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잘알' 슈퍼자이언트 게임즈의 신메뉴, 하데스2

하데스2, 검증된 맛에 깊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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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 맛집이라며?”

음식점이 맛집으로 소문나서 좋은 점은 많은 사람들이 몰립니다. 유명한 음식점은 맛을 보장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지요.

슈퍼자이언트는 전작인 '하데스'로 로그라이크(혹은 로그라이트)라는 장르의 새로운 맛집이 됐습니다. 게임이 출시된 2020년과 2021년에 GDC 올해의 게임상, 휴고 어워드 최우수 비디오 게임상, BAFTA 올해의 게임상, DICE 올해의 게임상 등을 휩쓸었습니다. 근래 로그라이크라는 메뉴에서 '하데스'만큼 높은 평가를 받은 게임은 몇 없습니다. 그만큼 같은 장르의 새로운 메뉴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습니다.

‘로그라이크’ 새 맛집이 된 슈퍼자이언트 게임즈의 신작 '하데스2'. 이미 검증된 맛집에서 나오는 신메뉴가 얼리액세스에서 보여준 그 맛을 정식 출시에서는 얼마나 끌어올렸을까요?

슈퍼자이언트 게임즈가 선보인 '하데스2'는 전작의 장점을 그대로 계승했습니다. 그리고 확장팩 수준을 넘는 풍부한 분량과 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더 많은 콘텐츠를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았고, 시스템과 서사, 그리고 플레이 경험 전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 덕분입니다.



게임명: 하데스2
장르명: 로그라이트 핵 앤 슬래시, 갓 라이크
출시일: 2025.09.25.
리뷰판: 앞서 해보기 버전
개발사: 슈퍼자이언트 게임즈
서비스: 슈퍼자이언트 게임즈
플랫폼: PC
플레이: PC



하데스 시리즈의 '킥' - 죽음이 두렵지 않다다음 회차를 유도하는 하데스의 매력




전작인 ‘하데스’가 ‘로그라이크’ 맛집이 되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로그라이크’라는 장르가 가진 레시피를 그대로 따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로그라이크’ 장르의 가장 큰 특징은 ‘캐릭터가 죽으면 게임은 그대로 끝난다’는 겁니다. 플레이어는 ‘0(제로)’에서부터 게임을 시작해야 하죠.

죽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건, 플레이어에게 꽤나 큰 스트레스를 줍니다. 내가 지금까지 겪어온 과정을 또 한 번 치러야 하니까요. 게임 진행을 많이 했을수록, 그 과정을 다시 해야 하는 스트레스도 커집니다. 그래서 ‘로그라이크’라는 장르는 굉장히 호불호가 강합니다. 대중들에게 폭넓게 사랑받은 장르는 아닌 거죠.

그런데 ‘하데스’는 캐릭터가 죽어도 게임이 이어집니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 죽었기 때문에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하데스가 죽어서 궁전으로 돌아올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진행되고, 캐릭터의 관계가 발전합니다. 게다가 게임을 하던 중에 얻은 재화를 통해 캐릭터는 조금씩 더욱 강해질 수 있습니다. 덕분에 죽는다는 게, 그렇게 큰 스트레스가 되지 않고, 다음 회차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그게 ‘하데스’의 ‘킥’ 포인트였습니다.

하데스는 ‘죽음’을 게임의 핵심적인 서사 장치로 활용했습니다. 그리스 신화 속 저승의 왕자인 자그레우스에게 죽음은 그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일 뿐입니다. 다시 살아나는 것에 대한 개연성을 부여하고, 플레이어가 죽음을 반복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스토리의 일부로 녹여낸 것이죠. 이는 여타 로그라이크 게임들이 가진 ‘죽음’의 단절성을 극복하고,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명분과 동기를 만들어냈습니다. 플레이어는 단순한 실패가 아닌, 이야기가 발전하고 캐릭터가 성장하는 '의미 있는 여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죽음은 또 다른 선택을 부른다 지루함을 잊게 하는 영리한 갈림길



▲ 몇 번이고 다시 보게 될 장면

전작인 '하데스'는 지하 맨 아래에서 지상으로 올라가기 위한 여정이었습니다. 이번 신작 '하데스2'는 붙잡힌 가족을 풀어주기 위해 지상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여정과, 지상의 올림푸스 산으로 올라가는 여정 두 가지가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이 두 가지 경로에서 각기 다른 적과 보스를 만나게 됩니다. 덕분에 전작과 비교해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갈림길이 두 개인 점은 반복되는 죽음을 덜 피로하게 만들어 줍니다. 한 경로의 보스가 너무 어려웠다면, 다른 경로를 가서 새로운 무기 조합을 시험해보기도 합니다. 아래로 향하는 길과 지상에서의 전투는 반대의 경로에 서로 영향을 줍니다. 덕분에 NPC와의 상호작용도 늘어나게 되고 반복되는 죽음이 덜 지루하게 느껴집니다.

