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공식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게임사가 유명 IP를 가져와 검증된 퍼블리셔에게 서비스를 맡기는 식이다. 이런 측면에서 빅게임스튜디오의 선택은 공식에서 탈피했다. '브레이커스'라는 자신들만의 IP를 개척하는 선택을 했고, 엔씨소프트에 서비스를 맡겼다. 빅게임스튜디오는 큰 변화를 선택했다.
빅게임스튜디오의 '브레이커스'는 여러 매력적인 키워드로 구성됐다. 대중적인 애니메이션 아트풍 그래픽, 알기 쉬운 내러티브, 정예 몬스터의 고유 특성을 공략하는 몰입도 높은 전투, 개성있는 캐릭터 조합이 필요한 전략 등 다양하다. 이러한 '브레이커스'를 들고서 빅게임스튜디오가 지난해에 이어 도쿄게임쇼(TGS)를 찾았다. 서브컬처와 애니메이션의 본고장에서 '애니메이션 RPG'의 평가를 받겠단 의지다.
TGS 현장에서 '브레이커스' 제작진을 만났다. 지난해보다 개선된 '브레이커스'에 소개는 물론, 엔씨소프트와 함께하는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빅게임스튜디오는 '브레이커스'를 2023년 TGS에서 최초 공개, 시연을 진행했다. 이는 일본 시장을 주요 타겟으로 설정했음을 암시하는데, 일본 시장에 특별히 집중하는 이유가 있나?
이동교 일본법인장 = 우리에게는 모든 시장이 중요하다. 다만, TGS에서 최초 공개한 것은 지스타와 멀지 않은 시기에 열리는 게임쇼였고, 내부에서는 사실상 같은 분기에 진행되니 하나라고 봤었다. 오히려 지스타 현장에서는 TGS보다 다른 요소들이 더 추가된 버전을 선보였다.
일본 시장만을 메인 타깃으로 잡은 것은 아니나 서브컬쳐와 애니메이션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기에 주요한 타깃인 것은 맞다. 그래서 '브레이커스'도 한일 합작 형태로 긴밀히 협업하여 서브컬쳐향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감성에 맞춰 개발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번 게임쇼에서는 다시 한번 유저들에게 개발 상황을 공유하고 시장의 반응을 체크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디벨롭된 버전으로 CBT 등 이후 일정을 공개할 예정이다.
향후 개발 상황이나 여러 일정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겠지만, 꼭 도쿄게임쇼가 아니더라도, '브레이커스'의 핵심 재미와 가치를 전달해 드릴 수 있는 적절한 시기와 장소가 있다면, 개발 상황 등을 기반으로 긍정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이번 TGS 2024 버전의 '브레이커스'가 궁금하다. 지난번보다 어떤 점이 개선됐을까?
이동준 PD= '브레이커스'를 플레이하는 유저분들이 달라진 ‘전투’와 새롭게 선보이는 ‘보스전’을 통해 게임의 매력을 느끼실 수 있도록 개발에 집중했다. 헬렌과 에르카와 같이 이번 TGS 빌드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캐릭터를 포함하여 스토리의 중심이 되는 잠공정 멤버 6명(카이토, 시온, 리즈, 바알, 에르카, 헬렌)을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플레이할 수 있다.
또한 초반 3지역까지의 지역 보스전을 자유롭게 전투할 수 있는 도전 모드도 마련하였으며, 보스전은 솔로 플레이뿐만 아니라 TGS 현장에서 유저 매칭을 통해 멀티플레이 모드까지 체험 가능하도록 했다.
① 플레이어블 캐릭터 6명으로 확대 ② 보스 스테이지 3종 추가 ③ 멀티플레이 기능 추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보스 공략을 중심으로 빌드를 준비했으니 이 부분을 중점으로 즐겨 주시면 좋겠다.
'브레이커스' 서비스를 엔씨소프트에 맡기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결정의 배경을 많이 궁금해할 거 같다.
이동교 일본법인장 = 감사하게도 여러 국내외 대형 퍼블리셔로부터 많은 제안을 받았었고, 그중에서 엔씨소프트와 손을 잡게 되면서 반드시 질문이 올 것으로 생각했다.
엔씨소프트는 잘 아시다시피 리니지를 중심으로 한 MMORPG 전문 개발사이자 퍼블리셔로 큰 성공을 거둔 회사다. 물론 최근 게이머들로부터 부정적인 목소리도 많이 나오는 것을 알고 있고, 방향성이 많이 다른 회사와의 협업에 대해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 협업이 가능할지 많은 논의를 거쳤고, 빅게임이 지향하는 방향으로 개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공감해 주었기 때문에, 함께 도전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빅게임은 서브컬쳐 게임 개발 영역에서, 엔씨소프트는 체계화된 시스템 및 프로세스에서 각자의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협업을 통해 최대한 서로의 강점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협업하여 많은 분께 사랑받는 게임을 만들고 서비스하고자 한다.
