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개월여 간의 얼리액세스를 끝마치고 정식 출시하는 '엔더 매그놀리아'다. 전작에 이어 연타석 홈런을 친 바이너리 헤이즈 인터렉티브(Binary Haze Interactive, 이하 BHI)는 이제 무엇을 바라보고 있을까. 타이베이 게임쇼에 참가한 BHI 고바야시 히로시(小林 宏至) 대표 겸 PD와의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엔더 매그놀리아', 그리고 그들의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Q.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 먼저 한국 미디어들이 이렇게 인터뷰에 참가해준 점 감사하게 생각한다. 마침 오늘이 '엔더 매그놀리아' 정식 출시일이어서 유저들의 반응을 보고 있는데 호평이 이어지고 있어서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오늘은 개발을 대표하는 PD로 이 자리에 오게 된 만큼, 답할 수 있는 질문에는 가능한 대답할 테니 많은 질문 부탁한다.
Q. 약 10개월여 간의 얼리액세스를 끝마치고 정식 출시했다. 얼리액세스 버전에서도 호평이 이어졌지만, 완벽했을 것 같지는 않다. 혹평도 있었을 텐데 특히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 있다면?
= 호평으로는 난이도가 완화돼서 플레이하기 쉬워졌다거나 그래픽이 좋아졌다, 그리고 전작과 달리 인간이 존재해서 서글픔이나 절망감 같은 게 줄어들었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혹평이라고 한다면 완전히 부정적인 반응인 건 아니었지만, 반대로 난이도가 완화됐다는 점, 그리고 인간이 많이 등장해서 전작에서의 애절함, 서글픔 이런 분위기가 많이 옅어졌다는 평들이 많았던 것 같다. 대체로 긍정과 부정이 공존하는 그런 평가가 많았던 게 기억에 남는데 그럼에도 긍정적인 평가가 더 많았던 점이 기억에 남는다.

Q. '엔더 매그놀리아'의 경우 전작과 비교했을 때 난이도가 쉬워졌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메트로배니아는 고난이도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데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길래 난이도를 완화했는지 궁금하다.
= '엔더 매그놀리아'를 개발할 당시에는 내부에서 '엔더 릴리즈'보다 어렵게 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할지 고민도 했었는데 '엔더 릴리즈'를 즐기는 유저 중에서는 메트로배니아라는 장르를 즐기지 않지만, 세계관이나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서 하는 유저도 많다는 게 떠올랐다. 데이터를 보니 그런 유저들은 안타깝게도 게임의 난이도 때문에 엔딩을 보지 못하고 결국 접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 걸 보면서 메트로배니아지만, 세계관이나 캐릭터를 좋아하는 유저들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난이도를 완화하는 결정을 내렸다.
'엔더 매그놀리아'는 전작과 비교했을 때 기본적으로 난이도를 낮춘 만큼, 전작을 어려워한 유저들도 노멀 난이도라면 더 쉽게 클리할 수 있도록 했다. 쉽게 느껴진다면 하드 난이도로 하면 된다. 전작을 클리어한 유저들도 플레이하는 맛을 느낄 수 있는 난이도를 자랑하니 취향껏 즐기길 바란다.
Q. 얼리액세스 버전과 비교했을 때 정식 출시 버전은 어떤 점들이 달라졌나. 그리고 DLC 계획에 대해서도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
= 가장 큰 변화라면 역시 게임의 분량, 플레이 타임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얼리액세스 버전은 2~3시간 정도 분량밖에 플레이할 수 없었지만, 정식 출시 버전은 실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20~25시간 정도의 플레이 타임을 제공한다. 여기에 앞서 얘기한 난이도 옵션 역시 정식 출시 버전에 추가되는 등 세세한 부분에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프래그먼트라는 재화에 대한 것도 있는데 하드 난이도에서는 더 많이 얻을 수 있으며, 이걸 사용해서 코스튬을 바꾸거나 아카이브를 해금할 수 있다. 게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캐릭터의 설정이나 정보를 알 수 있는 요소로 그런 걸 좋아하는 유저들이라면 좋아할 만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유료 DLC 계획은 아직 없다. 현재로서는 무료 대형 업데이트를 준비 중인데 전작에도 있었던 보스 러쉬 같은 콘텐츠가 추가될 예정이다.
