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가 엔딩을 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게임뉴스 | 윤홍만 기자 |


▲ TTK 게임즈 페라스 무스마르 프로덕트 디렉터

흥행과 비평 모두를 거머쥔 '갓겜'이라도 엔딩을 보는 유저는 일부에 불과하다. 2022년 최다 GOTY의 영예를 차지한 '엘든링'만 해도 그렇다. 소울라이크라는 장르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출시 약 2년 만에 2,500만 장이 넘게 팔리는 등 흥행 가도를 달렸음에도 스팀에서 메인 스토리 엔딩을 본 비율은 고작 25%에 불과하다. 왜 유저들은 게임을 사놓고 엔딩을 보지 않는 걸까.

단순히 많이 팔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식 같은 게임이 엔딩도 보지 못하고 잊히는 건 개발자로서는 가슴 아픈 일이 아니랄 수 없다. 그런 개발자들의 의문에 답하고자 TTK 게임즈의 페라스 무스마르 프로덕트 디렉터가 나섰다. 17년 경력을 지닌 그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흥행과 비평을 거머쥔 갓겜임에도 유저들이 엔딩을 보지 않고 접는 이유와 그에 대한 해결법을 공유했다.

유저들이 게임을 사놓고 엔딩을 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그는 먼저 게임의 콘텐츠, 규모가 과거와는 달리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고 설명했다. 개발팀 규모는 물론이고 콘텐츠 전반에 이르기까지 비교도 되지 않게 커졌다면서 이 역시 유저들이 엔딩을 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렇게만 얘기하면 게임의 규모를 줄이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다. 방대한 콘텐츠가 어떤 면에서는 게임의 세일즈 포인트가 되는 현 상황에서 딱 적당한 플레이 타임, 콘텐츠를 갖춘 게임이라는 건 소비자인 유저들에게는 좋은 세일즈 포인트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프랜차이즈만 봐도 이를 한눈에 알 수 있다. 프랜차이즈 게임의 경우 많은 유저들이 전작과 최신작을 비교하면서 세계관이 얼마나 더 확장됐는지부터 콘텐츠 분량, 플레이 타임에 이르기까지 게임의 크기가 얼마나 더 커졌는지 비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국, 개발자와 유저 모두 상승압력을 받으면서 게임의 규모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부풀어 오르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러니한 건 유저들이 원하기에 게임의 규모가 점점 커져가는 것임에도 게임의 엔딩을 보는 비율은 반대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게임 중 하나라면서 '엘든링'을 예시로 들었다. 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스팀을 기준으로 '엘든링'의 메인 스토리 엔딩을 본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물론 '엘든링'의 경우 제법 난도가 있는 게임이어서 그런 걸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다른 게임은 어떨까.

그가 제시한 다른 게임은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였다. '엘든링'보다는 분명 쉬운 게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딩을 본 비율은 더 낮은 20%에 불과했다. 그나마 '갓 오브 워'는 엔딩을 본 비율이 50%로 제법 높았지만, 게임의 명성을 생각하면 다소 아쉬운 수치라고 할 수 있었다.

해당 사례를 소개하면서 페라스 프로덕트 디렉터는 "이 게임들은 매우 재능 있는 개발자들이 만든 게임으로 흥행은 물론이고 평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그럼에도 대다수의 유저가 엔딩을 보지 않았다"면서, 그 이유가 궁금해서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먼저 최근 몇 년 사이 출시되는 게임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매년 스팀으로 출시되는 게임만 해도 엄청나게 증가한 상황으로 엑스박스,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스위치, 모바일 게임까지 전부 합하면 도저히 셀 수 없을 정도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단순히 게임이 많기 때문만이 아니다. 고도화된 라이브 서비스 문제도 있다. 온라인 게임들의 경우 오랜 기간 서비스하면서 쌓아 올린 노하우를 기반으로 점점 더 많은 유저들을 그들의 게임에서 떠나지 못하도록 오랜 기간 게임에 머무르도록 하는 식의 콘텐츠를 내놓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건 배워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싱글 플레이 게임을 하다 보면 엔딩을 보지도 않았는데 다른 게임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럴 때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뭔가가 싱글 플레이 게임에도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한, 기준점이 될 만한 게임은 없는 걸까. 그는 그러한 게임으로 인섬니악의 '마블 스파이더맨'을 예로 들었다. 그가 '마블 스파이더맨'에서 주목한 건 바로 콘텐츠 완료율이었다. 페라스 프로덕트 디렉터는 "유저가 게임을 접지 않고 엔딩까지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선 크게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면서, 첫 번째로 유저가 세션에서 목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두 번째로는 유저가 모든 세션에서 성취감을 느껴야 하며, 끝으로 다시 게임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복귀 트리거'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한눈에 볼 수 있는 콘텐츠 완료율은 이 모든 것들을 포함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등산한다고 해보자. 정상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다면 도중에 지치거나 포기할 수도 있지만, 지금 위치가 어디인지 정상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면 오히려 힘이 나는 것처럼 콘텐츠 완료율 역시 게임을 얼마큼 진행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함으로써 엔딩까지 유도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유저에게 항상 즉각적이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제공한다는 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앞서 정상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보여줌으로써 힘을 낼 수 있도록 한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처음부터 엔딩까지 한눈에 보여주는 건 자칫 질리게 만들 수도 있다. 페라스 디렉터는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마블 스파이더맨'의 콘텐츠 완료율은 작은 단위에서 서브 퀘스트를 완료함으로써 점진적으로 메인 스토리의 엔딩까지 다가가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영리한 디자인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엘든링'과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 '갓 오브 워' 등 소위 갓겜이라고 할만한 게임들이 리텐션에 문제가 있었다"면서, "이 자리에 있는 개발자들 모두 유저가 다시 게임에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여러 창의적인 시도를 하길 바라며, 그 결과 유저의 절반 이상이 여러분이 개발한 게임의 엔딩을 볼 수 있길 바란다"고 전하며, 강연을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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