이동준 PD = 엔씨와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도 일반 유저들에게 엔씨소프트라는 회사가 어떤 이미지를 갖고있는 지 안다. 다만,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말 엔씨소프트가 변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엔씨 내부 개발뿐만 아니라, 외부 개발사와 협업을 확대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게 느껴졌다.
많은 유저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우려할 것이다. 단적으로, '브레이커스'에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 BM이 들어갈 거란 걱정도 안다. 확실한 건, 엔씨소프트는 서비스를 맡지만 '브레이커스' BM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만약 우리가 '리니지M'의 BM을 고려한다면, 말릴 것이라고도 했다.
아직까진 엔씨소프트와의 협업에 대해 어떤 말을 해도 유저의 의심, 걱정을 완전히 덜 수는 없을 것이다. 결과물로서 보여드리고, 유저의 마음을 잡겠다.
카도카와 투자 유치 등 일본 시장에서 '브레이커스'가 주목받고 있다.
이동교 일본법인장 = 이미 많은 한국 회사의 좋은 IP들이 사랑을 받고 있고, 팬덤이 날로 커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 굉장히 자랑스럽다. 일본 시장에서의 서브컬처 장르 게임은 단순한 게임 개발의 기술력이나 그래픽만을 어필하는 것이 아닌, 이야기/캐릭터/세계관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자연스러운 관심이 생기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것들이 잘 맞아떨어질 때 시장에서 관심을 가져주시고, 팬덤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후에는 어떻게 더 즐겁게 하고 설레게 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콘텐츠에 재투자하는 작업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카도카와의 투자 유치와 전략적 협업을 통해서, 게임뿐만 아닌 각종 미디어 콘텐츠들로의 확장과 게임을 떠나서도 즐기고 팬이 될 수 있도록 IP로의 확장을 도전할 예정이다.
덧붙여, 일본투자사가 한국게임사에 투자하는 건 이례적인 경우다. 일본투자사는 어디든 내수 시장을 확실하게 갖고 싶어 한다. 한국게임사도 나아지는 만큼 앞으로 일본투자사와 협업하는 경우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투자사도 중국게임사가 내수(일본) 시장을 장악하는 걸 걱정한다. 중국 자본력의 중국게임사가 일본게임사보다 더 일본스럽게 게임을 만든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투자사는 조금씩 한국게임사에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본다.
한국 지스타 2023 공개 이후 TGS 2024까지, '브레이커스' 게임 콘텐츠, 시스템, 그래픽 등에서 어떤 주요 변화나 개선이 있었나?
이동준 PD = 먼저 작년 지스타 피드백에 대해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정말 감사하게도 유저 분들께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주셨다. 지난 빌드와는 방향성이 다른 이번 시연 빌드의 콘셉트상 개선점을 다 보여드릴 수 없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피드백을 최대한 반영해 나갈 예정이다.
게임 콘텐츠는 캐릭터 스킬, 보스 몬스터와의 인터렉션 등 조작의 재미를 주며 동시에 조작난이도가 과한 허들이 되지 않는 형태로, 전투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보스 레이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작년 시연 버전에서는 속도감 중심의 전투를 위해 쿨타임을 제거하여 스토리 모드를 따라가는 형태로 공개되었으나, 이번 시연 버전에서는 캐릭터의 다양한 스킬과 강력한 합체기 등을 통해 강력한 세 보스를 공략하는 재미가 전달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시스템으로는 지난 TGS 버전에서 볼 수 없었던 협력 플레이가 준비되었으며, 마을에서 다른 유저들을 만나서 함께 강력한 적들에게 도전할 수 있는 재미를 보여드릴 예정이다.
또한 이번 TGS에서는 PC/MO 모두 패드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준비하였으니 조금 더 액션성 높은 전투를 체감하실 수 있을 것이다.
빅게임스튜디오가 정의하는 애니메이션 RPG란 무엇인지 소개 부탁드린다.
한석준 아트총괄 = '마치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플레이하는 것 같은 게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시장에서 많은 애니메이션풍 서브컬처 게임들이 사랑을 받고 있지만, 저희는 그중에서도 더욱 일본 애니메이션스러운 표현 방식과 이야기를 통해 애니메이션을 볼 때 느낄 수 있는 감동과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동시에 드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게임사로서 일본유저의 감성을 사로잡기 위해 어떻게 접근하는지?
