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0년 외길, '에이스 컴뱃'이 지켜온 브랜드 아이덴티티

인터뷰 | 김규만 기자 | 댓글: 1개 |



플라이트 슈터 장르로는 독보적인 입지를 다져 놓은 반다이남코의 프랜차이즈, '에이스 컴뱃'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했다. 이번 지스타 2025에서는 에이스 컴뱃의 시리즈 3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부스는 물론, 소수의 팬을 초청하여 지행되는 프라이빗 팬미팅 이벤트 또한 마련됐다.

프라이빗 팬미팅 현장에는 '에이스 컴뱃' 시리즈를 총괄하는 브랜드 디텍터이자 반다이남코 ACES 부사장, 코노 카즈토키(Kazutoki Kono)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1994년 남코(현 반다이 남코의 전신) 입사 이후, 약 30년간 에이스 컴뱃 시리즈와 함께해 온 그에게 시리즈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물어봤다.



▲ 코노 카즈토키(Kazutoki Kono) 반다이 남코 ACES 부사장

Q. 지난 30년 간 에이스 컴뱃이 지켜 온 본질적인 철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코노 카즈토키 = '에이스 컴뱃' 자체는 플레이어가 '에이스 파일럿'이 된다는 체험을 지난 30여년 동안 약속해 왔고, 또 지켜왔다. 30년이나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Q. 시리즈를 관통하는 평화와 이상이라는 테마가 시대에 따라서 어떻게 변화했다고 느끼는지 궁금하다.

코노 카즈토키 = 전쟁을 테마로, 또 평화를 테마로 (게임을)계속해서 만들어왔지만, 그 안에서 '에이스 파일럿'이 되어 세계 평화를 지키거나, 전쟁을 종결로 이끈다는 이야기는 시대와 함께 크게 변하지 않는다. 누구나 자신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마지막에 성공하고 승리하는 것 자체는 시대에 좌우되지 않는 모두의 바람이기 때문에, 그 부분은 계속 변하지 않도록 신경쓰며 시리즈를 개발해 왔다.


Q. 30여년 간 플라이트 슈팅이라는 장르를 계속해서 개발해 온 원동력은?

코노 카즈토키 =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에이스 컴뱃'이 플라이트 슈팅이라는 소재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내 목표나 하고싶은 일은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다. 고객이 만족할만한 놀라운 비주얼, 그리고 자신이 진정한 주인공으로 느껴질 수 있는 내러티브와 스토리를 전달하고 싶다. 이렇게 게임을 플레이해 주시는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것이 하나의 동기가 되어 준다.

또 하나는 이번 팬미팅도 그렇지만, 정말 세계 어디를 가도 '에이스 컴뱃' 팬이라는 분들이 존재한다. 이곳 한국, 부산에도 많은 분들이 어딘가에서 에이스 컴뱃을 즐겨주고 계신다. 그것을 더 세계로 퍼뜨리고 싶다는 것이 지금까지 시리즈를 이어온 원동력이다.



▲ 지스타 2025 제2전시장에 마련된 '에이스 컴뱃' 30주년 기념 부스

Q. '에이스 컴뱃' 시리즈는 주인공이 항상 과묵한 에이스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캐릭터성에 숨은 의도나 의미가 궁금하다.

코노 카즈토키 = 시리즈가 계속된 30년 간 일관적으로 이어온 것이다. '에이스 컴뱃'의 주인공은 플레이어 자신이다. 그래서 굉장히 신경쓰고 있는 것이 "사실은 주인공에게 숨겨진 남동생이 있었다" 라거나, "사실 주인공에게는 쓰러뜨려야만 하는 아버지가 있었다" 같은 설정은 피하려고 한다. 플레이어의 몰입이 깨지는 설정이 들어가지 않도록 최대한 제한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Q. 에이스 컴뱃7 이후 새로운 프로젝트를 발표할 당시 "젊은 피를 수혈하고 싶다"고 발언했는데, 이후 실제로 개발팀에 젊은 크리에이터가 많이 참여했는지 궁금하다.

