙은 어떤가요?
2. 찰지구나! 약점정보
3. 어떻게 굴려야 할까? 운용교리
4. 간단한 이야기거리
5.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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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탈로그 스펙은 어떤가요?
카탈로그 스펙은 누구 말마따나 숫자놀음에 불과하긴 하지만, 꽤 많은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숫자놀음에 불과하다고 자기 전차의 스펙도 모른 채로 전장에 나갔다가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하죠.
그런 의미에서 카탈로그 스펙을 알아보는 것은 출고 초기의 운용 숙련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스펙을 한 번 살펴보죠.
*차체성능
내구력 : 610
승무원 : 5명 (전차장, 포수, 장전수, 조종수, 무전수)
중량 : 약 19.85톤 (최대중량 23.5톤)
엔진출력 : 450마력 (톤당 약 22.67마력)
최고속력 : 60km/h (후진 20km/h)
선회력 : 30도/초
차체장갑 : 50/45/20mm
포탑장갑 : 60/60/35mm
시야 : 320m
무전 거리 : 710m
수리 비용(완파) : 2257~4711 크레딧
연료탱크 내구도 : 150 (손상내구도 50)
탄약고 내구도 : 150 (손상내구도 90)
매치메이킹 : 5~7티어
T-25의 차체성능은 전체적으로 빠른 직선주행에 특화된 모습을 보입니다.
추중비는 경전차와 맞먹는 22.67마력/톤에 달하지만, 선회력은 30도/초에 불과하죠.
실제 순항 속도는 도로에서 약 50~55km/h, 야지에서 40km/h 정도까지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런 특성 탓에 T-25는 맵을 크게 우회하는 데에는 뛰어나지만 전차 하나를 뺑뺑이돌리는 데에는 불리합니다.
길을 잘못 들면 우회하는 데만도 한참이 걸리는 답답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기동성과 별개로, T-25는 중형전차임에도 정규트리 중전차와 비슷한 내구도를 가졌기 때문에
동티어 상대로 도탄을 기대하기 힘든 빈약한 장갑임에도 내구도만으로 찍어누르는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중형전차끼리 피터지게 싸우게 되는 광산 언덕 등지에서 특히 부각되는 요소입니다.
시야는 320m, 무전거리는 710m로 시야는 짧지만 무전거리는 굉장히 길어서
장거리전 시, 본인이 직접 정찰다니기보다는 아군의 시야에 의존하게 될 일이 많을 것입니다.
*주포성능 (7.5cm Skoda A18)
평균관통력 : 116/167/38mm (철갑탄/고속철갑탄/고폭탄)
평균공격력 : 110/110/175 (철갑탄/고속철갑탄/고폭탄)
조준 시간 : 2.5초
명중률 : 0.41m/100m
장전 시간 : 4.29초
휴행탄수 : 60발
포탑선회력 : 22도/초
주포 부앙각 : -10 ~ +20도
T-25의 강점은 매우 의외의 장소에서 나타나는데, 바로 부각입니다.
일단은 엄연히 독일 트리에 있기에 이녀석 부각이 좋을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정작 몰아보면 10도에 달하는 어마무시한 부각을 자랑합니다.
다만, 이 부각만을 믿고 싸우는 것은 위험한데, 포탑 장갑이 60mm 수직장갑이기 때문에
구경 50mm급 이상이면 어렵지 않게 뚫습니다. 게다가 넓기는 또 엄청 넓죠.
거기에 추가로, 포탑 선회력은 차체선회보다도 한참 느린 초당 22도를 자랑합니다.
궤도가 끊기면 중형전차가 중전차에게 뺑뺑이당하는 진귀한 모습을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 외 주포의 성능도 골탱 치고는 굉장히 준수한 편입니다.
장전시간은 4.3초로, 100%승무원+장전기 세팅으로 약 3.8초 정도의 연사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관통력 역시 116mm로, 동급 중형전차와 비슷합니다. 75mm급 포로서는 다소 데미지가 낮은 게 아쉬운 점입니다.
종합해볼 때, T-25는 선회력이 매우 안습하지만, 그 외의 성능은 골탱 치고는 굉장히 준수한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갑도 영 좋지 못하지만, 최소한 기관포는 막을 수 있는 수준이니 저티어들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105mm 고폭탄이 측면을 뚫고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는 점은 주의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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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찰지구나! 약점정보
T-25는 장갑이 상당히 얇아서 딱히 약점이랄 것도 없지만, 알고 치는 것과 모르고 치는것에는 차이가 있게 마련이죠.
특히, 저티어 전차의 경우 T-25를 완전히 관통할 수 있다고 보장할 수가 없기 때문에 짚고 넘어가는 쪽이 좋을 것입니다.
장갑은 여러 번 강조했듯, 상당히 약한 편입니다.
그리고 보시다시피, 카탈로그에 적힌 것과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입니다.
