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소울라이크 제2파 '명말: 공허의 깃털'

매력적인 소재와 액션, 살짝 아쉬운 완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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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말: 공허의 깃털(이하 명말)'은 출시와 동시에 전 세계 수많은 게이머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게임이다. 미모의 여주인공 무상의 강렬한 존재감, 쿵푸 액션과 소울라이크의 참신한 결합, 그리고 눈을 즐겁게 하는 화려한 연출과 비주얼까지. 모든 면에서 흠잡을 데 없는 모습을 보여주며 출시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기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개인적으로 소울라이크 장르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게임사들이 보여준 눈부신 발전상을 지켜보며 '명말'에 대한 정보가 공개될 때마다 기대감이 나날이 커져갔다.

그랬던 '명말'의 출시일이 7월 24일,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때는 소위 '하는 사람만 하는' 매니악한 장르로 취급되던 소울라이크지만, 오늘날에는 상황이 좀 다르다. 대중적인 장르까지는 아니어도 주류 장르 중 하나로 거론될 정도로 대중성에도 힘을 싣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등장한 '명말'은 그간 출시된 수많은 소울라이크와 비교했을 때 어떤 차별점으로 무장했을까? 어떤 요소들이 '명말'을 특별하게 만들었을지, 그리고 무엇보다 과연 재미있었을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게임명: 명말: 공허의 깃털
장르명: 소울라이크 액션 RPG
출시일: 2025. 7. 24
리뷰판: 프리뷰 빌드
개발사: 린지 게임즈
서비스: 린지 게임즈
플랫폼: PC, PS5, XSX|S
플레이: PS5


소울라이크의 문법은 착실히 따르고육성과 액션으로는 차별화하고

'명말'의 특징이나 차별점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먼저 언급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게임의 근간이 되는 소울라이크 장르에 대한 부분이다. 아무리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임이라도 대부분은 장르의 특징과 기준을 명확히 잡은 후 차별화를 꾀하는 것처럼, 소울라이크는 특히나 그렇다. 워낙 코어 팬층이 두터울 뿐만 아니라 '엘든 링' 같은 걸작을 비롯해 비슷한 장르에서 수작이나 명작이라고 할 만한 게임이 이미 많기 때문에, 소울라이크에 대한 기준점은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명말'은 기본적으로 소울라이크의 문법에 충실한 게임이다. 희망 없는 다크 판타지 세계관, 스태미나를 기반으로 한 정교한 공방, 도전적이고 강력한 보스, 그리고 불사라는 키워드가 대표적이다.




'명말'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명나라 말기라는 혼란스러운 시대적 배경 속에서 사람을 괴물로 바꾸는 '우화병'이 퍼지면서 인외마경으로 변한 촉 땅을 무대로 한다. 끔찍한 우화병이지만, 주인공 무상을 비롯한 일부에게는 힘을 주기도 한다. 정리하자면 '명말'은 기억을 잃은 무상이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는 한편, 자신의 우화병을 치료하기 위한 여정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여타 소울라이크의 배경이나 설정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여기서 말하는 배경과 설정은 요리로 치면 재료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재료를 가지고 어떤 요리를 만들지는 요리사인 개발사의 몫이다. 일반적으로 여기서 두 갈래로 갈리곤 한다. 특별하진 않더라도 그 안에서 완성도를 높인 '꽉 찬 육각형' 같은 게임을 만들거나, 혹은 비장의 요소를 넣어 차별화하는 식이다. '명말'은 후자에 가깝다. 소울라이크의 문법을 착실히 따르는 한편, 색다른 육성 방식과 다양한 액션을 조합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 신단을 통해 세계 초기화, 레벨업, 지역 이동 등을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소울라이크의 육성 방식은 경험치(재화)를 모아 특정 능력치를 올리고 그에 따라 레벨이 오르는 식이지만, '명말'은 조금 다르다. 자신이 주로 쓰는 무기의 노드를 해제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얼핏 기존 소울라이크를 떠올리면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물론 이는 단지 다른 방식에서 오는 어색함일 뿐이다. 딱히 더 복잡하거나 할 것도 없고, 익숙해진다면 오히려 직관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예를 들어 다른 소울라이크라면 쓰려고 하는 장비에 따라 능력치를 올리기 마련이다. 너무 무거워서 회피 속도나 성능이 떨어진다면 한계 무게를 늘리는 능력치를 올리거나, 무기라면 그 무기의 능력치 보정이나 필요한 능력치를 보고 올리는 식이다. 정형화된 방식이라지만, 다르게 보면 번거로울 수도 있다. 같은 종류의 무기라고 해서 똑같은 능력치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기에 경우에 따라서는 능력치를 초기화하는 일도 더러 발생한다.