Q. 전작과 비교했을 때 지형이 많이 입체적으로 바뀐 느낌이다. 의도한 디자인인가.
= 전작에서 반성한 부분인데 전작은 기본적으로 평지를 기반으로 했다. 전투 역시 마찬가지인데 그래서 맵 디자인도 평탄한 게 많았다. 뭐라고 해야 할까. 각진 인상이라고 해야 할까. 서양 쪽 리뷰에서도 그런 의견들이 있었는데 우리로서도 여러모로 아쉽게 생각한 부분이었다. 우리는 분위기와 몰입감을 중요시하는데 그런 인상을 또 주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엔더 매그놀리아'는 지형을 입체적으로 만들고 경사면을 상하로 움직이도록 함으로써 액션의 베리에이션을 늘리고 식으로 유저들이 좀 더 역동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다른 이유도 있는데 '엔더 매그놀리아'는 전작과 비교했을 때 예산과 기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서 맵 디자인에 더 공을 들일 수 있었다. '엔더 릴리즈'는 아무래도 여러모로 촉박한 가운데 개발한 만큼, 후반부는 파츠를 조합해서 그럴듯하게 보이도록 만든 경우가 있었는데 '엔더 매그놀리아'는 맵 설정부터 세세하게 짤 수 있었던 게 퀄리티 상승으로 이어진 것 같다.

Q. 보통 메트로배니아 장르라고 하면 초반에 갈 수 없는 길이 있는데 나중에 특정 어빌리티를 얻어서 거길 돌파하는 식으로 맵을 반복 플레이하도록 설계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엔더 매그놀리아'는 초반부터 대부분의 어빌리티가 해금되는 식이던데 이렇게 난이도 완화와는 별개로 이렇게 설계한 의도가 있는지 듣고 싶다.
= '엔더 릴리즈'의 후속작이다 보니 전작을 플레이한 유저가 많을 텐데 그런 유저들에게 초반부터 전작의 능력 대부분을 쓸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서 그렇게 설계했다. 물론 초반부터 '엔더 매그놀리아'에 있는 모든 어빌리티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갈 수 없는 곳이 나오기도 할 텐데 그때 필요한 어빌리티는 게임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얻은 어빌리티는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조합할 수 있는데 이렇게 한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면 유저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즐거움과 놀라움이 끊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이렇게 했다.
Q. '엔더 릴리즈'는 중세풍 분위기였는데 '엔더 매그놀리아'는 근대의 스팀펑크 분위기다. 같은 IP, 세계관인데도 분위기를 다르게 한 이유가 궁금하다.
= 질문한 대로 '엔더 릴리즈'는 고딕 판타지 분위기인데 속편을 개발하기로 결정했을 때 같은 분위기로 그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개발 쪽에서도 다른 걸 하고 싶다는 요청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스팀펑크를 좋아하는 것도 있어서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됐다. 정리하자면 '엔더 릴리즈'에서 이어진다는 설정이지만, 새로운 세계라는 신선함을 주는 동시에 문명이 발달한 걸 보여주고 싶어서 스팀펑크를 접목했다.
Q. '엔더 릴리즈'의 트루 엔딩으로 취급받는 C루트에서 죽음의 비를 포함한 모든 오염을 정화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엔더 매그놀리아'를 보니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여전히 절망적인 분위기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 먼저 C루트까지 즐겨준 점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질문한 대로 '엔더 매그놀리아'는 전작의 C루트에서 이어지는 세계다. 전작에서 '죽음의 비'가 세계를 멸망으로 몰고 갔다면 '엔더 매그놀리아'에서는 '연기'가 그 역할을 대신하는데 무슨 이유로 그렇게 된 건지는 게임을 통해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Q. 전작과 비교했을 때 공격 방식이나 능력이 보스가 아니라 호문쿨루스로 한정됐다. 호문쿨루스를 게임 내 주요 요소로 활용하면서 전투나 스토리 측면에서 가져가고자 했던 방향성을 들어보고 싶다.
= 이것도 전작에서 이어지는 반성할 요소인데 전작은 동료 하나에 스킬이 하나씩 붙는 형태여서 총 25명의 동료와 스킬을 입수할 수 있었는데 동료가 너무 많다는 게 문제였다. 동료가 너무 많다보니 그들의 스토리를 일일이 다 살리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엔더 매그놀리아'는 동료 수를 줄이되 각각에 비중을 좀 더 키웠다. 그렇게 함으로써 동료 스토리에 더 힘을 실어서 유저들이 애착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전작과 달리 보스가 무조건 동료가 되는 그런 건 아니다.
한편, 동료 수가 줄었으니 스킬도 줄었을 거로 생각할 수 있는데 그건 아니다. 여러 종류의 무기를 장비할 수 있어서 스킬은 오히려 더 늘었다.