T-25를 상대하게 될 때에는 포탑 정면의 포방패만 주의하면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조종수, 무전수 관측창은 얇긴 하지만 각이 져 있어 운이 나쁘면 튕길 수도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둡시다.
승무원과 모듈의 배치도 딱히 특기할 만한 사항은 없습니다.
독일 계통의 전차답게 장전수가 우측, 포수가 좌측에 있습니다.(사실 미국 빼고는 다 그렇습니다만...)
두께가 45mm에 불과한 측면장갑 대부분이 위험지대이므로 이 점은 주의하셔야 합니다.
어깨장갑(좌우를 보여주는 그림에서 보이는 관측창 부분)이 뚫릴 경우 탄약고가 나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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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떻게 굴려야 할까? 운용교리
*뜬금없는 스샷 한 장(너무 휑해보여서...)
우리는 지금까지 T-25의 간략한 특징들을 알아봤습니다.
연사가 빠르고, 주포스펙도 준수하며, 직선주행은 좋지만 선회가 약하다. 그리고 시야에 비해 무전거리가 길다.
이 특징들을 바탕으로 어떤 방식의 운용이 가장 적합할지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1. 주요 지점 선점과 맞딜교전
월탱 내에는 중형전차들이 눈에 불을 켜고 선점하기 위해 벼르고 있는 지점들이 몇 있습니다.
광산 중앙 언덕, 카렐리아 동쪽 라인 언덕, 말리노프카 언덕 등입니다.
이 지점들은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게임이 크게 기울 수도 있는 매우 중요한 지점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팀원의 대부분이 이 지점을 노리고, 기동성이 좀 더 좋은 중형전차가 먼저 도달하게 되는데,
당연하게도 목표지점에서 적의 중형전차와 마주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이렇게 마주친 중형전차들은 서로 마구 뒤엉켜서 싸우게 되고 대개는 머릿수가 많은 쪽, 화력이 좋은 쪽이 이기게 됩니다.
하지만, 양측의 화력과 머릿수가 거의 같을 때에는 다른 요소가 끼어들게 되는데,
바로 내구도입니다.
중형전차끼리는 어지간히 못 쏘지 않는 한 맞으면 맞는 대로 뚫리게 마련이라 내구도와 DPM이 승패를 가르는데,
T-25의 610이라는 중전차급 내구도는 이런 '맞딜'형 교전에 상당히 유리합니다.
또한, 105mm 단포신이 난무하는 5탑방에서 전면 50mm 경사장갑은 고폭탄에 뚫리지 않는 수준의 방어력을 보장하므로
돌입 시에 105mm 고폭탄에 맞아 횡사할 걱정 없이 치고들어가 잘난 셔먼과 4호에게 75mm의 힘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더해서 10도의 부각은 언덕지형에서 상대가 허우적거리는 동안 편안하게 철갑탄을 선물해줄 수 있게 해줍니다.
단, 장갑과 피통을 과신하여 측후면을 내줄 경우 105mm 고폭탄이 사정없이 뚫고 들어오는데다가
75mm는 물론이고 50mm, 57mm급 철갑탄에도 여지없이 뚫리는 전면장갑의 미묘한 방어력,
공방에 그리 흔치 않은 전차라는 점 때문에 어그로가 추가로 끌리는 경우까지 있으므로 아군과의 공조는 필수입니다.
2. 우회 후 급습
중형전차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우회 후 급습 전술입니다.
맵에 대한 이해, 맵리딩 실력, 자신의 기동성에 대한 이해, 약간의 운 등이 필요한 상당히 어려운 전술이지만,
성공한다면 팀을 승리로 이끌 확률은 100%에 수렴하게 되고, 본인 역시 결과창 최상단의 영광을 누릴 수 있게 됩니다.
사실 우회 후 급습이라는 게 그냥 보기만 해서는 대체 이게 왜 엄청난 것인가 이해하기 힘듭니다.
얼핏 봐서는 '그냥 달렸더니 적이 옆구리, 엉덩이를 보여주고 있었다.' 수준의 결론밖에 안 나오기 때문이죠.
그리고 실제로 모는 입장에서도 그 '우회 후 급습'이라는 걸 어떻게 하는 건지 설명하라 하면 난감한게,
'지금 들어가면 되겠다'라는 판단을 이성적으로 내린다기보다는 감에 의존해서 들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그래서 실패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를테면 예상치 못한 구축전차의 등장이라던가)
이걸 논리정연하게 설명하라 하면 사실 쉽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 최근 플레이 중에서 우회 플레이가 꽤 잘 된 게임의 영상을 먼저 한 번 보고 간단하게 설명하겠습니다.
*시작 후 1분 정도는 배치를 보려고 의미없이 돌아다니는 부분이니 그냥 넘어가시면 됩니다.