한석준 아트총괄 = 일본유저가 성장하면서 문화적으로 접하는 게 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왕도' 콘텐츠의 감성을 전달하는 게 허들이라고 생각한다. 그 문화의 디테일이 중요하다. 우리가 이 감성과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 우리도 성장하면서 일본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하는 부분이 있다. 충분한 정도의 이해도는 있다. 이러한 방향성으로 왕도 콘텐츠나 판타지스러운 문화를 보여주려고 한다.
'브레이커스' 출시 이후 장기적인 서비스 계획, 업데이트 방향 콘텐츠 개발 계획이 궁금하다.
이동교 일본법인장 = CBT를 통한 면밀한 테스트와 유저분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준비한 업데이트 방향과 볼륨을 검증할 예정이며, 검증을 거친 후 서비스 플랜 발표를 통해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그리고 캐릭터 업데이트와 대형 패치 등은 최근 트렌드에 맞는 게임에 뒤처지지 않는 수준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캐릭터 업데이트에 중요한 기조는 유저가 충분히 즐기고 졸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열심히 키우다가 괜찮은 캐릭터가 나와서 어느 것을 해야 할지 혼란을 주는, 이런 업데이트는 최대한 지양하겠다. 충분히 키우고 졸업할 수 있는 텀을 둘 것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재투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여러 많은 인기 게임처럼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면서 얻게 되는 노하우와 리소스를 게임에 재투자하여 즐거운 이야기와 콘텐츠를 쌓아 나가고, 게임 이외의 다른 곳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많은 시도를 하겠다.
최근 게임업계는 유저와의 소통도 중요하다. 유저들과의 소통 및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이동준 PD = 유저 분들과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저희도 체감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 일본뿐만 아니라 글로벌 여러 지역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계신 만큼, 다양한 의견을 최대한 많이 듣고 고민하겠다.
작년 TGS부터 한국과 일본 각각 공식 유튜브 채널과 X(트위터)를 운영하고 있고, 해당 채널을 통해 트레일러, 게임쇼 영상뿐만 아니라 캐릭터별 만들어지는 과정을 스케치 단계부터 담은 영상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런칭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유저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액션을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으로도 확장하며 더욱 다각화할 예정이며, 타 게임들의 좋은 소통 사례를 많이 참고하여 소통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
지난 지스타 때 주요 반응 중 하나는 "서브컬처 같은데 또 더 특별한 거 같다" 등이 있었다. 이러한 느낌이 의도한 것인지 궁금하다. 아울러 서브컬처적인 요소들이 여럿 있을 텐데, 게임에 어떻게 적용했을지 궁금하다.
한석준 아트총괄 = 최근 들어 출시되고 있는 변주된 현대적인 스타일과는 확실히 다르다. 판타지 세계관을 바탕으로 왕도적인 스토리라인을 즐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전통적인 문법의 서사와 캐릭터로 구축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다만, 클래식한 왕도물 스타일을 차용한 게임의 스토리와 아트풍 속에 구현된 콘텐츠는 속도감과 손맛, 보스 격파를 통한 성취감을 충분히 체감할 수 있는 형태의 게임플레이를 추구하고 있다. 누구나 즐겨봤을 소년 만화적인 클래식한 감성을, 현대적인 게임 문법에 맞춰 녹여낸 부분이 '브레이커스'의 차별화된 매력 포인트라 생각한다.
이번 TGS 2024에서 얻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이동교 일본법인장 = 작년 '브레이커스'의 최초 공개 시 전체적인 게임의 Look & Feel 과 시장 반응을 목적으로 TGS 2023에 참가했다. 올해는 구체적인 전투 시스템 및 멀티 플레이에 대한 유저 반응을 확인하고, '브레이커스'를 향한 시장의 관심을 유지, 확장하기 위해 올해도 TGS2024에 참가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브레이커스'에서 전투는 가장 주요한 재미 요소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서브컬처의 본고장인 일본에서 폭 넓은 유저분들의 시연을 통해 우선 평가를 받고 싶었다.
TGS 이후, 더 나아가면 물론 매출 1위도 중요하겠지만 우리는 '브레이커스'라는 IP가 자리를 잡고 확장되길 바란다. 궁극적으로는 일본의 좋은 업체와 협력해 '애니화'를 이루는 것이다. 일본에서 애니화는 단순히 원작 콘텐츠가 애니메이션이 됐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좋아해 주는, 살아 숨 쉬는 IP로 인정받았다는 걸 의미한다.
물론, 애니화를 이루기 위해 의도적으로 게임을 만들기보다는, 우리가 게임을 잘 만들면 자연스레 애니화가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 궁극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당장의 게임 개발을 무리하지 않을 것이다. 게임을 시작으로 어떠한 사회현상을 일으키기란 쉽지 않다. 게임을 재밌게 만들면, 유저로부터 애정을 받고 팬덤이 생기며 궁극적인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