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서사, 문학이 발전되면서 나타났던 한 가지 특징은 바로 절대 존재를 바라보는 시점이었습니다.
인간의 완벽성에 대한 집착은 절대 신성에서 절대 인성으로 변했고, 이에 따라 서양 서사에 등장하는 영웅들도 완벽성을 갖추는 게 필수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현대에 와서 이 영웅들을 살펴 보면 결코 완벽하지 못하다는 건 알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당대의 기준에서 기독교의 신에 대한 묘사, 그리고 그를 닮은 인간 영웅의 묘사는, 인간이 지향하던 초월적 존재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단 얘기이죠.
당연히 근현대에 와서는 서술의 방식이 변하면서 이것도 옛말이 됩니다.
워크래프트의 영웅들 역시 완벽한 존재는 아닙니다.
그들은 미덕을 갖춘 존재인 동시에, 어쩔 수 없이 인간다운 약점을 지니고 있고, 각각의 과오가 존재하며, 혹자는 그것을 극복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좀 더 현대의 기준으로 '인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각 진영 종족을 대표하는 수장들이 현재까지 워크래프트의 역사에서 이룩한 영광의 모습이 아니라, 그들 역시 어쩔 수 없이 한계가 있는 존재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 각각이 지닌 과오나 인간적 단점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고귀한 사람도 실수는 해요." - 안두인 린
1. 얼라이언스
A. 인간
a. 바리안 린
바리안에게 평생 동안 따라왔던 인간적 약점이라 한다면 '로고쉬'의 그림자였습니다.
이는 좋게 말해 바리안의 용맹성과 과감성을 보여주는 모습이었지만, 바리안의 아들인 안두인마저 인정할 정도로, '로고쉬'로서의 바리안은 인간보다는 오크에 가까울 정도로 저돌적이고 잔인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카트리나 프레스톨이 분리시킨 바리안의 두 인격(과 더불어 그의 검인 샬라메인)이 통합되고 난 이후에도 로고쉬의 그림자는 바리안을 계속해서 뒤따랐습니다.
평소 그는 자식에게 인자한 아버지이자 사려 깊은 지도자였지만, 몇몇 문제(특히 호드에 관련된)를 대할 때만큼은 로고쉬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도 강경한 태도를 보여 여러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안두인이 말리지 않았더라면, 바리안은 모이라를 처형해 드워프 사회를 혼란으로 몰고갔을 수도 있고, 울두아르 사건 때에는 똑같이 저돌적인 가로쉬의 도발에 넘어가 아제로스를 위험에 처하게 했던 적도 있습니다.
또한 안두인에게 있어서 바리안이 항상 좋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였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가진 전사의 태생이 안두인에게 이어지기를 소망했고, 이에 걸맞지 않은 안두인을 걱정했던 적도 있습니다.
안두인은 이런 아버지의 소망과 맞지 않는 자신의 모습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었고, 안두인이 모이라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던 것도, 마그니와 모이라에게서 자신들 부자의 모습이 투영되었기 때문이었죠.
그러나 바리안이 달랐던 점은, 그가 결국 내면의 로고쉬의 그림자를 점차 극복해 나갔다는 점입니다.
군단 트레일러의 그의 독백에서도 언급했듯, 이는 어찌 보면 아들인 안두인의 공이 컸습니다.
자신의 목숨이 위험에 처하는 순간에까지 계속해서 평화를 부르짖은 안두인의 마음은 바리안을 감화시켰고, 호드에 대한 반감적인 태도와 지나치게 저돌적이었던 성격은 점차 변화해, 로고쉬가 아니라 본래의 바리안이 지녔던 지혜가 항시 발현될 수 있도록 만들었죠.
b. 안두인 린
안두인은 사실 현대의 기준에서 본다면 딱히 오점이라고 할 만한게 드러나지 않는 캐릭터이기는 합니다.
지혜나 통찰력이 부족해 실수를 저질렀던 부분들은 몇몇 있지만, 안두인의 나이를 생각해 보면 결코 모자른 정도가 아니었고, 미디어믹스나 본 게임 자체에서 나타나는 안두인의 모습은 '정도'에서 벗어난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동시에 안두인은 부족했던 부분들을 계속해 보강해 자신 본연의 자아를 찾아나가는 캐릭터였습니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던 초반엔 아버지인 바리안과의 갈등, 주변 사람의 기대로 인해 위축되고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빛을 받아들이고 사제로서의 정체성을 찾은 이후부터는 언터쳐블이 되었죠.
물론 현대의 기준이 아니라, 아제로스 사람들의 시선으로 안두인을 본다면 여전히 부족한 점들은 있을 수 있습니다.
얼라이언스의 인물들 (그리고 몇몇 플레이어들)이 보기에 안두인은 지나치게 평화에 집착한 나머지 얼라이언스보다는 호드를 편드는 인물로 보일 수 있고, 우유부단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B. 드워프
a. 마그니 브론즈비어드
마그니는 대외적으로는 완벽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비록 그가 처음에는 자신이 왕의 자질을 가지고 있는지 의심했던 것만은 확실하지만 말입니다.
그는 너그럽고 현명한 왕인 동시에 강한 전사였고, 드워프들이 보기에(적어도 브론즈비어드에게는) 이는 이상적인 왕의 조건에 걸맞는 모습이었습니다.
1차 대전쟁부터 이어진 얼라이언스에 대한 드워프의 헌신은 마그니의 결단이 없었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도 역시 완벽한 드워프는 아닙니다.
