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동방과 아날로그 게임의 만남, '허풍쟁이 산의 마리사'

인터뷰 | 김규만 기자 |
인기 동인 게임 '동방 프로젝트'의 2차 창작 게임 '허풍쟁이 산의 마리사'가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게임의 핵심 개발자인 UnknownX, 토쿠오카 디렉터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게임 저널리스트에서 개발자로 변신하게 된 배경과 함께 게임의 독특한 콘셉트를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토쿠오카 디렉터는 '불꽃산의 마법사' 같은 고전 게임북과 TRPG의 요소를 현대적인 로그라이크 장르에 접목해 '함께 즐기는' 경험을 디지털로 구현하고자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셰익스피어, 보르헤스 등 고전 문학에서 영감을 받은 스토리를 게임 속에 녹여내면서, 사춘기의 고민을 몬스터로 형상화하는 등 독창적인 시도를 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의 인디 게임 개발 열기를 높게 평가하며, 이 게임이 한국 게이머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 UnknownX 토쿠오카(徳岡正肇) 디렉터

Q.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토쿠오카 = ‘허풍쟁이 산의 마리사‘의 디렉터를 맡고 있는 토쿠오카 입니다. 사실, 저는 25년 정도 게임 저널리스트를 해온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스타에도 취재차 방문한 적이 있고, 플란드나 스웨덴, 크로아티아 등 여러 게임 산업을 취재하며 많은 친구를 사귀었죠. 원래라면 저쪽(인터뷰하는 쪽)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인데, 이쪽(인터뷰이 측)에 앉아있으니 긴장이 됩니다.


Q. 저널리스트에서 개발자로 전향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토쿠오카 = 사실 컴퓨터 게임 제작에는 10년 정도 전부터 시나리오 형태로 참여해왔어요. 세가의 모바일 게임 메인 시나리오를 썼고, 최근에는 내비게이터 어워드라는 곳에서 오리지널 어드벤처 부문 우승도 했습니다. 40년 정도 아날로그 게임을 즐겨왔고, 제작 현장에는 30년 정도 있었으며, 디지털 게임 쪽도 저널리스트로서 다양하게 취재해왔기 때문에 양쪽 모두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점에서 선택받은 것 같습니다.


Q. 주인공으로 '키리사메 마리사'를 선택하고, '허풍쟁이 산'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토쿠오카 = UnknownX가 동방으로 RPG를 만든다는 것, 그리고 더 큰 과제로서 아날로그 게임의 테이스트를 살려서 특히 음악과 게임의 조화를 꾀하는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본 작품의 큰 컨셉트상의 도전으로서, 동방과 음악이 훌륭한 조합이라는 것은 여러분도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날로그 게임과 음악도 매우 좋은 조합이에요. 이는 제 경험상으로도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동방, 아날로그 게임, 음악 이 세 가지 요소를 잘 믹스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본작의 컨셉트상 도전입니다.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주인공에는 가능한 한 여러분이 잘 아시는 마리사를 선택하고 싶었어요. 물론 팀 안에 마리사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Q. 디렉터의 입장에서 이번 작품의 시나리오를 통해 그리고자 한 '마리사'의 모습과 이야기의 핵심 테마는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토쿠오카 = 조금 교활한 답변을 하게 해주세요. 게임 디자인에 있어서는 게임의 스토리라는 것이 디자이너가 스토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스토리를 자신의 내면에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따라서 플레이해주신 여러분이 체험한 것이야말로 본작의 진정한 테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물어보시는 테이스트라는 측면에서는 제가 일정한 고집을 가지고 디렉션해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우리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고등학교 1년생 정도까지 배경지식을 늘려가며 읽었던 고전, 환상소설, SF 같은 작품들이 가진 테이스트를 소중히 여겨 만들었습니다.

제 경우에는 셰익스피어, 필립 K. 딕, 잭 피니, 브래드버리, 무어콕, 루이스 캐럴, 보르헤스, 심지어 데이비드 린지 같은 훌륭한 작가들이 만들어낸 작품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체험판이나 데모를 실제로 즐겨보신 분이라면, 도서관에 갔을 때 '이 도서관은 왜 육각형이 아닐까?'라고 생각한 분도 계실 겁니다. 그런 분은 아마 보르헤스를 읽으신 분이겠죠. 프로토타입에서는 육각형이었거든요.