두 도시를 오갈 때 보이는 섬세하게 짜여진 상호작용은 게임의 깊이를 더합니다. 매번 새로운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고, 단순한 반복이 아닌 이야기가 발전하고 캐릭터가 성장하는 '의미 있는 여정'을 경험하게 만듭니다. 게임의 서사는 플레이어의 결정과 실패에 반응하여 몰입감을 높여줍니다.

결과적으로, 두 개의 경로를 오가는 방식은 '하데스2'를 전작보다 훨씬 더 오래 플레이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됩니다. 플레이어는 특정 보스나 지역에 질릴 틈 없이, 항상 새로운 도전과 보상을 기대하며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한 경로에서 막혔을 때 다른 경로에서 업그레이드 재료를 모아 전략을 보강한 뒤 다시 도전하는 방식은 게임의 난이도를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개발사가 반복되는 플레이가 주는 피로감을 해소하기 위해 얼마나 깊이 고민했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 멜리노에가 여정을 떠나는 이유: 가족


구성은 더욱 다채롭게, 맛은 더욱 풍성하게전작을 뛰어넘는 풍부한 볼륨과 시스템

맛의 기본은 그대로. 다른 건 재료입니다. 하데스2는 전작과 비교해 많은 부분을 바꿨습니다. 자그레우스 대신, 이번에는 그의 여동생, 멜리노에(Melinoë)가 주인공입니다. 멜리노에는 오이디푸스 왕을 닮은 비극적인 운명을 짊어진 인물이라는 설정입니다. 아버지 하데스를 비롯해 가족들이 시간의 티탄인 크로노스(Chronos)에게 납치되자 그들을 구출하러 나서면서 스토리가 진행됩니다.

자그레우스는 그의 성격대로 거침없고 화끈한 전투 스타일을 보여줬습니다. 반면에 멜리노에는 훨씬 더 사려 깊고 신중한 성격입니다. 캐릭터의 성격 차이는 전투 방식에도 그대로 반영됩니다. 멜리노에는 단순한 '핵 앤 슬래시' 공격보다는 마법을 활용한 전술적으로 전투를 합니다. 예를 들면, 적들을 묶어두는 Q스킬 마법을 사용해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거나 궁극기 같은 느낌의 F스킬 비술로 엄청나게 강력한 데미지를 주기도 합니다. 혹은 상대를 아예 변이시켜 버릴 수도 있습니다. 전작처럼 단순하게 버튼을 연타하면서 게임을 하면 게임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각 상황을 파악하고 이에 적절하게 대응해야 보다 쉽게 진행이 가능합니다.



▲ 전작과 같은 무기는 하나도 없다.

조작도 다릅니다. 전작에서는 공격, 특수공격, 마법, 돌진 네 가지 방식이었지요. 이번 ‘하데스2’에서는 마력이라는 자원이 추가되었습니다. 이를 통해서 멜리노에는 기를 모으는 오메가(Ω) 공격이나 셀리네의 은혜를 받아 ‘비술’이라는 특수 공격도 할 수 있습니다. Q스킬로 마법진을 소환하여 범위 공격이나 버프/디버프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돌진기에 쿨타임이 생겼습니다. 이런 부분들 덕분에 전작보다는 훨씬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멜리노에의 최대 성능을 낼 수 있습니다.



▲ 아르카나 카드 조합을 통해 멜리노에를 강화할 수 있다.

주인공을 강화하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이전 작에서는 ‘밤의 거울’을 통해 능력치를 올릴 수 있었습니다. 이번 작 ‘하데스2’에서는 ‘아르카나 카드’를 활성화하여 플레이어를 강화합니다. ‘아르카나 카드’ 조합에 따라 다양한 능력을 고를 수 있어서 무기와의 조합까지 생각해볼 정도로 자유도가 높습니다.

예를 들어서 공격 속도를 올려주는 아르카나 카드는 공격 속도가 빠른 자매 쌍검과 궁합이 매우 좋습니다. 원거리 무기인 마녀의 지팡이는 오메가 스킬을 자주 사용하게 되니까 마력을 빠르게 채워주거나 최대 마력을 올려주는 아르카나 카드가 잘 어울립니다. 근거리 무기를 사용할 때는 죽음 저항 횟수를 늘려주는 아르카나 카드도 좋고, 돌진에 무적 시간을 늘려주는 카드도 고민해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무기를 직접 써보고, 특징을 파악해서 잘 어울리는 카드 조합은 무엇인지, 또 강화 유물과 신들의 은혜는 어떤 게 좋은지, 여기에 사역마와의 궁합까지 이것, 저것 직접 쓰다보면 하데스2가 보여주는 공격 형태는 전작보다 더욱 풍성하고 다양합니다.