아제로스의 일반적인 배경이 판타지 중세(물론 거기에 +들이 많이 붙지만)를 표방하고 있는만큼, 당시 사회에 존재하던 남존여비 사상은 마그니에게도 상당히 뿌리깊게 새겨져 있었습니다.
특히나 거친 드워프들의 생활 방식을 생각한다면 이는 다른 종족들보다 더 심했을 수도 있고요.
자신의 후계자로서 '왕자'를 바랐던 그의 소망이 '공주'인 모이라를 통해 이루어지지 못했고, 그는 모이라에게 진심어린 아버지와 딸의 모습보다는 왕과 신하로서의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자는 정치를 할 수 없고, 험한 일에 종사할 수 없을 거라고 여겼던 그의 가치관 때문에 결국 모이라는 가출을 하고 부족의 원수인 검은무쇠 부족의 왕과 결혼하게 됩니다.
모이라가 비행을 저지르게 된 진짜 원인에 대해 그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타우릿산이 모이라에게 마법을 걸어 지배했다는 쪽이 그에게는 더 쉽게 받아들여질 '진실'이었겠지만, 진짜 진실은 달랐습니다.
"남편은 내게 마법을 걸었소. 존경이라는 마법. 내가 말하면 사람들이 귀를 기울인다는 마법. 내가 여자인데도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있다고 믿어주는 마법. 나의 친아버지는 나를 내쳤는데, 검은무쇠단은 나를 받아들여 주었던 거요." - 모이라 타우릿산
물론 마그니 본인도 실상은 모이라가 타우릿산에 의해 지배당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비뚫어지게 되었다는 사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부정하는 것이 그에게 더 편했던 것이겠지요.
그래도 깨달은 바가 있었던 지라 이후 그는 드워프의 군대에 여성 드워프가 참여하는 것을 허락했고, 다이아몬드로 변화한 이후 모이라의 행적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b. 무라딘 브론즈비어드
마그니만큼 많은 것을 얘기할 건덕지는 없습니다만, 어쨌든 무라딘이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는 형인 마그니와는 다른 의미로 '드워프다운 캐릭터'였습니다.
거칠고, 호승심이 강하고, 모험을 좋아하고, 인간 성기사들의 격식을 차린 기사도 정신 보다는 실용성을 중시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그러나 그가 아서스의 스승이자 친구였던 점에서, 아서스가 가졌던 이 '드워프와 비슷한 면모'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추겼다는 점에서, 무라딘의 성격이 항상 긍정적으로 작용했던 건 아니라는 걸 보여줍니다.
물론 이것은 무라딘이 의도했던 바는 결코 아니었고, 어디까지나 아서스가 스스로 선택한 길이긴 했지만, 성기사들의 손에 의해서 어느 정도 억제되었던 아서스의 호승심과 명예욕이 무라딘에 의해서 어느 정도 풀어지게 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무라딘 스스로가 그 점에 대해서 후회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c. 모이라 타우릿산
바리안과 같은 등장인물처럼 변화가 뚜렷이 묘사되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모이라 역시 어느 정도 '성장하는 캐릭터'에 해당한다 볼 수 있습니다.
처음 그녀는 말 그대로 비뚫어진 드워프였습니다.
그녀가 생애에 걸쳐 받았던 편견과 고통을 그대로 복수하려는 태도를 가지고 있었고, 이런 태도가 자신의 능력 부족과 겹쳐 드워프 사회에 파란을 불러 일으킬 뻔도 했습니다.
비록 그녀가 마그니의 장자이며, 정식 후계자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지만, 그녀가 아이언포지를 장악했던 방식은 쿠데타에 가까웠고, 계엄령을 선포해 안두인과 다른 부족들, 그리고 노움들을 볼모로 붙잡았던 건 지울 수 없는 과오에 해당합니다.
세 망치 평의회가 성립된 이후로도 그녀는 드워프 부족 전체 보다는 자신의 부족인 검은무쇠 드워프들이 권력을 잡는 것에 더 집착하는 면모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본질적으로 악한 인물은 아니었고, 점차 자신의 아들이 물려 받게 될 브론즈비어드와 검은무쇠 두 왕국의 통합, 거기에 와일드해머까지 더 해 온 드워프 부족의 안녕을 바라는 모습으로 변하게 되고,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바리안에게마저 이를 인정 받게 됩니다.
물론 그녀는 여전히 인간적, 드워프적으로 봤을 때 오만한 드워프 여제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캐릭터이지만, 사실 이건 종족적인 특색과 그녀가 성장해온 환경을 생각하면 완전히 변화할 순 없는 문제겠지요.
C. 나이트 엘프.
a. 티란데 위스퍼윈드
티란데 개인의 약점이라고 한다면 사실 뚜렷하게 나타나는 모습은 드물지만, 이를 나이트 엘프라는 종족적 단위에서 생각한다면 몇 가지 얘기할 부분이 있습니다.
나이트 엘프는 기존 판타지에서 드러났던 엘프의 특성을 어느 정도 모방한 탓에 주로 드러나는 특성인 '오만함'이 종족적 단위로 자주 나타납니다.
그들은 자신들을 제외한 다른 모든 종족을 미개한 야만인으로 취급하는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고, 티란데 역시 워크래프트 3에서 이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또한 과거의 역사를 살펴보면 아즈샤라 여왕과 명가의 오만함 때문에 불타는 군단이 아제로스에 침공하는 것을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아즈샤라 여왕이 명가 뿐 아니라 모든 나이트 엘프 종족의 지지를 받던 인물이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런 여왕의 타락은 나이트 엘프 종족 전체의 과오이기도 합니다.
