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세션 'AI 기술 혁신과 함께하는 게임 산업'에는 연세대학교 신원용 교수, 크래프톤 김도균 팀장, NC AI 나기홍 팀장이 발제자로 나서 생성형 AI의 글로벌 트렌드부터 게임 제작 현장의 구체적 활용 사례까지 AI 시대 게임 산업의 변화상을 다각도로 조명했다. 이날 포럼은 빠르게 변화하는 AI 기술 환경 속에서 기술 발전과 인간 중심적 창작의 균형점을 모색하며, 게임 산업이 나아가야 할 미래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가 됐다.
생성형 AI 생태계, 어떻게 구축되고 있나
연세대학교 계산과학공학과 신원용 교수는 "생성형 AI에 대한 서비스 그리고 사례"를 주제로 첫 번째 발제를 맡았다. 신 교수는 현재 생성형 AI가 빅테크와 스타트업, 유니콘 기업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이미 텍스트와 비디오 생성 모델들이 일반 사용자들에게도 친숙해졌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경쟁 현황에서 신 교수는 특히 구글의 2025년 I/O 개발자 컨퍼런스에 주목했다. 제미나이 2.5 버전과 AI 모드, 이미지4 등이 발표된 가운데, 그가 가장 인상 깊게 본 것은 스마트 글래스 기술이었다. "실제로 I/O 2025를 다녀온 분들 말씀을 들어보면, 스마트 글래스 실제 시연을 해봤는데 영상에서 보는 것과 달리 굉장히 유저 프렌들리하고 생각보다 고성능이 잘 구현되어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전했다. 삼성이 하드웨어를, 젠틀몬스터가 디자인을 담당하는 협업 구조도 소개하며, 스마트 글래스가 상용화되면 삼성에게 제2의 반도체급 시장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AI 생태계에서는 정부 주도의 '소버린 AI' 프로젝트를 중요한 흐름으로 짚었다.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국가대표급의 생성형 AI를 만들어보자는 사업을 시작했고, 서바이벌 방식으로 매번 탈락자를 발표한다"며 현재 5개 기관이 경쟁 중이고, 6개월마다 한 팀씩 탈락해 2027년에 최종 3개 팀이 선정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큰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며, 국내 AI 기술의 자립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비즈니스 트렌드 측면에서는 '멀티모달 AI'와 '프라이빗 AI'의 부상을 강조했다. 멀티모달 AI는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 테이블 등 다양한 데이터 구조를 학습할 수 있는 구조이고, 프라이빗 AI는 기업들이 기밀 데이터 유출을 우려해 개인화된 모델을 선호하는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특히 제조업체들이 외부에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을 꺼려하면서 자사 전용 AI 모델 구축에 관심이 높다고 분석했다.
생성형 AI 생태계의 구조를 3단계로 나눠 설명하면서, 지금까지는 AI 관련 기업(빅테크)이 주도했지만 향후에는 실제 데이터를 생산하는 수요 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급자 측면에서는 AI 반도체나 클라우드, 파운데이션 모델은 빅테크가, 모델 플랫폼 허브나 응용 애플리케이션은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공생하는 구조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가장 중요한 트렌드로 '멀티 LLM' 구조를 제시했다. "단 하나의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 B2B든 B2C든 멀티 LLM 구조로 가는 게 맞을 것"이라며, 상황에 맞는 적절한 기술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사례로 스타트업 사이퍼가 라마와 GPT 터보를 병행 사용해 비용 최적화를 추구하고 있고, KT의 '믿음' 서비스는 내부 업무에는 자사 LLM을, 고객 서비스에는 글로벌 LLM 혼합 모델을 사용한다고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GPT 스토어를 중심으로 한 AI 마켓플레이스의 성장을 조명했다. 현재 16만 개 이상의 GPT 서비스가 승인받아 장터에 올라가 있고, 실제 개발자들이 올린 것은 300만 개가 넘는다고 밝혔다. 다만 수익 분배 구조가 아직 명확하지 않아 개발자가 10~20% 정도의 수익을 가져가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런 부분이 투명하게 정리되어야 마켓플레이스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발제를 마무리하며 ▲멀티 LLM 오케스트레이션 ▲스토어 기반 비즈니스 모델 ▲온디바이스 AI 솔루션 ▲프라이빗 모델 기반 B2B ▲대화형 BI 솔루션 등 5가지를 주요 트렌드로 정리했다.
