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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겜에서 격변, 카게, 김고일씨 만난 썰 -3편

gayfish
댓글: 50 개
조회: 9712
추천: 103
2019-05-31 14:48:55
3. 카게후미


카게의 리즈시절은 리분이라고 하는데 난 잘 모른다.
군대가느라 리분을 통으로 날렸기도 하고, 그 전에 나름 유명했단 소린 들었지만
드군 끝물에 복귀한 내가 옛날 사람을 굳이 알아 둘 필요는 없었다.
'그냥 그런 갑다' 했고, 앞으로도 딱히 만날 일은 없을거라 생각했었다.


그런 카게를 어떻게 인게임에서 만났느냐?

흠...별거 없다.

파티 애드온으로 주말 공대를 찾던중 지원한 곳이 어쩌다보니 카게파티였던 것이다.


내가 '주말팟 지원합니다.' 하고 귓하니

'시간 잘 맞출수 있어요?' 하고 카게가 묻고

'네' 라 답하니

'달초할게요' 라고 그가 말한게 끝이다.


그 때 까지만해도 본인은 공장이 카게라는 것도 몰랐다.
방송을 본 길드원이 '카게후미파티 들어갔음?' 하고 물어서야 알게 되었다.
뭐 그랬던 것이다.


카게야 지금도 방송하고 이미 좁은 김치와우판 유명인이기도 하니
지금 나같은 일개 양민이 푸는 썰도 어느정도 다 예상이 가능한 내용일 것이다.

오히려 "아닌데? 열혈팬인 내가 보기엔 니는 종선님에 대해  1도 모르는 허접인데?"
하고 반박 할 수도 있을 정도로 사람마다 평이 갈리는 인물이기도 하고 
내용 자체도 좀 뻔하지만 나름 느꼈던 감상이나 생각 위주로 썰을 풀어보도록 하겠다.




-



군대에서 나한테 잘해준 선임 이름은 까먹어도
좆같았던 선임은 절대 잊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건 정말 맞는 말이다.
지금껏 와우를 하면서 세지도 못할 정도로 많은 공대를 뛰었고 다양한 공장을 만났지만
그 중 기억에 남는 공대장을 말하라면 본인은 카게후미를 꼽을 것이다.
그만큼 카게와의 레이드는 인상 깊었으며 아직도 기억들이 생생하다.


와우는 어디까지나 게임이지만, 온라인 오프라인을 떠나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커뮤니티에선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의가 있고,
말로 사람의 감정을 건드는 말을 하는것 역시 누구에게나 꺼려지는 일이다.


근데 카게 방송을 보는 사람이나 공대원으로 뛰었던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뭔가... 미묘하게 날이 서 있다는 느낌이다.
같은 말도 조케조케 하는 사람이 있고 듣는 사람 기분이 나빠지게 내뱉는 사람도 있는데,
의도를 떠나 카게의 발성 자체는 애초에 상대방의 심기를 건드리는 말투다.


실제로 그의 피드백을 들으면 나름 합리적이고 합당한 얘기들이지만
기분이 뭐랄까... 선임한테 갈굼 받는 느낌이 든다.
피드백을 떠나 평범한 일상 얘기. 혹은 "어?" "그랬어?" "아니?" 같은
단순한 의문형 문장도 그가 말하면 뭔가 심퉁이 나있는 느낌이다. 
내가 카게=갈굼머신이라는 코르셋을 그에게 씌워서 그런걸까? 
갑자기 머리가 좀 띵해지는데.. 암튼 그렇다.


그렇기에 카게파티에는 통칭 '나대는' 사람이 없다.

레이드 하다보면 가끔 누군가 한마디씩 농도 흘리거나
쓸데없는 잡담도 하면서 게임을 하는게 일반적이지만,
카게파티의 공대창은 클린하다 못해 전멸 수준이다.

모든 농담도, 얘기도, 피드백도, 카게를 통해서 행해지는 중앙 집권적인 성격이 강하다.
다른 사람의 채팅이 올라온다면 그건 단 하나뿐이다.
본인의 실수를 땀 뻘뻘 흘리며 해명해야 되는 공포의 피드백 시간밖에 없다.