티란데 역시 인간적인 면모에서 볼 때 약점보다는 고귀한 성품에서 드러나는 미덕이 더 드러나는 캐릭터이기는 하나 이런 나이트엘프의 오만함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캐릭터는 아니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워크래프트 3에 처음 등장했을 당시의 모습과, 와우에서 점차 나타난 모습이 서로 상반되는 지라 더 이상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또한 티란데는 3차 대전쟁 중, 당장 일리단이 자신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 때문에 동족이었던 감시관을 죽여 마이에브의 적대를 받게 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당시 군통수권 자체가 엘룬의 대여사제이자 파수대의 사령관인 티란데에게 있었던 것은 사실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는 개인의 판단으로 무고한 동족을 죽인 내란 행위이고, 그 이후 일리단이 벌인 행태를 생각한다면 그녀가 남긴 과오 중 상당히 큰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군단까지 나온 마당에 일리단에 대한 서술이 변하면서 이게 결과론적으로 '좋은' 행위였다고 치장되고 있지만)
또한 몇 천, 몇 만 년을 산 나이트 엘프 치고 그 지혜로움이 부족하다는 지적 역시 상당히 많이 나왔습니다.
"티란데는 나이트 엘프 지도자로는 역부족이오!" - 판드랄 스태그헬름
소설 전쟁범죄에서도 묘사되는 모습을 보면, 그녀는 수없이 많은 세월을 살아온 인물로서의 지혜보다는, 고작 몇 십년 남짓 산 바인에게 논리로 밀리는 행태를 보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얼라이언스에서 대표적인 매파 인물이었고, 때때로 대의보다는 호드에 대한 적개심에 더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위의 전쟁범죄 소설에서도 이 적개심으로 인해 자신이 준비시킨 증인들의 진실된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오히려 호드에게 반론의 기회를 제공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사실 앞서 말했듯 티란데가 보이는 어쩔 수 없는 약점들은 이 캐릭터의 묘사가 시간이 흘러가면서 일관되게 서술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원인이 있기도 합니다.
워크래프트 3의 여전사적 면모를 지닌 강인하고 오만하고 독선적인 티란데의 모습은 와우에서 여사제의 모습에 맞춰져 온화하고 자애롭고 지혜로운 지도자의 모습으로 부각되었습니다.
게임 외적으로는 맨날 엘룬만 부르짖고 자그마한 이벤트들에선 엘룬이라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이용해 초월자적 힘을 보이지만, 막상 중요한 순간에는 하는 게 없다는 이유로 까이거나, 일리다리들의 주장대로 '일리단한테 희망고문한 어장관리녀'로 묘사되기도 하지만, 사실 이건 우스갯소리이거나 오해에 가깝습니다.
"일리단, 화살이 떨어졌어" - 티란데 위스퍼윈드
b. 말퓨리온 스톰레이지
이쪽은 그래도 다행히 워크래프트 3 때의 묘사와 와우에서의 묘사가 일관되게 나타나는지라 마땅한 과오나 약점이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는 티란데보다 훨씬 더 온건적인 인물이고, 얼라이언스의 수장이라기 보다는 중립 단체인 세나리온 의회의 수장으로서의 모습이 더 부각되며, 때로는 지나치게 나가는 티란데에게 제동을 걸어주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그나마 말퓨리온의 그림자에 따라붙는 과오라 한다면 아마도 동생 일리단 때문일 것입니다.
그는 일리단에게 엄격한 형이자 지도자이긴 했지만, 정말 필요한 때에 '완벽하게' 엄격하지는 못했습니다.
워크래프트 3에서 형제의 의리, 그리고 일리단이 어느 정도 자신의 회개를 했다는 생각 때문에 그를 놓아준 일은 결국 불타는 성전으로 이어지는 결과물을 낳게 되었습니다. (이건 마이에브의 삽질도 한몫 했지만)
티란데와 마찬가지로 말퓨리온은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 상당히 많이 까이기도 했는데, 대개는 일리다리들이 이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크게 냅니다.
c. 판드랄 스태그헬름
주의. 이 문서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인물에 대해 다룹니다.
모두가 잘 아시다시피 자식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엇나가버려 타락한 케이스입니다.
나이트 엘프의 오만한 성정을 상당히 극도한 정도로 가지고 있었고, 본래 훌륭한 지휘관이자 드루이드였으나 결국 이러한 약점들이 계기가 되어 라그나로스의 똘마니로 전락하게 됩니다.
그를 타겟으로 시도된 흑막들의 갖은 모략이 여러모로 많다보니 불쌍한 인물이라고 볼 수 있는 여지도 존재하긴 하지만, 결국 그의 타락을 부추긴 건 그 자신이기 때문에 까방권을 얻을 순 없었습니다.
D. 노움
a. 겔빈 맥카토크
스토리 상의 비중이 한 없이 작은 노움들의 수장답게 이 쪽도 그다지 말할 게 별로 없습니다.
"이따위 분수대가 뭘 하겠어? 내 소원도 들어줄지 궁금하긴 하군." - 겔빈 멕카토크
달라란 분수대에 던진 은화이 새겨진 말로 볼 때 거만한 캐릭터라고 볼 수 있는 여지도 있긴 하지만, 이는 과학적 사고방식을 하는 노움들의 성격을 보여주는 거라고 한다면 별 달리 문제될 말은 아닙니다.
