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25] 재미와 안전 사이, 공포 게임의 '골디락스 존'을 찾아서

게임뉴스 | 김규만 기자 |


▲ 강동섭 UX 분석가, 김윤경 프로젝트 EL 팀 캐릭터 모델러

  • 주제: 소름은 끼치게, 상처는 남지 않게 - 공포 게임의 ‘진짜’ 재미를 찾아서
  • 강연자 : 강동섭, 김윤경 - 넥슨코리아 / NEXON KOREA
  • 발표분야 : 게임기획
  • 권장 대상 : 기획자, 디자이너, 연구자, 인디 개발자
  • 관심태그 : #공포게임 #UX #게임아트


  • [🚨 강연 주제] 공포 게임 UX분석가와 개발자가 현업에서 마주하는 도전 과제를 짚고, 공포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특성을 심층적으로 탐색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유저를 사로잡는 UX 전략을 제시하여 게임 개발자와 UX 분석가가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찌는 듯한 더위, 온 몸이 끈적해지는 장마를 이겨내기 위한 방법으로 '공포'는 수박만큼이나 오래 전부터 활용돼 온 소재다. 당연하게도 '공포 게임' 또한 발전을 거듭해 왔고, 때로는 '얼마나 무섭느냐'가 공포 게임의 우열을 가르는 척도로 이야기되기도 한다.

    무엇이든 적당한 것이 좋다는 말이 있듯, 기술의 발전과 함께 발맞춰 온 현대 공포 게임은 때로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저 잠시 더위를 식히는 재미에서 벗어나, 평생 잊혀지지 않는 상처로 남을 수도 있다는 것. 자칭 공포게임 매니아라고 밝힌 강동섭 UX 분석가와 김윤경 캐릭터 모델러는 이번 NDC 2025 강연을 통해 공포 게임의 재미와 몰입감을 극대화하면서도 트라우마를 남기지 않는 디자인 방법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 공포 게임의 '진짜' 재미는 무엇일까? - 자극을 넘어, '기억에 남는' 공포 게임이란




    발표는 공포 게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한계에 대한 짧은 회고로 시작됐다. 초기 공포 게임은 단순한 놀람 효과에 의존했지만, 기술의 발전에 따라 최근에는 AI를 활용하거나, 사실적인 음향/비주얼을 동원한 자극 중심의 설계로 발전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때로는 지나치게 강한 자극을 초래하며, '피로감'과 '트라우마'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강동섭 분석가의 설명이다.

    그는 무료 공포 게임 '크라이 오브 피어'의 사례를 들며, "15시간 플레이 이후에도 살인, 자해 등 게임 속 묘사가 뇌리에 남아 트라우마로 변했다"는 2023년 논문을 인용해 설명했다. 공포를 자극하기 위한 게임 설계가 단순히 재미를 넘어, 이용자에게 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또한, 강동섭 분석가는 UX 분석 일을 하며 '공포 게임의 '진짜' 재미는 무엇인지' 여러 차례 고민해 봤다고 전하며, "단순히 무서운 것에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몰입과 재미로 기억되는 게임이 정말 잘 만든 공포 게임"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재미와 몰입을 선사하면서도 으스스한 공포를 함께 제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 너무 과도한 공포는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다


    ■ 공포 게임, 왜 하세요? - '공포'를 즐기는 이용자의 특성 이해하기



    ▲ 공포 게임을 할 때 관여하는 뇌의 부분들

    강동섭 분석가는 공포 게임의 재미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용자의 특성, 그리고 '공포'라는 심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의도적으로 유발하는 공포 게임일수록 이 단계가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다음은 강동섭 분석가가 뇌괴학의 측면에서 설명한 인간이 공포를 느끼는 데 반응하는 뇌의 네 가지 기관이다.

    먼저, 편도체는 공포라는 자극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활성화 되는, 일종의 경고 시스템이다. 편도체가 활성화 되면 우리 몸은 위협을 감지하고 긴장 상태로 전환하게 된다. 섬엽은 잔인한 내장, 절단된 신체, 오물 등 혐오스러운 이미지를 볼 때 활성화된다. 이는 '무서움'과는 약간 다른 자극으로, 으스스한 분위기는 주로 편도체를, 잔인한 장면은 주로 섬엽을 자극한다.

