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기] 오토배틀러의 새로운 변신 '레치: 디바인 어센트'

게임소개 | 윤홍만, 윤서호 기자 | 댓글: 2개 |

혜성처럼 등장한 오토배틀러는 한때 새로운 장르로서 주목받았다. 덱빌딩이라는 전략적 요소, 오토배틀러 특유의 자동 전투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운 요소, 그리고 조합의 재미에 이르기까지, 장르의 시조라고 불리는 오토체스를 비롯해 도타 언더로드, 전략적 팀 전투(이하 TFT) 등 후발주자들 역시 하나같이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그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오토체스가 정립한 문법에서 대체로 벗어나지 않는 형태라는 점부터, 변칙적인 요소로서 재미를 더해줄 운 요소가 오히려 전략성을 깎아내리는 등 시스템적으로 잡음을 내기 시작했고, 한때는 새로운 장르로서 주목받았던 오토배틀러는 초창기의 명성이 거짓말인 것처럼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신작을 보기 어려운 장르가 됐다. 살아남은 것이라곤 장르의 시조인 오토체스도 아닌,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불세출의 IP를 기반으로 한 전략적 팀 전투뿐이니,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 이번 차이나조이 2025 현장에서 오랜만에 오토배틀러 신작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지스타 인디 게임존처럼 인디 게임들을 한자리에 모은 차이나조이 익스프레스 존에 자리 잡은 '레치: 디바인 어센트(이하 레치)'가 그 주인공이다. 처음에는 이게 진짜 오토배틀러인가 싶을 정도로 레치는 그간의 오토배틀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오토배틀러의 새 문법을 쓰고자 하는 '레치'의 도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직접 체험해 봤다.



▲ 첫인상부터 기존의 오토배틀러와는 여러모로 다르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그간의 오토배틀러라고 한다면 오토체스가 정립한 문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면이 있다. 다양한 세력/종족이 존재하며, 같은 세력이나 속성의 유닛을 배치할 때마다 일종의 버프 효과를 얻는 것부터 똑같은 유닛을 중첩해서 뽑으면 진화시킬 수 있다거나 플레이어가 전투에 개입할 수 없어서 자동(오토)으로 전투(배틀)를 진행하는 것까지 핵심적인 특징은 대체로 동일한 경우가 많다.

반면, '레치'는 첫인상은 물론이고 게임의 전반적인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오토배틀러와 크게 다르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여러 유닛을 구매하고 관리, 조합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 기존의 오토배틀러와 달리 '레치'의 유닛은 하나뿐이라는 점이다. 시연 빌드에서는 기사(Knight), 낭인(Ronin), 암살자(Assassin) 3명의 캐릭터가 존재했는데 플레이어는 이들 중 하나를 선택해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 어떤 모션을 어떤 순서대로 조합할지가 핵심이다

게임을 시작하면 본격적인 전투에 앞서 장비를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다. 다른 오토배틀러에서 유닛을 뽑는 시간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여기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은 왼쪽의 가방이다. 맨 처음 가방에는 2개의 모션밖에 없는데 이 모션들이 여타 오토배틀러의 유닛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유닛을 뽑고 어떻게 배치할지 고민하는 것처럼 '레치'에서 플레이어는 어떤 모션을 뽑고 이를 어떤 순서로 배치할지 고민해야 한다.

각 모션은 대미지, 에너지 소비량, 쿨타임 등이 존재하며, 커서를 갖다 대면 *마크가 표시된 것을 볼 수 있는데 여기에 다른 모션을 부착하는 것으로 연계를 펼치는 것이 가능하다. 간단히 말하자면 모션을 많이 사고 많이 연결할수록 더 긴 연계기를 펼친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 모션 조합의 핵심은 쿨타임과 에너지 소비량을 파악하는 데 있다

그렇다는 것은 그냥 모션을 길게 붙이면 되는 것 아니냐 할 수 있는데 그것이 또 그렇게 간단한 것은 아니다. 각 모션에는 에너지 소비량이 존재하는데 모션을 연계할 때마다 에너지를 소모하며, 이것이 0이 되면 잠시 멈춰서 에너지를 채우고 다시 처음 모션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최대 에너지를 고려해서 연계가 끊임없이 이어질 수 있도록 모션들의 연계를 짜야 한다.