수장으로서 볼 때 자신의 친우였던 텔마플러그를 믿다가 그의 계략에 넘어간 것이 과오이기는 합니다만, 막상 노움 종족도 이를 겔빈의 탓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사실 그에 대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게, 공식사이트에 등재된 단편소설 정도 밖에 없는 지라 뭐라 말할 게 없습니다(...)
우스갯소리이긴 하지만 속옷취향이 나이트 엘프 속옷이라는 점이 놀림거리는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 드레나이
a. 벨렌
앞서 서론에서 얘기했던 전지적, 혹은 절대적인 와우 캐릭터라고 한다면 아마 벨렌을 꼽을 수 있을 겁니다.
와우에서 손에 꼽히는 대인배호구, 공기인 그가 유일하게 저지른 실책이라고 한다면 형제들인 킬제덴과 아키몬드를 믿었고, 이들의 타락을 막아내지 못한 점 정도를 굳이 꼽자면 꼽을 수 있지만, 이는 그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어쩔 수 없는 역사의 진행 쪽에 가깝습니다.
드레노어의 벨렌이나 아제로스의 벨렌이나 모두 극단적인 '빛'의 성질을 가진 지혜롭고 자비로운 캐릭터이고, 탈모어에서 있었던 학살을 직접 경험했던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오크들의 본질이 사악하지 않다고 피력하고, 그들이 악마의 힘에서 벗어난 것에 기뻐할 정도로 대인배의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F. 늑대인간
a. 겐 그레이메인
막상 와우 상에서 등장한지는 다른 수장들에 비해 오래되지 않은 캐릭터이고, 비중도 여태껏 벨렌과 함께 공기라인을 형성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상당히 논란이 많은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길니아스는 엄밀히 말해 얼라이언스에게 있어서도 사랑받을만한 미덕을 가진 국가는 아닙니다.
아라소르의 후손들인 동부왕국의 국가 중에서도 길니아스는 해상무역으로 큰 돈을 벌어들였고,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국가였기에, 그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다른 왕국들의 시기도 받던 국가였습니다.
이랬던 국가가 2차 대전쟁 때는 자국 내의 사정 때문에 얼라이언스에 대한 협조를 줄이고, 그레이메인 방벽을 세워 쇄국정책을 시도했고, 전쟁이 끝난 이후로는 오크 포로들에 대한 수용소 지출 부담에 대한 문제 때문에 얼라이언스를 탈퇴하게 됩니다.
이는 얼라이언스에게는 배신으로 비춰지는 행위였기에, 늑대인간들이 다시 얼라이언스에 합류하는 과정 내에서 다른 얼라이언스의 반발은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대격변에서 사정이 드러나 이에 대한 논쟁은 줄어들게 되었지만, 실상 길니아스의 사정에 국왕인 겐 그레이메인이 일으킨 실정은 잘 언급되지 않는 내용입니다.
아루갈에게 늑대인간을 소환하라고 명령을 내렸던 것이 겐 본인이었고, 이로 인해 길니아스 내부에 혼란을 일으킨 것도 결국 겐 본인의 실책이었습니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다리우스 크롤리 경과 마찰을 빚어 내란을 초래하기도 했습니다(이는 다리우스 경이 독자적으로 길니아스의 병력을 얼라이언스에 지원했기에 생긴 문제이긴 했습니다만).
그러나 겐은 이렇게 자신이 벌인 실책에 대해서 끝까지 책임을 보이는 국왕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인물이기도 합니다.
얼라이언스에게 보인 비협조적인 태도는 어디까지나 길니아스의 내부 사정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어쨌든 길니아스의 내부 사정이 악화되자 반란죄로 수감되었던 다리우스의 죄를 사면해 문제를 처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전장에서는 솔선수범하는 지휘관이었고, 누구보다 백성을 아끼는 지도자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 길니아스에 대한 지나친 사랑이 여러가지 문제를 야기했다는 점이 문제이긴 하지만.
이후 현재에까지 겐에게 따라다니는 인간적 약점이라고 한다면 아마도 분노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포세이큰과 길니아스의 관계는 현재 언제 터져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이미 군단에서 예고된 내용처럼 극에 달해있습니다.
다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학살을 벌인 포세이큰 쪽에도 나름의 대의는 있는 것이, 현재 포세이큰의 구성원 중 대부분은 아서스에 의해 죽게 된 로데론의 시민들입니다.
그리고 로데론의 시민들은 길니아스로 망명을 하려 했으나 방벽에 막혀 외면 당했다는 복수심이 존재하고요.
아무튼 겐의 극에 달한 포세이큰과 실바나스에 대한 증오심은 현재 군단에서 얼라이언스와 호드의 대립에서 주도적인 영향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소한 내용으로 꼬투리를 잡자면, 결국 배신하게 된 자신의 부하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인물 보는 눈이 좀 뒤떨어졌다는 내용 정도가 있을까요(물론 이는 본인이 늑대인간이 되어버렸다는 이유도 크지만).
