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오늘날 조 무사시를 기억하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시노비의 3D 리메이크가 색다른 플레이로 컬트적 인기를 끌었던 게 PS2 시절에 3DS로 출시된 마지막 작품은 이미 15년 가까이 됐다. 'SHINOBI 복수의 참격(이하 복수의 참격)'은 그런 시노비의 부활 프로젝트였다. 일견 과거의 명성에 기댄다는 불만도 있었고, 젊은 게이머들에게 인지도가 떨어지는 게임을 선택했으리라는 부정적 견해도 있었다.
자, 그럼 여기까지 한 옛날 이야기는 이제 잊어도 괜찮다. '베어너클4'로 레트로 스타일 장르의 부활을 가져온 리자드큐브는 시노비를 고전적인 플랫포머를 잇는 동시에, 현대적인 게임 디자인으로 다시 풀어냈다. 옛날 시리즈가 어쩌고 하는 이야기는 필요 없다. 이런저런 표현 없이도 그저 재밌는 게임.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게임 디자인과 플레이어 중심의 게임은 어떻게 재미, 그 자체를 줄 수 있는 게임을 만드려고 했는지에 대한 노력이 엿보인다.

장르명: 액션/플랫포머
출시일: 2025.08.29
리뷰판: 얼리액세스 빌드개발사: Lizardcube
서비스: 세가
플랫폼: PC, PS, Xbox, Switch
플레이: PC
시리즈 전통, 그리고 새로움메트로배니아를 더한 액션 플랫포머
조 무사시는 시작부터 시노비 군단, 오보로 일족을 이끄는 수장이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조금씩 성장해 나가야 하는 캐릭터도 아니고, 게임 시작과 함께 악마에게 가진 능력을 빼앗겨버리는 식의 전개도 없다.
그렇기에 게임은 처음부터 무사시의 속도감 있는 닌자 액션을 선보인다. 점프를 길게 눌러 높은 장애물을 뛰어넘고, 이단 점프에 대시, 공중 대시로 장거리 이동이나 공격 회피도 가능하다. 잠깐이라면 벽을 차고 오르는 것도 가능해 더 높은 곳으로 오를 수도 있다. 게임 시작부터 이러한 액션 요소가 플레이어의 조작 범위 내에 있다는 건 남다른 쾌감을 준다. 복수의 참격이 메트로배니아의 특징을 담아내고 있음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무사시가 처음부터 가지고 있는 능력은 여타 메트로배니아 게임에서는 플레이 수 시간, 혹은 게임 절반은 넘어서야 얻을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렇게 초반 주인공에게 이동과 조작의 족쇄를 채우는 건 메트로배니아의 레벨 디자인과 맵 디자인을 생각하면 꼭 필요한 요소기도 하다. 거대한 전체 맵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그걸 탐색하면서 게임 범위를 확장해 나가는 게 메트로배니아의 플레이 특징이다.
초반부터 너무 많은 능력이 주어지면, 핵심인 탐험과 탐색이 쉬워지게 된다. 이단 점프니 대시니 전부 가능하면 지역 역시 그에 맞게 규모가 커져야 하고, 잘게 쪼개진 방 구조를 중심으로 제작하는 메트로배니아의 맵 디자인도 달라져야 한다. 이른바 제작 코스트가 급격하게 오르는 셈. 당연히 초반 제약을 통해 플레이 타임, 맵 활용도 더 오래, 길게 끌고 갈 수 있다. 대신 그만큼 초반에는 플레이에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복수의 참격은 메트로배니아의 기본 특징을 더하면서도 초반부터 속도감 있는 액션을 그렸다. 그건 액션 플랫포머 기반으로 지역을 스테이지 형태로 구현한 덕이다.
별도의 분기 없이, 선형적인 진행이 기본이 되고 게임을 클리어하는 데에도 이 기본 진행 루트만을 따라가면 된다. 괜히 능력에 제한을 두고 기본 진행에 벽을 두기보다는, 움직임의 자유로움을 더 쥐어주고 플레이할 수 있도록 했다.
기본이 액션 플랫포머이기에 정해진 루트를 따라 진행하면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다. 물론 점점 더 복잡한 퍼즐 요소 등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걸 깨는 방법도 일단은 여기저기 길 찾기 식은 아니다. 바람을 따라 하늘을 난다든가 하는 보다 높은 수준의 액션은 자연스럽게 획득하게 되고, 게임의 난이도가 이런 여러 능력의 획득에 따라 어려워지는 식이다.