AI 네이티브 시대, 게임의 제작은?
크래프톤 AI 트랜스포메이션 팀의 김도균 팀장은 "에이전트 시대 게임 제작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두 번째 발제를 이어갔다. 그는 발표 시작 전 김경일 원장의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을 인용하며, "저희 팀에서는 발상을 전환해서 사는 대로 생각해도 AI를 더 쓰면 되게끔 사는 데 AI를 그냥 주입하고 있다"며 유머러스하게 시작했다. 김 팀장은 먼저 'AI 네이티브'라는 개념을 소개하며, 인터넷상에서 AI 네이티브나 AI 퍼스트라는 용어들이 많이 사용되지만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지는 않다고 전제했다.

그는 기술 발전의 역사를 통해 AI 도입의 필연성을 설명했다. 주판이 4천 년 전에 나와서 실제로 널리 활용되기까지 4천 년이 걸렸고, 출판은 1300년경에 시작돼 대중화까지, 계산기는 1642년 개념 도입부터 70~80년대 대중화까지 각각 수백 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반면 PC는 50년, 스마트폰은 21년으로 기술 도입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으며, AI는 20~50년 만에 현재의 수준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AI를 지금 안 쓰고 계시다면 스마트폰을 10년 동안 쓰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며 AI 도입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게임 산업에서의 AI 도입 현황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했다. "저희가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52%의 스튜디오가 게임 제작에 AI를 활용하고 있고, 이게 24년도 데이터인데 25년도로 넘어가면 96%의 개발자가 AI 툴을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게임 산업이 AI와 특히 잘 맞는 이유로는 "게임 제작의 노동집약적 구조, 디지털 특성, 복잡한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어 있는 복잡성" 때문에 AI 적용 효과가 크다고 분석했다.

김 팀장은 게임 제작의 AI 전환 과정을 명확하게 4단계로 구분해 설명했다. 1단계는 AI가 없던 기존 워크플로우, 2단계는 개개인이 AI 도구를 활용하는 현재 단계로 업무 효율성 증대와 개인 역할 확장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가져다준다고 설명했다. 3단계는 AI 에이전트가 워크플로우 내 개별 업무 요소들을 대신 수행하는 단계이고, 4단계는 워크플로우 전체를 에이전트가 담당하는 최종 단계라고 정의했다. 현재 에이전트 툴들이 시장에 대거 출시되고 있어 3~4단계로의 전환이 임박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크래프톤의 실제 AI 활용 성과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했다. "아트 같은 경우에는 16시간 걸릴 업무를 1시간으로 단축했고, UI 생성하는 것도 다른 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며, 코딩 리팩토링, 생소한 언어에서의 빠른 코드 생성, 내러티브 디자인이나 이벤트 생성 등에서 ChatGPT 등의 툴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컨셉 아트, 코딩, 밸런싱, 내러티브 디자인 등 각 분야별로 표준화된 AI 워크플로우를 구축해 게임 퀄리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에이전트의 작동 방식에 대해서는 "자연어, 즉 일반적인 말로 'AI 에이전트야, 내가 이런 것들을 하고 싶다, 수행해 줬으면 좋겠다'라고 시키면 언어모델 베이스 에이전트가 원하는 정보들이나 지식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도구들을 활용해서 그 일을 수행해 준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에서는 내러티브 디자인, 코딩, 아트, 3D 모델링 등 각각 특화된 에이전트들이 서로 협업하고 소통하면서 복합적인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팀장은 사람은 "게임에 대한 비전 제시, 창의적 아이디어, 최종 의사결정, 공감대 형성, 윤리적 판단" 등 본질적이고 창의적인 영역을 담당하고, 에이전트는 "방대한 데이터 처리, 반복 작업, 프로토타이핑, 시안 제작, 기술적 문제 해결" 등 효율성이 중요한 영역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구분했다. 결과적으로 "누구나 크리에이티브한 상상력과 창의력이 있다면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OECD 데이터를 인용해 흥미로운 사회적 전망을 김 팀장은 제시했다. AI 에이전트가 많은 업무를 대신하게 되면서 사람들의 여가 시간이 크게 늘어나게 되고, 이는 게임 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임은 여가 시간의 소비재이므로, 여가 시간 증가는 곧 게임 시장의 소비력 증가를 의미한다"며, "이런 변화의 중심에 AI가 있고, 게임 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생성형 AI가 바꿀 게임 제작
세 번째 발제자로 나선 NC AI의 나기홍 팀장은 "생성형 AI가 바꾸는 게임 개발의 패러다임, AI는 우리의 창의력을 증가시킬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는 게임 산업에서의 AI 도입 현황을 최신 데이터로 제시했다. "24년 보고서에 따르면 62%의 글로벌 게임사들이 AI를 쓰고 있다고 했는데, 4월에 나온 보고서에서는 96%가 됐더라"며 AI 도입이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언론에서도 게임 개발자의 95%가 AI 툴을 활용한다고 보도되고 있으며, 대형 게임사와 인디 게임사 모두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대형사는 기존 파이프라인에 AI를 통합하려 하고, 인디는 외부 도구에서 제작한 결과물을 익스포트해서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구분했다.
