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산업, 심리학까지…게임을 바라보는 3가지 시선

게임뉴스 | 강승진, 정재훈 기자 |
26일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AI가 바꾸는 창작, 미래가 묻는 균형’을 주제로 한 ‘2025 게임과학포럼’이 막을 올렸다. 게임과학연구원과 구글코리아가 공동 주최한 이번 포럼은 비과학적 논쟁을 넘어 객관적 데이터와 과학적 근거로 게임 담론을 형성해온 기조를 이어, 올해는 AI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기술과 문화, 산업의 조화로운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기획됐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국민대학교 법과대학 박종현 교수가 ‘헌법상 게임의 문화적 가치’를, 조승래 국회의원실 최종길 보좌관이 ‘정책과 게임산업’을,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이장주 소장이 ‘불안과 매력의 문화심리학’을 발표하며 법·정책·심리 등 다각적 관점에서 게임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해 논의의 깊이를 더했다.


게임, 헌법으로 보는 문화로서의 가치





국민대학교 법과대학 박종현 교수는 "헌법상 게임의 문화적 가치"를 주제로 발표를 시작했다. 박 교수는 헌법 전문과 조항에서 '문화'라는 단어가 여러 차례 등장하며, 국가에 문화에 대한 일정한 의무를 부과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독일에서 시작된 '문화 국가 원리'가 헌법학계에서 일반적인 원리로 자리 잡았고, 우리 헌법재판소도 이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화 국가 원리의 핵심은 국가의 직접 개입을 제한하고 사회적 자율 영역에 문화 창작과 표현을 맡기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가 직접적, 강압적 개입보다 간접적, 촉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도 설명하며, 이는 게임산업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표현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 등 헌법상의 기본권들이 문화 국가 원리 실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예술가와 국민 모두가 문화 표현에 자유롭게 접근하고 향유하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우리 헌법에는 '문화권'이라는 명시적 규정이 없지만, 별도의 헌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문화적 기본권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게임에 대한 법적 접근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의 2011년 '브라운 대 EMA' 판결을 들어, 게임도 영화나 문학과 같이 광범위한 문화예술적 표현으로 인정받아야 하며 폭력성을 이유로 한 무분별한 접근 제한은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게임산업진흥법과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을 통해 게임이 문화산업으로 인정받고 있고 헌법재판소가 문화적 가치를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가 개입 시에는 공정성, 중립성을 유지해야 하며, 직접적이고 조정적인 계획보다는 자율성과 창조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게임 제작자의 창작 자유와 이용자의 접근 및 향유의 자유를 균형 있게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게임이 헌법적 보호의 대상이 되면 규제 역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엄격하고 최소한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후견주의보다는 자율 규제를 지향해야 할 것이라고 정리했다.


조승래 의원실 보좌관이 말하는 정책과 게임 산업


조승래 의원실의 최종길 보좌관은 '정책과 게임산업'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국회에서 담당해야 할 네 가지 주요 역할, 즉 법 제/개정, 예산 심사 및 배정, 정책 평가, 이해관계자 조정에 대해 소개하며, 현 제도의 한계와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온라인 디지털 게임과 매출 비중이 미미한 아케이드 게임을 같은 규제로 묶는 현상이 시대에 맞지 않으며, 이를 분리해 각각 독립적인 규제 틀을 마련할 계획임을 밝혔다. 아케이드 게임은 도박성·사행성 문제에 특화된 사회적 감독 위원회를 통해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인디 게임의 정의가 모호해 지원 체계에 혼선이 초래되고 있다며, 대기업 계열 인디 게임과 투명한 창작자 중심의 인디 게임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전통적 의미의 1인 및 소규모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창작 지원 및 복지 지원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 지원 측면에서는 조세특례제한법 속 게임 콘텐츠 제작비에 대한 세액공제를 도입해, 중소 규모 개발자의 자금 부담을 완화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를 통해 위험 분산과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확장을 도모하고자 한다.

최 보좌관은 게임산업의 양극화 문제에도 주목했다. 현재 매출의 상당 부분이 대기업에 집중되어 있으며, 중소기업과 인디 개발자들이 제대로 생태계 안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규제와 진흥 간 갈등을 넘어서 정책 틀 자체를 '법/조직/재원' 3박자 관점에서 재설계하고, 산업과 이용자가 체감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투명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정리했다.


불안과 매력의 문화심리학





마지막으로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이장주 소장이 '불안과 매력의 문화심리학'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새로운 문화적 권리는 언제나 '불안과 호기심'이라는 양가적 감정을 동반한다고 설명했다. 기성세대는 불안에 집중해 규제 요구가 크고, 신세대는 호기심으로 새로운 문화를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새로운 문화 콘텐츠들이 대체로 2주에서 6개월 사이에 관심이 쇠퇴하지만, 지속적 의미 부여를 통해 생명력을 연장할 수 있다고 봤다. 스타크래프트와 리그오브레전드 등 장기 흥행 사례를 짚으며 의미 부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흔들다리 실험' 등 심리학 연구를 인용해, 사람들은 불안 신체 감각과 매력적 경험을 혼동할 수 있다고 했다. 가령, 규제는 단기 불안을 낮추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매력을 증폭시키는 역설적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가족과 사회 내 '대화 프로토콜' 도입과 '게임 이용 지원센터' 설립 등 갈등 해소를 위한 제도적 장치 필요성도 제기했다. 갑작스러운 갈등 상황에 전문가 중재가 가능해야 한다는 것.

또한 그는 '메시지'보다는 '메신저'의 역할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책과 정보는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되느냐에 따라 그 신뢰도가 달라지며, 대상별 맞춤형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소장은 끝으로 불안과 매력은 게임 문화 현상의 양면임을 재차 강조하면서, 금지와 규제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의미 재구성 및 소통 활성화를 통해 게임 문화가 지속될 수 있도록 균형 있는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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