Q.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문학 작품들을 어떻게 게임에 녹여내셨나요?

토쿠오카 = 그런 작품들은 아이들에게는 어려워서, 저도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었다'기보다는 '도달했다'는 느낌이었어요. 그런 젊은 시절의 자신이 도달한 곳에서 어렴풋이 본 풍경을 본작에서 잘 만들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제 안의 디렉션이었습니다.

따라서 본작의 스토리 테마를 외부에서, 텍스트로 말한다면 청소년 문학, 영 어덜트(Young Adult) 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스테이지마다 다양한 모습의 마리사가 보스로 등장하는데, 그들은 사춘기의 고민이나 소망 같은 것들이 구현화된 몬스터라고 봐 주시기 바랍니다.


Q. 제목이나 게임플레이에서 게임북 '불꽃산의 마법사'가 떠오릅니다만, 이 장르를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토쿠오카 = 허풍쟁이 산이라는 네이밍도 정말 많이 논의했는데, 가장 큰 결정 이유는 이 게임 전체를 플레이했을 때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을 읽었을 때와 같은 기상천외한 모험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프로듀서를 포함해서 컴퓨터판 '불꽃산의 마법사'를 플레이해봤는데, 정말 엄청나게 재밌었다는 것이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저도 아날로그 게임을 해왔고 게임북도 많이 해봤기 때문에 재밌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컴퓨터 게임으로 해보니 기억 속의 모험보다 훨씬 재밌었어요.

그래서 게임북이 가진 가능성을 더 추구해보고 싶다는 것이 본 게임의 하나의 출발점이기도 했습니다.




Q. 동방 2차 창작 게임을 쭉 만들어 오고 있는데, 한국에도 최근 칸누시님이 방한하는 등 팬들의 열기가 뜨거워지는 것 같습니다. 동방 시리즈의 매력은 어떤 점이라고 생각하는지, 또한 후속작 동방 2차 장작 게임을 계속 만들어갈 예정인지 궁금합니다.

토쿠오카 = 동방 시리즈를 게임으로서 보자면 "이건 못 깨"라고 체념하다가도, 문득 "아니, 이렇게 하면 깨질지도 몰라"라며 재도전하게 만들고, 게이머의 도전 욕구를 절묘하게 자극하는 것을 보면 잘 디자인된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플레이어가 스스로 "이건 이렇게 접근하면 될 것 같은데?"라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고 싶게 만드는 순환 구조가 세심하게 구축되어 있는 점에서 위대함을 느낍니다.

물론, 캐릭터들 역시 대단히 매력적입니다. 한정된 대사와 일러스트만으로 이처럼 인상 깊은 캐릭터와 그 관계성을 묘사해 낸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을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게임 제작에 반드시 많은 텍스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아직 미숙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향후 제가(UnknownX로서) 동방 공식 2차 창작 게임을 제작할 것인지는 현재로선 확답드리기 어렵습니다만, 기회가 된다면 완전한 제 개인 제작 작품을 통해 꼭 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Q. 이번 작품을 만들면서 특별이 영향을 받은 타이틀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아무래도 불꽃산의 마법사일까요?

토쿠오카 = 역시 PC 버전 '불꽃산의 마법사'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담으로 레벨 디자인 등의 문제로 막다른 길에 부딪히면, 종종 '슬레이 더 스파이어'의 A20으로 도망치곤 했고요. 따라서 이 명작 인디 게임들의 영향도 분명히 있었을 것입니다.


Q. 개인적으로 보드 게임을 좋아해서 얼마 전 '글룸헤이븐'을 플레이하기도 했고, TRPG 세션 역시 부정기적으로나마 참여 중입니다. 이런 게임의 특징은 여럿이 함께 즐긴다는 거죠. 싱글 플레이 게임인 '허풍쟁이 산의 마리사'로 그 맛을 어떻게 살렸나요?

