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온라인 게임 불모지 개척한 '펄어비스' 일본법인

인터뷰 | 이두현 기자 | 댓글: 3개 |


▲ 신주쿠에 위치한 펄어비스 일본법인 오피스

'검은사막'은 온라인 게임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일본에서 2015년 5월 서비스를 시작해 출시 후 일본 최대 게임 웹진에서 평점 93점을 받고 있으며, 일본에서 서비스 중인 MMORPG 중 높은 순위를 9년 동안 유지하고 있다. 2023 해외 시장의 한국 게임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검은사막’은 일본 이용자가 많이 즐기는 한국 게임이다.

펄어비스는 안정적인 '검은사막' 일본 서비스를 이어가기 위해 지난 2022년 한승희 전 온네트 일본 법인 대표를 영입했다. 한승희 일본법인장은 게임업계 내에서 대표적인 '일본통'으로 꼽힌다. 한 법인장은 일본 유저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면서, 한국과 일본 사이 비즈니스 능력에 특화되어 있다. 그는 현재 '검은사막' 뿐만 아니라, 앞으로 '붉은사막'과 '도깨비' 등 펄어비스의 주요 게임들의 일본 서비스를 이끈다.



▲ 펄어비스 한승희 일본법인장

펄어비스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지역에서 '검은사막'을 직접 서비스하고 있다. 일본은 2025년 서비스 10주년, 직접 서비스 5년 차를 맞이하는데, 다른 지역과 비교해 '일본'만의 특징을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하다.

한승희 일본법인장 = 온라인 PC 시장에서 10년을 서비스할 수 있다는 것은 일본 유저들의 끊임없는 관심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운영진도 온/오프라인 이벤트 및 인게임 캠페인을 통해서 유저 목소리를 듣는 열린 소통도 한몫한다. 또한 가장 큰 이유는 일본 유저들이 매주 즐길 수 있게 제공하는 콘텐츠 생산 및 업데이트가 10년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이 중에서도 일본 문화를 이해하려 하는 컬쳐라이징, 일본에서만 할 수 있는 IP 콜라보레이션 등으로 현지화에 녹아내릴 수 있는 브랜드로서의 크고 작은 활동이 타국가와의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 게이머'의 특징을 꼽아볼 수 있을까?

한승희 일본법인장 = 일본 게이머는 전반으로 PVE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예전부터 콘솔 싱글플레이를 즐기면서 생겼던 성향으로 보여진다. 또한 온라인 PC 서비스에 대해서는 업데이트 내용이나, 과금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긴 하지만 강성 유저가 없다는 것이 특성이다. 그러다가 개선이 안 되면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서비스를 떠나는 성향도 있다.

최근에는 일본 스팀 접속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콘솔 버전 출시할 때도 스팀 릴리즈를 염두에 둬서 출시하는 타이틀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일본 온라인게임협회(JOGA) 게임 백서를 참고하더라도 일본은 RPG 장르를 선호한다. 이는 현실 세계에서는 불가능한 판타지 세계를 경험하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되지 않나 싶다.

한국과의 차이점은 콘텐츠 소비 방식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PVP나 파밍을 선호한다고 하면 일본은 PVE나 생활형 콘텐츠 소비가 좀 강한 것 같다.


한국의 다른 경쟁력 있는 게임도 일본에 도전했지만, 약 3년간 서비스 후 종료한 바 있다. 꽤 많은 한국 게임이 일본 조기 철수를 겪었다. 이렇듯 일본은 한국 MMORPG가 성공하기 어려운 시장인데,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서비스는 무엇이 달랐을까?

한승희 일본법인장 = 경쟁 타이틀이 MMORPG라서 성공하지 못했다라기 보다는 유저와의 소통이 부족하여 조기 종료된 서비스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묻지마 패치, CS 접수에 대한 소통 부재, 비정기적인 업데이트 등으로 유저에게 플레이할 만한 가치를 주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 추가로 서비스에 급한 나머지 일본어에 대한 로컬라이징 및 폴리싱 부족으로 외국산 게임이라는 인식도 한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결국 10년 동안 서비스하는 원동력은 1)모험가분들의 관심 2) 개발진들의 업데이트 노력 3) 일본 운영진들의 소통이라는 3위 일체가 어울려서 이뤄낸 성과라고 생각한다. 향후 10년 더 서비스하기 위해 온/오프라인을 통한 모험가들과의 소통을 더욱 견고히 할 것이다. 일방통행이 아닌 상호 인터랙션을 통한 디스코드, VOC, SNS를 통한 끊임없는 채널을 통해 수집, 조정, 반영 등의 소통방식이 가장 중요한 툴이라고 생각한다.