▲ 노드는 물약과 5종의 무기, 총 6갈래로 구성되어 있다

반면, '명말'은 자신이 쓰는 무기 노드만 신경 쓰면 되니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장도를 주로 쓴다면 그냥 장도 무기 노드만 올리면 된다. 그 노드 안에는 장도를 쓸 때 효율적인 능력치 등이 포진해 있는 만큼, 어떤 능력치를 올릴지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무기 강화 역시 마찬가지로 대장장이 등의 NPC를 찾아갈 필요 없이 해당 무기 노드 안에 있는 무기 숙련도(강화 수치) 노드를 해제하면 된다.

그렇다고 무지성으로 아무렇게나 올려도 상관없다는 건 아니다. 노드를 해제함에 따라 후술할 유파 스킬을 해제할 수도 있는데, 어떤 유파 스킬을 해제하는지에 따라 공격적으로 플레이할지 방어적으로 플레이할지 플레이 스타일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다른 소울라이크에는 기본적으로 방어 기능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지만, '명말'은 다르다. 이 방어마저도 유파 스킬이다. 앞서 예시로 든 장도의 경우에는 방어가 아닌, 회피하면서 적을 베는 유파 스킬이 달려있기에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게임의 기본 방어 기제라고 할 수 있는 회피를 좀 더 극대화함으로써 끊임없이 물 흐르듯 공방을 펼칠지, 아니면 적의 공격을 막거나 튕겨내는 식으로 보다 안정적으로 플레이할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 무기 스킬이 공격용이라면 유파 스킬은 방어/회피용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여타 소울라이크가 특정 장비나 빌드를 구상하고 거기에 맞게 능력치를 올리는 식이라면, '명말'은 자신이 쓰는 무기 노드에서 활용도에 따라 노드를 해제하고 성장하는 직관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노드를 기반으로 한 성장 방식을 통해 차별화를 꾀한 '명말'은 다음으로 무기 스킬, 유파 스킬, 그리고 주술의 조합을 통해 전투에서 차별화를 꾀했다. 일단 기본적인 전투 시스템은 여타 소울라이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공격과 회피 등에 스태미나가 소모되고, 적을 공격해서 경직치를 누적시키면 그로기 상태에 빠지며 '처단'이라는 강력한 일격을 날릴 수 있는 것까지 큰 틀에서 보면 비슷하다.

다만, 비슷한 것은 큰 틀에서의 이야기일 뿐 액션의 결은 여타 소울라이크와는 사뭇 다르다. 그 이유는 무기 스킬과 유파 스킬 덕분이다. 일반적으로 소울라이크의 전투는 다소 단조롭게 흘러가는 경향이 있다. 화려한 스킬은 모션이 강력한 만큼 애니메이션이 길고 도중에 끊을 수 없기에 보스전에서는 오히려 위험한 상황만 연출할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대부분은 '구평(구르고 평타)'이라 불리는, 구르고 때리는 방식의 단순하지만 가장 안정적인 전투법을 주로 사용하곤 한다.



▲ 장도의 기본적인 유파 스킬은 회피형이지만, 노드를 해제하면 패링을 쓸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단조로운 전투를 '명말'은 무기 스킬과 유파 스킬에 붙은 다양한 방어 기제를 통해 해결했다. 스킬에 붙는 방어 기제는 막기, 대항, 파해, 질우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된다. 막기는 가장 단순한 방어 기제로, 말 그대로 무기로 막아 대미지를 줄이는 것이다. 기본적인 방어 기제로 여기까지는 딱히 새로울 게 없다.

핵심은 대항, 파해, 질우다. 적이 공격할 때 대항이 붙은 스킬을 쓰면 공격의 일부를 상쇄하여 대미지가 줄어들고, 질우는 회피와 동시에 적을 공격한다. 파해는 다른 게임의 패링을 생각하면 쉽다. 타이밍을 맞추면 적의 공격을 튕겨내고 어떠한 대미지도 받지 않는다.