코노 카즈토키 = 새로운 회사인 반다이남코 에이시즈(ACES)를 세우면서 20~30명 정도 되는 새로운 스태프를 육성하고 있다. 거기에 시리즈에 오랫동안 관여해 온 중견급 개발진도 합류해서, 여러 회사와 협업하며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20대부터 50대까지, 굉장히 폭넓은 세대가 함께 게임을 만들고 있다.



▲ 그간 시리즈 주인공들의 휘장이 귀엽게 그려져 있었다



▲ 혹시 남십자성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Q. 반다이 남코 에이시즈(ACES)의 부사장이라는 직책 때문에 개발에 직접 관여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는지 궁금하다.

코노 카즈토키 = 그렇지는 않다. 입장 상 관여하기 어려운 부분은 없고, 오늘 이 자리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신작의 총괄 디렉터로서 개발 회의를 하고 왔다.

'에이스 컴뱃' IP 전체를 관리하는 브랜드 디렉터라는 직책으로 좀 편하게 가려고 했는데, 어림도 없었다. 신작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웃음)


Q. '에이스 컴뱃' 시리즈를 제작하는 데 있어, 지금까지 가장 도전적이었던 기술적 과제는 무엇이었나?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는지,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달라.

코노 카즈토키 = 아무래도 고객들의 호불호가 크게 나뉜 '어설트 호라이즌'과 '인피니티' 시절이 개발팀에게도 큰 시련이었다.

두 타이틀은 '에이스 컴뱃'이 30년 간 지켜온 아이덴티티나 시리즈의 콘셉트에서 약간 달라진 부분이 있었는데, 그 때 경험상 '시리즈를 만드는 사람이 고객보다 먼저 질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고객들은 여전히 변함없는 '에이스 컴뱃'을 원하는데, 만드는 쪽에서 몇 번이고 같은 게임을 개발하다 질려 다른 시도를 하고, 또 (고객의)기대를 저버리는 것은 '에이스 컴뱃' 뿐 아니라 다른 게임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Q. 개발자의 입장에서, 시리즈의 세계관을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무엇인가?

코노 카즈토키 = 팬들이 '스트레인지리얼(Strangereal)'이라고 이름을 붙여 주신 세계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 세계관을 팬 분들이 얼마나 믿어줄 수 있을까에 대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있다.

예를 들어 궤도 엘리베이터 건설이라든지, 공공 네트워크 같은. 근미래를 무대로 하는 '에이스 컴뱃'에서, 실제 근미래가 됐을 때 이런 요소들이 얼마나 진짜처럼 느껴질 것인지를 시간을 들여 조사하고,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 만들고 있다. 에이스 컴뱃을 즐기는 동안 'SF같지만 어딘가 정말 있을 것 같다고 생각되는' 그런 세계의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Q. 에이스 컴뱃을 개발하며 실제 파일럿이나 군사 전문가의 협력을 받은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그랬다면, 그것이 게임 내에서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궁금하다.

코노 카즈토키 = 실제로 여러 기지를 취재하기도 하고, 실제 파일럿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경우도 많았다. 역시 앞서 말한 대로 빌리버빌리티(Believability, 믿을 수 있는 정도) 있는 세계를 만들고자 하는 의미에서는 여러 모로 전문가의 이야기를 많이 참고하는 편이다.

실제 파일럿 분들에게 조언을 구했던 것을 예로 들면, 실제로 전투기로 하늘을 날고 있을 때 멀리 있는 상대 전투기가 정말 육안으로 보이는지? 또 구름을 마주했을 경우 실제 파일럿들은 (구름을)피하는지, 아니면 들어가는지? 이런 이야기들을 듣고 게임에 참고한다.

현실의 요소를 어떻게 게임에 녹이는가에 대해서는 저희 개발진이 가진 창의성의 영역이라고 봐 주시면 좋겠다.




Q. 시리즈를 30년 간 이어오면서, 팬들에게서 받은 아이디어나 피드백이 실제 개발에 영향을 준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코노 카즈토키 = 팬으로부터 받은 아이디어 등은 직접적으로 (게임에) 반영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아무래도 특정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 같은 문제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고객으로부터 아이디어, 기획서 같은 것은 받고 있지 않지만, 게임에 대해 플레이어 여러분들이 내는 목소리는 스태프 전원이 체크하고 있다.