G. 투슈이 판다렌
a. 아이사 클라우드싱어
판다리아의 안개에서조차 비중이 공기에 달했던 이 수장에 대해서 뭐 딱히 할 말이 있겠냐만은, 호드에 있는 동족인, 그리고 아마도 이제는 남편이 된 지 파이어포우와 비교하면, 이 둘은 하나가 가진 부족함을 서로가 상쇄하는 식으로 각자의 약점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사는 현명하고 사려 깊은 판다렌입니다만 필요할 때에 적극적으로 몰아치는 부분에 대해서는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유랑도에서 센진 수를 구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지는 폭탄이라고 하는 위험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빨리 센진 수를 구해야한다는 입장을 취한 반면, 아이사는 위험하니 다른 방도를 찾자는 쪽이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센진 수에게 일어난 문제는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더 위험했을 문제였고, 지가 동원한 수단이 위험천만한 게 사실이기는 했으나 결국은 센진 수에게는 이로운 선택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지와 절연을 선언하고 얼라이언스에 합류한 이후, 등장하는 모습이 거의 없었던지라 이후에 판다렌 사이에 일어난 갈등의 문제와 아이사가 연결된 구석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결국 아이사는 오그리마 공성전에서 여태껏 숨겨왔던 지에 대한 츤데레성을 고백하고, 그 둘은 결국 행복한 결말로 이어졌지요.
2. 호드
A. 오크
a. 스랄
그린지져스인 스랄에 대해 몇몇은 '그에게 과오나 약점은 없다'라고 주장할 수도 있긴 하지만, 와우의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여러모로 그에게도 결국 한계가 있다라는 점이 여실히 드러나는 캐릭터입니다.
이 점이 잘 드러나는 부분은 평화에 대한 (흑화하기 이전의) 제이나와 스랄의 견해 차이입니다.
스랄은 어디까지나 호드를 최우선으로 생각했습니다.
이 점은 지도자로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했지요.
반면 제이나는 호드나 얼라이언스라는 진영의 문제보다는 양 진영 모두, 그리고 아제로스의 평화에 대해 더 주목했습니다.
대격변이 일어나면서 아제로스에 크나큰 문제가 생기고, 자원 공급에 어려움이 생기자 호드와 얼라이언스 사이에는 여러가지 갈등이 생기는데, 대격변의 전조에서 대표적으로 드러난 사태는 호드 병력의 나이트 엘프 습격, 학살 사건이었습니다.
양쪽 진영은 격분했고(단순히 선제 공격을 날렸다는 점 때문만이 아니라, 잔학한 공격의 행태 때문에도) 얼라이언스는 전면전을 준비할 정도로 위기일발 사태였으나, 제이나와 안두인의 중재로 얼라이언스는 사과 서한을 요구하는데 그칩니다.
스랄의 입장에서 이는 자신이 내린 명령도 아니었고, 뒤늦게 밝혀진 실상은 황혼의 망치단에 의한 대립조장 행위였으나, 그는 관련자들을 얼라이언스에게 넘겨 사법처리를 하는 방안과 적극적인 사과에 대해서는 거부를 표합니다.
이는 오크들의 본성이 이를 받아들일 수 없고, 자신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행위가 오크들의 등을 돌리게 할 것, 즉 지지도가 떨어진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스랄은 인간의 시점과 오크의 시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오크였지만, 그 역시 오크라는 자신의 태생적 한계 때문에 더 큰 대의를 볼 수는 없습니다.
그의 이러한 태도는 결국 차기 후계자로 가로쉬를 내정하는 결과로 이어졌고, 이에 뒤이은 결과는 모두가 아시다시피.
그가 호드의 수장인 이상 제 1 영향력을 가진 오크들의 생각을 무시할 수 없었고, 결국 이것은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대립이 끊이지 않는 일단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물론 그가 두 진영의 화합을 위해 노력한 부분 역시 적지 않습니다만 이 글은 어디까지나 각자의 실책을 지적하는 글이기에)
뒤이은 스랄의 실책과 약점은 가로쉬에 관한 부분에서 나타납니다.
그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가로쉬에게 너무나 큰 일을 맡겼습니다.
물론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한데, 당시 대격변의 상황에서 이를 해결할만한 능력이 있는 주술사의 수가 너무 희박했고, 스랄 본인이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가로쉬의 성질이 개판이 되는 데에도 원인 제공의 책임이 있는데, 아버지에 대해 부끄럽게 여겼던 가로쉬를 각성시켜 그롬의 업적을 칭송하게 만든 것까진 좋으나, 그롬이 가지고 있단 약점과 과오에 대해선 침묵한 나머지, 그가 그롬의 안 좋은 부분까지 고대로 답습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가 케른이 가로쉬에게 한 지적을 무시한 것 역시 지울 수 없는 실책 중 하나입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케른이 한 말 중에는 사실 틀린 말이 없었지요.
"그는 자기 안의 지혜를 무시하고 너무 생각 없이 쉽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소."
"가로쉬에게 권력을 주지 마시오. 그대의 백성에게 등을 돌리고 거만하고 난폭한 애송이에게 저들의 운명을 내맡기지 마시오." - 케른 블러드후프
결국 가로쉬에게 타락의 전초를 제공한 것은 스랄의 몫이 컸고(물론 가장 큰 이유는 가로쉬 본인에게 있지만), 케른과 볼진의 경고를 무시하고 가로쉬에게 전권을 위임한 것은 두고 두고 본인도 후회할 실책이 되었습니다.
결국 가로쉬의 끝을 마무리한 것 역시 스랄이었지만 이 과정에서 정령들의 분노를 사 군단 이후로 정령고자가 된 것 역시 스스로의 잘못으로 인한 결과라고 볼 수 있구요.