*영상 뒷부분은 남은 자주포 잡으러 다니는 거라 잘랐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 0:00 ~ 1:00 - 1분동안은 아군과 적군의 배치를 살핍니다. 중형전차는 대개 8,9,0라인에서 싸우게 되지만,
개활지에 별다른 징후가 보이지 않으므로 차를 돌려 라인이 불리한 상태의 시가지로 들어갑니다.
* 1:30 ~ 1:50 - 적 경전차 위치를 확인하고 자리를 잡아 아군 측면을 노리는 경전차를 제거합니다.
* 1:50 ~ 2:35 - 적 주력이 주택가에 오밀조밀하게 뭉쳐 있어 우회에 취약한 상태임을 확인합니다.
적 SU-100을 포착했지만, 우리를 알아채지 못 한 것 같으므로 조용히 지나갑니다.
* 2:50 ~ 3:10 - 적 KV-1S에게 발각되어 한 방 맞긴 했지만, SU-100은 여전히 우리가 엉덩이를 잡았다는 것을 모릅니다.
KV-1S의 장전시간을 틈타 SU-100을 제압하는 사이, 수세에 있던 아군이 때를 노려 적을 제압합니다.
시가지 동쪽에서는 아군 SU-100의 측면 급습, 남쪽에서는 T-25의 급습, 정면에서는 VK36.01의 역공,
더해 자주포까지 가세한 완벽한 연계플레이입니다.
*3:10 ~ 3:39 - 적은 순식간에 주력 6대를 몽땅 잃었습니다.
위의 '주요 지점 선점과 맞딜교전'에서와 마찬가지로 우회급습은 아군의 호응이 필요합니다. LOL의 갱과 비슷하죠.
LOL의 갱보다 좀 사정이 나은 부분이라면, 적 전차가 급습 온 중형전차를 잡기 위해 고개를 돌리면 좋은 경험치 공급원이 된다는 점이겠군요.
이 영상과 설명이 도움이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럭저럭 참고사항이 될 수는 있을 것입니다.
T-25는 자기 자신도 중형전차로서 중형전차의 역할을 다하면서 동시에 적 중형전차의 천적 역할을 해낼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운용 방법을 두 가지만 적었지만, 모는 사람에 따라 무궁무진한 전술이 나올 수 있으니 한번 연구해보세요.
어쩌면 이렇게 같은 전차라도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게 월탱의 매력일 수 있겠군요.(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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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간단한 이야기거리
T-25는 골탱입니다. 골탱 하면 앵벌이죠!
네? 5티어 골탱이 벌어 봐야 얼마나 번다고 그러냐구요? 아직 뭘 모르시는군요!
T-25는 6, 7티어 골탱들도 위협할 정도로 높은 크레딧팩터를 자랑합니다.
크레딧팩터 개선 전에도 그랬고, 개선 후에는 더더욱 높아졌죠. 못 믿으시겠다구요?
고전시대 스크린샷.
명중 20발이니 딜을 대충 2200정도로 잡으면 이녀석 크레딧팩터가 결코 뒤떨어진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이 전적은 제 T-25 550판 중에 가장 잘 나온 겁니다. 플미였는지 노플미였는지는 기억 안 나네요.
현대시대.
900을 조금 넘는 딜로 노플미 24000크레딧, 순이익 2만 크레딧이 나왔습니다.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장사같지 않나요?
물론, 노플미 4, 5만씩도 뽑아제끼는 8티어 골탱들도 있긴 하지만, 8티어와 5티어의 가격차를 생각해보면(약 8배)
8티어 골탱을 사기엔 부담스러운 학생층이라면 한 번 고려해볼 만할 듯합니다.
아, T-25의 가격은 1500골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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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듣기 힘든 이야기이긴 하지만, T-25 포탑을 뒤로 돌리면 VK45.02B가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무슨 소린지 궁금하시죠? 직접 한 번 보시죠.
일반인... 아니 일반탱 코스프레 중인 T-25.

....??
포탑을 뒤로 돌린 모습.

진실은 저 너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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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마치며
오늘도 T-25를 찬양하며 보람찬 하루(?)가 지나가는군요...
위의 고전시대 스크린샷에서도 짐작하시겠지만, T-25는 제 뉴비시절의 유일한 앵벌탱이였습니다.
그래서 5티어 골탱을 550판씩이나 탄 거죠.
T-25는 참 재밌는 전차입니다. 하나씩 나사가 빠져 있다는 골탱들 중에
이녀석 나사는 운용으로 극복할 수 있는 선회력이라 가격 대비 성능이 꽤 좋다고 느낄 수 있구요.
본문에서 너무 찬양을 신나게 해서 더 할 말도 딱히 생각나는 게 없네요. 음...
여담으로, 글 쓰다가 키 잘못 눌러서 다 날아가는 바람에 한번 멘붕했습니다. -_-;;
*세줄요약
1. T-25 선회곶아, 나머지는 쓸만함
2. 크레딧팩터 상당히 좋음
3. 포탑 돌리면 4502같이 생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