    전두엽은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부분으로 잘 알려져 있는 만큼, 공포라는 반응이 왔을 때 이를 억제하고 조절하는 역할도 맡는다. 그러나, 공포 자극이 너무 심할 경우 혈류가 뇌가 아닌 근육으로 가면서 이성적인 사고가 힘들어진다. 공포 게임을 한 이후, 피곤함을 느끼는 것도 같은 맥락. 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질 경우 감정 조절에 실패할 확률이 높아지고, 결국 공포 게임을 이탈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측좌핵은 공포를 극복한 뒤 희열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보상 감각 기관이다. 공포를 느낀 뒤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측좌핵이 활성화되며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도파민과 관련된 보상 회로인 만큼, 공포 게임이 계속 하고 싶은 중독성을 갖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 본인은 어떤 스타일이라고 생각되시나요?

    다음으로는 공포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 유형을 세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첫째는 자극 자체를 좋아하는 '아드레날린 중독자'형을 꼽을 수 있으며, 이러한 유형의 이용자는 강렬한 공포를 즐기는 편이다. 두 번째로는 '화이트 너클형'으로, 공포 게임을 즐기는 정도는 덜하지만, 공포 게임을 통해 내면의 성장을 느끼는 데 큰 관심을 두는 유형이다. 세 번째는 '다크코퍼 형'으로, 카타르시스와 개인 성장 모두를 중시하는 유형이다.

    강동섭 분석가는 이처럼 공포 게임을 느끼는 유형의 게이머들이, 그렇지 않은 게이머에 비해 세 가지 차별화된 특징을 보인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공포 게임 이용자들은 어디서 '자극'을 느꼈는지 분석하는 능력이 비교적 뛰어나며, 내면의 성장이나 단순 자극을 위해 보다 높은 수준의 감각 추구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공포에 빠졌을 경우 감정을 컨트롤하는 능력도 비교적 뛰어난 편이다.

    '이용자가 자극을 추구한다면, 더 강한 자극을 계속 주면 되는 것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강동섭 분석가에 따르면 공포와 재미는 역 U자형 관계를 지닌다. 자극이 특정 임계점을 넘어서게 되면 재미가 반감되고, 오히려 '크라이 오브 피어'처럼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 공포 자극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재미가 오히려 반감된다는 사실


    ■ 소름은 끼치게, 상처는 남지 않게 - 트라우마를 남기지 않고, 기억에 남는 '공포'를 전달하려면?



    ▲ 공포 - 이완의 사이클이 중요하다

    '골디락스 존'은 천문학에서 '생명체 거주가능 영역' 일컫는 단어다. 태양에서 그렇게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지구가 위치한 영역을 '골디락스 존'이라고 부른다. 강동섭 분석하는 공포 게임의 골디락스 존을 '너무 어렵지도, 또 너무 쉽지도 않은 적절한 난이도와 자극'이라 정의하며, 공포 게임에서 이를 구현하는 세 가지 방법에 대해 조언했다.

    ◎ 공포를 느끼는 리듬을 설계하기

    점프 스케어(깜짝 놀라게 하는 장치)는 공포 게임의 핵심이지만, 중요한 것은 간격이다. 그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15에서 20분 간격으로 공포 장치를 배치하는 것이 인지적으로 최적이라고 설명한다. 전두엽이 공포 자극을 받았을 시 빠르게 소진되며, 이를 회복하기 위해 15분~20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암네시아', '아웃라스트' 등에서 볼 수 있는 추격 장면은 1분에서 최대 3분을 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3분을 넘으면 게이머가 공포에 익숙해져 그 효과가 줄어들 뿐더러, 자극이 오래 지속될 경우 패닉에 빠져 게임에서 이탈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때로는 이용자가 한숨을 돌릴 타이밍이라는 것을 인지했을 때 반전을 주는 장치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강동섭 분석가는 전두엽이 회복되지 않은 시점에서 무리한 자극은 효과가 떨어지고, 마찬가지로 이탈 욕구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첨언했다.




    ◎ 점프 스케어 말고, 다른 방식으로 공포 분위기 조성하기

    무분별한 점프 스케어 외에도, 플레이어에게 긴장을 주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자신의 게임을 플레이하기 원하는 이용자 층에 따라 시점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1인칭 시점은 숙련된 공포 게임 이용자들이 재미와 긴장을 느끼게 하기 좋고, 3인칭 시점은 좀 더 많은 이용자를 포괄할 수 있다.

    사운드 또한 공포감을 조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강동섭 분석가에 따르면 인간이 익숙해 하는 환경에서 변화가 생기면 변도체가 경고를 울린다. 모두에게 익숙한 음악에 변주를 준다거나, 아니면 아예 정적을 활용하는 것도 편도체를 자극하는 좋은 방법이 된다.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상호작용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언틸 던'처럼 QTE(퀵타임 이벤트)를 삽입해 긴장감을 배가하는 방법이나, 플레이어가 원하는 대로 위협에 대응할 수 없도록 조작을 통제하는 것도 자주 사용되는 방식이다. 또는 스토리에 공백을 의도적으로 둬 플레이어가 직접 배경 스토리를 수집하게 하는 방법도 몰입감 전달에 좋은 방법이 된다.