스랄 역시 당대의 기준으로 여성을 보는 눈에서 상당히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개인적인 약점 중 하나입니다.
아그라와 만나기 전까지 스랄의 미적 기준에서 자신과 같은 오크 여성은 성에 안차는 모양이었고, 그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겸손한 인물이긴 했지만, 어느 정도 인간(혹은 오크)라면 누구나 가지는 자만심은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b. 가로쉬 헬스크림
주의. 이 문서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논란이 되고 있는 인물에 대해 다룹니다.
가로쉬에 대한 얘기를 하기 전에, 전 코르크론이 아니고, 또한 인벤의 코르크론들이 두렵지 않음을 밝힙니다.
그는 반농담, 반진심의 태도를 지닌 코르크론들에 의해 우상화되고 있는 인물이긴 하지만, 모든 와우의 미디어믹스, 그리고 와우 본 게임에 제시되는 사실들을 중립적인 태도로 살펴볼 때 1%의 빛과 99%의 어둠을 지닌 인물이라고 밖에 평할 수가 없습니다.
그의 과오와 실책은 아마 모든 분들이 잘 알고 계실 거라고 봅니다.
그렇기에 그의 과오를 일일히 나열하는 건 차라리 전쟁범죄 소설을 읽는 쪽이 더 나을 것 같고, 이쪽에서는 과오와 약점을 드러내는 글답지 않게 그의 1%의 빛나는 부분을 먼저 제시하고 그 후에 그의 개인적 약점에 대해 말하려 합니다.
가로쉬는 주어진 환경 자체가 그다지 좋을 게 없었습니다.
그롬의 자식이라곤 하지만 나그란드에서 그롬의 빛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들을 기회를 가지지 못한 채 살았고, 아그라의 말마따나 '그 건방진 애송이찌질이'에 불과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각성해 그롬의 유지를 이어 받고 '훌륭한 전사'가 된 모습은 대모퀘를 한 플레이어들이 당시 느꼈을 감동 중 하나였으나, 여러모로 그는 능력과 성격이 그롬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그는 명예를 중시하는 전사이긴 했습니다. 케른을 죽이고 마가타의 음모를 알아차린 직후엔, 그와 명예롭게 승부를 내지 못한 것에 분노했고(물론 이는 명예를 획득할 기회를 놓쳐버렸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기도 했지만), 대격변 당시에도 명예롭게 싸우지 않은 오크 지휘관을 벌하는 개념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가 말하는 명예는 진짜배기식 오크의 명예보다는 그저 개인의 영광을 더 중시하는 측면에 가까웠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는 속된 말로 '간지'를 제일 중요시여겼고, 진짜배기 오크답게 살아가는 삶, 그 중에서도 안 좋은 모습에 집착했습니다.
이런 오크의 명예에 집착하는 가로쉬의 모습은 이곳저곳에서 아주 많이 확인할 수 있지만, 대표적인 것을 꼽자면 그롬의 뒤를 따라 문신을 새긴 것(막상 그롬과 달리 아프다고 땀을 뻘뻘 흘려댔습니다), 오그리마를 강철로 치장한 것, 막상 진짜 막고라에 대해서는 쥐뿔도 모르면서 케른에게 막고라를 '진짜배기 오크식'으로 하자고 요구한 것 등 소프트한 부분에서 시작해 판다리아의 안개 때의 막나가는 일련의 행보에 이르기까지.
그토록이나 명예를 중시했던 가로쉬가 보인 행보를 생각한다면 이 둘은 서로 모순되는 감이 있으나, 어찌 보면 그가 명예를 인식하는 방식이 처음부터 기준점과 엇갈려 있었다고 생각하면 모두 말은 됩니다.
이에는 능력 부족도 한 몫 했습니다.
가로쉬는 엄밀히 말하면 그롬보다 전투적인 능력에서도, 전략적인 능력에 대해서도 뒤떨어졌습니다.
그의 대부분의 능력은 아버지 그롬의 후광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고, 다른 오크들 역시 그런 점만을 바라봤습니다.
지혜나 사려 깊은 사고, 먼 대의를 보는 큰 눈은 본인의 분노와 아집으로 인해 가로막혀 발현되는 일이 없었습니다.
극명하게 드러나는 종족 차별의 모습은 점차 악화되어 나타난 약점이긴 하지만,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과오, 약점, 실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엄밀히 말해 나그란드에서 평화롭게 고기 뜯어먹던 가로쉬가 얼라이언스에게 가지는 분노감은 인과관계도 불투명하고, 사실 적반하장에 가깝다고도 볼 수 있는 행태였습니다.
결국 그는 오직 오크들만을 인정했고, 오크들만을 위해 살았습니다.
물론 그 오크들만을 위한 삶의 방식조차도 잘못되긴 했지만요.
B. 트롤
a. 볼진
블리자드는 현재의 서양 문명이 '영적인' 것을 바라보는 사고와 큰 차이 없이, 대개 '영적인' 것은 최대한 이질적이거나 긍정적인 것으로 보는 경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와 남미의 '부두'와 같은 영적 신앙의 형태를 바라보는 눈은 트롤에게도 그대로 계승되었는데, 덕분에 트롤은 야만적인 면모와 영적 지혜를 갖춘 면모를 동시에 보여주게 되었습니다.