▲ 파해는 타이밍도 넉넉하고 노드를 해제해 강화하면 추가 공격을 펼치는 것도 가능하다

스킬에 붙는 이러한 다양한 방어 기제를 통해 '명말'은 플레이어에게 취향에 맞는 무기를 쓰게 하는 동시에, 어떻게 싸우는 걸 선호하는지 그리고 상대의 공격에 어떻게 대응할지 즐거운 고민거리를 선사한다. 익숙해진다면 적의 공격을 거의 다 튕겨내고 압도하는, 무협 영화의 쿵푸 액션에 가까운 액션을 펼치는 것도 가능하다.

당연하게도 이런 스킬을 쓰기 위해선 나름의 스킬 포인트가 필요하다. '명말'의 스킬 포인트는 신력이라고 해서 적을 공격하거나 퍼펙트 회피를 하면 차는 방식으로, 플레이어에게 적극적으로 보스와 싸우도록 유도한다. 정신없이 싸워야 스킬을 더 많이 쓸 수 있고, 더 쉽게 잡을 수 있으며, 더 멋진 액션을 볼 수 있는 셈이다.



▲ 주술은 단순한 보조 기술이 아니다. 그 자체로 강력한 공격 수단이기도 하다

술법과 우화 두 종류로 분류되는 주술도 마찬가지다. '명말'의 주술은 다른 게임에서 거리를 벌리고 강력한 한 방을 날리는 마술이라기보다는 전투를 더욱 맛깔나게 해주는 요소에 가깝다. 무엇보다도 앞서 언급한 방어 기제가 달린 주술도 제법 많기에, 익숙해지면 스킬을 쓰는 것처럼 근접 공격을 하면서 주술로 보스를 몰아붙이는 것 또한 가능하다.

뒤잡기 역시 놓칠 수 없다. 소울라이크라면 으레 있는 당연한 요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명말'은 이 뒤잡기 역시 좀 더 예리하게 다듬었다. 인간형 적의 경우 뒤에서 차지 강공격을 날리면 단숨에 그로기 상태에 빠진다. 이는 보스도 마찬가지여서 계속 싸우면서 적의 빈틈을 찾도록 유도한다. 물론 당연하게도 뒤를 잡는다는 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차지 중 공격을 받을 수도 있고 정확히 적의 뒤를 노려야 하기에 실패할 확률도 높다는 점에서 어디까지나 빈틈을 노리는, 적극적인 플레이를 유도하는 정도로 볼 수 있다.



▲ 패턴만 파악하면 인간형 보스는 뒤잡기로 쉽게 상대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요소들이 맞물린 '명말'의 액션은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스킬과 주술의 방어 기제를 완벽하게 파악해서 끊임없이 연격을 펼칠 수 있다면 어지간한 스타일리시 액션 게임 못지않은 쾌감을 선사하지만, 전통적인 소울라이크를 떠올리며 구평만 쓴다면 애니메이션이나 연출이 괜히 길고 화려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완벽하게 익혔다면 어지간한 소울라이크 이상의 액션을 선사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장점 만큼이나 눈에 띄는 단점들부족한 최적화, 길찾기, 그리고 레벨 디자인



▲ PS5 프레임 모드로 아무렇게나 찍어도 썩 볼만한 비주얼이다

이처럼 매력적인 요소들로 무장한 '명말'이지만, 흠잡을 데 없는 명작이라고 하기엔 다소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다. 가장 아쉬운 점을 꼽자면 최적화를 들 수 있다. 일단 최적화에 대해 본격적으로 말하기에 앞서 아트와 비주얼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명말'은 명나라 말기라는 혼란스러운 시대적 배경 속에서 우화병이라는 끔찍한 질병이 퍼지는 촉 땅을 무대로 하고 있는데, 웅장한 산세부터 폐허가 된 마을, 어딘지 오싹하게 만드는 각종 소품에 이르기까지 여러모로 인상적이다. 대놓고 비주얼에 공을 들였다는 티가 팍팍 날 정도다.

하지만 이러한 아트와 비주얼을 지탱해야 하는 최적화는 그리 좋지 못했다. PS5에서는 여러 그래픽 옵션을 제공했는데, 소울라이크 특성상 프레임이 가장 중요하기에 프레임 모드로 했음에도 딱히 부드럽다는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프레임이 시도 때도 없이 널뛰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프레임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느낌이었다.