Q. 스팀 평가부터 양대 크리틱 평가까지, 게임에 대한 극찬이 이어지고 있다. 예상했던 반응인가.
= 얼리액세스 임에도 스팀에서 좋게 평가해 준 유저들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뿐이다. 얼리액세스를 하면서 유저들이 완화한 난이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 알고 싶었다. 전작의 경우 캐릭터가 적에게 닿기만 해도 대미지를 입었는데 보스의 경우 박력 있게 만들고 싶어서 덩치를 키우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부딪히는 부분에 있어서 불합리하다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의견이 많았다. '엔더 매그놀리아'는 그런 식의 불합리하게 느껴지는 요소를 없애는 식으로 난이도를 조절하는 동시에 UI 등 전작에서의 아쉬움을 많이 개선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얼리액세스에서의 반응을 보니 이렇게 한 게 맞았구나 싶었다. 이러한 호평이 정식 출시 버전으로도 이어졌으면 좋겠다.
한편, 메타 스코어의 경우 다른 게임사도 그렇겠지만, 어떻게 나올지 많이 긴장했던 게 사실이다(웃음). 마치 처형을 기다리는 죄수의 기분이랄까. 특히 난이도 변경에 대해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많이 신경이 쓰였다. 유저들의 평가는 좋았지만, 미디어의 평가는 다를 수 있기에 많이 긴장했는데 다행히 좋은 평가를 받아서 디렉터랑 서로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린 기억이 있다.

Q. 엔더 시리즈에는 설정상 6개의 나라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엔더 릴리즈'에 나온 '죽음의 나라', '엔더 매그놀리아'의 배경인 '그을음의 나라' 총 2개의 나라가 등장했다. 추후 다른 나라를 배경으로 하는 식으로 시리즈를 계속 개발할 예정인지 듣고 싶다.
= 다음에 뭘 만들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각각의 나라를 배경으로 차기작을 만든다? 그렇지는 않을 거다. 그보다는 엔더 시리즈의 세계관을 유저들이 좋아해 주는 만큼, 이를 답습해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 팀에서도 메트로배니아 신작을 만들지, 아니면 그만둘지(다른 걸 만들지) 얘기가 오가고 있는데 확정된 게 없어서 이 자리에서는 이 정도만 얘기할 수 있는 점 양해바란다.
Q. '디모'로 유명한 Mili와 협업을 이어오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가. 또한 OST를 제작할 때 특별히 주문한 점이라거나 원하는 분위기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 오카베 케이스케 디렉터가 예전부터 Mili의 팬이었다. 그래서 음악을 만들 때 안될 거 같지만 일단 부탁이라도 해보자는 식으로 오퍼를 넣었는데 '엔더 릴리즈'의 화면을 보고는 마음에 들어 해서 인연을 맺게 됐다. 그러다 보니 '엔더 매그놀리아'의 OST를 만들 때도 자연스럽게 Mili와 함께 하게 됐다.
특별히 주문한 점이라고 한다면 '엔더 매그놀리아'는 전작과 비교했을 때 스팀펑크라던가 문명 수준이 좀 더 상승한 만큼, 거기에 어울리는 음악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그래서 전작에서는 안 쓰던 드럼을 쓰는 식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Mili에서도 즐겁게 작업한 것으로 알고 있다.
Q. 세계관이나 스토리에 매료된 유저들이 많다고 했는데 이를 기반으로 한 애니메이션, 소설, 만화 등의 미디어믹스 전개 계획은 없는 건가.
= 안 그래도 '엔더 릴리즈'를 발매하고 그런 연락들이 많았는데 전부 거절했다. 우리에게 있어서 '엔더 릴리즈'는 소중한 작품이지만, 다른 회사에서는 수많은 IP 중 하나로 볼 수도 있지 않나. 그래서 얼렁뚱땅 나올 바에는 차라리 안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그런 결정을 내렸다. 팬들의 생각도 우리와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물론 절대 안 하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우리만큼, 엔더 시리즈를 소중하게 생각할 파트너라면 그런 생각도 바뀔 것 같다.

Q. 끝으로 한국 유저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 '엔더 릴리즈'때부터 우리 게임을 플레이하고 응원한 유저들, 그리고 '엔더 매그놀리아'를 얼리액세스로 구매한 유저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엔더 매그놀리아'는 전작과 같은 팀이 개발한 게임으로 '엔더 릴리즈'에서 미처 할 수 없었던 것들을 포함해 많은 부분을 갈고닦은 작품이다. 최고의 3D 액션 게임을 만들자는 마음으로 만들었으니 많이들 플레이해 주길 바란다.
'엔더 매그놀리아'는 전작을 즐긴 유저와 그렇지 않은 유저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걸 목표로 한 게임이다. 전작에서 세계관이나 캐릭터에 흥미를 느꼈지만, 어려워서 꺼린 유저도 많을 텐데 그 아쉬움 '엔더 매그놀리아'를 통해 풀길 바란다. 그 결과, 게임에 재미를 붙여서 '엔더 릴리즈'까지 즐겨준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