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 리의 여정은 1998년 11월, '레인보우 식스'와 '퀘이크'를 결합한 게임 아이디어를 떠올리면서 시작됐다. 약 6개월간 프로토타입을 제작한 후, 맵 제작자의 도움을 얻기 위해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이를 계기로 만난 제시 클리피와 협력해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개발했고, 게임의 인기는 아마추어 개발자의 예상을 뛰어넘어 빠르게 성장했다. 이는 그의 경력이 거대 자본이 아닌 커뮤니티의 지지와 순수한 열정에서 시작되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성공 초기, 밸브가 접촉하기 직전에 그는 밴쿠버의 '바킹 독 스튜디오'에 합류하여 '글로벌 오퍼레이션스'라는 게임을 개발하고 있었다. 그는 '글로벌 오퍼레이션스'가 그래픽 등 여러 면에서 더 나은 게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가진 엄청난 기세와 사용자 기반 때문에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 경험을 통해 "한번 거대한 성공을 거두어 추진력을 얻은 게임의 왕좌는 빼앗기 매우 어렵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밝혔다.
밸브에 합류한 후 그는 개발자에게 전적인 자유를 주는 수평적인 조직 문화 속에서 일했다. 그는 밸브의 이러한 개발 방식은 막대한 자본력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며, 대부분의 다른 회사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이 경험은 그에게 이상적인 게임 개발 환경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으며, 이후 다른 회사의 조직 문화를 평가하는 척도가 되었다.
이 시기 집세를 아끼려 사무실에서 몰래 잠을 자다 노숙자로 오해받거나, 동료들과 사무실에서 에어소프트 건으로 서바이벌 게임을 즐기다 경고 메일을 받는 등, 자유로운 문화 속에서 겪었던 개인적인 일화들도 공유했다.

2006년, 그는 독립적으로 새로운 게임을 만들기 위해 밸브를 떠났다. 이후 '택티컬 인터벤션' 개발에 착수했으나, 한국의 마케팅 회사 픽스코리아와 협업하며 경력에서 가장 어두운 시기를 맞았다. 그는 7년간 회사를 떠나지 못했던 이유가, 단지 '카운터 스트라이크 개발자'와 일하고 싶다는 꿈만으로 한국까지 와서 최저 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으며 일했던 동료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시기는 그에게 가장 큰 시련이었지만, 동시에 게임 기획 외에 사업, 자금 조달, 파트너십의 중요성 등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게임 산업의 냉혹한 현실을 온몸으로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2013년에 출시된 게임은 실패로 끝났고, 민 리는 이 경험을 통해 얻은 두 가지 중요한 교훈을 강조했다. 먼저 7년간 외부 플레이 테스트 없이 폐쇄된 환경에서 멀티플레이어 게임을 개발한 것은 '실패를 위한 조리법'과 같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 파트너와 계약할 때는 "상황이 잘못되었을 경우를 대비한 출구 전략" 조항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자신에게 그런 조항이 없어 프로젝트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그는 2014년 '러스트(Rust)' 개발사 페이스펀치 스튜디오에 합류했다. 그는 '러스트'의 꾸준한 성장을 보며, "독창적인 핵심 아이디어를 가진 게임은 개발자가 꾸준히 콘텐츠를 추가하고 개선한다면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2018년에는 한국의 펄어비스로부터 아파트와 차를 제공받는 등 파격적인 제안을 받고 합류했다. 펄어비스에서의 경험은 그에게 한국형 AAA 대기업의 개발 문화를 체험하게 하며 경력에 다채로운 시각을 더해주었다. 그는 '플랜 8'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한국 최고의 인재들과 일하는 기회를 가졌으나,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캐나다로 돌아가기 위해 퇴사를 결정했다.

현재 그는 12명의 인디 개발자들과 함께 4인 협동 FPS 게임 '알파 리스폰스'를 개발하고 있다. 인디 개발자로 돌아온 그의 모습은,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만들었던 초심으로 돌아가되 지난 25년간 축적한 실패와 성공의 데이터를 모두 활용하는 베테랑의 면모를 보여준다.
특히 그는 강연 말미에 자신의 최근 경험을 바탕으로 한 '배운 점(Lessons learned)' 슬라이드를 공유하며 인디 개발자들을 위한 구체적인 조언을 남겼다. 그는 먼저 '자신의 타겟 고객을 명확히 파악하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타겟 고객에 맞는 인플루언서와 협업하라'고 조언하며, '너무 광범위한 시청자층을 가진 대형 인플루언서는 피하라'고 구체적으로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투자 유치와 관련해, '게임이 타겟 고객에게 어필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전까지는 투자금을 유치하려 하지 말라'며, '설득력 있는 지표(convincing metrics)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강연을 마치며 민 리는 "게임 산업이 현재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이 시기를 잘 이겨내고 모두가 각자의 길에서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