▲ 농사도 짓고, 친구도 사귀고, 낚시도 하고, 소일거리가 많다.

'재(Ashes)', '정신(Psyche)', '달의 먼지(Moon Dust)' 등 여러 자원도 추가되었습니다. 이러한 자원들로 멜리노에는 영구적으로 강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식물을 재배하거나 낚시를 하기도 하고, 또는 동물 동료를 영입하는 등 다양하고 소소한 장치들을 굉장히 많이 설치해 두었습니다. 그래서 반복되는 전투 속에서도 다른 행동을 통해 리프레쉬를 할 수 있습니다.

하데스 시리즈가 보여준 비주얼과 음악은 '하데스2'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캐릭터 디자인은 전작보다 개성이 더해졌고, 정지된 이미지처럼 보이지만 미묘한 애니메이션도 추가되어 디테일을 더했습니다. 지하세계를 탐험하다가 만나게 되는 보스 '스킬라와 사이렌들'이 부르는 노래는 바쁜 전투로 뇌가 바쁜데도 제 귀를 때리면서 인상을 남겼습니다. 실제로 이 곡은 락을 좋아하는 팬들이 연주 영상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 하데스2를 해본다면 이 노래가 무조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더 깊어졌지만, 놓친 것도 있다시원하고 칼칼했던 '핵 앤 슬래시' 맛이 그리워



▲ 멜리노에와는 다른 호쾌함이 살아있는 자그레우스

'하데스2'는 전작의 핵심을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새로운 재료와 구성으로 완전히 새로운 메뉴를 창조해냈습니다. 슈퍼자이언트 게임즈는 '하데스'의 독창적인 게임성이 이미 입증되었음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 성공의 뼈대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과감한 시도를 했습니다. 주인공부터 바뀌고 무기가 모두 새로워졌지만, '죽음'이 끝이 아닌 이야기의 시작이라는 게임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게임은 전작의 '지하 세계'라는 단일 경로를 넘어, '지하 세계'와 '지상 세계'라는 두 개의 주요 탐험 경로를 제공합니다. 각각의 경로는 고유한 구역, 적, 캐릭터, 보스를 가지고 있어 플레이 경험의 다양성을 두 배로 늘려주죠. 또한, 마법 시스템과 여러 종류의 새로운 화폐들이 추가되어 게임의 깊이를 더했고,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다양한 강화와 빌드 조합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새로운 시도가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특히, 새로 추가된 자원 시스템은 일부 플레이어에게 다소 번거롭게 느껴졌습니다. '재', '정신', '달의 먼지' 같은 여러 화폐와 채집 활동은 게임의 흐름을 끊고, 때로는 전투보다 의무적인 '파밍 미션'처럼 느껴집니다. 전작이 가진 간결하고 명확한 게임 진행 방식을 선호했던 팬들에게는 좋아하지 않을 요소입니다.

더불어, 멜리노에의 '마법' 스타일 전투 방식이 전작의 주인공인 자그레우스의 '돌진' 스타일보다 다소 답답한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멜리노에의 캐릭터성에 맞춘 변화지만, 직관적이고 시원한 핵 앤 슬래시의 맛이 사라진 게 아쉽습니다. 하데스의 깊이를 더하는 과정에서 전작에서 누락되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는 겁니다.


요리사의 방향성은 뚜렷했다




'하데스2'는 슈퍼자이언트 게임즈의 뛰어난 역량을 다시 한번 증명했습니다. 전작의 성공 공식을 따르면서 새로운 시도를 해내면서 맛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시스템은 복잡해졌고, 경로는 다양해졌고, 서사는 깊어졌습니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반복되는 죽음을 계속 피로하지 않게 만들려는 슈퍼 자이언트의 노력을 잘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게임이 깊어진다는 건, 호불호가 갈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단순한 핵 앤 슬래시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전략적인 전투가 불호일수도 있습니다. 관리해야 하는 자원들이 많고, 해야할 것들이 많으면 어느 순간 숙제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데스2라는 신메뉴는 요리를 하는 요리사가 지향하는 맛이 무엇인지 너무 명확하고, 그게 플레이에서 그대로 느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데스2는 전작의 명성을 이어갔다는 평가를 들기에 충분합니다. 여러분들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는 슈퍼 자이언트의 신메뉴를 꼭 맛보시기를 바랍니다.
  • 2020년에 이미 검증받은 재미가 그대로
  • 전작보다 더 풍부한 볼륨과 상호작용
  • 무기와 카드 조합을 활용한 전략 플레이
  • 호쾌했던 자그레우스가 그리워요
  • 파밍도 해야 하고, 농사도 해야 하고
  • 대화 로그가 안 읽힐 때가 있다

리뷰 플랫폼: PC (얼리액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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