▲ "일방통행이 아닌 상호 인터랙션을 통한 소통방식이 가장 중요"

펄어비스는 일본 맞춤 마케팅을 어떻게 전개해 나가는지 궁금한데.

한승희 일본법인장 = 1년에 공식 행사로 2번 진행하는 칼페온 및 하이델 연회는 전 세계 동시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연회를 통해서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향후 업데이트 내용이 공개되는 행사인 만큼 일본 유저들도 주목을 하고 있다.

동시에 시청유도를 위한 사전예열 마케팅 및 복귀유저 타겟을 위한 어필리에이트(제휴)나 블로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콘텐츠 업데이트 및 캠페인에 따라 광고 매체 선정은 신규, 기존, 복귀 유저 대상으로 다양한 매체를 분배하여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 ‘껌은사막’, ‘김은사막’, ‘검은사각’ 등 검은사막 네이밍을 재치 있게 바꾼 이색 제휴 마케팅을 일본 현지에서도 진행했다. 2021년엔 고등어 통조림 ‘검은사막 고등어캔(블랙 페퍼 맛)’을 선보였다. 기존 제품 이름은 ‘사바?(Cava?)’로 ‘검은사막’의 일본식 발음인 ‘쿠로이 사바쿠’와 고등어 ‘사바’를 활용한 재치 있는 네이밍이 돋보이는 제품으로 일본 내 종합 온라인샵 ‘RAKUTEN ICHIBA’에서 고등어 통조림 종합세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최근 업데이트한 '검은사막' 아침의 나라: 서울에 대한 일본 유저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한승희 일본법인장 = 아침의 나라 :서울은 아침의 나라 파트 1 때보다 좋은 동향이 많다. 특히, 군왕무기 강화로 인해 플레이어 장비 환경을 업그레이드하면서 거점전, 점령전, 사냥 등에 직접적 영향이 있다 보니 즐기는 동향이 강하다. 강화 단계에 대한 공유 등 유저간 커뮤니케이션도 활발하다. 스토리에 대해서도 호평이다.

특히 이번에 더빙 없이 자막 처리만 했는데 오히려 한국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는 긍정동향이 우세한 상황이다. 파티 플레이로 도전하는 검은사당 보스가 등장했는데 FF14(파이널판타지 14)를 비교하면서 즐겁게 플레이하는 모험가의 긍정 목소리도 많다.


최근 일본 다크 판타지 만화 '베르세르크'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다. 해당 작품은 일본 시장에서 매우 높은 인기를 끈 만화인데, 일본 유저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한승희 일본법인장 = 비단 일본에서만 인기 있는 작품이 아니라 북미유럽에서도 인기 있는 작품이다 보니 글로벌적으로 통용되는 IP를 선택하게 되었다. 최근에 실시한 콜라보는 극장판에 등장하는 캐릭터 추가로 일본 모험가 반응도 뜨거웠다. 일본 원작인 IP물을 글로벌로 출시하게 되어서 베르세르크 전 세계 팬들의 응원과 감사 메시지에 개발진 및 운영진은 더 좋은 게임을 만들어야겠다는 소명감도 생긴 것 같다.


지난 4월 검은사막 아르샤의 창을 통해 한일 국제 교류전이 진행됐다. 당시 일본 유저들의 뛰어난 실력이 화제였다. 유저 사이에서는 이러한 지역 유저들의 교류콘텐츠에 호평을 보냈는데, 추후에도 이러한 행사가 지속적으로 열릴 예정인지 궁금하다.