대신 게임을 진행하며 얻은 필수 능력들이 진행이 불가능했던 부수적인 분기 도전의 키가 된다. 기본적으로는 선형적인 지역 곳곳에, 갈림길이 존재하는데, 이전에는 가지 못했던 길들을 새 능력으로 도전할 수 있게 되는 식이다.
대신 이게 하나의 거대 맵이 아니라, 별개로 쪼개진 스테이지라는 차이가 있다. 한 번 클리어한 스테이지도 월드 맵에서 언제든 돌아가 능력을 써 도전하고, 또 새로운 길에 도달할 수 있는지 시험해본다.
근간은 액션 플랫포머지만, 메트로배니아식 맵 구조를 얹은 건데 서로의 장점이 더 부각되는 형태로 구현됐다. 둘의 조합 자체는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시노비를 조작한다는, 만화적이면서도 상상 속 닌자 액션이라면 이래야 한다는 플레이를 위해 그걸 어떻게 융합할지 고민했다는 점은 개발진이 복수의 참격의 만듦새를 어떻게 높였는지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건 Art가 맞다늘 먹던 맛 픽셀아트를 벗어났을 때
스테이지 형태로 맵을 구성하며 자연스럽게 맵에 따른 기믹 관리도 편해졌다. 적의 기지나 사막, 사이버펑크 풍 도시까지. 시노비를 주인공으로 하지만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자유로운 지역 활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 지형적 특징을 살려 스테이지의 기믹이 적용된다.
공장에서는 불길이 일거나 레이저가 무사시를 방해하고, 도시에서는 전기가 길을 막는다. 하나로 연결된 거대한 메트로배니아 역시 각 지역별 특색을 살리는 게 일반적이 됐다. 복수의 참격은 더 나아가 그걸 완전히 분리하고, 무사시의 속도감에 어울리는 규모로 확장하며 개별 스테이지의 특징을 살리는 방향으로 성장했다.
이런 스테이지의 특징은 게임의 배경과 플레이 스타일에 이어지는 부분이지만, 한편으로는 아트적인 특징과 어우러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쏟아지는 레트로 플레이 지향 게임들은 그 게임 플레이의 전통성을 따르듯 튀는 픽셀 아트를 바이블처럼 따라왔다. 복수의 참격은 간결한 외곽선과 곡선을 활용해 마치 잘 만든 서구권 애니메이션과 같은 색감을 구현한다. 여기에 곳곳에서 수묵화적인 특징과 시노비라면 떠오를 이펙트를 더해 동양적인 분위기를 함께 내고자 했다.
이러한 연출 방식은 '원더 보이: 드래곤즈 트랩', '베어너클4' 등 개발사 리자드큐브가 이전에 보여줬던 특징을 이으면서도, 한층 화려한 시노비의 움직임을 완성한다. 단순히 정지된 화상으로서의 완성도뿐 아니라, 부드러운 애니메이션은 유려하고, 아름답다.
이러한 연출력은 플레이어 자신에게 집중하면 매력적인 전투를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매끄러운 애니메이션으로 플레이어의 조작에 자연스럽게 반응한다. 또 그게 폭발력 있는 전투 콤보와 인술을 받쳐주는 연출력으로 따라나오며 보는 재미로 바뀐다. 게임의 영문 제목인 'Art of Vengeance'가 떠오르는 부분이다.

