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볼때 볼진의 죽음은 블리자드가 호드를 얼마나 대충 푸대접하는지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까놓고말해서 군단과의 전투 도중에 죽는 것 자체까지는 납득할수있어요. 전투중에 공격이 대족장이라고 피해가는것도 아니고 뭘해놨든 어쨋든간에 죽을 상황이면 죽는게 맞습니다. 근데 문제는 볼진의 죽음은 개연성 자체가 부족하다는데 있습니다.
볼진이 죽는 상황을 되집어봅시다. 측면을 하수하라! 흐미쉽헐!로 조롱되는 지옥죽창. 근데 영상잘보면 알겠지만 볼진이 죽창에 찔린곳은 복부입니다. 분명 중상은 확실한데 치명상으로 이어진다고 하기엔 치료 마법이 존재하는 와우 세계관, 심지어 재생력으로는 아제로스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종족인 트롤이라는걸 생각하면 말이 안되죠. 물론 복부의 상처 자체가 볼진의 사인이 아니긴하지만요.
그럼 다음으로 직접적인 사인이라고 할만한 지옥마력이네요. 여태껏 지옥마력이 정화가 불가능하다는 설정 한번이라도 보신분? 인게임에서건 어디건간에 지옥마력이 분명 지독한 독일수는 있어도 정화가 불가능하다는 설정따윈 나온적 없습니다. 애초에 정화불가능한 독이면 군단과 대적하는것 자체가 무리수죠. 스치기만해도 죽을텐데. 그럼 호드에 지옥 마력을 정화할 능력자가 단 한명도 없었다는 소리가 되는데... 이게 말이 될리가.하다못해 볼진이 전투가 급박하고 사제나 성기사등이 전력을 모두 소모한 전장에서 유언을 남기고 죽었다면 모를까 볼진은 멀쩡하게 호드의 본진인 오그리마까지 잘 후송와서 한동안 살아있었습니다. 근데 지옥마력 도트뎀에 죽는다? 무려 아제로스를 양분하는 호드의 우두머리인 대족장이? 그 호드의 본진인 오그리마에서? 숨만 붙어있으면 수단방법안가리고 살리고봐야 정상이지 이게 말이 됩니까?
그래서 나오는 말이 로아가 보여주는 미래를 보고 순순히 죽었다는 소리인데 이건 이것대로 볼진의 캐릭터가 붕괴되는 소리입니다. 무려 얼라이언스와 호드의 연합군이 군단의 공세에 패배한 상황에서 호드의 대족장이 죽었을때 호드에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지 가장 잘알고있을 인물이 바로 볼진입니다. 그런데 '고작' 로아가 보여주는 미래따위를 믿고 그냥 죽어버린다고요? 자신의 모든걸 호드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취임할때 말했던 그 볼진이?
까놓고 말해서 볼진은 그냥 블리자드가 여러가지 필요로 인해(얼라이언스의 바리안과 대비될 호드 인물의 죽음, 그리고 다음 확장팩까지 이어질 양진영의 대립)으로 죽은겁니다. 아, 스토리 진행을 하다보면 캐릭터를 죽일수는 있죠. 이해합니다. 근데 블리자드의 호드 푸대접은 그걸 아주 조금이라도 정성스럽게 만들 생각조차하지않았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아주 잠깐만 생각해도 해당 전투에서 볼진이 죽고 자연스럽게 실바나스가 대족장을 이어받게 하는게 불가능했을까요? 아닙니다. 차라리 전투중 볼진이 심장을 관통당해 그자리에서 죽고, 그 난리통에 볼진의 유언에 따라 실바나스가 후퇴를 이끌게 만들어도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대족장의 사망으로 뒤숭숭한 와중에 자신의 지도력을 보인 실바나스가 다른 호드 지도자들의 추대로 대족장으로 올라선다는 시나리오라면 대족장에 어울리지않는 죽음이라는 소리는 들을지얹정 최소한 개연성은 있었을껍니다.
근데 블리자드는 그렇지않았죠. 호드 진영에 대해 이런 간단한 '포장'을 할 정성조차도 들일생각이 없었죠. 왜냐구요? 귀찮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