▲ 우화병이 퍼지고 요괴와 도적 떼가 난립하면서 촉 땅은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인외마경으로 변했다

그래픽적인 문제도 있었다. 자체적으로 업스케일링 기능을 넣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화려한 이펙트가 터질 때면 해상도가 떨어지는지 순간적으로 다소 흐릿해지곤 했다. 여기에 화면을 전환할 때마다 발생하는 테어링 현상까지 여러모로 신경 쓰이게 하는 요소들이 많았다. 이처럼 프레임 등이 안정적이지 못하면 장르를 불문하고 불쾌한 인상을 줄 수밖에 없지만, 다른 장르보다도 이는 소울라이크에 더 치명적이다. 한 번의 실수로도 죽을 수 있는데 계속해서 신경 쓰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PC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명말'의 PC 권장 사항은 i7-9700에 RTX 2070인데, 기자가 플레이한 PC 버전은 i7-10700에 RTX 3070으로 전체적으로 한 단계 높은 사양이었음에도 안정적인 프레임을 위해서는 세부 그래픽 설정을 중옵 또는 하옵으로 바꿔야 했을 정도였다.



▲ PS5에서는 이런 테어링 현상이 빈번히 발생한다

그래도 이런 최적화는 어느 정도는 넘어갈 수도 있다. PS5에서는 도저히 못 할 정도인 것도 아니고 PC에서도 크러시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등 치명적인 문제는 없었기 때문이다. 진짜 심각한 건 따로 있다. 바로 레벨 디자인에 대한 부분이다.

양날의 검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부분인데, '명말'은 각 지역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로 탐험하는 재미 하나는 확실하다고 할 수 있다. 플레이하다 보면 '와, 이게 여기로 연결된다고?'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그게 왜 단점이냐고 할 수도 있는데, 문제는 유도하는 방식 자체가 그리 좋지 않다는 점에 있다.

일반적으로 이처럼 맵이 넓은 게임의 경우 여러 장치를 마련해 플레이어가 어디로 가야 할지 유도하곤 한다. 특정 보스를 쓰러뜨리지 않으면 길이 열리지 않는다거나 하는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명말'은 그런 식의 내비게이션, 알게 모르게 인도하는 기능이 여러모로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다.



▲ 이 근처에 있다는 건 알겠는데 도대체 어디에 숨은 걸까

특히 NPC와 연계된 서브 퀘스트를 할 때 이러한 문제점이 두드러졌다. 일부 NPC들은 퀘스트를 주면서 지역을 왔다 갔다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NPC들이 정확히 어디 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나침반이 있어서 거점 역할의 신단이나 NPC 위치를 알려준다고 하지만, 이 역시 눈에 보이는 거리까지 가야 알려주는 거고 이 외에는 그 지역에 있다는 것만 알려줄 뿐이어서 지나치기 일쑤였다.

플레이어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요소는 또 있다. 스테이지 구성이라고 해야 할까. '명말'의 맵 디자인과 적들의 배치는 여러모로 악의적이다. 소울라이크와 죽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지만, 그렇다고 소울라이크 코어 팬들이 모두 고난을 즐기는 것은 아니다. 소울라이크의 핵심 메커니즘은 플레이어에게 극복할 수 있는 고난을 선사하는 동시에 그것을 뛰어넘었을 때 희열을 느끼도록 하는 데에 있다.

문제는 '명말'은 처음 가보면 당할 수밖에 없는 함정이나 기습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구석에서 튀어나오고, 가려진 곳과 안 보이는 곳에서 화살이나 대포, 총을 쏠 뿐만 아니라 강적 역시 빈번하게 등장해 '일부러 스트레스를 주려고 이렇게 만들었나?' 싶을 정도였다.



▲ 설산 지역 스트레스의 일등공신 지뢰. 많아도 너무 많다



▲ 유도 성능을 가진 독항아리는 도대체 누구 아이디어인 걸까

'명말'만의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는 심마 시스템 역시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았다. 심마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인간형 적을 죽이거나 자신이 죽으면 심마가 쌓이고, 괴물이나 요괴화한 우화형 적을 죽이면 심마가 줄어든다. 심마가 점점 쌓이게 되면 공격력이 강화되는 대신 받는 피해가 증가하는 등의 효과가 부여된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노드에서 특정 노드를 해금할 경우 심마 상태에서 더욱 능력을 강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종의 양날의 검 같은 시스템을 의도하고 구현한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이걸 조절하는 게 그리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다른 게임도 그렇겠지만, '명말'에서도 길을 막는 적을 골라서 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에 실제로 플레이할 때는 그냥 심마가 쌓이면 쌓이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 양날의 검을 의도한 심마 시스템이지만, 그리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의도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그로 인한 이점과 불이익 역시 거의 있으나 마나하다는 점이다. 심마가 100%인 상태에서는 공격력이 30~50% 증가하는 대신 받는 피해 역시 그만큼 증가한다면 플레이어에 따라서는 이를 의도적으로 이용하거나 혹은 안정적으로 플레이하기 위해 심마를 초기화하는 등 행동에 나서겠지만, 거의 체감되지 않는 수준이었기에 여러모로 어설프게 느껴졌다.