이걸 더 넓게 보면 스테이지 구현의 자연스러움과 이어진다. 각각의 스테이지가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고 있는 만큼, 그걸 효과적으로 표현할 그래픽적 연출은 몰입감과 연결된다. 또 플레이에서는 플랫포머 특성상 생기는 즉사 구간이나 오브젝트와 배경의 차이 등이 발생하기 마련인데, 이게 매우 자연스럽게 그려지고 있다.
전투 자체로 고민할 수 있는깊이와 간결함 모두 챙긴 액션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외형적인 부분과 게임 플레이를 완성하는 게 바로 전투다. 검과 쿠나이(게임에서는 수리검), 인술, 처형을 기본으로 만들어진 액션은 콤보와 화려한 액션 연출을 바탕으로 복수의 참격을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액션 게임으로 만들고 있다.
기본적으로 검을 활용한 공격은 연타를 통한 빠르게 대미지를 주는 방식인데 여기에 처형 게이지와 쉴드가 조합되면서 복잡성을 더한다.

기본 공격으로 체력을 모두 없애면 적이 쓰러지지만, 그 전에 처형 게이지를 채우고, 처형하면 화려한 모션과 함께 적을 즉사시킨다. 한 번 띄운 처형 요구치는 체력이 회복돼도 사라지지 않고, 화면 안에 처형 가능 상태가 된 적이 여럿 있다면, 연속으로 처형시키게 된다. 처형은 단순히 화려한 연출만이 아니라, 돈이나 추가적인 자원 획득도 일반적인 적 처치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많아지기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된다.
쉴드는 모두 제거하기 전까지는 처형도, 처치도 불가능한 상황이기에 빠르게 제거해야 하는데 이게 또 일반 공격으로는 빠르게 제거하기 어렵다. 여기서 인술이 쓰이는데, 한 번에 4개씩 장비할 수 있는 인술을 쉴드 게이지, 처형 게이지를 빨리 깎거나 공중 원거리 공격, 반격 등 저마다 다른 특색을 가지고 있다.
강력한 수리검 인술로 쉴드 게이지는 빠르게 깎고, 적을 모아 돌진 인술로 처형 게이지를 바로 쌓아 한 번에 처형시키는 등 다채로운 방법으로 활용 가능하다. 또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다양한 추가 공격 기술, 또 콤보를 익히게 되는데, 여기서도 쉴드를 빠르게 없애거나, 처형 게이지에 큰 피해를 주는 다채로운 공격 방식이 존재한다.

그렇다고 활용에 손가락이 고생하는 부류로 콤보나 특수 공격을 분류하지는 않았다. 단순히 약공격과 강공격의 순서나 길게 누르고 있기, 점프나 대시 중 공격 정도로 기술을 활용하도록 했다. 대신 특유의 그래픽 연출이 더해지며 눈에 보이는 타격감을 얹어 플레이의 재미를 크게 높이고 있다.
스테이지 진행 중 여러 적을 만나며 기술 활용을 배우고, 그 다음은 보스전에서 이를 활용하게 된다. 보스전은 맵 한 지역을 차지하는 대형 보스부터 인간형 보스까지 다양하다. 인간형 보스는 강공격 등에 피격되면 경직이나 쓰러지는 등 일반 적과 같은 모습으로, 대형 보스는 슈퍼 아머 형태로 공격을 이어가지만 기동성은 떨어진다. 보스마다 각기 다른 패턴을 가지고, 그걸 파훼해 나가게 하는 전통적인 구성을 하고 있다.
무사시의 기술 자체가 다양한 데다, 보스 패턴도 다양하지만 분명한 해법을 뒀다. 수십 번은 리트라이해가며 죽어서 배우는 방식보다는, 비교적 직관적으로 보스의 공격을 파악하며 도전할 납득 가는 난이도로 구성됐다.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초회차에 모든 보스를 잡아낼 정도는 아니기에 적절한 난이도로 게임에 도전할 수 있다.