다만, SNS에서 떠들썩한 의견이 전 세계 '에이스 컴뱃' 팬들을 대표한다고는 보기 힘들다. 그렇기에 항상 스태프와 함께 논의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래도 플레이어 여러분의 피드백이 개발을 활성화하는 것은 사실이기에 항상 체크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Q. 에이스 컴뱃의 독특한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등, 미디어 믹스 전개를 고려한 적이 있을까?

코노 카즈토키 = 역시 '에이스 컴뱃' 시리즈를 세계에 더 널리 퍼뜨리기 위해서는 영상의 힘이 크다고 생각한다. 아직 실현하지는 못했지만, 계속해서 도전하려고는 하고 있다. 다만, 실제 전투기를 띄우는 건 정말 비싼 일이다. 어떻게 할지 고민이다.




Q. 전략 시뮬레이션이나 RPG 등, '스트레인지리얼'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다른 장르를 개발하는 것을 고려한 적은 없는지도 궁금한데.

코노 카즈토키 = 전략 시뮬레이션에 대해서는... '에이스 컴뱃'은 역시 플라이트 슈팅이지 시뮬레이션은 아니기 때문에, 너무 어려운 방향으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다만, 시리즈 특유의 스트레인지리얼 세계관이라든지, 방대한 설정, 세계관의 역사 등은 우리의 재산이자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이용해 무언가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없을지 개인적으로는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물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을 뿐. 회사는 오케이를 하지 않고 있지만.(웃음)


Q. 앞으로의 신작에서는 그래픽보다 감각적인 경험을 강화할 예정이 있는지 궁금하다.

코노 카즈토키 = 기술이나 하드웨어 성능의 진화는 곧 그래픽이 아름다워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에이스 컴뱃'은 역시 리얼한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 하나의 콘셉트이기 때문에, 비주얼이 좋아지는 것 자체로 리얼한 하늘을 나는 감각도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진보된 성능을 그래픽과 게임 메커닉, 내러티브 등에 분배하는 것에 대해서는 개발할 때마다 매번 고민하는 부분이다.


Q. '에이스 컴뱃7' 당시 참여했던 '카타부치 스나오' 감독이 시리즈 개발에 다시 참여할 계획은 없는지 궁금하다.

코노 카즈토키 = 감독과는 지금도 교류하고 있긴 하지만, 신작 영화로 엄청 바쁘신 것 같다.

개발진 또한 '에이스 컴뱃'의 시나리오에 있어 카타부치 감독의 스토리나 대사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잘 인식하고 있다.




Q. '에이스 컴뱃7'을 통해 선보인 VR 모드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VR 모드 개발 경험이 향후 신작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코노 카즈토키 = 개인적인 감상을 말하자면, '에이스 컴뱃7' 당시 VR 모드는 '우리의 프레젠테이션'이라는 느낌으로 만들었는데, 실제 체험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새로운 기술이 어디에 공헌하느냐를 생각했을 때, VR은 '하늘을 나는 감각'을 매우 상승시키는 기능을 했다고 생각한다.

한편, 큰 문제도 있었다. VR 모드는 '에이스 컴뱃' 본편을 만들 때와는 전혀 다른, 완전히 다른 게임 하나를 만드는 수준의 비용과 시간, 설계가 들어갔다. 그래서, 솔직한 감상은 '우리 팀으로는 동시에 두 개의 게임을 만드는 것은 안되겠구나' 였달까.

그 정도로 VR은 훌륭한 체험이었지만, 별개의 게임을 만들 정도의 비용과 노력, 개발 라인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Q. 마지막으로 '에이스 컴뱃' 30주년을 기념해 한국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린다.

코노 카즈토키 = 한국 팬 여러분은, 어제 GCON 강연을 통해 만났는데 꽤나 수줍음이 많으시고, 뭔가 귀엽다는 인상을 받았다. (웃음)

다만, 현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거나 악수를 하는데, '에이스 컴뱃'에 대한 열의라든지 애정을 이야기해 주셔서 굉장히 행복했다. '에이스 컴뱃 만들기를 잘했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역시, 팬을 만나 기뻐하는 모습을 직접 볼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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