보스전의 경우 패턴을 파악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난이도가 극명하게 갈리는 느낌이었다. 패턴을 모른다면 보스의 공격에 아무것도 못 하고 죽는 경우가 많았지만, 패턴을 익힌 순간부터는 오히려 반대로 보스를 압도하고 쓰러뜨리는 것 역시 가능했을 정도다. 이 자체는 딱히 문제 될 게 없다. 오히려 '명말'다운 보스전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보스의 유도 성능과 기상 무적 판정에 대한 부분이다.

'명말'의 보스나 강적은 연속 공격을 하는 경우가 꽤 많았는데 문제는 기상 무적 시간이 거의 없어서 맞고 일어나다가 또 맞는 이상한 경험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적이 공격하는 게 뻔히 보이는데 처음 한 대를 맞았다고 해서 이어지는 연속 공격도 전부 맞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여러모로 불쾌하게 느껴졌다. 잘 만든 보스전, 패턴의 완성도를 터무니없이 높은 유도 성능과 거의 없는 수준의 기상 무적 판정이 해쳤다고 봐도 무방하다.



▲ 타이밍과 유도 성능이 무슨 최신 유도 미사일 수준이다


무난한 육각형 소울라이크매력적인 소재와 액션, 살짝 아쉬운 완성도




앞서 여러 아쉬운 점을 이야기했지만, 그렇다고 '명말'이 못 만들거나 재미없는 소울라이크라는 뜻은 아니다. 냉정하게 평가해도 '명말'은 무난한 소울라이크라고 할 수 있다. 기자 역시 그렇지만, 소울라이크는 워낙 코어 팬층이 두껍고 수작이 많다는 점에서 '명말'이 다소 저평가될 수도 있다. 애초에 기준 자체가 높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서 말하는 '무난하다'는 것은 '보통 품질'의 게임이라기보다는 '꽤 할 만한 게임'이라는 뉘앙스에 더 가깝다.

그렇다면 '할 만한 게임'이라고 하면 되지 왜 굳이 애매모호하게 표현하냐고 할 수도 있는데, 그 이유는 단순하다. '명말'을 정말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쉽게 추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분명 '명말'은 자신만의 특징과 차별점이 있는 게임이지만, 그게 압도적이지는 않았다. 아트와 비주얼 또한 썩 괜찮지만, 충격을 받을 정도는 아니다. 최적화나 레벨 디자인 같은 부정적인 요소 역시 게임을 도저히 못 할 정도로 치명적이지는 않다.

한마디로 말해 '명말'은 전투는 정말 좋지만 스토리나 최적화가 형편없는 게임도 아니고, 아트와 비주얼은 독보적이지만 그 외의 전투 같은 부분은 도저히 못 할 수준의 게임도 아니다. 장점과 단점이 각 요소별로 적절히 섞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 미형의 여주인공 무상. 방어구를 갈아입히는 맛이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단점을 모두 더해보면 '명말'은 플러스 요소가 더 많은 게임이다. 그런 의미에서 재미있는지 묻는다면 분명 재미있다고 할 수 있다. 일단 무상이라는 매력적인 여주인공 그 자체만으로도 볼만하며, 다양한 방어구를 갈아입히며 플레이하는 재미도 있고 인상적인 보스들도 적지 않다. 스토리 역시 준수한 편으로 우화병을 둘러싼 비밀 또한 제법 흥미로웠다.

결론적으로 '명말'은 소울라이크를 즐겨 하는 매니아라면 분명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소울라이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거나 하는 그런 게임은 아니지만, 눈을 즐겁게 해주는 비주얼과 화려한 액션을 선사하는 소울라이크를 찾는다면, 어쩌면 '명말'이 그 해답일지도 모르겠다.

  • 자유롭게 선택하는 육성 방식
  • 잔혹하면서도 매력적인 아트와 비주얼
  • 다양하고 연구하는 맛이 있는 액션 조합
  • 좋지 못한 최적화 (PC, PS5)
  • 여러모로 아쉬운 레벨 디자인
  •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던 심마 시스템

리뷰 플랫폼: PS5 (프리뷰 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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