물론 지역마다 도전 요소로 몰려드는 적과 싸우는 구간도 있고, 난이도 조절도 굉장히 세세하게 가능해 자신의 플레이 성향에 맞게 게임을 조정할 수 있다.
불편=재미가 아니라는 걸 아는 개발사가려운 곳 제대로 긁어주는 편의성
난이도 조절에도 보스전이 어렵다면 월드 맵으로 돌아가, 다른 맵을 먼저 도전해도 된다. 돈을 더 모아 상점에서 새로운 공격이나 체력 상승, 인술을 먼저 구매해 돌아오면 전보다 더 나은 도전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다시 원래 스테이지에 돌아와 처음부터 다시 나아가고, 보스전을 시도하지 않아도 된다. 스테이지 시작 시, 또 맵 어디서든, 곳곳에 있는 세이브 포인트로 이동할 수 있다. 이건 메트로베니아의 특징을 살려 그 개념을 도입한 덕분이기도 한데, 보스 직전에도 이 세이브 포인트가 있으니 보스전을 쉽게 이어 도전할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게임의 편의성으로 다가온다. 실제로 프랜차이즈도, 게임의 기본 방향성도 어찌 보면 레트로에 맞춰있어 그 부분에 집중하지만, 실상은 그런 레트로 액션 플랫포머에서 가지고 있던 여러 불편한 요소들을 제거해 나갔다.
불길이나 톱날처럼 고전적인 스타일의 즉사 패턴 구간이 존재하는데 이 구간에 떨어지면 바로 사망해 생명 숫자를 잃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런 구간에 닿으면 사망 대신 약간의 체력 손해만 보고, 직전 구간에서 이어서 진행한다. 로딩도 따로 없고, 그게 전부다.
또 적이 몰려드는 구간은 맵을 나가거나 이동하지 않는 한, 무한대로 리스폰되지는 않아 세이브 포인트 사이 특정 구간, 혹은 패턴을 돌파하는 데에도 나름 기회를 주는 모양새다.

여기에 기본적으로 액션 게임이다 보니 캐릭터를 큼직하게 잡아낸다. 이는 액션의 재미를 높이지만, 플랫포머, 메트로배니아 모두에서 중요한 점프, 기믹 풀이에 방해될 수 있는 카메라 연출이다. 대신 그대로는 불편함을 느낄 법한 구간에서는 자연스럽게 카메라가 줌아웃되는데, 이러한 부분까지 피드백하고 게임 안에 담아내고 있다.
물론 화려한 액션과 연출도 패턴이 비슷한 일반 적과의 전투가 반복되면 질릴 수밖에 없다. 복수의 참격은 메트로배니아식 플레이로 다양성을 더하고, 또 그걸 활용한 편의성으로 다른 장르적 특성인 스테이지 기반 액션 플랫포머의 불편함을 지워내고 있다. 이걸 제대로 표현하는 게 맵인데, 스테이지 맵은 기본적으로 진행 방향은 초록색, 부수적이거나 능력이 필요한 부분은 보라색으로 표시하고 있다. 이 역시 길을 헤맬 수 있는 플레이어를 위한 요소 중 하나다.
다만, 스토리 부분이 사실상 보조적인 수준에 그치는 부분은 시리즈 근간을 따르지만, 분명 아쉬움으로 느껴질 수 있다.

슈퍼 메트로이드를 기반으로 월하의 야상곡 등을 통해 정립된 메트로배니아는 2D 중심의 맵 디자인과 에셋 재활용으로 비교적 적은 개발 상승을 그린다. 이는 곧 인디 게임의 메트로배니아 시장 확장을 가져왔고, 잘 만든 게임의 것을 따르는 게임들의 증가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엑시움 버지처럼 고전 메트로이드 시리즈의 부활에 가까운 근본을 따르며 확장되기도 했고, 데드셀이나 할로우나이트처럼 새로운 장르와의 결합으로 변화를 그리기도 했다.
복수의 참격도 그런 변주를 보여준 타이틀이다. 그리고 그게 단순히 소규모 제작사가 코스트를 줄이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게임의 액션을 살리면서 보다 다채로운 플레이와 편의성을 고려한 선택으로 액션 플랫포머와 결합됐다. 장르의 문법을 따르는 게임들이 난립하는 중에 간혹 등장하는 장르의 성장, 진화의 순간이다.
물론 이러한 거창한 표현은 게임의 면면을 뜯어보았을 때의 이야기다. 사실 복수의 참격은 긴 말이 필요 없는 게임이다. 개발진이 구축한 여러 요소는 게임을 '재미있게' 하는 재료였다. 그래서 게임은 실제로 따로 분석하고, 설명하지 않아도 재미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