비유를 하자면, 군대보다는 분위기 구린 중소기업 사무실 느낌? 
카게가 사장이고 나머지 공대원은 말단. 좀 레이드 같이 오래한 친목라인들은 임원.. 
뭐 이런 느낌이다. 물론 그 임원들 역시 잘못에 대해 까이는 건 가차 없고,
카게는 선을 넘는것에 대해 굉장히 민감한 편이라 가끔 말 한마디 붙이는 정도다.


다만 여성 임원들은 좀 예외인 느낌이였는데..
다른사람이 했을때 분위기 싸해질 실수를 몇명의 여성유저가 했을 때는
좀 구렁이 담넘어가듯 스르륵 묻혀진다는 느낌을 몇 번 받았다.
그렇기에 '혹시 카게는 시대를 앞서간 이시대의 페미니스트가 아닐까?' 
란 생각도 드는데... 흠 이건 잡소리고..
여기까진 좀 부정적인 얘기였지만, 반대로 장점도 확실히 있다.


우선 한국의 레이드는 첫째도 진도. 둘째도 진도. 
셋째도 주술사 진도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진도에 민감한 편인데,
카게 공대의 일정은 주 1회임에도 (카게야 여러 파티를 뛰지만),
일주일 중 하루를 투자해서 상위공대와 비견되는 진도를 뽑는다.
그 하나만으로도 메리트가 충분하다고 본다. 


물론 일정 자체가 살인적이기도 하지만, 
그 긴 시간동안 집중력을 일정수준 유지하며
공대가 진도를 뽑아낼 수 있는 이유는 카게 파티 특유의 분위기와 
그의 냉혹하고 잔혹한 피드백 때문임을 부정할 순 없을 것이다.  


그 피드백에는 필연적으로 팩트폭력이 뒤따르기에 더욱 잔혹하다.
그가 지닌 공대분석도구 활용능력은 굉장히 뛰어나서,
매 트라이가 끝나고 실패 이유와 범인을 정말 오질라게 잘 찾는다.
다음은 나의 일화로, 카게팟에 들어간지 2~3주 쯤 됐을 때의 일이다.


"피시님 쫄에 딜딸 쳤어요 안쳤어요. 내가 치지 말라고 했어요. 안했어요."

'시발. 카게 돌았나? 뭔 개소리야. 내가 언제 딜딸을 쳤어?'


갑작스레 들려온 카게의 날카로운 목소리는 전멸사인 후 단 10초도 지나지 않았다.
당시 박던 보스는 페이즈 중간마다 정기적으로 나오는 작쫄을 잡는 패턴이 있었는데,
딱히 쫄 때문에 전멸 난 트라이는 아니였고, 나 스스로도 단순히 도트 한두개 건 정도의 
뭍딜만 했다고 생각했기에 갑작스런 카게의 피드백에 반발이 생겼다.
그게 카게 파티에 들어온 뒤 들은 첫번째 지적이였다.


"하... 딜딸 안쳤다구요?"

"네."


그때 무심코 "네" 하고 답변한 내 자신을 저주하고 싶을 정도로 이 후 나는 지옥을 맛보았다.
언제 찾았는지 그는 친절하게 로그를 링크하며, 몇분 몇초에 뭔 도트를 넣었고 
리플레이상 타겟잡은 대상이 누구였는지. 미터기를 공격대 창에 띄우는 등
도저히 반박할 수 없는 팩트폭력을 시전했다. 


카게도 암사를 키워서 였을까? 도트 한개만 넣었다는 내 생각과는 달리,
실제 로그를 까보니 흡선에 도트는 기본에 요리조리 타겟을 바꿔가며 
정불까지 야무지게 넣었다는 사실이 로그상 무심하게 기록되어 있었고,
이후 3분가량 이어진 카게의 통렬한 갓침은 나름 겜잘알을 자칭하던 내 자존심을 흠집내긴 충분했다.
그때 난 트위치로 카게 방송을 켜놓고 있었는데,
채팅창엔 '와... 저 암사 개 까이네...' 같은 동정의 여론이 보였고,
그 비루한 동정이 더욱 치명적으로 느껴졌다. 20년 겜돌이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느낌이였다.