검은 창 트롤의 볼진은 전자의 면은 약하게, 그리고 후자의 면은 강하게 지니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다른 트롤 부족들이 항상 적으로 나와 항상 썰리는 역을 맡고 있을 때, 볼진은 이를 대체 보상하듯이 야만성의 강인한 모습과 지혜로움을 동시에 갖춘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엄밀히 말해 워크래프트에서 볼진이 가진 과오나 약점이 지닌 면모가 부각된 경우는 없습니다.
그는 케른과 마찬가지로 가로쉬를 제지할 역할을 담당했지만, 위에서도 언급되었듯이 당시 가로쉬를 억제할 수 있을만한 캐릭터는 아제로스를 통틀어서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물론 볼진인 그런 가로쉬의 불에 기름을 끼얹었다는 실책이 조금은 있지만, 이 역시 어쩔 수는 없는 모습이었죠.
사실 가로쉬와 같은 캐릭터를 억제하는 방법은 스스로를 낮추고 겸손하게 접근하는 방식이 필요하지만 볼진은 그런 가로쉬의 취향을 맞춰줄 캐릭터는 아니었습니다.
C. 타우렌
a. 케른 블러드후프
b. 바인 블러드후프
돌겜에서 케른이 죽으면 바인이 튀어나오듯이 이 둘은 사실 뗄래야 뗄 수 없는 부자 관계이자 사실상의 과오나 약점을 얘기할 때도 거의 동일한 선상으로 여겨 얘기할 필요가 있는 캐릭터라 묶었습니다.
타우렌이란 종족 자체가 앞서 말한 트롤처럼 '영적인' 종족이고, 거기다 타우렌은 트롤이 가진 야만적인 모습이 훨씬 덜하게 나타납니다.
이는 아마도 타우렌이란 종족 자체가 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을 모티브로 하고 있기에, 미국인들이 가진 이에 대한 죄책감을 어느 정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덕분에 타우렌은 나이트 엘프만큼 지혜롭지만 겸손하고, 오크나 트롤만큼 명예와 용기를 지니고 있지만 자만하지 않는 미덕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개인적인 면모에서 케른과 바인이 지닌 인간적 약점은 거의 얘기할 거리가 없습니다.
다만 이야기 상에서 드러난 이들의 실책을 얘기한다면, 케른은 역시 가로쉬를 믿고 떠받쳐주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다는 점, 그리고 같은 타우렌이라는 이유 때문에 그림토템 부족을 가까이에 두고(물론 경계를 하기 위함이었지만), 이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스스로의 죽음을 야기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바인의 경우 이보다 훨씬 덜한 케이스로, 어찌 보면 내통이라고도 볼 수 있는 행위를 했다는 점 등이 있긴 한데, 사실 썬더블러프가 위기에 처했을 때 바인이 제이나와 회동을 가지고 원조를 받았던 행위는 호드에게도 알려진 행위였기에 크게 문제시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당시에는 도리가 없었고, 또한 가장 현명한 선택이기도 했기에 실책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D. 언데드
a. 실바나스 윈드러너
역시 말이 많을 수밖에 없는 밴시 여왕입니다.
실바나스는 하이 엘프 특유의 고고한 성질머리와 오만함, 언데드가 되면서 생긴 뚝심과 인내력이 장점과 단점으로 동시에 작용하는 캐릭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초기의 그녀는 아서스에 대한 복수심으로 불타는 캐릭터였습니다.
그리고 그 복수를 위해서는 그 무엇도(심지어는 자신의 백성인 포세이큰마저) 안위에 두지 않았습니다.
분노의 관문 사태조차도 실바나스가 의도치 않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대상이 달라질 수 있었을 뿐, 그 후에 언제라도 일어났을 법하고, 또 실바나스 역시 묵인할만한 전략이었습니다.
그녀는 이미 이승에 속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사고 방식도 많이 달라져 이미 죽음을 대하는 방식, 혹은 죽음에 이르게 하는 방식마저도 일그러져 버렸습니다.
길니아스에서 벌인 역병 공격이나 학살 등의 행위는 현대 기준으로 봤을 때는 쉬이 묵과할 수 있는 사태가 아니었지요.
다만 그녀의 실책 혹은 과오 등은 한 가지의 시점으로서만 볼 수 없고 굉장히 입체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얼음왕관에서 죽음을 경험한 이후 자신의 백성들에 대해서 달라진 태도, 그리고 그에 합승한 로데론 시민들에 대한 복수심, 그리고 자신의 언데드 특성으로 인한 인간에 대한 복수심 모두가 작용하여 실바나스의 행보를 결정 짓고 있는 것입니다.
E. 블러드 엘프
a. 로르테마르 테론 (or 캘타스 선스트라이더?)
제가 사랑해 마지 않는 블러드 엘프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나이트 엘프와 마찬가지로, 이 부분에서는 로르테마르 개인에 대해서는 뭐 사실 별 할 말도 없고, 종족 단위에서 이야기를 할 거리들이 있습니다.
블러드 엘프, 혹은 그 이전의 하이 엘프들의 빛나는 역사와 상관 없이 이들 엘프 종족 전체가 아제로스에게 미친 해악은 크디 큽니다.
물론 현재의 블러드 엘프의 기원이 된 명가들은 고대의 전쟁에서 아즈샤라 여왕의 편에 선 명가들이 아니었고, 여러 명가 세력들 중(나가나 사티로스는 말할 것도 없고, 셴드랄라, 나이트본까지 포함해서)에서 그나마 까방권을 획득할 수 있긴 한 세력입니다.