토쿠오카 = 저는 예나 지금이나 TRPG의 묘미가 단순히 룰이나 시나리오의 재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물론 그런 요소들도 중요하지만요!), '마음 맞는 동료들과 함께 떠들며 즐기는' 것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TRPG를 실제로 플레이하는 시간보다도 게임이 끝난 후, 간식과 음료를 한 손에 든 채 오늘의 플레이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더욱 기억에 남는 경험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작품은 이러한 'TRPG의 총체적인 경험'이 지닌 재미를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각 장 사이사이에 홍마관에서 감상회를 가지는 장면을 배치한 것도 바로 그런 의도입니다. 가상이지만, 동료들과 함께 게임을 플레이하고, 그 동료들이 게임에 대한 감상을 나누는 모습을 통해, TRPG 특유의 '함께 즐기는 재미'를 느껴 보시기를 바랍니다.

...그러니 본작을 플레이하실 때는 반드시 피자와 탄산음료를 가져다 두세요. 그래야지 TRPG를 제대로 즐겼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Q.이 게임만의 독특한 게임 플레이 메커니즘이나 시스템이 있다면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특히 '마리사'라는 캐릭터의 특징이 게임 플레이에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궁금합니다.

토쿠오카 = 가장 독특한 점은 '이 게임을 플레이 중인 홍마관 멤버들이 게임 진행 중 실시간으로 코멘트를 한다'는 점일 것입니다.

기존에도 '익명의 시청자들이 게임 진행에 댓글을 다는 형태'의 게임들은 존재했지만, '구체적인 외모와 이름, 그리고 고유한 개성을 지닌 여러 캐릭터가 각자의 관점에서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앞서 답변한 내용의 연장선이기도 하지만, 이 작품이 추구하는 TRPG다움의 정체성에 대한 답변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마리사를 잘 아는 사람들이 마리사를 구출하는 모험 과정을 지켜보며 코멘트하는 구조'를 채택함으로써, '마리사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는 플레이어들도 자연스럽게 마리사의 인물상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Q.이번에는 장르를 테이블탑 스타일 RPG로 정하셨는데, 매번 게임의 장르, 주역 캐릭터는 어떻게 결정하는지 궁금합니다.

토쿠오카 = 프로듀서급 회의(가끔 디렉터도 참석)를 거듭하면서 결정하는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마케팅이 주도하는 것은 아니며, '현재 우리가 세상에 내놓아야 할(그럴 의미가 있는) 작품이 무엇인가'라는 관점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Q. 디렉터님의 저서를 읽어보면 무작위성을 '심리적 시뮬레이션'의 도구로 여러 번 강조하셨습니다. 그러나 주사위 게임은 자칫하면 '운이 나쁘면 지는' 불합리한 경험을 줄 수 있습니다. 순수한 운의 요소를 어떻게 전략적 선택의 영역으로 가져왔고, 개발 과정에서 이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가장 고심했던 부분은 무엇입니까?

토쿠오카 = 잘 조사해보셨네요. 동업자로서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집단이라면 그 집단의 심리는 랜덤으로 어느 정도 일정하게 재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한편 개개인의 행동이 잘 됐는지 안 됐는지가 되면, 역시 안 됐을 때는 책상을 치고 싶어지죠.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랜덤이 들어가는 위치를 신중히 검토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먼저 플레이어가 판단합니다. 문장을 읽고 어떤 행동이 좋을지 판단하죠. 이때 판단이 좋으면 비교적 쉽게 성공하는 랜덤이 기다리고, 판단이 별로 좋지 않았을 경우는 어려운 판정이 기다립니다.

그리고 설령 판정 결과가 나빠도, 나쁜 결과는 히트 포인트 같은 능력치로 일단 받아낼 수 있어요. 본작의 히트 포인트는 게임 디자인적으로 말하면 운이 나빴던 부분을 흡수하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해주세요.



▲ 게임 북을 플레이하는 느낌을 강조한 '허풍쟁이 산의 마리사'

Q. TRPG 스타일과 게임북이 융합된 듯한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게임북은 80년대 초, TRPG는 90년대 초, 오래되긴 했으나 한국에서도 제법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만, 두 소재를 이번 작품의 장르에 채용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토쿠오카 = 지난 2021년 트위치 유출로 판명됐는데요. D&D 생중계 집단이 트위치에서 가장 수익을 올리는 그룹이라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또한 발더스 게이트 3처럼 D&D 5판 룰에 완전 준거한 게임이 대히트했다는 사례도 있죠.