    ▲ 개인적으로는 바이오하자드 상인 아저씨가 '신경 안정제'였다

    ◎ 긴장과 안정 사이, 황글 밸런스 찾기

    앞서 언급한 공포의 리듬에 따라 플레이어에게 자극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긴장을 완화시키는 플레이 시퀀스 또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그것이 많은 명작(이라 불리는) 공포 게임들이 주로 퍼즐 요소를 채택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나 '라스트 오브 어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미니게임이나 퍼즐 요소는 도파민을 자극하고, 심리적 긴장을 효과적으로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다만, 강동섭 분석가는 사실적 묘사로 인한 시청각 충격은 사후에 완화시켜줄 수 있는 장치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이러한 충격은 이용자의 장기 기억에 남아 자칫 트라우마가 될 가능성이 있다. 보통 예방법을 두는 방식으로 게임 내에 적용이 가능한데, 공포 요소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두거나, 옵션을 통해 공포 요소를 제거하는 접근성 기능을 추가해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 공포스러운 크리처 디자인하기- 실무 경험에서 엿보는 공포 크리처 만들기 꿀팁(?)



    ▲ 공포 크리처 모델러의 고민을 엿볼 수 있던 시간

    공포 게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괴물, '크리처'는 공포 게임의 꽃이라 불릴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강연을 마무리하기 전, 김윤경 모델러가 발표를 맡아 공포 크리처의 설계 요소와 함께 실무 경험을 통해 얻은 몇가지 팁을 공유했다.

    그에 따르면, 공포 게임 속 크리처는 크게 네 가지 기법 아래 만들어진다. 익숙한 인체를 의도적으로 왜곡해 공포감을 주거나, 특정 세계관 속 바이러스, 기생 생물 등에 감염되었다는 세팅을 기반으로 기괴한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그 밖에 최근 추세로는 아름다운 캐릭터에 끌리는 본능을 활용하거나, 오래 기억될 만큼 강렬한 연출을 통해 공포의 여운을 남기는 기법도 존재한다.

    이어 김윤경 모델러는 '프라시아 전기' 속 크리처의 작업 경험을 공유하며, "무서움의 기준이 모호해 주관적인 판단이 많았고, 국가별 검열 기준 때문에 수정되는 경우도 많았다"고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아래는, 그가 경험을 통해 쌓은 "트라우마 (또는 검열?) 없이 긴장감을 연출할 수 있는 크리처의 가이드라인이다. 공포 게임을 개발하고자 하는 지망생이라면, 아래 연출 법을 참고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 조명 : 따뜻한 조명은 신경을 안정시킨다. 공포 게임에서는 주로 병원에서 볼 법한 차가운 온도의 조명을 사용해 긴장감을 주는 것이 좋다. 권장 온도는 5000K~6500K. '8번 출구' 또한 이러한 조명이 활용된 사례가 있다.

    ◎ 신체 훼손 범위 : 과도한 신체 절단, 내장 노출 등은 심의에 걸릴 소지가 있을 뿐더러, 혐오감을 불러일으켜 재미를 반감시킬 가능성도 높다. 신체 훼손의 범위와 강도가 높아질수록 해당 크리처에 대한 집중력은 향상되지만, 전반적인 게임의 정보를 담는 것은 어렵다는 연구 결과 또한 존재한다. 따라서, 적당한 수준으로 훼손을 유지하는 것이 권장된다.

    ◎ 혈액 사용량 : 크리처를 제작할 때 종종 '얼마나 피를 발라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이 드는 순간이 많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피가 살짝 나는 정도는 심박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바닥에 흥건할 정도로 피가 많으면 정신적 부담을 준다고 한다. 따라서 신체의 40~50% 정도 덮는 것이 적당할 것이다.

    ◎ 피의 채도 : 높은 채도의 붉은 피는 심박수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긴장감을 주려면 붉은 피를, 그 부담을 조금 줄이려면 채도를 낮추거나 푸른 배경을 섞는 것이 좋다.



    ▲ 위 조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는 대표적인 크리처의 모습
    (다잉 라이트2의 밴시와 라스트 오브 어스2의 스토커)



    ▲ 한눈에 보는 공포 게임 디자인 가이드 요약.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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