그러나 그 후 다시 결성된 나이트 엘프 세력 내부에서 금지되었던 비전 마력에 대한 문제를 다시금 제기해 분란을 일으켰고, 그 후 나이트 엘프 사회와 결별해 동부 왕국으로 불리게 될 땅에 도착한 이후의 행보는 중립적 시각에서 보자면 침략에 가까운 행위였다고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물론 당시의 기준에 전쟁을 일으키고 영토를 차지한다는 것이 '악'으로 치부될만한 행위가 아니기는 합니다.
어쨌든 엘프들은 그곳의 선주민인 트롤들을 몰아내며 쿠엘탈라스를 세웠고, 이 과정에서 줄아만에게 신성한 땅을 침범했으며, 후에 문제가 되는 태양샘(심지어 일리단이 가졌던 영원의 샘 샘플을 훔쳐내 만든)을 만드는 데에 이르렀습니다.
비록 문제가 될만한 후속조치까지 하기는 했지만, 결과론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이것이 켈투자드를 살리는 데 공헌하고, 또 킬제덴을 부르는 수단이 되었음은 빼놓을 수 없는 실책일 것입니다.
불타는 성전 이후의 이야기를 한다면 이들의 과오는 게임 상에서도 명백히 제시됩니다.
그들은 나루를 생포하고 그로부터 마력 중독을 해결하는 수단을 선택했습니다.
섭정인 로르테마르는 본디 순찰대원 출신답게 이런 자연의 조화를 깨뜨리는 행위에 대해서 좋게 생각하진 않았으나 캘타스가 제시했던 방법을 묵인하였고, 이것이 한차례 블러드 엘프들을 좀먹는 타락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블러드 엘프를 빛내는 혈기사단 또한 그 태생 자체가 불결한 수단을 취해 얻어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그 과오는 계속해서 남겨질 유산입니다.
이제 로르테마르의 이야기로 넘어가서, 그는 유능한 지도자이기는 하지만 상당히 우유부단한 점을 게임 내에서 많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대다수의 종족이 판다리아의 안개 시점에서 가로쉬와의 관계를 완전히 끊지 않은 시점에서 그는 어쩔 수 없이 가로쉬에게 협력했고, 선리버의 천상의 종 탈취 사건에도 관여하게 됩니다.
그 이전에 쿠엘델라 닌자 사건이야 게임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까이는 건이기도 하구요.
공식사이트의 단편소설 상 나타나는 그의 심리는 그 스스로의 출신근원, 순찰대원이라는 부분과 섭정이라는, 블러드 엘프 종족 전체를 이끄는 지도자라는 부분에서 나타나는 갈등에 대해 고민합니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실상 종족 입장에서는 오히려 명예로운 선택을 한 하이엘프들을 추방자로 여기게끔 하는 결의를 내린 것 역시 지도자인 그의 몫입니다.
줄아만 줄구룹 사태에서는 이에 대해서 대의를 보지 못하다가 본래 동료였던 할두런한테 질책을 받기도 했구요.
아직까지 큰 삽질이라고 할 것을 한 적은 없지만, 블러드 엘프의 내부 속사정을 속속히 들여다 보면 그가 한 실책 역시 없지는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F. 고블린
a. 재스터 갤리윅스
역시 고블린 초보자 레벨대 퀘스트들 말고는 등장 빈도와 비중이 공기에 가까운 갤리윅스에 대해선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고블린들이 지닌 안좋은 속성은 그대로 가지고 있고, 돈, 돈, 돈에 집착합니다.
아즈샤라 지역에 환경 파괴를 일으켰습니다.
개인의 영화에 집착합니다.
자기 종족들도 별로 소중하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끝.
G. 후오진 판다렌
a. 지 파이어포우
아이사 항목에서도 밝혔듯이 지와 아이사는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가지고 있는 관계입니다.
지는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 앞서고 결단력이 강하지만, 그 후의 일이나, 그 전에 해야할 생각에 대해서는 사려 깊지 못한 후오진 판다렌의 모습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습니다.
언급되었던 센진 수와 관련된 사태에서 결국 지의 행동은 옳았던 것이긴 하지만, 사실 잘못된다고 하면 아이사의 걱정대로 센진 수의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로 그 선택은 위험이 뒤따르는 것이었습니다.
센진 수의 목숨이 유랑도 판다렌들의 목숨으로 그대로 이어진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아이사가 그런 지에게 실망을 하고 절연을 선언한 것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지요.
뭐 그러나 그 후부터 비중은 공기에 가깝고, 어쨌든 해피 엔딩을 맞이하게 됩니다.
3. 정리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완벽한 캐릭터는 재미가 없습니다.
완벽한 캐릭터들을 항목에 적혀 있는 내용도 적어요.
각 영웅들은 각자의 미덕만큼이나 각자의 약점과 단점, 과오를 지니고 있기에 더 매력적인 캐릭터가 될 수 있는 겁니다.
와우는 어디까지나 게임이고 이야기이니 만큼 각자의 이 실책에 대해서 너무 열불을 낼 필요는 없긴 하지만, 이 점들을 주의 깊게 살펴본다면 각 수장은 물론이고 각 종족을 보는 눈에 대해서도 좀 더 정확해질 수는 있겠죠.
이 글 역시 그러한 목적으로 작성하였으나, 이 또한 완전히 중립적이진 못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각자가 저지른 실책에 대해서 바라보는 눈, 그리고 그에 대한 생각은 플레이어들마다 입장이 다를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