쿨타임과 각 모션의 특징 역시 신경써야 한다. 강력한 모션은 그만큼 쿨타임이 길기에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적절한 타이밍에 써야 한다. 무턱대고 초반에 넣는다든가 아무렇게나 넣으면 공격을 하기도 전에 적의 연타를 맞을 수도 있다.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연격의 마지막에 넣는다든가 하는 식의 고민이 필요하다. 신경써야 할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각 모션은 여러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를테면 발차기나 찌르기의 경우 적을 크게 뒤로 날려버리는데 이러한 모션 뒤에 바로 연격 모션을 넣게 되면 상대가 근처에 없는데도 공격을 해 헛방을 날릴 수도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 연속 찌르기로 적이 크게 튕겨 나가 공격 범위 밖임에도 불구하고 자동으로 공격하는 모

정리하자면 각 모션의 쿨타임과 에너지 소비량, 그리고 각 모션의 특징을 고려해서 적절한 순서대로, 그리고 적당한 개수의 모션을 조합하는 것이 바로 승리의 열쇠인 셈이다.

전투는 이렇게 짜둔 모션대로 알아서 진행한다. 잘 짜두면 적에게 단 한 순간도 공격을 허용하지 않고 압도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적당히 짜두면 서로 공격을 주고받기 일쑤고, 어설프게 짜뒀다면 초반임에도 고생할 수도 있다.



▲ 모션 외에도 모션을 강화하는 장비와 보석 등을 살 수도 있다

모션은 상점에서 구매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때 리롤을 해서 품목을 갱신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살 수 있는 것이 모션뿐이라는 것은 아니다. 모션 외에도 일반적인 장비와 보석 역시 살 수 있다. 장비의 경우 부착한 모션의 능력치를 강화할 수 있는데 공격력을 강화하거나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쿨타임을 빠르게 하는 식이다. 이는 보석 역시 마찬가지로, 일부 모션들은 소켓이 달린 경우가 있는데 이 부분에 보석을 장착함으로써 장비와는 별개로 모션을 강화하는 것이 가능했다.

시연에서는 제반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했기에 모션을 엉망으로 조합해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죽기 일쑤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션을 조합한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그럴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게임의 완성도를 조금만 더 높인다면, PvP 게임으로서 다른 게임과는 사뭇 다른 재미를 선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오토배틀러라는 장르의 특징으로 자신만의 색깔로 재해석한 '레치'는 이번 차이나조이 익스프레스 존에서도 여러모로 주목할 만한 인디 게임으로 여겨졌다. 다만, 아쉬운 점이 없던 건 아니다. 오토배틀러 특성상 자동 전투를 기반으로 하기에 게임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깔려야만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시연 현장에서는 모션을 어떤 식으로 조합할지 장비는 어떤 식으로 써야 할지 잘 몰라서 헤매는 경우가 부지기수일 정도였다.

일말의 아쉬움이 남기는 했지만, 그게 곧 '레치'가 재미없다는 그런 소리인 건 아니다. 다소 진입장벽이 느껴지긴 했지만, '레치'는 준수한 완성도를 보여줬다. 시연 빌드에서도 이 정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으니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더 기대될 정도였다고 해야 할까. 그런 의미에서 색다른 오토배틀러를 찾는 게이머들이 있다면, 곧 출시될 '레치'를 기대해 보길 바란다. 기존의 오토배틀러와는 사뭇 다른 모습에서 오는 어색함이 익숙함으로 변하는 순간, 분명 만족할 만한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