"죄송합니다"



그 때 난 느꼈다. 
'아.. 로그분석은 카게가 한 수 위구나. 이 사람 앞에서 깝치면 안되겠구나...'
이 일 이후 나는 카게에게 반기를 든적이 한번도 없었고, 그럴 의지조차 없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저렇게 분위기 십창인 공대에서 하고 싶을까?'
'뭐가 못났다고 카게 인성질 참으면서 게임함? 진도 뽑는게 글케 중요함? 나같음 글케안함 ㅉㅉ'
'겜을 왜 스트레스 받으면서 하지?? 애잔가? ㅋㅋ'


뭐 이런 생각도 들 것이다. 실제로 레게에서 카게까는글에 등장하는 단골 패턴이기도 하고..

근데 내가 카게파티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게임했다는 생각은
오산도 그냥 오산이 아니다. 나를 알아주는 대학 경기도 오산대학이다.
스트레스는 커녕, 오히려 그 일 이후 공대생활이 너무 재밌었다.


카게에게 거하게 털린 뒤, 난 그의 파티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을 체득했다.
어쩔수 없이 나오는 실수는 카게가 지적하기 전 재빨리 '죄송합니다.' 로 선빵치고,
뭔가 까일 수 밖에 없는 실책의 경운 최대한 딸랑이를 흔들었다.


"아이쿠.. 세번째 레이저가 나오기 전 갑작스런 랜덤 패턴에 무빙이 제한 되었고,
보호막에 니트로까지 써가며 달렸지만 바닥을 못밟았네요. 죄송합니다."


이런식으로 장황한 설명을 하며 자체 피드백까지 완료하면
천하의 카게도 "쯧. 조심하세요." 정도 밖에 못했다. 킥킥

참고로 카게의 빡침은 5단계 정도로 나눌 수 있는데,
시트콤 웬그막에 나왔던 '노구의 화내는 5단계' 이론에 입각하여 설명할 수 있다. 



1. 극소노 : 다른 일정이 잘 풀렸거나, 카게가 벼림을 먹어서 기분이 좋을 때.

"(얼마간의 침묵 후) .....다시갑시다."
"조심하세요."


2. 소노 : 게임 초반. 자잘한 실수로 전멸 했을 때.

"하지마세요. 말했습니다."


3. 중노 : 파밍 네임드 공략 실패. 그간 실수로 빡침 마일리지가 어느정도 적립된 상황.

"x님 제가 말했죠. 딜딸치지 말라고."


4. 대노 : 어이없는 실수, 트라이가 장기화되는 시점.
이때 부터 슬슬 목소리가 째지고 비속어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아↗ 뭐하는↗거↘야↗~~"
"xx님. 내 말 씹어요?"


5. 극대노 : 누누히 얘기한 공략을 공격대원이 어기거나, 카게 말에 토달 경우.
끊임없이 답변을 원하지만 하는 순간 빠져나올 수 없는 무간지옥에 빠지게 됨.

"아 c 내가 쫄 치지 말라고 했잖아-! (yo)"
"내말 똥으로 들려요? xx님 말해봐요. 왜 그런거에요?"
"아 데x아x 개♣발. 쓰♥기 같은 ★"




4단계 대노 이상 단계에선, 아무리 딸랑이를 흔들건 선즙필승을 하던
그의 마음을 가라앉히기엔 불가능하기에 그냥 무조건 집중하고 사리는게 최선이였다.


'도트는 걸어두지만 채찍은 절대 꼽지 않는다. 꼽는 순간 희생양 당첨이다.
쫄딜 풀도트 리필은 1초내로. 안그러면 주시대상 왜 안봤냐고 까이니까.'


그렇게 카게의 주시대상에서 벗어나는 훈련을 거듭한 결과
희생양이 되어 털린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몇 번 없었다.


본인은 딜딸을 치지 못하면 몸에 간질이 나는 강박장애를 갖고 있는데
샘솟는 딜딸 욕심도 그때 그때 카게의 진노 단계에 맞춰 조절하며 욕망을 억눌렀고
적어도 카게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 정도로 빡겜을 했다. (실제로 잘하기도 하고 ㅋㅋ)
마치 ‘선생님 뒤에서 춤추기’ 플래시 게임을 하는 듯한 스릴감에
열 시간이 넘는 긴 일정도 화살처럼 빠르게 느껴졌던 것 같다.





<이 느낌?>



사실 와우에서 레이드 할 때 즐거움은 킬 했을 때의 잠깐의 짜릿함 뿐
나머지는 다 좆같은 일밖에 없는데, 그중 공대원에 대한 불신이 주된 스트레스의 원인이다.