어떤 기술은 출시되는 게임에 직접 적용되기도 하고, 어떤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라 기획 단계에서 의사소통을 편하게 하는 수준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것은 "되게 어렵고 복잡한 기술들, 예를 들면 a부터 z까지 모든 일을 해주는 기술들은 오히려 현장에서 외면받는다"며, 복잡하고 통제가 어려워 즉시적인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창작 과정의 전체 프로세스 중에서 내가 어려워하는 것들을 간소화해 주는 것, 그런 것들이 있으면 즉시적으로 효능감을 느끼고, 그 편해진 상태에서 내가 작업하고 있는 것들을 바라보게 되면 '이런 것들도 해야겠다'라고 하면서 창의성이 증강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귀찮지만 차이를 만드는 일"을 해결해주는 기술이 가장 선호된다고 분석했다.
나 팀장은 NC AI의 구체적인 기술 사례들을 전했는데 립싱크 자동화 기술의 경우, 최근 명작 게임들이 조연 캐릭터의 얼굴 표정까지 섬세하게 다루고 언어 설정에 따라 입 모양을 정확히 움직이게 하면서, 이제는 조연이라도 어느 정도 수준의 립싱크가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시연 영상에서 원본과 AI 적용 버전을 비교해 보여주며 "확실히 뭔가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으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니메이션 검색 시스템도 소개했는데, 기존에는 "기사가 쏘는 장면"이라고 검색해도 원하는 애니메이션을 찾기 어려웠지만, AI 기반 검색으로 기존 에셋을 효율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음성 합성 기술에 대해서도 실제 시연을 통해 설명했다. 기존 오크 캐릭터 음성이 있을 때 새로운 대사를 추가로 녹음해야 하는 상황에서, 연구원이 연기한 음성을 오크 캐릭터 음성으로 변환하는 기술을 보여줬다. "이렇게 하면 조금 편하게 추가적인 작업을 줄일 수 있어서 기획자 입장에서도 추가를 바로바로 할 수 있다"며, 예전에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던 작업이 쉬워지면서 창의성이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나 팀장은 과도한 자동화에 대한 현장의 거부감도 솔직하게 언급했다. 키오스크를 예로 들어 "CS를 대체하고 싶어서 키오스크에 디지털 휴먼을 넣어 대화하게 했지만, 사실 우리에게 익숙한 경험은 이게 아니잖아요"라며, 기술적으로는 고차원적이지만 사용자 만족도는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현재는 "게임 제작자의 불편한 부분들을 긁어드리는 것"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런 부분이 해결되어야 여유가 생기고 창의성이 증강된다고 강조했다.
비주얼 생성 AI의 실용적 접근법도 소개했다. 많은 사용자들이 경험했듯이 "열심히 프롬프트를 짜서 마음에 드는 이미지 4개가 나왔는데 그중 2번이 좋네, 이걸 조금 수정하면 되겠다"고 생각해서 프롬프트를 다시 써봤지만 "전혀 다른 애가 나오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NC AI에서 제공하는 대부분의 서비스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이페인팅(inpainting) 방식으로 나온 결과물에 대해 수정할 수 있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번역 기술에서도 게임 특화 접근법을 강조했는데 "번역 자체의 성능은 어느 정도 다 상향 평준화됐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이고 어떤 분위기가 조금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동일한 번역을 할 때에도 게임의 느낌을 살려서 번역할 수 있는 방법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AI 기술이 단순히 사람을 수동적으로 만들고 더 이상 창작할 수 없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모두가 크리에이터가 되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고 발제를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