마케팅적으로 말한다면 TRPG도 게임북도 마이너 쪽이긴 하지만, 전혀 안 될 것도 아니라는 판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게임북과 현대적 로그라이크에는 실제로 연관성이 있어요. 현재 많은 사람들이 로그라이크를 즐기고 있으니, 게임북이라는 로직도 받아들이기 쉬울 거라는 가설도 있었습니다.


Q. 아날로그 게임을 디지털로 옮기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토쿠오카 = 본작의 제작은 매우 고통스러웠습니다. 이유로는 제작팀 모두가 아날로그 게임을 좋아하는데, 그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고 느껴요.

GDC 같은 기술 컨퍼런스에서도 나온 이야기지만, 아날로그 게임과 디지털 게임 사이에 존재하는 가장 큰 갭이 무엇인가 하는 점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했던 거예요. 실제로 GDC에서는 아주 재밌는 아날로그 게임만 모아도, 그 중에서 제대로 재밌는 컴퓨터 게임이 되는 건 25% 정도라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그 갭을 나름대로 명확화하고 언어화해서, 그에 맞춰 게임 사양을 수정해 나가는 작업은 겸손하게 말해서 정말 엄청나게 힘들었습니다.


Q. '동방 프로젝트'하면 환상적인 BGM과 매력적인 아트워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원작의 BGM 어레인지나 비주얼 콘셉트 등, ‘동방다움‘을 시청각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토쿠오카 = 아트에 관해서는 일본의 동방 2차 창작 세계에서도 저명한 실적을 가진 아티스트 분들의 협력을 받았습니다. 아트에 관해서는 꽤 자신이 있다고 할까, 안심하고 '이것은 동방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음악에 관해서는 본작이 매우 중시한 포인트입니다. 원래 동방 어레인지 악곡을 많이 내시면서, 동시에 이야기와 음악 양쪽을 매우 높은 수준으로 믹스하고 있는 RD-Sounds 님의 협력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 매우 컸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RD-Sounds 님에게는 아직 이번 작품의 프로토타입조차 존재하지 않는 단계부터 제작 회의에 들어가 주셨고, 어떤 이야기여야 하는가 같은 점에 대해 여러 번 회의에 협력해 주셨어요.




Q. '동방 프로젝트'의 경우 제시된 가이드라인만 준수하면 상업적 이용을 공인 받을 수 있죠. 이번 작품과 UnknownX 명의로 나온 '동방 탄막 카구라'도 있고, AQUA STYLE와 Frontier Aja 같은 서클도 유명합니다. 그런데 이런 작품을 만들 때 원작자 ZUN씨와 어떤 검수 과정을 거치는, 혹은 평소 교류하며 지내는지 항상 궁금했습니다.

토쿠오카 = 공식 창작이 되는 것들은 당연히 ZUN씨의 체크가 들어갑니다.

ZUN씨와의 교류라는 점에서 말하면, 이건 정말로 크리에이터 나름이라고 생각해요. 제 경우는 '인디라이브스포'라는 유튜브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 대기실에서 함께할 기회가 많아서 자주 이야기를 나눕니다. 또 '하쿠레이 신사 예대제' 대기실에서도 함께하고 있어서... 더 깊이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그런 식으로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Q. 게임 마스터의 음성으로 실제 아나운서인 마츠자와 네키씨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현직 아나운서가 게임 음성을 녹음하는 건 한국에선 드문 경우인데, 왜 그녀를 섭외하기로 했는지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토쿠오카 = 우선, 마츠자와 네키씨를 '현역 아나운서'라고 하는 것은 좀 잘못된 인식이 아닐까 합니다. 엄청나게 딥한 게이머가 아나운서를 하고 있는 것에 가까워요(웃음).

그분은 엄청나게 깊은 '진 여신전생' 팬인데, 같은 (여신전생)팬인 스텝과 얘기하다가 스텝이 질려서 도망갔던 일화도 있습니다. 저희 게임 녹음을 하던 당시 일인데, 그 중간에 여신전생 신작이 나온 적이 있었어요. 혹시나 해서 봤더니 아침 3~4시까지 생방송으로 게임을 하시더라고요. '다음 날 녹음 괜찮나?' 걱정한 적도 있었죠.