'아 쟤때문에 못잡네. 쟤만 없으면...' 같은 타인에 대한 원망. 
한주를 날렸다는 무력감. 진도에 대한 답답함. 좆같고 짜증나는 감정. 
뭐 이런거 말이다. (다들 공감하시쥬?)


그런면에서 카게팟은 남을 원망하게 되면서 느끼는 스트레스와 감정의 골. 이런게 덜했다.
말 못하고 속으로 앓는 원망감을 카게가 직접 총대매고 까주기 때문이었다.

카게가 어물쩍 넘어가는 실수를 정확히 꼭 집어 구멍을 합리적으로 
팩트폭력 하며 무참히 까줄 때의 통쾌함은 직접 느껴봐야지 안다.
마치 고전게임 '프린세스 메이커' 에서, 딸을 몇달간 쓰레기같은 노동을 시켜도
적절하게 자유행동을 주거나 바캉스를 보내면 스트레스가 귀신같이 경감되는 것 처럼
내가 하고싶은 질책을 카게가 대신 해 줄 때의 느껴지는 쾌감은 굉장했다. 


짱구가 재밌는 이유는, 그의 하루가 천방지축 얼렁뚱땅 빙글빙글 돌아가기 때문이다.
카게 공대 역시 순탄하게 지나간 날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매 주 일정 내내 칼부림이 벌어졌다. 
그렇게 한 트라이도 거르지 않고 청량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해주니 어찌 재미없을 수 있겠는가?


흔히 '욕먹으면서 겜하는 파티' 라는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카게와 겜했던 시간들은
내겐 남이 까이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말 그대로 '특등석'이였던 것이다.
(남의 고통은 나의 행복… 이걸 샤덴프로이데라고 하던가? )



뭐.. 지금까지 쓴건 오래전 일이기도 하고,
내가 카게팟을 나올 때는 체력적으로 좀 힘들다는.. 좀 김새는 이유로 스리슬쩍 빠졌는데,
많은 일정을 돌리는 카게에게, 나같은 양민은 아마 그냥 한자리 채워주는 고정 1 정도로 인식됐을 것이고
기억조차 남아있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나 역시 이런 드라이한 관계가 오히려 편하고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ㅋㅋㅋ 카게 극딜 오지네"
“카게 풀발기ㅋㅋㅋㅋㅋㅋㅋ”
"카게 블러드 on ㅋㅋㅋ"


카게가 빡칠 때마다 길드창으로 중계도 하고, 
몇 달 간은 카게 방송을 보는 한명의 시청자이자 참여자가 되어 즐겁게 게임을 했었다. 

되돌아 생각해보면 '공장이 카게가 아니였다면 내가 몇달동안 그렇게 레이드를 할 수 있었을까?'
란 생각도 들고.. 그렇기에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 공장이기도 했다.
물론 글 첫부분엔 '좆같은 선임' 으로 예를 들긴 했지만,
총체적으로 봤을 땐 내겐 긍정적인 경험이였던것 같다.



사실 난 첫 주에 카게의 리딩을 보면서 어렴풋 옛 와우의 향수를 느꼈었다.

과거 와흥시절 어느 공격대에서나
누구든 공대장의 말을 거스를 수 없을 정도로 공장의 위상은 하늘과도 같았었다.

지금처럼 정보가 퍼져 있지 않은 과거 와우풀에서 공대장은 누구보다도 게임을 잘 알고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공대를 이끄는 리더격 입지를 갖고 있었다.


까놓고 말해 요즘 공장이 공장인가? 
인원도 혼자 모으고(예전엔 오피서가 인원을 모았다), 달초도 직접 관리하며
공략도 다 알아야 하며, 정산도 누구한테 못맡기고 혼자 다해야된다.
근데도 뭐 하나 잘못되면 욕이란 욕은 혼자 다 쳐먹어야 하는 지금 공장은 그냥 노예다.


그런면에서 카게는 과거의 공대장들처럼 본인의 입지를 잘 알고,
그가 할 수 있는 권한. 공대장의 특권을 휘두르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상대의 살을 후벼파는 날카로운 피드백 역시 당연히 그가 할 수 있는 권한이며,
공대 내 분위기를 본인 입맛대로 통제하고 명령하는 것 역시 공대장의 권력인 것이다.
흠.. 어찌보면 카게의 그런면에 내가 어렴풋 향수를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끝이에요~~ !


Lv75 gay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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