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브컴] '스토커 2' 개발기 "전쟁 속 160GB의 저항, 불가능을 현실로"

게임뉴스 | 이두현 기자 | 댓글: 2개 |
GSC 게임 월드가 19일(현지시간) 독일 쾰른에서 열린 '데브컴 개발자 콘퍼런스 2025'에서 신작 '스토커 2: 하트 오브 초르노빌'의 파란만장한 개발 과정을 공개했다. 예브겐 그리고로비치 CEO와 마리아 그리고로비치 총괄 프로듀서는 "160GB의 저항"이라는 주제로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회사 이전 등 최악의 상황 속에서 게임을 완성한 경험을 공유했다.



▲ (왼쪽부터) 마리아 그리고로비치 총괄 프로듀서, 예브겐 그리고로비치 CEO

마리아 그리고로비치 총괄은 강연 도중, 과거의 어려움에 벅차올라 울먹이기도 했다. 청중은 그에게 박수를 보내며 응원했다.


"이길 수 없는 세계에서 과정 자체를 사랑하라"




먼저 '스토커' 시리즈의 핵심 철학이 소개됐다. 마리아 그리고로비치는 "'스토커'는 이길 수 없는 게임"이라며, "플레이어는 이 세계에서 살아남는 과정 자체를 사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 속 주인공은 초인이 아닌, 생존을 위해 먹고 자야 하는 연약한 인간으로 설정됐다.

예브겐 그리고로비치 CEO는 핵심 게임플레이를 '탐험(expedition)'에 비유했다. 플레이어는 안전 거점에서 목표 설정과 장비 준비를 마치고 미지의 세계로 여정을 떠난다.

이 과정에서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을 마주하게 되며, 목표를 달성한 뒤에는 자원이 고갈된 상태로 위험한 귀환길에 올라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안전 거점에 돌아왔을 때 비로소 안도감을 느끼는 것이 게임의 핵심 순환 구조다.


"불가능하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스토커 2'의 서사는 10번의 전면 폐기 끝에 11번째 초안에서야 완성될 만큼 공을 들였다. 개발 과정에서 회사는 20명 규모에서 500명이 넘는 대형 스튜디오로 성장했다.




개발 과정의 가장 큰 시련은 우크라이나 전쟁이었다.

GSC는 전쟁 발발 가능성이 커지자 팀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버스와 비상 물품을 준비하는 등 비상 계획을 수립했다. 전쟁이 시작되자 수백 명의 직원과 가족들을 우크라이나 서부와 헝가리로 대피시켰고, 이후 체코 프라하에 새로운 거점을 마련해 개발을 재개했다.

마리아 그리고로비치는 "많은 이들이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아무도 우리에게 그렇게 말해주지 않았기에, 우리는 해냈다"고 말했다.

기술적인 도전도 만만치 않았다. 언리얼 엔진 5라는 신기술을 도입하며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야 했고, 특히 콘솔 최적화는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예브겐 CEO는 "8.5GB의 제한된 공유 메모리를 가진 콘솔 환경에 방대한 오픈월드를 구현하는 것은 극히 힘들었다"며, 에픽게임즈와 엑스박스 팀의 기술 지원이 결정적이었다고 밝혔다.


"우리가 진정 믿는 것을 담았다"




GSC는 게임 속에 우크라이나의 문화와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담아냈다. 우크라이나의 실제 모자이크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 현지 성우들이 녹음한 음성, 그리고 400곡이 넘는 우크라이나 인디 밴드의 음악을 게임 곳곳에 배치했다.

'엑스트라바간자(Extravaganza)'라는 사내 문화도 소개됐다. 한 달에 하루,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 제도를 통해 플레이어가 직접 기타를 연주하는 기능이 탄생했다. 이 기능은 한 브라질 팬이 게임 속에서 우크라이나 노래를 연주하며 지지 영상을 올릴 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다.

출시 당일, 150GB에 달하는 게임 파일을 내려받으려는 이용자가 몰리면서 5시간 동안 우크라이나 전역의 인터넷이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성공과 고난"




발표 말미에 GSC는 개발 과정을 스스로 요약했다. 성공적인 부분으로는 ▲500명 이상의 팀을 꾸려 게임을 출시한 점 ▲'스토커' 고유의 분위기를 구현한 점 ▲우크라이나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린 점 ▲회사 역사상 가장 야심 찬 게임을 완성한 점을 꼽았다.

반면 힘들었던 점으로는 ▲팬데믹, 전쟁, 회사 이전을 겪으며 시험대에 오른 회복탄력성 ▲때때로 까다로웠던 콘솔 최적화 작업을 들었다. 특히 "야망과 현실의 균형을 맞추는 과정에서 일부 기능에 대해 조기에 힘든 결정을 내려야 했다"고 밝히며 개발 과정의 고충을 털어놨다.


"우크라이나를 지켜온 모든 이들에게"




GSC는 게임의 엔딩 크레딧에 담긴 헌사를 공개하며 발표를 마쳤다. 이 메시지는 '스토커 2'가 단순한 게임을 넘어, 역경 속에서 피어난 우크라이나의 저항 정신 그 자체임을 보여준다.

"고통, 죽음, 전쟁, 공포, 그리고 비인간적인 잔혹함 속에서도 우크라이나는 인내할 것입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우크라이나를 지켜왔고, 지금도 지키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 게임을 바칩니다. 이 날을 가능하게 한 모든 이들에게. 이 전쟁으로 희생된 모든 이들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며." - GSC 게임 월드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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