한승희 일본법인장 = 한일 국제 교류전의 호평으로 비슷한 교류전을 준비 중이다. e스포츠에 대한 관심도는 작은 일본이지만, 크고 작은 국제 PVP 챔피언십 등을 기획하고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검은사막 콘텐츠를 활용한 다양한 PvP 대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펄어비스에 있어 일본법인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한승희 일본법인장 = 펄어비스는 글로벌 기업이다. 아시아권 게임시장에서도 중국 다음으로 일본시장이 크며, 성장가능한 권역이므로 게임 거점으로 중요한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만화, 애니메이션 등 IP 협력을 통한 콘텐츠 확대도 활발한 권역이기도 하여 사업 검토 및 전개가 용이한 지역이다 보니 인/아웃바운드를 통한 사업 확장성이 좋은 지역이기에 일본 법인의 활용도는 높다고 생각한다.



▲ "일본은 아시아권 게임시장에서 중국 다음으로 크며, 성장가능한 권역이므로 중요한 지역"

펄어비스가 2018년 일본에 지사를 설립한 지 벌써 6년이 지났다. 검은사막 IP가 일본에 진출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그간 일본 내 펄어비스의 입지가 어떻게 달라졌다고 생각하나?

한승희 일본법인장 = 현재 라이브 서비스되는 검은사막 PC, 모바일, 콘솔, 스팀을 통해 IP 파워가 생겼다고 본다. 설립 초기에는 IP 협업을 위한 비즈니스 찬스가 없었다고 한다면 현재는 만화, 애니메이션 콜라보레이션 이외에도 상품 콜라보에서도 같이 협업하자는 업체들도 증가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검은사막 인지도는 조금씩 확대되어 가는 추세이며, 이종산업의 협업도 증가할 전망이다.


일본 시장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과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

한승희 일본법인장 = 포지션별 사원 채용이 가장 어려운 점이다. 채용 시장에서 일본 국내에도 다수의 현지 게임회사가 있는 가운데 펄어비스 재팬을 선택해야 하는 구직자들을 찾는 것이 어렵다. 일반 채용에는 어려움이 있어서 스카웃 제도나 사내 추천 시스템 및 외부 추천 채용 사이트를 통해서 현재는 구직 수요를 해결하고 있다.




붉은사막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붉은사막의 실제 플레이 영상이 속속 공개되고 있는데 일본 게이머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한승희 일본법인장 = 게임스컴 B2C에서 공개된 후 일본 미디어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개된 50분 컷 게임플레이 영상은 95만 조회수를 넘었다. 일본에서는 X(트위터)를 통해서 정보들을 공개하고 있지만 일본 게이머들도 '언제 정식 서비스냐?', '빨리 플레이해 보고 싶다', 'TGS에서는 플레이 가능한가?', 'G-star에서는 공개되겠지?' 등등 기대하는 목소리들이 증가하고 있다.


향후 일본에도 펄어비스가 '붉은사막'을 선보일 텐데, 콘솔 게임 본고장에 도전하는 모양새다. '붉은사막'의 일본 성공 가능성에 대해 전망한다면?

한승희 일본법인장 = 말씀하신 것처럼 콘솔의 본고장인 일본시장도 중요한 권역 중에 하나다. 해외 타이틀 중에서도 성공한 타이틀이 있으므로 벤치마킹을 통해 성공할 수 있도록 준비할 예정이다.




붉은사막 이후 개발에 돌입할 도깨비에 대한 일본 게이머들의 관심도 있는가?

한승희 일본법인장 = 펄어비스 커넥트 2019에서 발표된 붉은사막, 도깨비, PLAN 8을 공개한 후 도깨비에 대한 소식은 없었지만, 일본게이머 사이에서는 '붉은사막이 나오면 도깨비도 출시되겠지?', '출시된다면 닌텐도 스위치 버전이면 좋겠다', '아니야 콘솔 플랫폼 및 스팀도 동시에 나오면 좋겠다' 정도의 기대감은 SNS를 통해서 접할 수 있었다.


펄어비스 일본 법인의 중장기적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지 궁금하다.

한승희 일본법인장 = 내년이면 일본서비스 10년을 맞이하는 검은사막을 중심으로 모험가와의 소통은 끊임없이 유지하면서 장수하는 게임으로 자리매김하고, 차기 라인업인 붉은사막을 계기로 한 번 더 점핑 업하여 펄어비스라는 브랜딩 파워를 확장 및 견고히 하는 것이 목표다. 추가로 게임에서 파생되는 2차 저작물에 대한 비즈니스 찬스를 만들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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