가장 고민스러웠던 부분은 스텝롤인데, '마츠자와 네키'를 알파벳으로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는 게임에서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Q. 장르가 장르다보니 GM에게 질문하는 느낌입니다. 레벨 디자인으로 꽤 머리가 아팠을 것 같은데 어떤 식으로 만들어갈지 궁금합니다. 개발 과정에서 고생한 부분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토쿠오카 = 레벨 디자인, 정말 고생했어요. 솔직히 현재 상태가 최고라고 정말 말할 수 있는가 하면, 아직 단언할 수 없고, 더 좋아질 수 있을 거라고도 느끼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가장 참고가 된 것은 젤다의 전설 초대작, 또는 닌텐도의 클래식한 액션 게임, 슈퍼 마리오 같은 기본적인 게임을 다시 여러 번 플레이하며 레벨 디자인의 기본을 다시 배우는 것이었어요. 이런 작품들의 레벨 디자인에 관한 논문도 여러 개 있어서 그것도 참고했습니다.


Q. 동방 프로젝트의 방대한 세계관과 캐릭터를 게임에 담아내면서, 원작 팬과 신규 유저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셨는지 궁금합니다. 차별화 방안 같은 것이 있으셨나요?

토쿠오카 = 동방 캐릭터 모두를 넣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전제로 했습니다. '동방 프로젝트'를 몰라도 알만한 캐릭터, 독특한 캐릭터들을 게임에 배치하기로 했죠. 이번에 홍마관의 4인이 등장하는 것도 이 점에 대해서 긴 논의를 거친 후 결정되었습니다.



▲ 홍마관 식구들은 저마다 다른 자세로 TRPG에 임하는 '친구들'을 상징한다고

Q. 게임에 등장하는 홍마관 식구들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특히 플랑드르가 함께 있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운명, 마법, 시간은 대충 이해가 되는데, 히키코모리 파괴 아가씨가 나온 이유가 궁금합니다.

토쿠오카 = 이번 작품은... '허풍쟁이 산의 마리사'라는 게임을 파츄리가 찾아와서, 그것을 홍마관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세세한 멤버의 역할은 말 그대로 게임의 플레이어들이죠.

거기서 플랑드르의 역할은... 평소에 TRPG를 플레이하시는 분이라면 경험이 있을 것 같습니다. 매우 순진하게 파괴적인 결정을 내리는 타입의 플레이어들을 한 번쯤 만나신 적이 있지 않나요? 항상 "던전에 강이 있나요? 강 있냐구요??" 하고 물어보는 타입 말이죠. 강으로 뭘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유형의 플레이어를 상징한다고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Q. 멀티 엔딩이 아니라고 밝혔는데, '또 다른 모험'이란 언급도 하셨습니다. 새로운 스토리나 DLC를 말하는 것인가요? 정식 출시 이후 추가적인 콘텐츠 업데이트 계획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토쿠오카 = '또 하나의 모험'은 간단히 말하면 2회차입니다. 숨김없이 말하면, 2회차 플레이에서 처음에는 볼 수 없었던 이야기를 전달하는 구성으로 되어 있어요. 게임을 숙지하고, 더욱 강해진 상태에서, 새로운 체험과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좀 더 힌트를 드리면, 2회차에서는 플레이어가 바뀝니다. 또 게임 속에 정말 강한 적이 있는데, 어쩌면 3회차 정도까지 캐릭터를 강하게 한 편이 좋을지도 모를 정도의 밸런스라고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한국 팬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토쿠오카 = 업무 관계상 다양한 인디 게임을 접하고 있습니다만, 지금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인디 게임이 제작되는 곳은 바로 한국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2015년 무렵부터 종종 폴란드의 게임 업계를 취재했는데, 당시에 느꼈던 열기를 지금의 한국 인디 게임 업계에서 느낍니다.

그런 뛰어난 인디 게임을 일상적으로 즐기시는 한국 게이머분들에게, 이 작품이 조금이라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또, 이번 작품은 매우 기묘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게임이 되어 있습니다. 그 기묘함, 알 수 없음까지 포함해서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그것은 언젠가 알게 될 수도 있고, 계속 모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인생이란 그런 것이고, 저는 모든 것이 다 이해되어 버리는 게임보다 뭔가 알 수 없는 것이 남는 체험을 좋아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제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말은 There’s all kinds of another way입니다. '이래야만 한다'가 아니라 '이런 것도 있지'라는 스탠스로 게임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런 자세로 게임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